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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9화 〉[반역자들의 함선] (49/131)



〈 49화 〉[반역자들의 함선]

반역자들의 함선 내부는 정말로 어두웠다. 길고 넓은 복도에는 파괴된 조명들이 가끔 가다 반짝일 뿐이었다. 그런 어두운 함선 내부에서도 반역자들의 습격은 계속해서 멈추지 않았다.

"전방에 자폭병입니다!"


피터에게 전방을 경고하며 총기를 난사하던 소대원이 총기를 다시 바로 잡았다. 그는 조준기의 눈을 가까이 대더니 적을 정확히 조준하기 시작했다.


"으하하아아아!!!"

온몸에 수류탄을 잔뜩 맨 나체의 반역자가 괴성을 지르며 복도를 가로질러 달려올 때, 주준하고 있던 병사의 소총이 불을 뿜었다. 총탄이 복도를 날아 놈의 가슴팍에 박혔다.

"크어...억."


자폭을 하기 위해 달려들던 반역자의 가슴팍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자폭병은 비틀거리며 쓰러졌고, 곧이어 핀이 뽑힌 수류탄들이 땅바닥에 구르기 시작했다.


"...!!..모두 엎드려-!"


피터는 고함을 지르며 자신 바로 옆에 있던 에리의 뒷덜미를 잡고 동시에 엎어졌다. 곧이어 수류탄들이 폭발하며 파편과 폭발이 사방에 튀었다.


"크으윽-! 다들 괜찮아?"


"괜찮아!"


"으윽."

"다들 조금만  힘내! 놈들의 공격이 거세졌다는 건, 포대 조종실이 멀지않았다는 소리니까!"


"예!"

"하겐! 코리! 산탄총으로 선두에 서!"

"오케이!"

"알겠어!"

코리와 하겐이 소대원들을 젖히고는 선두에 섰다. 그들은 들고 있던 소총을 매고 매고 있던 산탄총을 집었다. 곧, 둘의 손에는 12발이 장전되는 전투 산탄총이 들려있었다. 전투 산탄총의 파쇄 산탄은 근접전에서는 차폐복을 입고 있는 적이라도 순식간에 분쇄해버릴 수 있을만큼 위협적인 성능을 자랑하는 무기였다.


피터의 소대는 적들의 공격을 조금씩 뿌리치며 포대 조종실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비록 적들이 난사하는 무기에 여러명의 대원이 치료도 받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했지만, 그들의 죽음을 슬퍼할 시간은 누구에게도 없었다.

"(제길, 사방이 어두워서 야간 투시기능을   밖에 없는데.. 이러면 놈들의 사격으로 눈 앞이 너무 밝아져서 시야 확인이 안돼..!)"

피터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헬멧에 달린 야간 투시 기능을 종료했다. 그는 허벅지에서 후레쉬를 하나 꺼내 자신의 소총에 장착하곤 어둠을 밝혔다. 야간 투시경보다는 당연 불편하고 효율이 적었지만, 지금은 이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었다.

"우왓!!"


선두에 서 있던 코리가 주춤하며 뒤로 물러섰다. 그는 깜짝 놀랐는지 엉덩방아까지 찧으며 넘어졌다. 그가 방금 전까지 서 있던 곳에는 날카로운 날붙이가 휘이 소리를 내며 지나가고 있었다.

"죽어라!"


하겐이 어둠 속을 향해 산탄총을 난사했다. 12발의 파쇄 산탄이 복도 내부에 흩뿌려지며 이미 쓰러져있던 시체를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하지만 코리를 공격해  형체는 전혀 피해를 입지 않은 것 같았다.

"제길, 뭐야! 피터, 이 자식.. 인간이 아닌 것 같은데!"

코리가 선두에서 하겐과 물러났다. 50명에 달하는 소대원들의 후래쉬가 복도를 가득 메웠다. 어둠이 걷히자, 날붙이를 휘두르던 형체의 정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크으으."

