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5화 〉[침입자들 2] (45/131)



〈 45화 〉[침입자들 2]

"젠장, 뭐야?!"

"엥?"

에리의 방까지 그녀를 데려다주고 문을 닫으려던 피터가 진동에 몸이 흔들렸다. 에리도 그에게 인사를 하며 방으로 들어가려다 겨우 중심을 잡았다. 곧이어 우주 기지 전체에서 차가운 목소리의 비상 알람이 울리기 시작했다.


"비상. 비상. 비상."


"대체 무슨 일이지?"

넘어진 피터의 손을 잡아 일으켜 세워주던 에리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의 다른 병사들도 무슨 일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듯 했다.


"비상. 비상. 적의 침입이 감지됨. 적의 침입이 감지됨."


"적이라고?"


일어서서 몸을 털던 피터의 얼굴이 험악해졌다. 그는 에리에게 빨리 무장하고 대기하라는 명령을 내리고는 자신의 방으로 달려갔다.


"에리! 너랑 소대원들 전부 무장하고 대기해! 지금 상황이 장난은 아닌 것 같다."

"알겠어!"

"시팔.. 시팔.. 휴가가 이렇게 끝이 나는군!"

자신의 방에 도착한 피터가 게이트의 암호를 두들겨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이미 코리를 비롯 3명의 사내가 허겁지겁 방탄복과 헬멧을 착용하고 있었다. 자신의 소대장이  것을  칼리브레가 그를 반갑게 맞이했다.


"피터! 무슨 상황이래?!"

"몰라, 아직 하달받은  없는데. 일단 무장하고 대기하자고!"

"알겠어!"

피터도 커다란 관물대 앞에 서서 장비를 꺼냈다. 가지런히 정돈된 매니셉 방탄복과 헬멧. 글라디오가 걸려있었다. 그는 30초도 안되어서 방탄복과 헬멧을 착용하고 검집의 끈을 조였다. 그  그는 관물대 옆 소총 관물대를 열어 상태를 확인했다.

"좋아."


가지런히 정돈된 SK-2 소총들을 집어 대원들에게 나눠주던 피터는 마지막으로 남은 소총을 집어들었다.


[타타타타타탕!]

"?!"

거주 구역의 복도에서 총성이 울려퍼졌다. 이윽고 사람들의 비명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씨팔, 대기는 커녕 바로 전투인 것 같은데? 어떡하지? 피터!"


"제길. 일단 나가서 상황을 확인해 보자고."


피터가 코리와 동료들을 이끌고 게이트를 열었다. 몇명의 병사들이 연기가 자욱한 곳을 향해 총기를 난사해대고 있었다. 심지어 어느 병사는 수류탄의 핀까지 뽑고 있었다. 피터는 그들에게 달려가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대체 무슨일이야?!"

"모, 모르겠어! 같은 연방군이 우리를 공격하고 있어!"


"뭐라고?!"


"그러니까 차폐복을 입-"

다급하게 피터에게 전황을 알려주던 병사의 머리통에 총알이 관통했다. 방금 전까지 피터와 대화하던 병사는 머리가 박살이 난 채 땅바닥에 넘어졌다.

"미친!"


코리가 충격에 비명을 지르고는 엄폐물 뒤로 숨었다. 피터도 자신의 동료들과 엄폐물로 몸을 숨겼다.

"죽어라! 죽어라! 크하하하하하!"


피터와 대화하던 자의 머리통을 터트린 범인들은 차폐복을 입고 있는 연방군 소속의 병사들이었다. 그들은 무방비한 궤도 기지 내의 인원에게도 무차별적으로 총기를 난사해 벌집으로 만들고 있었다. 누가봐도 적의가 있음이 분명한 상황이었다.

"어떡하지? 피터! 제길!"

"...제길.."

피터가 잠시 고민하고 있을 때, 피터의 헬멧 교신기가 울렸다. 그는 자신의 헬멧 왼쪽 부분을 손으로 눌렀다.


"여기는 피터. 무슨 일이야!"


"피터! 이쪽도 공격받고 있어! 벌써 동료가 5명이나 쓰러졌다고!"

"에리?! 젠장, 어쩔 수 없겠어! 응사해! 죽을바엔 죽여!"

"알겠어! 너도 조심해!"


에리의 교신이 끊기자마자 엄폐물 뒤에 숨었던 코리와 하겐, 칼리브레가 동시에 그를 쳐다보았다. 그들의 눈에는 결의가 담겨져 있었다. 피터는 그들의 눈에 담긴 결의를 이해하고는 저들과 맞서 싸우자고 말했다.


"다들 알고 있지?"

"그럼!"


