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9화 〉[괴물과 악마]
"저게 대체...?"
"젠장!! 피해! 다들 움직이라고!"
당황하고 있는 코리와 동료들을 돌아본 보옌이 달리라며 외쳤다. 그들은 얼떨결에 보옌의 말을 따르며 달리기 시작했다.
"저게 대체 뭔데?!"
"젠장! 젠장!"
"이봐! 말하고 있잖아! 대답해주라고 좀!!"
코리가 보옌의 어깨를 붙잡았다. 보옌은 그를 신경질적으로 돌아본 뒤에 죽고 싶지 않으면 달리라고 말했다.
"멍청한 놈들! 저것도 몰라? 티스잖아! 티스의 *페네트레이터다! 저 안에는 티스 수십, 수백마리가 타고 있단 말이야!"
(*페네트레이터: 티스의 침투기로써, 날카로운 입으로 상대방의 함선을 뚫고 들어가 안에 티스들을 풀어놓는다.)
"티, 티스?!"
"그래! 티스!"
코리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티스라. 자신의 수많은 동료들과 소중한 이들을 앗아간 그 괴물놈들이 여기에도 있단말인가? 코리는 보옌과 달리며 그에게 계속해서 질문했다.
"ㅇ, 야! 티스가 왜 여기에도 있어?!"
"연방놈들은 그것도 몰라? 연방의 전 영토는 티스의 위협에 언제나 놓여있단 말이다! 언제 어디서든지 나타나도 이상할게 없다고!"
"..씨부랄."
코리가 짧게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총을 자신의 가슴팍으로 끌어당겼다. 그들이 달리는 함선의 복도는 왜인지 진동을 일으키며 흔들리고 있었다.
"왜 흔들리는거지?"
"젠장, 벌써 놈들이 상륙하기 시작했나보군! 다들 죽기 싫으면 착륙장으로 쌔빠지게 달려! 놈들이 추격해 온다면 우리의 상태로는 절대 놈들과 싸울 수 없다!"
"잠깐!"
코리가 보옌을 멈춰세웠다. 보옌은 그에게 대체 바빠 죽겠는데 왜 그러냐는 얼굴로 노려보았다.
"티스와.. 그.. 악마들은 무슨 관계지?"
"왜 갑자기 그런걸 묻는거야?"
"둘이 적대적인 관계라면... 놈들이 싸우는 것을 부추기고 우리만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잖아!"
"..."
"안 그래?!"
"일단 그런걸 생각할 시간은 없어! 우리에게 주어진 최우선 목표는 본대에 합류해 이 좆같은 곳에서 벗어나는거다. 반역자도 처단했으니 여기서 시간을 끌 필요는 없단 말이다!"
"빌어먹을! 알았다고!"
곧이어 그들 앞의 천장이 무너지며 벽이 허물어졌다. 우주 공간으로 훤하게 드러난 복도는 우주 공간 밖으로 모든 것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제기랄! 페네트레이터가 들어왔다!! 다들 차폐복 중력 발생기 가동시켜!"
보옌이 자신의 발을 바닥에 딱 붙이며 외쳤다. 그러자 다른 병사들도 발바닥의 중력 발생기를 작동시키며 밖으로 끌려나가지 않게 버텼다.
"그으으으아악!!"
검은 안개 연대원 하나가 우주 공간으로 빨려나갔다.
"젠장-! 이러다 전부 끌려나갈거야!!"
코리와 그의 소대도 우주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중력 발생기를 최대로 작동시킨채 버티고 있었다. 코리는 이 상황에서도 주위를 살피며 방법이 있는가를 찾고 있었다.
"엇! 저건.."
코리가 파괴된 유리 천장들 사이에 있는 삼각형의 빨간색 버튼을 가리켰다. 불의의 사고로 함선 내부가 우주 공간에 노출되었을 때 강제로 그 공간을 개폐해버릴 수 있는 장치였다.
"마, 마리! 저 빨간색 보여?!"
코리는 몸이 기우뚱하며 빨려나가려는 상황에도 마리를 보며 빨간색 장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마리는 그에게 끄덕끄덕 거리며 소총을 꺼내들었다.
그녀는 자신의 중력 발생기를 과부하가 올 수 있을 정도로 출력을 올린 뒤에, 랭포드의 지정사수소총을 장치로 겨누었다. 빨간색 버튼이 그녀의 눈과 조준경에서 아른거렸다.
"우으아아악! 빨리 해애-!!"
코리의 차폐복에서 삐릭하는 불길한 소리가 나더니 중력 발생기가 해제되었다. 너무나 강한 흡입력에 의해 중력 발생기가 고장난 것이었다. 그는 곧바로 우주 공간으로 빨려나가기 시작했다.
[타카앙!]
지정사수소총의 고속 관통탄이 장치를 깨부수었다. 그러자 곧 붉은 빛의 경보를 알리는 전등이 빤짝거리며 삐익 울어댔다. 페네트레이터가 뚫어버린 공간은 금방 철판으로 매워져 닫혀버렸고, 날아가던 코리는 그대로 철판에 부딪혔다가 땅으로 떨어졌다.