놈의 정체는 글라디오의 칼날을 자신의 양팔에 박아넣은 인간이었다. 그의 손이 있어야할 두 자리에는 핏빛으로 물든 글라디오  정이 박혀 있었다. 놈은 자신을 바라보는 피터 소대원들의 얼굴을 쓱 훑어보고는 흥분에 떠는 변태처럼 몸을 진동시키기 시작했다. 놈이 몸을 진동시키며 칼을 복도의 벽과 바닥에 슥슥 긁어대자, 복도 사이사이 열린 문을 통해서 놈과 비슷한 모습이 인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온몸에  수 없는 문양들을 잔뜩 새긴 놈들은 피에 미친 광신도들 같았다.

"(이놈들은.. 위험하다!)"

"피터! 어떡하지?"

팔런이 피터의 명령을 살피며 긴장하는 표정을 지었다. 팔런과 마찬가지로 모든 소대원들은 그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소대원들은 긴장한 그 순간에서도 대열을 맞춰 섰다. 소대 대열의 첫줄은 아군 사격을 방지하기 위해 무릎을 꿇고 총기를 조준했다.


"(놈들이 아무리 빠르고 날렵하더라도.. 이정도 병력의 화망은 피하지 못할거야. 복도 내부를 화망으로 가득 채우면..!)"


순간적인 미래의 상황이 피터의 머릿속에 스쳐지나갔다. 그는 자신의 판단을 믿어보기로 했다.


"쏴! 싹 쓸어버려!"

피터의 명령에 대원들의 소총이 일제히 불을 뿜었다. 복도에는 수백, 수천발의 총성이 길게 울려퍼졌다. 총탄들은 빗나가는 경우도 잦았지만 밀집된 화망으로 인해서 기괴한 형상을 한 적들에게는 어느정도 명중하고 있었다.


"크으오... 크아아악-!"

인간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괴생명체들은 보병들이 집단으로 몰아붙이는 화망의 화력에 온몸이 터지고 찢겨져 나가며 삶을 마감하고 있었다. 인간이 이상하게 변해버렸다고해도 본체는 곧 인간이었으니, 총탄에도 커다란 대미지를 입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놈들이 하나둘 쓰러지고 땅바닥을 피로 적시자 피터가 한손을 척 들었다. 그것에 맞춰 병사들의 사격이 동시에 멈췄다.


"...한 놈 살아있는데 어떡하지?"


코리가 자신의 탄창을 교환하며 피터를 곁눈질했다.

"음."


피터는 자신의 SK-2소총 조준기에 시선을 갖다댔다. 그는 숨을 한번 참고는 아직까지도 비틀거리며 일어서 있는 놈의 미간을 조준했다.


[ 타앙! ]

놈의 미간에 주먹만한 구멍이 뚫리며 사과가 터지는 소리가 났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던 놈은 곧 죽음을 맞이했다.

"이제 이동하자. 지도에 따르면..  게이트가 포대 조종실의 입구야."


피터와 소대원들은 피와 장기로 얼룩진 어두운 함선 내부를 조심스럽게 걸으며 4m는 될만한 크기의 게이트로 다가갔다. 피터는 게이트를 살짝 만져보고는 흠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왜 그래?"

"에리, 애들한테 유탄 발사기 준비시키라고 해."

"...게이트가  안열리나보지?"

"잘 알고 있네."

에리는 코리를 보고 턱짓으로 소대원들을 가리켰다. 코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소대원들을 돌아보고는 유탄 발사기를 준비하라고 일렀다.


"준비!"


피터는 3명의 유탄 사수를 배치하고는 소대원들과 뒤로 물러섰다. 유탄 사수들은 조금 긴장한 눈치였다.

"발사!"


고폭 유탄 3발이 육중한 무게를 자랑하며 날아갔다. 유탄들은 포대 조종실 게이트에 직격하고는 폭발했다. 포대 조종실의 게이트는 찌그러지고 파괴된  포대 조종실 내부로  뜯어져 던져졌다.

