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3화 〉[팔 이식 받기] (63/131)



〈 63화 〉[팔 이식 받기]

"...방까지 데려다줘야겠지?"


피터를 업은 에리가 혀릇 차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생각보다 가볍네."

에리는 피터를 업은채로 거주 구역의 복도를 걸었다. 팔 하나가 없는 남자를 업고 있었기에 지나가는 병사들이 시선을 쏟기도 했으나 에리는 그들을 무시했다.

피터를 업은 에리가 혀릇 차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생각보다 가볍네."


에리는 피터를 업은채로 거주 구역의 복도를 걸었다.  하나가 없는 남자를 업고 있었기에 지나가는 병사들이 시선을 쏟기도 했으나 에리는 신경쓰지 않았다. 에리는 오직 피터가 자신 없이 이런데서  취해 곯아떨어지면 하면 입이라도 돌아갈까 걱정이었다.

"다 왔다."

에리는 피터와 동료들이 거주하는 방에  게이트 패널을 조작하기 위해 손을 뻗었다.


"야, 여기 아니잖아."

그러자 술이 거의 다 깬 피터가 업힌  에리의 손목을 잡았다. 에리는 깜짝 놀라 그에게 언제부터 깨어있었냐고 물었다.

"언제부터 깨어있었어? 난 몰랐는데."

"방금 정신차렸어. 술 깬건 니 주먹 맞기전이었고.."

"그럼 방에 들어가서 자야지."


"바보같이, 내 팔 잊었어? 의료 구역으로 가야 돼. 내려줘."

피터는 에리의 등에서 내려왔다. 그는 아주 잠시 복도를  걷는가 싶더니, 비틀거리다가 엎어졌다.

"망...할."


"그러니까 그냥 업히라구. 그렇게 걸어서 언제갈래?"


"..."


피터는 그녀의 말을 모른 체 하며 다시 일어섰다. 그러나 몇발짝 걷다가 덜 깬 술기운 덕분에 다시 비틀거렸다. 에리는 넘어지려는 피터의 허리를 감싸안아 잡았다.


"아 괜찮다니까.."


"안돼. 업혀."

"..."


.
.
.
.


"의사 있어요?"


한산한 의료 구역의 복도를 지나 응급실로 바로 직행한 에리는 어느 병사의 제지에 맞부닥쳤다.


"이봐. 이런데는 함부로 들어오는게 아냐."

"하지만 장교가 다쳤는데?"

에리는 등에 업은 피터를 보여주면서 병사에게 비킬것을 요구했다. 병사는 헬멧을 똑바로 쓰며 피터의 왼팔이 없는 것을 보았다.

"음, 팔이 잘렸나. 안 그래도 이 장교같이 왼팔이 잘린 병사가 방금  의수 이식을 끝냈지."


"그게 진짠가?"


피터가 눈을 크게 뜨고 병사에게 물었다.


"암요."

병사는 옆으로 슬쩍 비키며 엄지 손가락으로 응급실의 문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칼리브레와 코리, 하겐이 걸어나오고 있었다.


"어, 피터."

"칼리브레?"

"아는 사람이었습니까?"


병사는 피터와 칼리브레를 번갈아보며 말했다. 피터에게 인사한 칼리브레는 말없이 자신의 왼어깨에 달린 기계적인 의수를 보여주었다. 의수의 어깨 부분에서 조그만 초록빛이 반짝였다.

"봐봐! 피터! 쩔지않아?! 얘 완전 로봇트가 되어버렸다고!"

"...코리. 진정  할래."

"가만 있어봐. 칼리브레. 피터에게 소개시켜줘야지!"

코리는 칼리브레의 의수를 들어올려 피터가  볼  있도록 해주었다. 그러고서는 흥분한 채 다음 말을 이었다.

"잘 봐라? 이렇게 사과를 손에 쥐이고.."


"사과는 어디서 난거야?"

"...아까 수술받던 다른 환자 테이블에서 슬쩍했지."

하겐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팔짱을 끼며 한숨쉬었다. 코리는 칼리브레의 손에 사과를 쥐이고 뒤로 살짝 물러났다.


"빨리 쥐어 봐! 칼! 할 수 있을걸?"

"아.. 진짜."

칼리브레는 싫지만은 않다는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피터와 에리를 보며 사과를 꽉 쥐었다. 사과는 그의 기계 의수가 가진 악력에 종잇장처럼 구겨지며 과즙을 이리저리 튀었다. 그가 손바닥을 펼치자 사과라고 부를 수 없는 건더기만 남아있었다.

"저거 출력은 얼마나 나오는거지?"

피터는 칼리브레의 손에 쥐어진 사과 건더기를 보고 병사에게 물었다. 병사는 자신의 볼에 튄 과즙을 슥 닦아내며 과부하가 걸릴 정도로 쥐면 400kg은 우습게 나올거라고 말했다.

"어느정도 나올지는 잘 모르겠지만, 과부하가 걸릴 정도로 쥔다면 400kg 정도는 우습게 나올겁니다."


"4, 400kg?"


"예."

"저거에 쥐이면 그야말로 바스라지겠군."


"그렇겠죠. 거기에 뇌와 연결된 칩을 심어놨으니, 보다 정확한 힘조절이 가능할겁니다. 이제 따라 오시죠."


"피터, 너도 기계 의수를 받지 그래?"

"싫어. 난 사람의 팔이 좋거든."

"쳇."

