〈 65화 〉[피터의 실종]
"피터, 벌써 돌아가게?"
"...그래!"
"잉.."
옷을 주섬주섬 입는 피터가 대뜸 소리쳤다. 에리는 아쉽다는 듯 혀를 낼름거렸다.
"네가 어제 날.. 으으~! 잡아먹었잖아."
"잡아먹다니. 난 안 그랬어."
에리는 능청스런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피터는 그녀의 손짓을 보고는 약간 겁에 질리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무튼! 여기 있다간 기가 빨려 죽을게 분명하니까. 난 이만 좀 돌아갈게.."
"헤헤. 알았어. 잘가. 그전에~"
에리는 피터의 볼에 입맞춤했다. 피터는 화들짝 놀라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내 에리의 사랑을 받아들였다.
"그럼 진짜 갈게. 휴가는 5일이나 된다니까, 우리 푹 쉬자고."
"응. 피터. 너두 쉬어...헤.."
아직도 술에 약간 취해있는 에리는 피터에게 손을 흔들어주며 인사를 건네더니, 침대로 들어가 쿨쿨 소리를 내며 잠에 빠져들었다.
"흠. 저럴땐 귀여운데."
피터는 쿨쿨자는 에리를 흐뭇하게 바라보고는 게이트 패널을 조작해 에리의 방밖으로 나갔다. 방밖으로 길게 펼쳐진 복도는 아침 시간대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매우 반짝이는 전등들로 빛나고 있었다. 물론 어두운 우주엔, 아침이라는 개념이 전혀 없었지만.
그는 휘파람을 불며 거주 구역을 빠른 템포로 걸어갔다. 그의 이식된 왼팔은 이미 적응이 완료되어 처음부터 그의 팔이었던 것처럼 편히 움직일 수 있었다. 피터는 기지개를 한번 쭈욱 편 뒤 자신과 친구들이 같이 생활하는 게이트 앞으로 다가갔다.
"음, 다들 자고 있으려나."
피터는 게이트 패널을 툭툭 두들기고는 게이트를 열고 들어갔다. 그러나 방 안은 불이 꺼져있고 조용했다.
"뭐야? 왜 다들- 어?!"
피터는 순간 미래가 보였다. 자신이 무언가에 얻어맞고 땅바닥에 드러누운 미래.
"이익!"
순식간에 보인 예지였지만 그는 재빠르게 반응해 팔뚝으로 화장실에서 튀어나온 누군가의 공격을 막았다. 그는 공격을 막느라 비틀거리며 테이블에 몸을 기댔다. 테이블이 우당탕 소리를 내며 넘어졌고, 술잔들이 땅바닥에 쨍그랑하며 굴렀다.
피터는 공격받고 있는 그 상황에도 자신을 공격한 사람과 무기를 재빨리 확인했다. 파란색의 군복을 입고 있는 병사와 소총. 그 병사는 개머리판으로 피터를 내려찍었던 것이었다.
"!"
화장실에서 튀어나온 다른 병사들과, 침대에 숨어 있던 병사들이 침대에 숨어있다가 이불을 젖히며 팍하고 튀어나왔다. 그들은 권총 같이 생긴 무기를 들어 그에게 쏘았다. 푸른색 전기가 감도는 가시 탄환들이 그의 가슴팍과 등에 꽂히자, 그는 끄으윽하는 소리와 함께 몸을 경련했다. 찌릿한 전기가 피터의 체내에 흐르며 근육을 마비시켰다.
"이런 씨팔-"
피터의 침대에 숨어있던 어느 병사가 그에게 달려들어 전기봉으로 등을 후려쳤다. 피터는 그 충격에 몸이 더욱 저릿해지는 고통과 감각을 느끼며 차가운 땅바닥에 엎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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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관실에서 앉아 있던 쿠셴이 초조한지 손바닥으로 테이블을 톡톡톡톡 두들겼다. 지금이라면 투입된 연방 이능력병단 대원들이 피터 메이슨을 생포했어야만 했다.
[삐리리리리리-]
"오."
쿠셴은 테이블 밑을 더듬어 무전기를 집어들었다.
"소위는? 생포했습니까?"
