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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8화 〉[반역의 이유] (58/131)



〈 58화 〉[반역의 이유]

정신 통제자를 쓰러트린 피터 일행과 검은 안개 연대원들은 대열을 갖추고 선장실을 포위했다. 게이트에서는 정신줄을 놓고 괴성을 지르며 달려나오는 반역자들이 몇몇 있었지만, 그들은 금방 화망에 찢겨나가며 고깃덩어리가 되어버렸다.

"사격 중지!"

시스가 손을 들며 공격을 중지시켰다. 그는 손가락 2개를 피더니 들어가라는 손짓을 취했다. 그러자 검은 안개 연대원 두명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게이트 내부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타타타타탕! 드르르르륵!]

"크억!"

"으아악!"

검은 안개 연대원 둘이 선장실 내부로 진입하자마자, 대기하던 반역자들의 총탄이 쏟아졌다. 시스는 손을들어 문을 그린 다음 손가락 2개를 들더니 주먹을 쥐었다 놓았다.

시스의 수신호를 알아들은 검은 안개 연대원들 중, 제스와 테니가 선장실의 입구 양옆에 딱 붙었다. 그들은 섬광탄을 하나씩 꺼내들더니 핀을 뽑고 잠시 기다리다가 선장실 내부로  던졌다. 섬광탄이 땅에 굴러들어가며 티틱하는 소리가 울렸다.

[ 삐이이이익-- ]


번쩍하는 섬광과 함께 쇳소리나는 소음이 공기를 찢고 퍼져나갔다. 선장실 내부는 반역자들이 당황하며 총탄을 난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은 시야가 멀어버려,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난사하고 있는  같았다.


"진입!"

제스와 테니가 진입하며 발포했다. 그들이 발포한 총탄에 3명의 반역자가 쓰러지며 허공에 총탄을 흩뿌렸다. 선두로 진입한 제스와 테니의 뒤를 따른 나머지 검은 안개 연대원들도 진입하며 연막탄을 던졌다. 연막탄은 금방 검은 안개를 뿜어대며 시야를 가렸지만, 차폐복을 입고 있는 검은 안개 연대원들에게는 심할 정도로 시야를 가리지 않았다. 오히려 섬광탄에 의해 시야가 멀었다가 되돌아온 반역자들이 연막으로 인해 콜록거리며 사방을 분간할 수 없게 만들었다.


선장실 사방에서 총성이 울렸다. 검은 안개 연대원들의 소총에서 불이 뿜어져 나가면, 반역자들은 마치 사격장의 표적지처럼 저항 한번 못하고 머리가 터져나갔다.

"무, 무섭구만."

레이크가 그들의 기계같은 모습에 소름이 끼치는 듯 몸을 한번 떨었다. 피터도 그들의모습을 보며 상당한 실력들을 가진 군인이라는 것을 눈으로 느끼고 있었다.

"상황 종료! 상황 종료!"


제스가 헬멧의 바이져를 내리며 진압이 완료되었음을 알렸다. 시스는 그녀의 말을 듣고는 OK사인을 보낸 뒤 피터 일행을 돌아보았다.


"이제 쥐새끼를 잡을 시간이군."

시스와 피터 일행은 이미 상황이 종료된 선장실 내부로 천천히 걸어들어갔다. 선장실 내부 곳곳에는 섬광탄이 터져 바닥이 그을린 흔적과 아직도 매캐한 연막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연막이 어느정도 걷히자, 땅바닥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는 수십 명의 반역자들이 보였다.


"프레드릭은?"


시스가 헬멧의 바이져를 내리며 테니에게 다가갔다.


"여기 있습니다."


테니는 그에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박수를 두번쳤다. 그러자 병사들이 중년의 한 남성을 질질 끌고왔다. 그의 얼굴은 강하게 얻어맞았는지 피와 멍으로 얼룩져 있었다. 또한 그의 새하얀 연방 우주 장교의 복장 여기저기 그려진 기이한 문양들은 그가 반역자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아이고. 연방을 저버리신 반역자 선생님이 이리도 쉽게 잡혀버리시면."

시스는 프레드릭을 비웃으며 허리를 숙였다. 프레드릭은 자신을 비웃는 시스의 웃음에 썩은 미소를 지었다.


"개같은 새끼!"


테니가 프레드릭의 뺨을 주먹으로 후려쳤다. 프레드릭의 턱에서 빠각 소리가 나며 이빨 두어개가 선장실 바닥으로 튕겨져 나갔다.


"테니, 그만."