코리는 칼리브레, 하겐과 같이 복도를 걸어갔다. 병사는 에리에게 피터를 넘겨 받은  그를 부축하며 응급실로 들어갔다. 응급실 안은 여러가지 부상을 입은 자들이 있어, 분위기가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척 봐도 상반신 반이 잘려 있는데 대체 어떻게 살아있는지 궁금한 병사나, 저번에 있었던 반역자들의 공격으로 총상과 베인 상처를 잔뜩 입은 병사가 골골대고 있기도 했다.


"장교님은 이리로 오셔서, 수술 동의서와 원하는 치료 방식을 선택하세요."

"이게 뭐지?"


"...수술  사망 시 전사 처리하는 동의서입니다. 원하는 치료 방식은 잘린 단면에서 영원히 고통이 느껴지지 않게 하는 방식이나, 아까처럼의 의수, 혹은 무기도 달 수 있답니다. 아니면 당신에게 새로운 팔을 이식시켜주는 것도 있고요."

"첫번째와 두번째, 세번째는 죽어도 싫군. 새로운 팔 이식은 뭐야?"

"말 그대로 새로운 생체 팔을 이식하는 겁니다. 연방은 이식용 장기나 신체 부위를 만들어낼 기술이 있으니까요."


"그럼 생체 팔로 하지."

"뭐, 원하는 능력이라도 있습니까? 그 팔은 간지럼을 안 탄다든지.. 아니면 근육량을 늘린다든지."

"그런걸 하기 싫으니까 일반적인 생체팔을 골랐겠지. 부탁하네."


"알겠습니다."

수술 동의서와 치료 방식 문서를 받은 병사가 응급실 내부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는 다른 의사들과 함께 나왔다. 의사들의 가운에도 연방군의 마크가 있는걸 보아하니 그들도 병사들인 것 같았다.


"저 수술실로 오셔서 침대에 누우시죠."


"알았어."

의사들이 가리킨 수술실로 들어간 피터는 한가운데에 놓여진 초록색 침대에 누웠다. 그러자 침대는 기계팔 여러개가 느릿느릿 나오며 그를 움직이지 못하게 붙잡았다. 그리고는 기계팔 중 하나가 주사기를 그의 오른쪽 어깨에 푸욱 꼽았다.


"?"


"수술  움직이면 크게 다칠 수도 있으니 예방하는 차원에서 그러는겁니다. 그럼, 주무시고 일어나시면 예전처럼 잘 움직이던 팔을 가질 수 있을겁니다."

"...어."

피터는 이미 몰려오는 잠에 짧게 대답하고는 눈을 감고 있었다. 몇 시간이 지나면 그도 다시 옛날처럼 팔이 생기리라.


.
.
.
.


"칼. 기계 의수는 괜찮아?"

거주 구역 복도에 들어선 하겐이 칼리브레의 팔을 살폈다. 칼리브레는 기계 의수를 끽끽대며 움직이더니 괜찮다는 표정을 지었다.

"괜찮은 것 같군. 끽끽대는 소리는 적응되면 없어진다고 했나."

"그랬지! 그런데 난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코리는 칼리브레의 의수에 온 신경을 집중한 채 말했다. 칼리브레는 그의 시선이 부담스러운지 의수를 자신의 품속으로 끌어당기며 숨겼다.


"야, 끽끽대는 소리가 얼마나 거슬리는데. 왜 그랬으면 좋겠냐?"


"음."

잠시 생각하며 볼을 두들기던 코리가 말했다.

"끽끽거리는 소리가 없어지면 로봇 같지가 않잖아."

"...존나 멍청한 대답이네."

.
.
.
.


응급실 밖에서 행여나 수술이 잘못될까 초조해하던 에리에게 아까 그 병사가 다가왔다. 에리는 그를 보자마자 수술은 어떻게 되었냐고 따발총처럼 묻기 시작했다.

"수술은? 잘됐나요? 어떻게 됐지?  다치지는 않았겠지? 제발. 잘 됐다고 말해. 아님 죽어."

그런 에리를 이상한 사람을 보는 눈으로 쳐다본 병사는 장갑을 벗고는 수술은 성공적이라고 대답했다.


"...수술은 성공적입니다. 곧 나올 겁니다. 아, 지금 나오네요."

피터가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비틀거리며 응급실의 문을 열고 나왔다. 잘려나갔던 왼쪽 어깨의 팔은 새로 자라난 듯이  팔이 있었다. 그런 그의 뒤에는 마스크를 쓰고 있는 의사들이 웃으며 소라 하이파이브 하는 모습이 보였다.

"피터!"


에리는 비틀거리는 피터를 보자마자 달려가 부축했다. 피터는 어딘가 아픈지 비틀거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에리는 피터가 왜이러냐며 병사를 노려봤다.


"왜 이러지? 괜찮다매!"


"하.."


병사는 이마를 짚으며 한숨쉬었다. 그는 피터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마취가 덜 풀린겁니다. 데려가서 재우세요."


"아..예.. 감사합..니다."

뻘쭘해진 에리는 마취에 비몽사몽인 피터를 업고 복도를 달렸다. 그녀는 일단 부끄러움도 잔뜩 들었지만 피터가 다행인 것에 안심이 먼저 되었다. 그녀는 잘 닦여 반짝이는 복도를 걸으며 피터의 왼팔을 만져보고 쿡쿡 찔러도 보았다. 확실히 그의 팔이 분명했다.

"어엉.. 머이리 흔들리냐.."

피터는 마취에서  깬채 에리의 등에서 하품했다. 에리는 그에게 수술은 잘 끝났다며, 지금은 방에 데려다 줄테니 자라고 말했다.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대. 지금은 방에 데려다 줄테니 가서 자."

"지금도.. 졸린데.."


피터는 에리의 어깨에 턱을 올리고 다시 쿨쿨 잠을 잤다. 에리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거주 구역의 복도를 걸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