"진입! 진입!"


피터는 손을 흔들며 산탄총을 든 대원을 우선으로 투입시켰다. 선두는 하겐과 코리였다.


[콰앙! 카앙! 콰앙!]

"끄아아아악!"

"으어얽!"


전투 산탄총들이 쾅쾅 거리며 적들을 때려대는 소리와 반역자들의 비명이 동시에 울려퍼졌다. 선두로 진입한 둘이 내부의 적을 완전히 섬멸하자, 포대 조종실 안에서 코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상황 종료. 위협요소 제거!"

"오케이. 다들 가자!"


피터는 소대원들과 함께 포대 조종실 내부로 들어왔다. 소대원 몇명은 포대 조종실에 들어오지 않고 복도에서 보초를 서고 있었다.

"우오. 조종하는 좌석이 뭐이리 많아?"

코리가 자신의 산탄총에 맞아 찌그러진 반역자의 시체를 좌석에서 밀어 치웠다. 피가 튀겨진 포대 조종판은 초록색으로 불이 들어오며 언제나 발포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개새끼들이 반역을 일으킨 것도 모자라 우리한테까지 함포를 쏴댔단 말이지."

팔런이 분이 안 풀리는 듯 쓰러진 반역자의 시체를 걷어찼다.

"다들 진정해. 일단 여기에 폭발물 설치하고, 맨손으로 작동을 중지할  있는 포대가 있다면 최대한 중지시켜 보자."


소대원들은 3팀으로 나뉘어 포대 조종실의 제압을 시작했다. 1팀은 맨손으로 포대 조종실의 기기판을 망가트리거나 조종해 파괴하고, 2팀은 곳곳에 플라즈마 폭탄을 설치했으며, 나머지 3팀은 주위를 경계하고 적의 습격을 대비하고 있었다.

"에잇! 에잇! 에잇!!"

자신의 소총 개머리판으로 기기판들을 내려찍던 코리가 힘든지 자신의 헬멧 바이져를 쓱 닦으며 땀을 닦는 시늉을 했다. 그 모습에 에리가 코리를 옆으로 쓱 밀치며 자신의 주먹을 높게 들어올렸다. 그녀의 장갑에는 로쉐 장갑이 꽂혀져 있었다.

[쾅!]

그녀가 기기판을 향해 주먹을 내리쳤다. 그 즉시 초록색으로 빛나던 기기판은 빨간색으로 변하며 파괴되었음을 알리는 소리가 났다.

"이것도 못 부숴?"

"...네가 힘이 존나 쎈 거 아닐까?"


코리가 멍한 표정으로 에리를 바라보았다.


"네가 약한거야. 어쨌든, 여기는 완료. 피터, 그쪽은 어때?"

대원들과 폭발물을 이리저리 설치하던 피터가 에리의 말에 뒤돌아보았다.

"여기도 다 됐어. 신관만 연결하고, 나중에 기폭장치를 눌러서... 꽝."


피터가 자신의 손에 들고 있던 기폭장치에 꽝하는 모션을 취했다.

"다들 멀었어? 빨리 가자고!"


망을 보던 팔런과 하겐이 조종실 내부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피터는 그들에게 오케이 사인을 보내고 소대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다들 끝났지? 폭발물도 준비됐고... 포대 조종실 무력화도 끝났고... 이제 함내 수색 차례인가?"


"그렇겠지."


"그럼 이제 장비 챙기고 이동하자! 여기 오래 있기는 싫다."


피터는 조종실 내부에 잔뜩 걸려있는 문양들을 보고 소름끼친다는 듯이 떨었다. 그는 팔런과 하겐의 상태를 보기 위해 조종실 밖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가 조종실 밖으로 발을 한발짝 내밀었을 때, 복도의 벽들이 폭발하며 무언가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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