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5화 〉[검은 안개 연대 2]
[타타타탕! 드르르르륵-!]
"키야아아아악!"
"쿠웨에에엑-..."
검은 안개 연대원들이 발포하는 총탄에 악마들이 비명을 지르며 죽어갔다. 그들은 지금까지 다른 연방 보병들이 쏴댔던 총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들은 확실히 고통을 느끼며 죽어갔다.
"이봐! 검은 안갠지 뭔지하는 양반!"
코리는 그들 옆에서 악마들에게 손수 탄환들을 선물해주며 망토를 두른 병사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지?"
"그냥 궁금해서 그런데, 왜 놈들이 너희들의 총탄을 두려워하는 것 같지? 내 착각이야?"
"..."
"뭔데?! 알려줘!"
"그냥 대악마용 탄환이라고 생각해. 이 이상은 기밀이다. 작전에 집중해라."
"쳇!"
코리는 고개를 돌려 자신을 보며 입맛을 다시는 악마의 머리통에 총을 갈겼다. 놈은 머리통에 구멍이 뚫리고도 코리를 똑바로 응시하며 저주받은 언어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네놈들의 연방은 파멸할 것이며, 인류는 우리의 것이 될 것이다! 아, 불타는 지옥과 우리의 의지가-"
"닥쳐!!"
[타타타탕!]
.
.
.
.
"으윽..."
피터가 얼굴에 느껴진 아른한 충격을 떨치며 일어났다. 그는 무릎 꿇려진 채로 얼굴을 흔들다가 문득 자신의 오른손이 어느 기둥에 줄로 묶여져 있음을 깨달았다.
"이게 무슨 일이야?"
"정신이 드나?"
"...?"
피터의 앞에는 검은 차폐복을 입은 병사들이 그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들의 옆에는 에리와 겐, 레이크도 손발이 묶인 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당신들은 누구지?"
"너희들이 그것까진 알 필요 없지. 일단 아군이라고 해 두마."
"그렇다면 우리를 죽이지는 않겠군..."
"말귀를 잘 알아먹네."
망토를 두른 병사가 차폐복의 바이져를 내리고는 피터를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그러나 어느 병사가 진지한 얼굴로 그에게 귀띔을 해오자, 그의 얼굴은 걱정과 고민으로 일그러졌다.
"시스 대위님, 먼저 진입한 보옌 중위가 악마들을 발견, 교전 중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찾던 그 놈도 있는 것 같습니다."
"타무즈? 벌써 찾았데?"
"예."
"지원은 필요하다고 하던가?"
"...괜찮다고는 하던데요."
"녀석이 괜찮다면 괜찮은거야. 제스! 테니 분대한테 주위 경계 그만하고 준비하라 해. 우리는 다켄 크로이츠가 마지막 신호를 보낸 곳으로 이동한다. 프레드릭은 그곳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보옌에게 여기에 있던 연방 보병들이 합류했다고 전해."
"네. 그럼 이 연방 보병들은 어찌할까요?"
"...해."
"예."
제스라고 불린 여성이 나이프를 들고 피터 일행에게로 걸어왔다. 그녀는 피터에게 나이프를 들이밀었다.
"이봐, 지금 이게 무슨 짓이야?!"
[툭]
하지만 제스는 나이프로 그들의 속박을 풀어주었다. 제스는 밧줄의 재질이 묻은 칼날을 툭툭 털어내고는 칼집에 집어넣었다.
"움직여라. 다켄 크로이츠 대위가 사망한 이상, 우리가 이곳의 현장 지휘자들이다. 우리들의 작전은 이곳에서 3개의 게이트를 돌파해 선장실로 진입하는 것이다. 그곳에서, 잔득 쫄아있을 프레드릭을 사살한다."
"사살? 우리가 받은 명령과는 다른데."
피터가 잘린 왼팔의 고통을 잊으려는듯 왼팔을 설설 흔들었다.
"연방에서는 반역자들의 진상을 알기위해 처음엔 체포를 명령했지만... 악마가 관여된 이상 놈은 불구대천의 원수다. 놈은 당장 죽어야만한다."
