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8화 〉[검은 수염 작전] (48/131)



〈 48화 〉[검은 수염 작전]

"삐익- 삐익- 삐익-"


우주 궤도 전체에 경보가 울렸다. 이 경보는 작전을 준비하라는 음성도 섞여나오고 있었다.


"검은 수염 작전 대기. 벨라토르, MTMA, 보병들은 즉시 무장을 갖추고 대기하십시오."


쩌렁쩌렁 울려대는 알람에 피터의 방도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ㅁ, 뭐야?"


"웬 경보가 울리는거야?"


다른 동료들이 당황하고 있을 때, 피터는 혼자서 당혹감을 느끼고 있었다.

"(뭐야. 작전은 이틀 후라고 했잖아. 아직 하루나 남았는데..!)"


"여기는 쿠셴입니다. 검은 수염 작전을 개시하기 위한 시간이 20분 남았습니다. 투입될 병력은 전원 무장하고 착륙장으로 집합하세요."


알람은 쿠셴 대령의 말을 끝으로 끊겼다.그의 말이 끝나자 병사들은 부리나케 장비들을착용하기 시작했다.

"에이 씨. 제기랄 왜 하루 일찍 출발하는거야?"

"짜증나."

칼리브레와 코리가 각각 한마디씩 뱉었다. 피터는 그들의 불평을 무시한채 매니셉 방탄복의 끈을 조였다. 그는 자신의 차폐복판을 가슴팍에 끼우는 것도 잊지않았다. 곧이어 피터의 방에 있는 모든 인원이 무장을 완료하자, 피터는 방문을 열기전 그들에게 다 챙겼냐고 넌지시 물어보았다.


"장비들은 다 챙겼지? 수류탄, 글라디오, 차폐복 이런거말야."

"두말하면 잔소리지."

코리가 자신의 수류탄을 보여주었다. 피터는 코리가 코앞에 들이밀은 수류탄에 잠시 놀랐지만 그의 손을 밀고는 다시 넣으라고 명령했다.

"그냥 잘 챙겼녜서 보여준건데."

"확인만 하라는 소리잖아."

하겐이 멋쩍게 웃었다.


"애들 모아서 착륙장으로 가자. 새로온 30명 얼굴도 확인할 겸."

피터는 에리에게 무전을 걸었다.


"에리. 애들 집합시켰어?"

"여기는 에리. 준비  됐어. 근데 새로 충원받은 30명도 있긴한데... 일단 얘네들 데리고 착륙장에 먼저 갈게. 착륙장은 여기서 엄청 가까우니까."

"알았어. 그렇게 해줘. 통신 끝."

"오. 우리는 걔네보다 선임이니까 형누나 노릇  수 있는거냐?"


피터의 무전을 엿들은 코리가 흐흐 웃었다. 피터는 코리를 잠깐 돌아보고는 칼리브레에게 부탁한다고 말했다.

"칼리브레."


"어."


칼리브레가 주먹으로 코리의 헬멧을 퍽 때렸다. 코리는 자신의 뒷통수를 매만지며 아야야 소리를 냈다.

"어쨌든 우리 소대에 들어온 이상 같은 동료들이잖아. 다들 싸우거나 배척하지말고 있는 그대로 잘 지내. 알았지?"


"그래야지."

그들이 복도를 달릴 때, 같이 투입되는 다른 중대의 병사들도 그들 주위에서 걷고 있었다. 착륙장으로 가는 게이트에는 무장한 보병들이 잔뜩 대기하고 있었다. 피터 일행도 기다란 대기줄 뒤에 멈춰 게이트가 열리길 기다렸다. 곧이어 구웅 하는 소리와 함께 게이트가 서서히 열리고, 커다란 착륙장이 병사들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언제봐도 더럽게 크다."

"그러게."


"자, 들어가자!"

선두에  이름모를 병사가 손을 앞으로 흔들었다. 그러자 무장한 보병들이 게이트 내부로 진입해 자신들의 소대를 찾으며 일렬로 열을 맞춰섰다. 피터는 임시 중대장이었기에 지정된 5개의 소대,  2중대의 대표로 섰다. 그의 뒤에는 300명의 병사들이 준비를 마친 병사들이 완전 무장하고 있었다. 피터는 어제  소대의 지휘관들과 잠시 만남을 가졌기에, 그들이 누군지는 어느정도 알고 그들의 지휘관으로 행동했다.

병사들은 오와열을 맞춰 길게 늘어섰고, 누군가를 기다리는듯이 차렷 자세로 움직이지 않았다. 피터는 누구를 기다리는지 벌써부터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예상대로 저멀리 조그만 게이트가 열리며 쿠셴 대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대령은 망토를 휘날리며 뚜벅뚜벅 걸어와 보병들의 앞에 섰다.

