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1화 〉[탈출과, 희생] (61/131)



〈 61화 〉[탈출과, 희생]

피터 일행과 시스의 소대는 티스 군단과의 교전을 최소화하며 착륙장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피터는 왼팔을 잃긴 했지만, 자신에게 근접하는 티스들의 머리를 베어버리는  쯤은 그에게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함선 내부의 랩터로 이루어진 티스의 정찰대를 격파한 그들은 잠시 멈추어 자신들의 위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얼마나 가야하지?"

피터는 랩터의 머리 정중앙에 꽂힌 글라디오를 푹 뽑아버리고 말했다. 에리는 랩터의 시체에 깔린 레이크를 꺼내주며 랩터의 시체를 걷어차 밀쳐버리고 있었다.


"흐음... 이 복도로 직진하면 착륙장으로 통하는 게이트가 나온다. 그 게이트를 넘고 착륙장의 승강기 패드를 기다린 후 타고 올라가면 바로 착륙장이야."

"승강기 패드?"

"너희는 함선 내부로 침투할  다른 게이트로 들어갔나? 우리는 승강기 패드를 타고 아랫쪽으로 내려왔지. 100명은 거뜬히 탈 수 있는 크기더군."

"그래서 거기까지만 가면 이곳에서 탈출할  있다는 소리겠지?"


에리가 자신의 차폐복 발바닥에 묻은 티스의 체액을 쓱쓱 비벼 닦고는 그에게 물었다. 시스는 말없이 그녀에게 끄덕거려주는 것으로 답해주었다.

"이제 위치파악도 다 끝났으니, 이동하자. 티스 놈들이 우리를 발견한다면 전혀 좋지 않은 상황이니까."

시스와 그의 대원들이 앞장섰다. 그들은 빛이 껌뻑이며 켜졌다가 꺼지는 복도를 천천히 걸었다. 복도 곳곳의 열린 문에서는 찢겨진 사람들의 시체가 가득했다. 거기에 악마들의 시신도 여럿 섞여있는 꼴을 보아하니, 티스가 이미 한번 왔다간 곳이 틀림 없었다.

"쉬잇.. 다들 조용히. 티스들이 왔다 간  같군. 혹시 주위에 있을 수도 있으니.."

시스는 손을 들어올리며 대원들의 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복도 끝에 있는 게이트를 바라보다가 그 옆의 커브로 눈길을 돌렸다. 커브 뒤에서 무언가 꿈틀댔다.

"...있는건가?"

레이크가 피터의 눈치를 살피며 눈살을 찌푸렸다. 피터는 자신의 턱을 매만지며 100%있다고 확신했다.

"100%."

척,척, 척. 시스가 손가락 3개를 들어올린 후 자신의 등쪽으로 흔들었다. 그러자 검은 안개 연대원 3명이 그의 뒤에 밀착해 붙었다.

시스는 벽에 딱 붙은 채 조금씩 느릿하게 걸었다. 마침내 커브쪽 벽끝에 도착한 그는 손가락 두개를 들어올렸다.


"2,1!"


그는 손가락 두개를 접자마자 소총을 벽 너머로 겨누었다. 그러자 벽 건녀편에 있던 소총의 총구들도 그를 향해 겨누어졌다. 시스는 자신을 겨누고 있는 상대들이 누군지 알아채고는 피식 웃으며 총구를 내렸다.

"다들 총 내려. 대위님이시잖아."

"보옌."

보옌 중위가 대원들을 헤치고 앞으로 걸어나왔다. 시스는 그에게 악수를 건넸고, 보옌은 그의 악수를 살갑게 받아들였다.


"대위님, 티스가 침입했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빠져나가야 될 것 같습니다."


"알고 있네."


"티스 놈들과 교전하셨습니까?"

"그렇지. 고작 정찰대 수준인 놈들과 만나긴 했지만..."


"그래도 다행이군요."

"그러니까 빨리 가자고!"


코리가 보옌의 뒤에서 쑥 튀어나와 크게 소리쳤다. 피터는 코리의 목소리를 듣고 귀를 기울였다.

"코리?"


"어, 피터잖아. 같이 다닌다던 4명의 연방 보병이 너희들일줄 알았지!"


"너희도 살아있었구나.. 다행이다."

"다행이에요. 준위님."


마리가 칼리브레를 부축하며 피터에게 다가왔다. 피터는 마리에게 간단히 눈인사를 건넸지만, 칼리브레의 부상을 보고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칼리브레!  팔이.."

"하하... 너나 나나 똑같은 처지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거야... 너."