"알겠어. 알겠다고."
시스가 게이트 밖으로 나가며 다른 병사들에게 눈치를 주었다. 다른 병사들은 그에게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피터 일행에게 장비와 무기를 되돌려 주었다.
"두들겨패고는 약이라도 주는건가?"
레이크는 턱이라도 얻어터졌는지, 자신의 턱을 주물렀다. 겐도 신경질적으로 무기를 받아들고는 그들을 노려봤다.
"다들 이동해! 시간을 끌어봤자 좋을 것 하나 없다!"
시스의 외침이 울리자, 검은 안개 연대원들은 급히 게이트로 달려나갔다. 피터 일행도 마지못해 한마디씩 내뱉고는 그들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어차피, 이런 위험한 곳에서는 그들을 따르는 게 살 수 있는 확률을 조금이라도 올려줄 것이 뻔했으니까.
.
.
.
.
"크크크크..."
"저 자식은 또 뭐야?"
코리의 동료들, 검은 안개 연대 소대는 린의 행방을 찾아 3 거주 구역의 깊은 곳으로 진입했다. 악마들과 반역자들에 의해 20분이라는 아까운 시간을 소모하기는 했지만 그들은 린의 신호가 울려퍼지는 곳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거대한 덩치의 악마와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또 다른 노예들이 왔도다. 네놈들도 선택해라. 노예가 되어 우리에게 굴복할 것인지, 아니면 이년처럼..."
악마가 손가락으로 구석을 가리켰다. 구석에는 어린아이 정도 크기의 악마들이 몰려서 무언가를 씹고, 문질러대는 듯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린, 그들이 그렇게 도우려고 노력했던 그녀. 피터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마지막에는 자신의 대원을 위해 용기를 낸 그녀는 지금 악마의 무리에게 뒤덮여 있었다. 차폐복 이곳저곳은 찢겨지고 벗겨졌으며, 드러난 살갗에는 수십가지의 얕고 깊은 상처들이 나 있었다. 그 위에는 마치 볶음밥 위에 올리는 소스처럼, 악마들의 체액이 뒤덮고 있었다. 린의 얼굴은 이미 숨이 끊어져 완전히 창백한 표정이었다. 그녀가 얼마나 끔찍한 절망속에서 죽음을 맞았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표정이었다.
"씨팔..."
코리가 그녀의 끔찍한 몰골에 눈을 돌렸다. 보옌 중위는 끔찍한 광경에도 차분히 자신의 대원들에게 명령하고 있었다. 확실히 그는 이런 것에 경험이 많은 남자였다.
"레일 캐논 분대! 준비해! 타무즈의 가슴팍을 녹여버려라! 분대지원사수들은 얼굴을 집중적으로 공격해!"
"으악!"
코리가 악마의 손톱을 구르며 피했다. 그는 보옌의 옆으로 굴러와 저놈은 대체 뭐냐고 물었다.
"저 새낀 대체 뭐야? 저런게 있다고는 안 했잖아!"
"지금은 바빠! 너희들도 놈을 계속해서 사격해! 레이져 응축기로 집중사격해서 한 부분을 노려라! 우리가 놈의 모가지를 떨어트리겠다!"
이윽고 검은 안개 연대의 화력 투사가 시작되었다. 레일 캐논을 장전한 한 명이 레일 캐논을 들고, 2명의 대원이 조준과 발사를 맡는 작업이 이뤄졌다. 레일 캐논은 푸른 빛의 빛줄기를 내뿜으며 타무즈의 가슴팍에 명중했다. 놈의 가슴팍이 바싹 타들어가며 치이익하는 소리가 났다.
"크아아아악!"
고통에 괴성을 지른 타무즈가 자신의 *곡도를 레일 캐논 분대에게 던졌다. 곡도는 휘릭하며 날더니 3명을 간단히 베어버리고는 벽에 쳐박혔다. 레일 캐논 분대원들의 핏방울이 사방으로 튀었다.
(*곡도: 끝이 휘어진 칼.)
"제길! 다음 레일 캐논 준비해!!"