"아야,,, 아야야야.."
"코리! 괜찮아?!"
"헉헉.. 죽을 뻔했어. 진짜로~..."
코리는 울상을 짓고 동료들을 쳐다보았다. 그의 뛰어난 판단력과 마리의 행동력 덕에 모두가 살아남을 수 있었다. 닫힌 개폐문을 바라보던 코리가 한숨을 내뱉었다.
"덕분에 살았군!"
균형을 잡으며 일어서는 보옌이 마리를 보고 엄지를 들어올렸다. 다른 검은 안개 연대원들도 그녀에게 고맙다는 말을 했다.
"아니.. 뭐, 해야만 하는 일을 했던거니까.."
마리는 쏟아지는 칭찬에 머리를 긁적이며 얼굴을 붉혔다. 보옌은 그녀를 칭찬하다가 말고 위험한 낌새를 느낀채 불현듯 뒤돌았다. 그들 앞에 페네트레이터가 추락해 뚫어놓은 커다란 구멍에서 날카로운 발톱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티스다!"
보옌은 구멍을 향해 총기를 난사했다. 랩터 두어마리가 올라오다가 턱이 박살나며 구멍 속으로 빠졌다. 곧이어 다른 검은 안개 연대원들도 중위의 옆에 죽 늘어서 구멍을 향해 총탄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시간을 끌어줄테니 빨리 이동해! 우리가 이동할때는 너희들이 봐줘야 한다!"
"아 ,알았다고!"
코리와 그의 동료들은 검은 안개 연대원들이 시간을 끌어주는 동안 파괴되지 않은 부분을 통해 구멍을 건넜다. 그 구멍속에서는 그들을 낚아채기 위해 흩날리는 발톱들과 칼날이 번쩍이고 있었다.
"죽어! 죽어라! 좆같은 새끼들!"
팔런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구멍을 향해 사격을 가했다. 구멍 끝자락에서 올라오려던 스피터가 그의 총탄을 맞고 가슴팍에 구멍이 수십개가 뚫려버렸다. 그 스피터는 자신의 가슴팍을 잠깐 쥐더니, 커다랗고 새카만 아가리를 벌렸다.
"허억!"
팔런은 가시가 잔뜩 돚힌 스피터의 입안을 보고 새파랗게 질렸다. 팔런이 굳은채 스피터를 바라보고 있는 장면이 칼리브레의 눈에 들어왔다. 유독한 점액이 가득 묻은 가시독침은 그의 눈엔 차폐복을 뚫고 퍼지기에 충분한 무기로 보였다.
"위험해-"
칼리브레가 팔런을 옆으로 밀쳤다. 그 순간 스피터의 시커먼 목구멍과 길쭉한 아가리에서 가시독침이 발포되었다.
"우,앗."
옆으로 밀쳐진 팔런은 데굴데굴 굴렀다. 수많은 가시독침들은 칼리브레의 왼팔에 한가득 박히며 움직임을 멈추었다. 칼리브레 옆에 서 있던 마리가 지정사수소총의 손잡이릉 잡아당겨 탄피를 빼내고는 스피터의 머리를 조준했다.
[타카앙!]
스피터의 머리가 반쪽으로 갈라지며 체액을 점점이 흩뿌렸다. 죽은 스피터의 시체는 다른 티스 개체들에게 밀쳐지며 구멍의 어두컴컴한 심연속으로 빠졌다.
"크으으으으아아악!"
칼리브레가 왼쪽 어깨를 감싸쥐며 무릎을 꿇었다. 다른 동료들이 그에게 달려와 상처를 살피며 그를 일으켰다.
"으으윽..."
칼리브레는 가시독침의 독성이 온몸으로 퍼져나가는게 고통스러운지 팔을 경련했다. 코리가 그의 피로 범벅인 팔과 붉은 빛을 점등하는 차폐복의 바이져를 바라보았다. 차폐복이 극심한 충격으로 인해 고장이 난 것으로 보였다. 차폐복에서는 삐릭하는 소리와 함께 경고하는 음성이 튀어나왔다.
"오류. 오류. 재생제 투여 실패. 재생제 투여 실패."
"씨팔!"
코리가 칼리브레의 오른쪽 가슴팍을 주먹으로 쾅 쳤다. 그러자 재생제 투여기가 다시 작동되며 칼리브레의 전신에 재생제를 투여하기 시작했다.
"허억..허억.."
칼리브레는 모르핀 성분이 들은 재생제가 투여되자 고통에 저항할 수 있었는지, 숨을 골랐다. 하지만 재생제가 투여되었다고 상황이 종료된 것은 아니었다.
"젠장, 일단 칼리브레 들어! 여기서 빠져나간 다음에 상처를 살피자고!"
코리는 하겐과 마리에게 눈짓을 보냈다. 둘은 칼리브레의 양어깨를 부축하며 구멍 주위에서 신속히 벗어났다.
"이거나 쳐먹어라. 좆같은 새끼들."