"당연하지."


"아군을 죽이려고 훈련을 받은 건 아닌데, 어쩔  없지!"

"좋아, 그럼 이곳을 수비하면서 버텨보자고. 지원이 와 줄 거야!"


그들이 숨은 엄폐물이 쾅하는 소리와 함께 진동했다. 주위에서 폭발물이 터진게 틀림 없었다. 엄폐물에 총탄이 박히며 피융하는 소리가 들리자, 코리가 공포에 몸을 움츠렸다.


"씨발, 이건 곧 무너질거야. 다른 데로 이동하자!"

"알겠어!"

피터가 선두에 서서 3명을 이끌었다. 피터와 셋은 무너진 벽의 파편 뒤에 몸을 숨겼다. 그 순간까지도 그들에게는 총탄이 빗발치듯 내리고 있었다. 무너진 파편 여러곳에는 살아남은 병사들이 어떻게든 응전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기습의 영향인지 장비를 착용하지 못하고 소총만 쥐고 있는 병사들도 있었다.

총탄들은 계속해서 날아오며 파편에 꽂혔고, 병사들은 침입자들에게 하나  쓰러져가고 있었다. 이러다간 지원군이 오기도 전에 전멸할 것이 분명했다. 피터를 비롯 8명의 병사만이 살아남아 놈들에게 총알을 먹여주고 있었으나 그들의 목숨은 점점 더 조여져만 갔다.


"사격 중지!"


차폐복을 입은 침입자들 가운데 어느 병사가 손을 번쩍 들었다. 그러자 침입자들은 곧바로 사격을 중지하고는 연기가 풀풀 뿜어져 나오는 총구를 계속 겨누었다. 사격을 중지시킨 침입자는 놈들의 대장쯤 되는 놈인 것 같았다.

"연방의 개들아, 우리를 따라 연방을 저버리고 새로운 세계의 주인이 될 것이냐? 아니면 여기서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개죽음을 당할테냐? 선택은 너희의 것이다. 항복하든가, 죽든가, 크크."


"저 새끼 뭐래는거냐?"

칼리브레가 탄창을 교환하며 밖으로 던졌다. 코리도 흘러내리는 헬멧을 제대로 쓰곤 미친 소리라고 말했다.

"미친 소리지! 연방을 배신하고  우주에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냐?"

"코리 말이 맞아! 저 새끼들이 뭔 지도 모르고 덜컥 연방을 배신하고 붙으라고? 정신병에 걸린게 틀림없군."


하겐도 끄덕거리며 코리의 말에 맞장구쳤다. 피터도 그들과 같은 마음이었다. 연방이 비록 그들을 전쟁터로 끌고 왔지만 적당한 보상과 병사로서의 대우는 끝내주는 편이었다. 그리고 8년의 복무가 끝나면 어마어마한 돈과 집까지 받게되니, 연방을 배신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거기에 1년 가까이 연방에 몸을 담근 그들은 저절로 연방에 대한 충성심이 조금이라도 생겨있던 차였다.

"그래. 너희들의 말이 맞아. 저쪽에 붙을 수는 없지. 하지만 우리 말고 다른 놈들의 생각은 달랐나본데."

피터가 엄지손가락으로 뒤쪽을 가리켰다. 코리가 뒤를 흘긋 보자, 병사 4명이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이며 엄폐물 바깥으로 나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미친거 아냐?!"

"쉿, 조용히 해봐."


칼리브레가 모두를 조용히 시켰다. 그들은 엄폐물 뒤에서 다음에 일어날 일들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흠! 너희 4명이 우리와 함께 하겠다.. 이거지?"


대장으로 보이는 침입자는 항복한 병사 4명을 보며 자신의 턱을 문질렀다. 그러고는 결정했다는 듯이 손가락을 튕겼다.


"죽여."

"?"

[투타타타타-]

항복하며 밖으로 나왔던 병사들에게 총탄이 쏟아졌다. 그들의 몸은 걸레짝처럼 찢겨나가며 차가운 철바닥을 피로 물들였다. 사람의 형상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형체가 벌집이 되어 땅바닥에 쓰러지자, 대장놈은 푸하하 웃어대기 시작했다.

"푸하하하하하. 고작  정도 협박으로 넘어오는 놈들은 안돼! 충성심이 없다는거지."


"미친 새끼들.. 항복한 녀석들을 죽였어."


하겐이 기겁했다.

"좋아, 더 없나? 조금 더 반항해봐라! 그러면 그 용기를 가상하게 봐서 살려줄지도 모르지!"

"다들 잘들어봐. 나한테 방법이 하나 있어."


"뭔데?"