보옌은 수류탄 하나를 꺼내들고는 타무즈의 발 아래로 휙 던졌다. 수류탄의 파편이 튀며 타무즈의 다리와 하반신에 박혔다. 타무즈는 다시금 고통의 괴성을 지르며 한쪽 무릎을 꿇고는 벽에 박힌 자신의 곡도로 손을 뻗었다. 그곳은 분대지원사수들이 기관총을 쏘아대며 교전하고 있는 곳이었다.
"-!"
보옌은 타무즈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순식간에 알아챘다. 분대지원사수들도 타무즈의 계략을 뒤늦게 알아채고는 피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위험해-!"
벽에 쳐박힌 곡도가 뽑혀지며 주위를 헤집고는, 타무즈의 손으로 되돌아왔다. 분대지원사수 4명은 최대한 빠르게 반응하고 움직였으나 목이 잘려나가며 죽음을 맞이했다.
"씨팔!"
코리는 4명의 병사가 허무하게 죽어버린 것에 기겁하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는 자신의 동료이자 대원들에게 총공격을 퍼부으라고 소리쳤다.
"젠장!! 레이져 응축기로 놈의 목덜미를 조준해! 머리를 떨어트려버리는거야!"
코리는 자신의 소총 하단부에 달린 레이져 응축기의 방아쇠를 당겼다. 곧이어 파란색의 레이져 탄환들이 발사되며 타무즈의 목덜미를 공격했다. 그러나 약간의 그을음만을 남기고는 큰 타격을 입히지는 못했다.
"내가 쏜 곳 보이지?! 저기를 집중 공격해!"
"알았어!"
"예! 중사님!"
연방 보병들의 레이져 탄환들이 퓽퓽 거리며 타무즈의 목덜미로 날아갔다. 그러나 거대한 몸집을 가지고있는 타무즈였음에도 병사들의 공포심과 조준 미스로 인해 목덜미 부근에만 그을음들이 잔뜩 생겼다.
"(이렇게 가면 안돼. 이렇게 가다간 모두 전멸이다..!)"
코리는 레이져탄과 레일 캐논을 맞고도 사실상 멀쩡한 타무즈를 바라보고는 상당한 불안을 느꼈다. 이대로 가다가는 검은 안개 연대는 물론, 자신의 동료들, 더 나아가서 부상당한 피터까지 목숨이 위험해지는 상황이었다.
"(아!)"
코리는 타무즈의 뒷편을 바라보고는 갑자기 뒤돌아서 자신의 동료들에게 달려갔다. 보옌은 그에게 도망치는거냐고 소리질렀다.
"이런 겁쟁이 자식! 적을 앞에 두고 도망치는거냐?!"
"나도 다 생각이 있수다! 하겐!! 우리 남은 폭발물 어딨어?!"
"뭣?!"
하겐이 대원들을 뒤돌아보았다. 칼리브레는 동료들이 갖고있던 폭발물을 찾아내 위로 치켜들었다.
"이거 말하는거지!"
"그래~! 역시 칼리브레야! 그거랑 기폭 장치 이리 줘!"
"알았어!"
칼리브레가 성인의 상체만한 폭발물 상자를 건넸다. 그 위에는 빨간색 버튼이 달려있는 기폭 장치가 가만히 놓여져 있었다. 코리는 폭발물 상자에 있던 기폭 장치를 자신의 가슴팍에 수납하고는 폭발물 상자를 들고 달렸다.
"어디가는거야?!"
"시간을 끌어줘!"
"설마-!"
보옌이 그의 손에 들린 폭발물을 보고는 아차하며 외쳤다. 그는 코리의 뜻을 알아챘다.
"타무즈가 녀석을 공격하지 못하게해라!! 다들!"
"예!"
검은 안개 연대원들이 죽은 동료가 잡고 있던 분대지원화기를 집어들었다. 그들은 죽은 동료가 집었던 총을 들어 타무즈에게 조준한 후 초당 수십발의 연사 속도로 놈을 공격했다.
피터의 소대원들도 유탄 발사기를 장전해 타무즈의 복부를 공격하거나, 지정사수소총으로 타무즈의 눈알을 공격하고 있었다.