테니를 제지한 시스가 그의 앞에 쭈그려 앉더니 그의 가슴팍에 그려진 기이한 문양을 잡아 끌었다.

"지옥 군세의 문양... 이것으로 네놈은 고작 하찮은 의미로 반역한게 아닌, 악마와 협업을 했다는 것을 증명하게 되었다. 그리고 연방은 네놈의 죽음을 원하고 있지."

자리에서 느릿하게 일어난 시스가 권총을 꺼냈다. 고속으로 회전하는 관통탄을 가진 연방 제식 권총은, 이 불쌍한 반역자의 머리통을 사과처럼 뚫어버리는 데에는 적합한 무기였다.


"죽기 전에 할 말은 있느냐.  배신자야."

"..."


"없나? 그럼 빨리 죽여야겠군."


시스는 차가운 권총의 총구를 프레드릭의 이마에 대었다.

"흐흐."


"?"

"...우리는...시간 끌기용이야."


"뭐라고?"


시스가 권총을 거두고 그에게 물었다.


"...우리는 원대한 계획을 위해 목숨을 바친거야..."

"똑바로 말해."


"우리의 진리, 우리의 희망... 인류의 지배자들이 다시금 돌아온다.. 어두운 우주를 넘..어.. 붉게 타오르는 지옥에서..!!"

프레드릭이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은 흰자가 없이 새까맸다. 마치 별이 하나도 존재하지 않은 어두컴컴한 은하계처럼...


"너희는..진 거야... 벌써 수십개의 행정 구역이 지옥 군세의 발 아래로 떨어졌다.. 메니칸.. 고르페우스.. 할루키.."


"뭐?"

반역자의 입에서 술술 나오는 말을 듣고 있던 피터가 한 개만 남은 손으로 그의 멱살을 쥐었다. 고르페우스 구역. 피터의 고향과 소중한 가족들이 있는 그곳...

"지금 고르페우스 구역이라고 했냐?"


"설마.."

에리도 주먹을 꽈득 쥐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오."

프레드릭은 새까만 눈동자를 굴려 피터를 바라보고는 짧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피터의 행동을 알아차린 듯한 모습이었다. 그는 입가에 비웃음을 띈 채 피터를 비꼬았다.

"그곳에 네 소중한 것들이 있나보지? 걱정마라.. 그들도 군세의 지배를 받고 있을 터이니.."

"이런 개새-"

[타아앙!]

프레드릭의 머리통이 쪼개지며 뇌수가 천장에 점점이 뿌려졌다. 반역자의 도발에 흥분한 피터를 대신해 시스가 권총의 방아쇠를 당긴 것이었다.

"이봐! 나는  자식한테 들을 말이 있어. 왜 죽인거야?!"

"요즘들어 연방에 속한 여러 행정 구역에 통신이 두절되는 일이 잦았지. 이게 다 지옥 군세놈들이 벌인 짓이었을 줄이야."

"야, 사람이 말을 하고 있잖냐...?"


"반역자와 오랜 대화를 하지마라. 반역자가 씨부리는 말은 너를  괴롭히고 죄여올 뿐이다. 심하면 놈들에게 넘어가 타락할 수도 있고 말이야."


"...젠장."


피터는 절망한 채 땅바닥에 털퍽 앉았다. 시스는 그를 안타깝게 본 뒤, 자신의 병사들을 돌아보았다.


"반역자 프레드릭 선장은 방금 처단되었다! 우리의 임무는 여기서 끝이다. 당장 착륙장으로 이동해  뭣같은 곳에서 빠져나간다!"

"예!"


검은 안개 연대원들이 선장실을 나가며 주위를 살폈다. 시스는 절망하고 있는 피터를 일으키면서 테니에게 말했다.

"테니, 보옌에게 선장실이 아니라 착륙장에서 보자고 해. 착륙장에 있는 에키 분대한테는 제압한 연방 보병들 풀어주라고 하고."


"알겠습니다."

"...너희도 착륙장으로 들어왔나?"

시스에게 부축받으며 일어나는 피터가 그에게 물었다.

"그렇다. 착륙장 게이트를 폭파시키느라   먹었지."

"그럼, 착륙장에 있는 연방군 녀석들은?"

"죽이진 않았어. 우리 연대원들이 조종병들을 제압했을 뿐이지."

"...(퍽도 안심이 되는 소리군.)"




.
.
.
.

"중위님, 시스 대위님쪽에서 무전을 보냈습니다."


"뭔데?"


"프레드릭 요네 선장이 처단되었고, 따라서 탈출을 위해 저희가 침투했던 2번 착륙장으로 이동하랩니다."