"지금부터 검은 수염 작전을 개시합니다. 최종 목적은 3개의 함선 안에 숨어있는 프레드릭 요네 선장을 체포하는 것! 그가 죽거나 도망가게 두면 안됩니다. 체포 도중 저항이 심하다면 사지를 자르는 것 정도는 허락하겠습니다. 여러분들, 즉, 3000명의 연방 보병들은 피크 함선을 공격해 내부를 수색하고 폭발물로 파괴 공작을 벌인뒤 탈출하면 됩니다. 프레드릭을 잡아내는 것도 좋겠지만..."

"그리고, 이번 작전의 현장 지휘관인 1중대의 다켄 크로이츠 대위의 명령을 잘 따르길 바랍니다. 그는 이런 함내 침투 작전을 4번 이상 지휘한 유능한 사람이니까요."

쿠셴이 누군가에게 나오라고 손짓했다. 그러자 다부진 체격의 사내가 걸어나와 쿠셴과 악수를 하고 경례를 건넸다.


"자, 그럼 수송선에 탑승! 건투를 빕니다."


대령의 말이 끝나자마자 보병들은 뒤를 돌아 자신들의 수송선에 오르기 시작했다. 피터 소대의 수송선은 17번이라는 이름을 가진 팔콘V였다.

이윽고 50대의 팔콘V에 3000명의 보병들이 탑승했다. 벨라토르나 MTMA 기동대원들은 이미 출발한지 오래였다. 착륙장의 뚜껑이 열리고, 팔콘V들의 엔진이 후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천장의 뚜껑이 좌우로 완전히 열리자 조종사들의 눈에는 넓은 은하계가 넓게 펼쳐졌다.

쿠셴은 착륙장의 뚜껑이 열리는 모습에 자신의 차폐복을 가동시켰다. 그는 팔콘V들의 이륙을 지켜보는 기술병들에게로 걸어갔다. 기술병 몇몇이 그에게 경례를 건네고 모든 팔콘V들과 연결된 통신기를 손에 쥐어주었다.


"고맙군요. 전 팔콘V, 출격을 허락합니다."


그의 명령에 팔콘V들의 기체가 우주로 솟아올랐다. 팔콘V들은 곧이어 푸른빛의 불꽃들을 뿜어대며 어두운 우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모든 팔콘V들이 떠나자, 착륙장의 천장은 다시 닫히며 곳곳에서 산소를 주입하고 있었다.

팔콘V들은 일정한 대열을 이룬채 아무런 공격을 받지 않고 항해를 계속했다. 가끔가다 티스의 살아있는 함대나 폭발하고 있는 연방군의 함선들을 목격하기는 했지만 그들이 끼어들 일은 아니었다. 그들에게는 반역자 처리라는 막대한 임무가 들려져 있었던 것이었다.


 시간이 지났을까? 팔콘V 대열의 선두에 있던 조종사가 모든 조종사들에게 목표물을 발견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3대의 함선, 제니키, 니퍼, 피크는 모든 가동을 중지한 채 어두운 우주 공간에 조용히 떠 있을 뿐이었다. 그들은 잠시 휴식을 취하는 거대한 우주 괴물들처럼, 아무 말 없이 경계도 하지 않은 채 그저 가만히 있었다.

"여기는 팔콘V-13. 목표물을 발견했다."

목표물을 발견한 조종사들은 메탄007 우주 궤도 기지의 관제실에도 이 소식을 알렸다. 관제실은 놈들에게 급강하해 순식간에 침투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알았다. 팔콘V. 놈들이 경계태세를 갖추지 않았을 수도 있으나, 놈들에게 급강하해 단박에 병력을 침투시켜라. 이상."

"알았다. 관제실."


50대의 팔콘V들이 피크 함선을 향해 무지막지한 속도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모든 조종사들은 적의 공격이 이어지지 않았음을 다행스러워했지만, 그것은 곧 후회로 뒤바뀌었다.


잠자고 있던 함선들이 깨어난 것이었다. 휴식에서 막 깨어난 짐승처럼, 함선들은 수십개의 포문을 돌려대며 다가오는 팔콘V들을 요격하고 있었다. 이것은 피크 함선 뿐만이 아닌 제니키와 니퍼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벨라토르와 MTMA 기동병들의 침입을 필사적으로 저지하고 있던 것이었다.