피터가 말을 잇지 못하고 칼리브레의 상처를 아련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러자 팔런이 땅바닥으로 시선을 옮긴 채 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나를 구하려다가 이렇게 됐어. 내가 티스에게 공격 받았단 말이다."

"야, 니  아니라고 했잖아!? 그렇게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마리의 부축을 받고 있던 칼리브레가 대뜸 그에게 화를 냈다. 칼리브레는 팔런이 자신 때문에 죄책감을 갖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컸기에, 그에게 일부러 화를 내고 있었다. 칼리브레는 소중한 동료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움직였던 지난 날이 전혀 원망스럽지 않았다.

"칼리브레. 너무 그러지마. 팔런도 너한테 너무 미안해서 그러는거라고."


하겐이 팔런의 어깨를 두들기며 말했다. 칼리브레는 하나 남은 오른팔로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쉬었다.

"잘려나간 팔 정도는 연방에서 새로 하나 붙여주겠지. 난 의수도 괜찮아."


"하하하하! 이왕이면 멋있는 의안도 껴보면 어때? 빨간 의안이나 파란 의안을 끼면 빛날때마다 로봇 같을텐데."


코리가 자신의 눈을 굴리듯 매만졌다. 하겐은 한숨을 쉬며 피터를 불렀다.


"피터. 부탁해."

"눈치없는 놈."

피터는 코리의 머리를  하고 때렸다. 그러자 코리가 머리를 감싸쥐며 에구구 소리를 내었다.


찢어졌다 다시 만나게된 이들은 서로의 안전을 확인하며 짧은 시간이나마 말을 나누었다. 그들의 뒤에서 복도를 진동시킬 정도로  포효 소리가 울려퍼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워어어어어!"

"뭐얏?"


"뭐지?!"

검은 안개 연대원들을 제외한 병사들이 큰 포효 소리에 놀라 몸을 움츠렀다. 저 멀리 복도 끝에서 티스들이 발톱을 갈며 달려오고 있었다. 싯누런 침들이 놈들의 아가리에서 툭툭 떨어졌다.

"게이트 열어! 나머지는 화망을 펼치면서 놈들을 저지해라!"

시스가 손을 옆으로 뻗으며 병사들을 일렬로 세웠다. 곧이어 검은 안개 연대원들의 소총에서 불이 뿜여져 나왔다.

"젠장, 열려라.. 열려! 좀!"

코리와 보옌은 게이트의 패널을 붙잡고 이리저리 두들겼다. 둘다 이런 기기에는 말짱꽝이었기에 상황은 그리 나아지지 않았고, 게이트 패널은 빨간색으로 경고의 알림만을 띄우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에리가 둘을 젖히고 게이트 패널 앞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로쉐 장갑을 낀 손을 치켜들더니 그대로 게이트 패널을 향해 내리쳤다.

[쾅! 푸쉬익..띠링!]


게이트 패널이 잠깐 고장난 듯 스파크를 일으켰지만 이내 초록빛의 확인 표시가 들어왔다. 그리고 게이트가 구웅하며 열리기 시작했다. 게이트 내부에는 수십명이 탈 수 있는 승강기 패드가 대기하고 있었다.


"빨리 올라타자!"

피터가 승강기를 보고 외쳤다. 검은 안개 연대원들과 피터 소대는 차례차례 들어가며 순식간에 승강기 패드를 가득 채웠다. 승강기 패드에 먼저 올라탄 이들은 다른 이들이 안전하게 탈 수 있도록 패드 위에서 사격을 가하며 시간을 벌어주었다.

"됐다! 다 탔지?!"


승강기 패드의 상승 레버를 붙잡은 코리가 모두를 돌아보며 외쳤다. 시스는 마지막으로 탑승하는 자신의 소대원의 팔을 붙잡아 올려주고는 엄지 손가락을 들어보였다.


"그럼 올라간다!"

그가 레버를 위로 들어올리자 승강기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보옌과 시스는 승강기가 조금씩 떠오르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테니와 제스는 그런 시스에게 조용히 다가갔다.


"대위님. 착륙장에서 대기하고 있던  소대가 교신을 받지 않습니다."


"...뭐라고?"

제스의 말을 불길하게 받아들인 시스가 눈쌀을 찌푸렸다. 그러자 테니가 제스의 말을 정정해주었다.


"제스의 말도 어느정도 맞지만, 정확히 말하면 30분 전 마지막으로 교신을 보낸 후 응답이 없습니다.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 걸까요?"


"젠장.. 올라가보면 알겠지. 그럼 대원들한테 긴장 풀지말고 대비하라고 전해."