"좋아. 잘 됐군."


"잠깐, 내 친구들은?!"

옆에서 보옌과 병사가 대화하는 것을 엿듣던 코리가 갑자기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야, 내 친구들은?"

"같이 있던 연방군 보병 4명은 무슨 말 없던가?"


보옌이 병사에게 묻자, 병사는 자신의 헬멧에 무전망을  누군가와 대화하기 시작했다.

"여기는 쉐인. 귀소 측과 함께하던 연방 보병들은 괜찮은가?"


"---..---..----."


"알았다."


병사는 무전을 종료하고는 보옌을 쳐다보았다.

"겐이라고 불리던 병사는 전사했고, 나머지 3명은 괜찮댑니다."

"이렇다는데."

"음..."

코리는 잠시 생각이 멈추었다. 겐 같은 동료가 죽었으니 슬픈 것은 맞지만,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살아남은 피터와 친구들이 있어 기뻤다. 그야말로 어느 장단에 슬퍼하고 기뻐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뭐, 음.. 어.."

"알았으니 됐지? 전 소대원, 착륙장으로 이동!"

"예!"

보옌과 그의 소대원들이 시스 대위의 중대와 합류하기 위해 이동흘 시작했다. 착륙장으로 가는 길은 여기서 그렇게 멀지 않았다. 층을 3칸 내려간 뒤 조금만 걸으면 되는 것이었으니까.


"코리. 피터쪽은 어떻데?"

칼리브레와 하겐이 대열을 맞춰 사방을 살피며 걷다가, 그에게로 슬그머니 다가와 물었다. 코리는 그들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뭐,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 중, 먼저 듣고 싶은 것 있어?"

"...좋은 소식?"


"피터와 에리, 레이크가 생존해 착륙장으로 이동 중이래."

"그거 잘 됐네!"


칼리브레가 박수를 짝 쳤다. 옆에 있던 하겐이 그럼 나쁜 소식은 뭐냐고 물었다.

"그럼 나쁜 소식은?"

"겐이 죽었어."

"칫..."

"아."

둘의 얼굴이 약간 어두워졌다. 동료가 죽는 것은 언제나 있는 일이었지만, 항상 슬프게 다가오는 일이기도 했다.


"이번 작전으로 얼마나 죽은거지..?"

그들의 뒤에서 걷고 있던 마리가 랭포드의 지정사수소총을 꽉 쥐며 고개를 숙였다.


"...우리 소대만 적어도 21명."


팔런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소대 충원을 받은 의미가 사실상 없구만..."


힘없는 말을 한마디씩 내뱉던 동료들을 돌아본 코리가, 무언가를 잠시 생각하더니 그들에게 전부 들리도록 크게 말했다.

"그래도..! 우리는 살아남았어. 죽은 녀석들이 누리지 못한... 그러니까! 우리는 그 녀석들을 생각하면서 살아남아야 해. 언제까지나 이렇게 질질 짜고 있으면, 녀석들도 슬퍼할거라고..?"


"..."

"푸흡."

"하하.."


동료들이 코리의 말에 너털 웃음을 터트렸다. 그들의 얼굴에 약간의 생기가 돌아왔다.


"뭐, 뭐야? 왜 웃어?"


팔런이 크흠거리며 웃음을 참고는  웃는지 이유를 말해주었다.

"크흠. 큼! 어.. 코리도 가끔 이렇게 남을 생각해주는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었구나. 싶어서 그런거지."

"어.. 꼭 그런 의도로 말한게 아닌데.. 어쨌든 힘이 되었다니 됐어!"


"이봐! 조용히 해. 아직은 적진이라고!"


검은 안개 연대원 한명이 그들을 돌아보며 쉿하는 제스쳐를 취했다.

"아, 알았다고."

"쉿!"

"(존나 깐깐하네..)"


코리와 동료들은 그저 입을 닫았다. 그들이 우주가 훤히 보이는 천장이 투명한 복도를 걷고 있을 때, 뭔가가 날아오는 것을 보기 전까지는.


"저거 뭐야?!"


"이쪽으로 날아오는 거, 맞지?"

코리와 동료들이 우주 공간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저 멀리 거대한 물체 수십개가 함선을 향해 돌진하는 것이 어느 검은 안개 연대원의 눈에 들어왔다.


"중위님! 뭔가 다가옵니다!"


"뭐?!"

보옌도 우주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그곳에는 40m는 될만한 크기의 물체들이 뾰족한 날을 앞세우고 날아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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