"여기는 팔콘V-14! 기체가 요격당했다! 기체가 요격-"

팔콘V-14의 무전이 폭발음에 가로막혀 끊겨버렸다. 팔콘V-14에 타고 있던 60명의 보병들은 총 한발 쏴 보지도 못한 채 우주의 먼지와 잿가루가 되어버렸다.

"씨팔. 뭐야!"


피터 일행이 탄 기체가 흔들리자, 병사들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피터는 긴장으로 멎을 것 같은 심장을 다독이며 새로 충원된 30명의 병사들을 하나하나 훑어보았다.


"(... 몇몇을 제외하면 실전 경험은 없는 것 같은데.)"

충원된 30명은 피터의 옛날 모습을 보는  같았다. 다들 총을   채 부들부들 떨거나 땅바닥을 내려다보며 알  없는 말을 되뇌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이들 중에서도 두려움은 존재했지만 눈에는 결의가 가득 담긴 자들도 있었다.

"망할. 팔콘V, 플레어를 뿌려라. 플레어를 뿌려라!"


관제실의 명령에 살아남은 팔콘V들은 새빨간 플레어들을 우주 공간 사방으로 흩뿌렸다. 이 플레어들은 함선들의 요격을 저지하고 조준을 흐트러트리는 효과가 있었다. 검은 우주로 새빨간 플레어의 연기와 빛나는 덩어리들이 점점이 퍼져나갔다. 팔콘V들은 자신들이 뿌린 플레어 연기를 매섭게 뚫으며 피크 함선을 향해 달려들었다.


마침내, 요격을 뿌리치고 안전권 내로 진입한 팔콘V-17은 기체에 단 4발밖에 없는 미사일을 쏘아 피크 함선의 게이트들을 쏘았다. 그 게이트는 커다란 함선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착륙장의 게이트였다. 게이트가 폭발하며 찌그러지자, 4대의 팔콘들이 착륙장 내부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팔콘V들의 조종사들은 착륙장에 착륙하자마자 어서 내려야한다며 비명섞인 말투로 말했다.

"자, 가자!"

팔콘V의 문이 열리며 차폐복을 착용한 피터의 소대원들이 우루루 몰려나갔다. 선두에 있던 피터는 어두운 함선 내부를 살피며 다른 대원들에게 어서 내리라고 명령했다.


"빨리! 주위에 적은 없는 것 같다!"


"예!"


"이런 착륙장은 여러곳 있는건가?"

"차폐복에 입력된 지도에 의하면... 어.. 이런 착륙장이 8곳이 있다네. 병력이  착륙장에 나뉘어 침투한 것 같아."


칼리브레가 코리에게 홀로그램 지도를 보여주며 말했다. 그의 팔목에서 뻗어나온 홀로그램이 초록빛으로 반짝였다.


피터의 소대원들이 전부 착륙장 내부로 침투하고서야 다른 소대의 병사들의 고함이나 명령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피터는 헬멧을 꾹 눌러 자신의 중대에 연결된 무전망에 접속했다.


"여기는 피터 준위. 다들 잘 침투했나?"

"여기는 네오 소대. 침투 완료했습니다."


"여기는 린 소대. 침투 완료했습니다!"

"..."

"여기는 마크 소대. 침투 완료!"

"다른 소대는? 한 명이 응답이 없어."

피터는 응답하지 않는 다른 소대의 행방을 물었다. 그러자 린 소대에서 조심스럽게 무전이 흘러나왔다.

"여기는 린. 중대장님.  소대는 침투 전 요격당해 섬멸되었습니다."

"... 알았어. 다들 차폐복 내부에 입력된 함선 내부 지도를 살피고 대기해. 1중대 다켄 크로이츠 대위의 명령을 기다린다."

"알겠습니다."

무전을 끝낸 피터는 차폐복의 야간 투시 기능을 작동시켰다. 어둡고 거대한 착륙장 내부는 불 하나 들어오지 않았기에 야간 투시경이나 라이트 없이는 아무것도 살필 수가 없었다. 그가 야간 투시경을 작동시키자 어두운 공간의 형상이 눈에 확실히 들어오기 시작했다.

"...씨팔."


수송선이나 기계로 가득해야할 착륙장 내부는 인간의 장기나 피로 그린 알 수 없는 문양들이 가득했다. 피터는 자신의 소대원들에게 라이트나 야간 투시경을 작동시키라고 명령했다. 이곳의 모습에 당황하지 말라는 말도 덧붙이면서.


"모두 야간 투시경이나 라이트 작동시켜. 착륙장이 조금 더러우니까... 그리 당황하지는 말고."