"알겠습니다."


제스와 테니가 그에게 경례를 하고는 대원들에게 정보를 전하려 뒤돌았다. 보옌은 시스를 불길한 얼굴로 쳐다보았다.


"대위님. 착륙장에는 저 연방 보병 소대 하나도 있단 걸로 아는데.."

"맞아. 연방 보병 소대와 우리 대원들이 대기하고 있는 착륙장은 이 함선에서 아마 제일 안전한 곳일거다. 근데 그곳에서 연락이 두절됐다는 건, 조금 불길한 일이지."


"심각하면.."


"심각하면 탈출하지 못할 수도 있어. 연방군의 함대는 투입된 보병들이 작전을 완수하고 탈출한다면 곧바로  함선을 폭파시킬거다. 우리의 존재는 알지도 못하고 말이야."

"..."

"곧 2 착륙장에 도착합니다. 탑승자 분들은 하차를 준비해 주십시오."


승강기 패드에 달린 스피커에서 딱딱한 인공지능의 말이 흘러나왔다. 곧이어 병사들을 가득 태운 승강기 패드는 착륙장  부분에 있는 커다란 공간에서 쑤욱하고 솟아올라 그들을 착륙장에 데려다 주었다. 시스는 어두운 착륙장 가운데에 놓인 두대의 팔콘 수송선을 바라보았다. 하나는 피터의 소대가, 하나는 시스 일행이 타고 온 것으로 보였다.

그들 주위에는 이상하게도 사람의 인기척이 보이지 않았다.  멀리 착륙장의 게이트를  수 있는 착륙장의 관제실이 시스의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그곳도 핏자국만이 흥건한  아무 인기척이 없었다.


"도착이군. 보옌."


"네."

"제스 분대 데리고 가서 확인해. 테니 분대는 관제실로 가서 착륙장의 게이트를 열어라."

"예, 대위님"

"알겠습니다. 제스! 네 분대 데리고 날 따라와라."

"예."

검은 안개 연대원들의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피터와 소대원들도 그 험악한 기류를 감지하고는 무기를 쥐었다. 곧이어 보옌과 검은 안개 연대원 8명이 소총을 앞으로 겨눈 채 조심스레 수송선들로 접근했다. 그들은 수송선 가까이 붙은 뒤 소총의 후레쉬 라이트를 작동해 주위를 비추기 시작했다.


"뭘하는거지?"


하겐이 검은 안개 연대원들의 행동을 보고는 피터에게 물었다. 피터는 하겐을 쳐다보지 않고 승강기 패드의 난간을 붙잡고 있는 손에 힘을 주었다.


"...분명히. 분명히 착륙장을 수비하는 인원이 있었는데."

"맞아."

"녀석들이 안 보여. 무슨 일이 일어난게 틀림 없어."

"설마 여기에까지 놈들이 있을거라고..?"


"착륙장을 안전하다고 여겼던 생각 자체가 잘못되었을지도 몰라."

피터는 난간을 잡은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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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습니다. 대위님. 핏자국이 조금 흥건하지만.. 팀 소대도, 연방 보병의 소대도, 조종사들도 없습니다."

보옌이 헬멧의 무전기로 시스에게 상황을 전달했다. 시스는 알았다며 그들에게 수송선을 작동시키고 조종석에 병사들을 배치하라고 일렀다. 검은 안개 연대원들의 훈련중 수송선 조종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알겠습니다. 저희는 일단 주위를 살필테니, 팔콘에 연방군들과 저희 대원들을 탑승시키죠. 일단은 벗어나야겠습니다."

"여기는 테니. 관제실 장악 완료했습니다. 언제든지 착륙장의 게이트들을 열 수 있습니다. 명령만 내리시죠."

"좋아. 다됐-"

시스가 착착 진행되는 탈출에 미소를 짓고 보옌쪽을 쳐다보았다. 그곳에서는 수송선 아래에 숨어있던 악마들이 기어나오고 있었다.


"제기랄! 악마들이다!"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피터가 나이트 크롤러의 날갯죽지를 보고 소리쳤다. 그의 말에 모든 병사들이 수송선 주위에 시선이 쏠렸다.

"뒤를 조심해라! 뒤를!"


보옌이 시스의 무전에 황급히 글라디오를 뽑아 뒤를 돌았다. 그의 뒤에는 기다란 창을 휘두르는 나이트 크롤러 5마리가 혀를 낼름거리고 있었다.