"이, 이 미개한 새끼들이----!"
타무즈는 분노하며 벌떡 일어섰다. 그는 자신의 등에 달린 거대한 날개를 활짝 피었다. 날개가 펼쳐지자, 날개에 그려진 기이한 문양들과 비명을 지르는 해골 같은 문양들이 병사들의 정신을 압박했다. 병사들의 머릿속에서 달콤한 악마들의 유혹이 울려퍼졌다.
"다.. 다들 굴복하지마라..! 연방을 위하여..!!"
"여, 연방을 위하여-!"
"연방을 위하여!"
검은 안개 연대원들과 병사들은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악마의 속삭임을 견뎌내고 있었다. 놈의 속삭임은 따듯한 침대처럼 푹신하고 안락함을 약속하며 옥죄었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동료와 의지로 그것을 버티고 있었다.
"이제 됐다!"
어느새 타무즈의 뒤로 돌아간 코리가 달려나오며 엄폐물에 숨었다. 그는 모든 병사들이 볼 수 있도록 빨간 기폭 장치를 높게 쳐들었다. 보옌은 그의 행동을 보며 아무거나 꽉 잡으라고 소리 질렀다.
"차폐복 중력 장치를 가동하고, 아무거나 붙잡아! 빨려들어간다!"
[콰아아아아앙!]
타무즈의 뒷편에서 폭발이 작렬했다. 폭발은 타무즈를 잠깐 감싸더니 함선에 커다란 구멍을 뚫어버리고는 타무즈를 빨아들였다.
"크아! 크아아아아아!! 창녀의 자식들 같으니라고--!!"
타무즈는 함선 표면에 뚫린 거대한 구멍으로 빨려들어가 우주 공간에 내팽개쳐졌다. 놈은 그 즉시 주위에서 대기하던 검은 안개 연대 소속 함대들에 의해 집중 공격을 받고 산화되었다.
[끼기이긱. 기이잉.]
함선은 커다란 구멍이 뚫린 부분을 자체 보수하며 두꺼운 장갑으로 감싸기 시작했다. 이윽고 함선의 구멍은 두꺼운 철판으로 뒤덮이며 응급처치가 완료되었고, 없어진 산소를 보충하기 위해 함선 내부에서 치익거리며 산소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끄, 끝났나."
코리가 기폭 장치를 훽 던져버리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나머지 대원들도 주위를 살피며 남은 악마들이 있는지 살폈다. 주위는 깨끗했다. 인간들의 피와 살점이 떨어져 있긴 했지만.
"잘했다."
보옌은 무기를 거두고는 벽에 기대어 앉은 코리에게로 다가갔다.
"하... 검은 안개 연대라더니, 우리가 일을 해결했잖아?"
"허. 띄워주니 잘난 체 하는군. 일어서라."
코리에게 어이없다는 얼굴을 한 보옌이 손을 뻗었다. 코리는 그의 손을 잡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읏차."
"보옌 중위님, 일단 이곳은 처리가 완료된 것 같습니다. 더이상 생명체의 신호도 안 잡히고, 이들에게 구원을 요청했던 린 소대도 전멸한 걸로 보입니다."
검은 차폐복을 입은 병사가 코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보옌은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거린 뒤, 대위님에게 들어온 정보는 없냐고 물었다.
"알겠다. 대위님이 내리신 명령은 없나?"
"있습니다."
"뭐지?"
"지금 다켄 크로이츠 중대가 전멸한 선장실로 이동 중이라고 합니다. 2 거주 구역에서 발견한 4명의 연방 보병들과 이동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우리도 합류해야 될 것 같습니다."
"그래? 알았어. 애들 준비시켜."
"수호."
검은 안개 연대원이 뒤돌자, 코리가 보옌의 어깨를 잡았다.
"잠깐, 지금 저 녀석이 4명의 연방 보병이라고 말했지?"
"그래. 왜 그러지?"
"아.. 됐다. 다행이다.."
코리는 안심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보옌은 그런 그를 모르겠다는 눈치로 쳐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