"예.지금 기절시켜서 생포에 완료했습니다. 이제 메탄 006 연방 이능력병단 우주 궤도 기지로 이송하겠습니다."
"...잘했습니다. 그는 그쪽에 맡길테니, 5일 내로 그를 되돌려 주십시오. 그는 연방군에게 필요한 인재입니다."
"걱정마십시오."
쿠셴은 통신을 끊고는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피터는 지금부터 연방 이능력병단에게 이송되어 그가 가진 능력의 정체와 능력을 다룰 훈련을 받을 것이 분명했다. 그가 그런 훈련을 견뎌내지 못한다면, 죽을 것도 분명했다.
"피터 소위의 소대원들에게는... 장교 훈련이라고 둘러대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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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암. 어제 잔뜩 마시고 잤더니, 아침에 머리가 깨질 뻔했어.."
"그러니까.. 코리. 그래도 네가 먹자고 한 *해장국이 진짜 좋은 것 같은데."
(*7000년대의 미래라도 해장국은 존재한다.)
팔런이 든든하게 해장국을 먹어 볼록해진 자신의 배를 통통 두들겼다. 아침부터 큰 해장국을 먹어서 그런지, 다들 든든한 것 같았다.
"난 선지가 더럽게 맛없던데. 다신 안 먹을래."
"내가 추천한건데, 그렇게 말해야겠냐? 메~롱. 그건 그렇고, 너는 어땠어?"
칼리브레는 짧게 불평했다. 코리는 그런 칼리브레에게 혀를 삐쭉 내밀고 하겐에게는 너는 어땠냐고 질문했다.
"뭐, 그냥 든든했다고 해야하나. 그래도 찾아먹을 정도는 아니었어."
"...너희들 잘났다."
거주 구역을 통과해 자신들의 생활방 문 앞에 선 그들은 제각기 떠들며 방의 문을 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그들은 곧 무언가가 이상한 것을 깨닫고는 방 안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뭐야, 테이블이.. 왜 넘어져있는거지?"
"그리고 이건... 무슨 가시 탄 같은건데.."
칼리브레가 무릎을 꿇고 테이블 주위에 떨어진 가시 탄환을 집어들었다. 그러자 기계 의수로 탄환을 집었음에도 찌릿하는 전기의 감각이 그에게 느껴졌다.
"으르르륵!"
"야! 칼리브레, 왜 그래?"
팔런이 그가 집은 가시 탄환을 보며 소리쳤다. 칼리브레는 전기의 감각에 눈살을 찌푸리며 가시 탄환을 모두가 볼 수 있게 들어올렸다. 코리와 팔런, 하겐의 시선이 그 10cm도 안되는 가시 탄환에 시선이 꽂혔다.
"이, 이게 뭐야?"
"나도 몰라. 하지만 이.. 좆같은 게 아직도 효력이 있다는거지."
칼리브레가 기계 의수에 힘을 주며 가시 탄환을 꽈악 쥐었다. 가시 탄환이 끼긱거리는 소리를 내며 더욱 전기를 뿜어댔다.
"대체 무슨 일이 있던거야? 피터가, 피터가 왔던건가?"
당황한 얼굴의 하겐이 방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 어느곳도 피터의 흔적은 없었다. 칼리브레는 전기가 흐르는 가시 탄환을 기계 의수에 수납하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에리에게로 가 보자고. 만약.. 피터가 여기 안 왔다면 그곳에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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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으.."
피터는 자신의 양팔을 누군가가 질질 끌며 끌고 가는 것이 느껴졌다. 피터는 잘 뜨이지 않는 눈꺼풀을 억지로 떠보며 자신의 양팔을 끌고 가는 자들의 등을 올려다 보았다. 파란색 군복에, 검은색 방탄복을 입은 자들. 그들의 등에는 *SNA이라는 글귀가 노란색으로 적혀 있었다. (*SuperNovaArmy: 이능력병단)
"너희.. 뭐하는 놈들..이야."
"음?"
피터를 끌고 가던 병사들 중 지휘관으로 보이는 자가 피터에게 관심을 보였다. 그렇게 진압 장비를 맞아놓고 정신을 차릴 수 있는 보병이 있냐는 뜻이었다.
"너희 누구냐고..!"