"이런 망할-"


나이트 크롤러가 휘두르는 창에 보옌의 머리가 깔끔히 참수되었다. 보옌의 잘려나간 헬멧은 바이져를 빨갛게 번뜩이며 그가 죽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의 잘려나간 머리가 땅바닥에 떨어져 구르자, 시스는 보옌이 죽었다는 것을 마침내 깨달았다.

"보옌-!! 씨팔. 씨팔!"


"대, 대위님!"

함선의 이상한 진동을 느낀 어느 소대원이 시스를 불렀다. 무언가가 함선의 장갑을 뚫으며 이동하는 소리. 시스는 지금 들려오는 소리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콰아아앙! 콰앙!]


엎친데 덮친격으로 티스의 페네트레이터들이 함선의 장갑을 뚫고 착륙장 내부로 침투했다. 페네트레이터들은 즉각 자신들의 몸속에 있는 티스 개체들을 뿜어대기 시작했다.


"망할, 티스 새끼들까지.."

시스는 분노의 욕설을 내뱉었으나 이성의 끈을 놓지 않고 대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전 대원 사격 준비! 목표물은 나이트 크롤러들이다! SFH 사수들은 특히 놈들에게 화력을 집중해!"


명령을 내린 시스는 헬멧의 무전망에 접속해 제스와 테니에게 외쳤다. 제스와 분대원들은 재빨리 반응하며 총기를 난사하고 있었다.

"제스! 당장 수송선 안으로 들어가! 테니! 게이트들을 작동시켜! 이곳에서 빠져나간다!"

"알겠습니다!"

테니와 제스가 동시에 응답했다. 제스의 분대원 2명이 나이트 크롤러의 턱에 무참히 뜯겨죽었지만, 그들은 안전하게 어느 수송선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테니는 시스의 명령에 게이트 작동 버튼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그러자 착륙장 전체에 주황색 알람등이 번쩍이며 우주로 연결된 수많은 탈출 게이트들이 열리기 시작했다. 테니는 천장에 달린 게이트들이 열리는 것을 보며, 자신의 분대원들을 이끌고 제스의 수송선에 탑승했다.

"야! 연방 보병들!"

시스는 피터를 바라보며 말했다.

"왜?!"

"너희들은 방금 우리 대원들이 탄 수송선에 타라! 너희들 중에 수송선 조종할 놈들은 없을거 아니냐? 우리 대원들이 수송선을 조종해 줄거다. 너희들은 당장 여기서 빠져나가!"


"어째서 우리보고 먼저 빠져나가라는거야! 우린 다같이 가는거라고! 너희 검은 안개인지 뭔지 하는 녀석들도 말이야."

시스의 말을 듣던 코리가 발끈하며 소리쳤다. 시스는 잠시 자신들의 대원들을 돌아보았다. 그들은 시스를 굳건한 믿음의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들은 지금 자신들이 무엇을 해야하는 지 아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렇기에 검은 안개 연대에 속할 수 있던 자들이었다.

"...알겠다. 일단 너희들이 수송선에 오를  있게 도와줄테니, 너희 수송선까지 달려! 알았냐?"


"그래! 고맙다. 코리! 하겐! 애들 이끌고 수송선에 먼저 올라타! 나는 뒤따라갈게!"

"뭐? 너 혼자서 잘 따라올 수 있겠어?"


칼리브레가 그를 의아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그는 피터 옆에 있는 에리에게 살짝 눈치를 주었다. 에리는 칼리브레의 의도를 알아채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괜찮다고! 빨리 가!"

피터의 소대원들이 수송선 주위에 몰려드는 티스들을 향해 사격을 가하며 하나하나 수송선에 올라탈 때, 검은 안개 연대원들은 나이트 크롤러와 교전 중이었다. 피터는 자신의 동료들이 모두 수송선에 탈 때까지 시스의 옆에 있었다.

"..."

"...너는 왜 안가는거냐?"


시스가 피터에게 조용히 물었다. 피터는 궁금한 것이 남아서라고 대답했다.


"궁금한 것이 남았으니까."


"뭐지."


"...너희들 여기서 게이트가 열릴 때까지 시간을 벌어줄 생각이지?"


"..."


"저 게이트들이 열리려면 몇분은 더 걸릴거야. 엔진을 완전히 꺼놓았던 수송선이 안전하게 뜨려면 거기서 1분정도가 더 소요될걸. 그런 상황에서 누구도 티스와 악마들을 저지하지 못한다면... 어느 수송선도 뜨지 못하고 파괴되겠지."

"..."


"당신들..죽을 생각이야?"

"...모른다."

"뭐라고?"