피터의 명령에 소대원들이 장비를 작동했다. 역시나 그들도 착륙장의 상황을 보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에리나 코리, 하겐같은 경험이 풍부한 병사들은 욕 한마디만을 내뱉고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새로 충원된 30명은 크게 동요하고 있는 것 같았다. 첫 작전에, 사람 내장이 흩뿌려져 있는 꼬라지를 봐야 했으니까. 피터는 그들이 감내해야  일이라고 여겼다.

"움직임 감지. 중대장님, 앞에 뭔가 있어요."


야간 투시경을 작동시킨 채 앞만을 쳐다보던 대원이 움직임을 감지했다. 피터도 자신의 총기를 들며 앞으로 겨누었다.

"중대장님, 이건 사람의 움직임-"

어둠 속에서 총성과 함께 불빛이 번뜩였다. 그리고는 피터에게 계속해서 상황을 전하던 대원의 머리통이 박살나며 뒤로 넘어졌다.

피터는 기겁했지만 이내 총기를 난사하기 시작했다.

"적습이다! 적습이다! 교전!"

[타타타타타타타-!]

[드드드드드!]

수백발의 총성이 울리며 착륙장 내부를 번쩍였다. 총구의 섬광이 아른거릴 때마다 총격에 쓰러지는 적들이 파노라마처럼 움직였다.


"사격 중지!"


피터가 명령을 내리며 한 손을 자신의 머리 옆으로 들어올렸다.

"에리. 조명탄 있어?"


"한 개."

"주위가  보이도록 뿌려."

"알겠어."


에리가 옆구리에서 하얀색 조명탄을 꺼냈다. 그녀가 조명탄을 벽에  부딪히자, 치익하느 소리와 함께 반경 10M가 밝아졌다.

"역시 인간이었군."

밝아진 주위에는 수십명의 적들이 쓰러져 있었다. 인간. 누가봐도 인간이 틀림 없었다. 다들 나체에 몸 곳곳에 문양을 새기고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이 문양... 벽에 새겨진 문양과 비슷한데...)"

"여기는 다켄. 다들 안전히 침투했나?"

다켄 대위의 무전이 피크 함선에 투입된 전 보병들에게 울렸다. 그는 자신들의 1중대가 프레드릭을 체포하려고 함장실로 이동중이니 폭발물 설치와 구역 수색을 부탁한다며 다른 중대에게 명령했다.


"우리 1중대는 프레드릭 선장의 수색과 그를 체포하기 위해 함장실로 이동하며 적과 교전하고 있다. 완전히 섬멸된 8중대를 제외한 나머지 중대들은 적의 습격을 저지하고 구역 수색과 중요 구역에 폭발물 설치를 하기 위해 움직여라. 다들 살아서 임무를 완수하자. 이상!"

"... 다들 들었지? 1중대가 놈을 체포할 때까지 우리가 시간을 끌어주면서 주어진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

피터가 차폐복의 헬멧을 두드리며 1중대와의 무전을 끊었다. 다른 대원들은 제각기 불평을 쏟아냈다.


"우리 보고 고기방패가 되라는 거잖아. 공은 지가 가로챌거고!"

"코리  한번 잘했다. 프레드릭의 체포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것이지 누가 대표로 나서서 할 일이 아니라고!"

팔런이 코리의 말에 맞장구쳤다. 다른 병사들은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코리의 말에 어느정도 동의를 하고 있었다.

"우리의 임무도 다른 이들이 할 수 없는거야. 폭발물 준비해. 착륙장에서 포대로 연결된 조종실까지 이동한다. 거기에 폭발물 설치하고, 적의 습격을 저지하자. 움직여!"


피터는 착륙장의 연결된 수십개의 게이트 중에서 하나로 다가갔다. 그는 팔목에서 홀로그램 지도를 펼치더니 자신들의 위치를 가늠하기 시작했다.

"음. 이 게이트가 맞겠네. 다들 이리로!"


피터가 선택한 게이트의 문을 열고는 소대원들에게 명령했다. 어두운 복도가 그들 앞으로 넓게 펼쳐졌다. 피터는 자신이 복도로 진입하기 전, 자신의 중대 소속인 3개 소대의 지휘관에게 무전을 걸었다.

"네오, 린, 마크. 우리는 이쪽으로 이동한다. 너희들은 다른 게이트의 복도로 이동해 포대 조종실로 집합한다. 이곳을 처음으로 무력화 시키자."


"그 다음은 어쩌죠?"


린이 의아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피터는 잠시 침묵을 유지하다가 그녀에게 말했다.

"... 함내를 수색하면서 파괴할 것들이 있나 살펴야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