"매켈슨. 진압 몽둥이로 찜질 한번 더 해줘야겠다. 이 정도로는 정신을 잃지 않는 일반병도 있을줄야."
"알겠습니다."
매켈슨이라고 불린 병사가 전기가 흐르는 진압 몽둥이를 꺼내들어 피터의 등을 강하게 지졌다. 피터는 다시금 아득한 전기의 고통을 느끼며 몸을 경련했다. 그는 자신의 정신줄이 희미해져감을 느꼈다.
"어...디로 데려가는..거냐고.."
"곧 알게 될텐데. 아니면 네 능력으로 알아보면 되지 않겠냐?"
지휘관은 껄껄 웃더니 피터를 묶으라고 명령했다. 그러자 파란 군복의 병사들이 피터의 손과 발에 남청색 수갑을 착 채웠다. 그리고 그들은, 수송선이 기다리고 있는 착륙장으로 발걸음을 돌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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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미 갔다고?! 그럼 어디있는지 모른단말야?"
에리의 어깨를 붙잡은 코리가 흥분하며 말했다. 에리는 자신의 어깨를 잡은 그의 손을 툭 쳐내 치워내버리고는 코리와 그의 일행을 노려보았다.
"내가 묻고 싶은 말이야. 너희들이랑 피터가 만나지 못했다면.. 피터는 지금 어디있지다는 거지...?"
말끝을 흐린 에리가 주먹을 꽈득 쥐었다. 칼리브레는 그녀의 주먹을 보고선 잠시 진정하라고 기계 의수를 들어 그녀에게 손바닥을 펼쳤다.
"에리, 이봐. 진정해. 네가 피터의 행방을 모른다면, 우리도 모르는게 당연하잖아?"
"...그래."
"우리는 아침에 해장도 할 겸 광장에 있는 식당을 갔단 말이야. 피터를 만나지 못했다고. 오케이?"
칼리브레는 손바닥에 손가락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피터의 실종은 자신들도 모른다는 제스쳐를 취했다. 에리는 그나마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칼리브레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었다.
"맞아. 에리. 우리는 피터를 못봤고, 방에 들어가니까 방이 완전 엉망이 되어 있던데. 문제는 피터가 왔다 간 거 아니면 그럴 사람이 없단 말이야."
그들의 대화를 가만히 듣던 팔런이 피터가 왔었음이 분명하다고 추측했다. 하겐도 팔짱을 끼고는 그의 말이 어느정도 맞다고, 맞장구를 쳤다.
"팔런의 말도 어느정도 맞는 것 같은데. 막말로 우리 방문의 번호를 아는 사람은 팔런을 제외하면 우리 방 인원밖에 없어. 그리고 우리가 식당에 갔을 때 방이 어지럽혀진 것이니... 들어올 사람은 피터밖에 없다는 소리지."
"그래. 내가 하고 싶은 말이 그거야. 그리고, 이 가시, 가시 탄환이 뭔가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고."
칼리브레가 자신의 기계 의수를 조작해 수납되었던 가시 탄환을 꺼내들었다. 가시 탄환의 표면이 푸른 전기로 잠시 번쩍였다.
"그게 뭐야? 엄청 위험해.. 보이는데."
에리는 가시 탄환에 손을 대며 만지려고 했으나, 칼리브레는 자신의 의수를 뒤로 확 뺐다.
"만지지마. 만지면, 상당히 따가울걸? 고작 의수로 만졌는데 나도 찌릿했으니까."
"...피가 묻어 있잖아."
칼리브레가 쥐고 있는 가시 탄환을 자세하게 본 에리가 눈이 커다래지고는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다. 가시 탄환에는 확실히 붉은 피가 살짝 묻어 있었다.
"뭔진 몰라도... 좋지 않은 상황이 분명한 것 같은데..?"
코리가 불안감을 느끼며 턱에 손을 가져다댔다.
"쿠셴.. 쿠셴 대령에게 가봐야겠어."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알아챈 에리가 코리와 칼리브레 사이를 젖히며 어디론가 걸어갔다. 4명의 사내는 잠시 서로를 쳐다보며 어깨를 으쓱했지만 곧 그녀의 뒤를 따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