코리가 화염 수류탄 2개를 꺼내들었다. 그는 핀을 뽑고 숫자를 세지도 않은 채 구멍 깊숙이 던져넣었다. 곧이어 화염과 폭발이 구멍속을 불태우며 티스들의 갑각 사이를 뜨거운 불길로 감쌌다.
"빨리 건너와! 빨리!"
그는 화염 수류탄에 의해 파괴된 티스들을 보며 검은 안개 연대원들에게 손짓했다. 검은 안개 연대원들 중 보옌이 그들에게 달려오며 부상자가 있느냐고 물었다.
"부상자는? 부상자는 없겠지?"
"젠장.. 한명 있어."
"있다고? 상황이 어떤데?"
"스피터에게 왼쪽 어깨를 공격받았어. 재생제와 차폐복이 독의 전염을 막고 있지만... 이대로가다간 온몸에 퍼지겠지."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어."
"뭐?"
보옌이 자신의 흑빛 글라디오를 꺼내들었다. 그는 아직도 팔을 감싸쥐고 있는 칼리브레에게로 다가가 칼을 들이댔다. 코리는 그 모습에 기겁하며 보옌의 어깨를 잡았다.
"야, 미쳤어? 자르려고?"
"방법이 없잖아! 너에게 소중한 동료 아니냐? 이렇게 독에 중독되어 죽어가는 꼴을 보고싶은거냐!?"
"...잘라.."
"?"
무릎을 꿇고 고통에 신음하던 칼리브레가 보옌에게 말했다. 그의 눈에는 결의가 담겨 있었다.
"자르라고...!"
"알았다."
칼리브레가 고통에 경련하는 왼팔을 내밀었다. 보옌은 글라디오를 높이 치켜들어 그의 팔을 향해 내리쳤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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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소리지?"
시스 소대와 같이 달리던 피터가 함체 내부에 울려퍼지는 진동에 귀를 기울였다.
"나는 왜인지 알겠는데."
피터의 말에 간단히 대답해준 시스가 어둠이 드리워진 복도를 향해 총을 겨누었다. 복도에 비치는 작은 빛이 복도에서 무엇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지 보여주었다.
"티..스다.."
레이크가 겁을 먹으며 몸을 떨었다. 곧이어 새하얀 발톱. 날카로운 이빨. 그리고 먹잇감만을 찾아대는 눈이 그들에게 향했다. 그들은 괴성을 지르며 피터 일행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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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에모트 님."
신체가 기이하게 뒤틀린 반역자가 시체와 인간으로 만든 공예품이 가득한 방에 누워있는 악마에게 다가와 말했다. 악마는 자신에게 말하는 반역자를 느릿하게 내려다보았다. 그는 공포에 벌벌 떨고 있었다.
"무슨 일이더냐?"
"그.. 저... 프레드릭 요네 선장이 살해당했-"
"뭐라고?!"
베에모트라고 불린 악마가 몸을 일으켰다. 반역자는 그 모습에 더욱 공포에 떨며 머리를 조아렸다. 악마는 벌벌 떠는 그를 보고는 콧방귀를 한번 뀌더니 다시 자리를 잡고 벽에 기대어 누웠다.
"흥. 그 자는 어차피 버리는 말이나 마찬가지였어. 다른 일은 없을테니, 꺼지도록해라."
"하, 하지만.. 아직 드릴 말씀이 남았습니다.."
"하아..."
베에모트는 한 손가락을 들어올리고 까딱거렸다. 빨리 말하라는 소리였다.
"저희가 있는 피크 함선 내부로 티스들이 침입했습니다. 지금 티스와 연방군들이 교전하고 있지만.. 티스가 함선을 점거하는 것은 멀지 않은 일로-"
"닥쳐라!"
베에모트가 큰 소리로 외쳤다.
"가 봐."
"ㄴ,네. 네!"
반역자는 벌벌 떨며 게이트 밖으로 나갔다. 그가 황급히 나가는 모습을 본 베에모트는 크르르 거리며 사지가 잘려 벽에 결박당한 인간들을 손톱으로 쓰다듬었다. 결박당한 인간들은 샛노란 손톱이 자신에게 닿자 겁에 질리며 벗어나기 위해 몸을 떨어댔다.
베에모트는 그런 그들의 배를 갈라 내장을 쏟게 만들고는 자리에서 살포시 일어났다. 그는 방 여기저기에 놓인 자신의 무기 중 거대한 양날 도끼를 집어 들고는 그곳에 묻은 피의 흔적들을 닦아냈다. 그는 도끼를 들고 잠시 생각하더니 혼잣말을 내뱉었다.
"인간들은.. 우리의 것이다.. 그 누구도 뺏어가지 못해..."
도끼로 게이트를 베어버린 베에모트가 게이트 밖으로 나왔다. 게이트 밖 복도에는 수백명의 반역자들과 악마들이 진열을 갖추고 대기중이었다. 베에모트는 그들을 흐뭇하게 바라보고는 크하하 웃고 도끼를 높이 들었다.
"사냥 시작이다! 지옥의 군세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