"우리는 인류 보안부 소속. 인류를 지키고 해악을 잘라내기 위해서 목숨을 바친 자들이다. 우리는 언제나 암암리에.. 악마들, 반역자들, 기상천외한 외계 종족과 싸워왔지. 모두가 너희같은 인류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지금 그런 소리를 왜하는거야."


"...너같은 연방의 군인들도 우리가 지켜야할 인명이니까. 우리가 하지 않으면 누가 하지? 그러니 어서 가라."

"...."


피터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피터는 그들의 희생 정신과 인류를 위한 마음을 알아차렸다. 그는 시스에게 경례를 하고는 수송선을 향해 달렸다. 시스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제스와 테니에게 마지막 통신을 보냈다.


"제스, 테니. 우리가 시간을 끌겠다. 너희들은 탈출해 메탄07 우주 궤도 기지로 이동한  보안부 본부로 돌아가."


"뭐라고요? 대위님, 미쳤습니까?!"

"제스 말이 맞습니다! 대위님, 빨리 수송선에 타라고요!"

"지금 우리가 화력 지원을 멈춘다면, 우리와 교전하던 놈들은 수송선에 관심을 쏟을거다. 그러면 수송선은 파괴되고 말겠지. 이건 명령이다. 너희들은 탈출해라."

"대, 대위님.."


제스는 말끝을 흐렸다. 테니는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꾹 참고 대위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대위님을 잊지 않겠습니다."

시스는 테니의 말을 듣고 무전을 끊었다. 자신 옆에 서있는 대원들은 빛나는 희생 정신을 발휘하며 적들과 맞서 싸우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하나 둘 티스와 악마들의 공격에 쓰러져가며 피를 흘렸다. 시스는 마침내 자신에게 달려드는 나이트 크롤러의 입에 권총을 박아넣고 방아쇠를 당기며 크게 외쳤다.


"인류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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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명의 검은 안개 연대원들과 피터의 소대가 탄 팔콘V-17이 서서히 날아올랐다. 팔콘V의 핵융합 엔진은 칙칙거리는 소리를 내며 가열차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이윽고 팔콘V-17은 커다랗게 열린 천장의 게이트를 향해 기체의 머리를 돌리고는 쏜살같이 날아올랐다. 팔콘V-17은 피크 함선의 주위를 벗어나며 대기하던 연방군의 함대에 가까이 붙었다. 그들의 주위에는 상황을 종료하고 먼저 탈출한 벨라토르와 MTMA 기동병들의 수송선들이 줄지어 움직이고 있었다.

피터는 수송선 내부에서 천천히 걸으며 조종실로 이동했다. 그가 조종석 내부로 들어서자, 제스와 테니라고 불렸던 검은 안개 연대원 두명이 조종실 내부에 있는 교신 패널을 조작했다.

"사령부에 연락하면 될겁니다. 그럼 저 함선은 파괴되겠지요."

제스가 피터를 보며 말했다. 피터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교신 패널 앞으로 다가갔다.


"여기는... 2중대장 피터 메이슨 준위다. 작전은 완료됐다. 반역자 프레드릭 요네는 교전 중 처리되었고, 생존자들은 탈출에 성공했다. 사령부, 들리나?"


"여기는 연방군 제 912 함대 사령관 메키아스다. 반역자들의 함선을 파괴할 것이니, 구경해도 좋다."

"알았다..."


피터가 잠시 말을 끊었다. 반역자들의 함선이 파괴되면, 시스의 죽음도 확정되는 것이니까.


"통신 종료."

피터는 교신 패널을 두들겨 통신을 종료했다. 그는 바로 뒤돌아 조종실을 나갔다. 그의 눈에선 뜨거운 눈물이 한줄기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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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함대. 발사!"

제 912 함대 사령관 메키아스의 명령에 30대의 함선이 포를 조준했다. 곧이어 포에서 붉은 섬광과 함께 레이져, 플라즈마 탄, 고폭발 어뢰가 발사되며 굉음이 어두운 우주 공간을 뒤흔들었다.


912 함대는 그야말로 모든 화력을 총 동원해 피크 함선과  옆에 나란히 떠 있는 두대의 반역자 함선까지 골고루 두들겼다. 거대한 크기의 반역자 함선들은 사방에서 타격이 이루어지며 점점 파괴되어 갔다. 이윽고 피크 함선이 먼저 장렬히 폭발함에 따라 나머지 함선들도 폭발하였다.

프레드릭 요네의 반역한 함선들은 그렇게 우주의 먼지가 되어갔다.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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