"뭐가?"

"?"

"내가 파편 수류탄을 던져서 놈들의 주의를 끌면, 너희들은 아무 엄폐물로 산개해서 놈들과 교전한다. 이대로 4명이서 뭉쳐있다가 놈들이 유탄이라도 쏘는 순간 전멸이야. 알잖아?"

"... 전멸만은 피하자는 소리지?"

"그래. 망할 놈의 지원군이 언제 와 줄지 모르니까 이 지랄해서라도 시간을 벌어야하지 않겠냐?"


"피터 말이 맞아. 이래야 우리 소대장님답제!"


코리가 피터의 가슴을 툭 쳤다. 피터는 그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거린 후에 자신의 수류탄을 양손에 집어들었다.

"간다!"

수류탄 2개가 침입자들의 앞에서 폭발했다. 차폐복을 입었으나 근거리에서 터진 수류탄의 파편은 7명의 사망자를 내며 연기를 모락모락 피어오르게 만들었다.


"산개해!"

피터의 명령에 셋이 엄폐물로 구르거나 뛰어들어 산개했다. 그들이 각자 숨은 엄폐물에는 뒤늦게 총탄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전보다 적어진 침입자의 화력과 산개한 덕에 화력이 분산되어 엄폐물은 총탄에도 그럭저럭 버텨내고 있었다.


"으윽, 죽여라! 쏴버려!"

대장놈이 머리를 흔들며 일어섰다. 놈은 화가 잔뜩 났는지 피터 일행을 죽여버리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놈은 파편에 상처를 입지 않은 것 같았다.


[타타타탕!]


대장놈 옆에 있던 침입자의 바이져가 깨지며 피가 튀었다. 피터가 그새 엄폐물에서 빼꼼 머리를 내밀어 사격한 것이었다.


"이런 씨팔. 대장놈을 죽여버렸어야 하는건데."

피터는 혼잣말하며 탄창을 갈아끼웠다.


"제기랄, 거기에 차폐복을 입은 놈들이라 빠르게 처치하려면 머리만을 노려야 되잖아!"

벽의 파편이 튀어 볼에 상처가난 코리가 침을 퉤 뱉고 소리질렀다.


"다들 폭발에 대비해!"

하겐이 등에 메고있던 유탄 발사기를 뽑아들었다. 그는 능숙하게 유탄을 두발 장전하고는 침입자들에게 쏠 준비를 마추었다.

"하겐!"

"이거나  먹어라!"

그의 유탄이 벽의 파편들 사이를 지나 침입자들에게로 날아갔다. 피터와 일행들은 유탄의 폭발로 인한 그을음을 방지하기 위해 엄폐물에 깊숙이 몸을 숨겼다.


"...?"

"폭발이 안 일어났어?"

"뭐야..?"

코리가 의아하며 엄폐물 밖으로 상체를 내밀었다.  즉시 총성이 울려퍼지며 그의 왼쪽 어깨에 커다란 관통상이 생겼다.


"크아아악!"

코리는 고통에 뒤로 넘어지며 몸을 젖혔다. 칼리브레는 코리가 쓰러지자 자신의 엄폐물에서 나와 재빨리 몸을 굴려 코리의 엄폐물로 뛰어들었다.

"크으..으으악.."


"제기랄. 제기랄!"


칼리브레는 피가 솟구치는 코리의 어깨를 한 손으로 막고는 자신의 정강이에 장착된 재생제 주사기를 뽑아들었다. 칼리브레는 재생제 주사기를 덮고 있는 뚜껑을 입으로 물어 벗겨낸 뒤에 코리의 어깨 부분에 쿡 찔렀다. 재생제 약물이 코리의 몸속에 퍼지며 출혈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이제 괜찮아!"

"크, 크윽. 저, 저 놈들 대장이 마, 마인드 능력자야!"


코리의 고통이 잦아들자 그가 칼리브레에게 자신이  것을 말했다. 칼리브레는 코리의 말을 듣고 심히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뭐라고?"


"마인드 능력자라고!"

"!"


피터가 엄폐물 바깥의 침입자 놈들을 살짝 보았다. 대장 놈의 손 앞에 하겐이 발사한 유탄 두발이 멈춰져 있었다.


"... 씨발 진짜잖아."

"빌어먹을!"

하겐이 유탄 발사기를 아무렇게나 던져버렸다. 엄폐물 건너편에서는 놈들의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

"하하하하."

"멍청한 놈들. 우리가 쌩 보병으로만 이곳을  줄 알았나?"

"젠장.. 이러면 이제 방법이 없는데..!"


침입자들의 대장 놈은 염력으로 막아낸 유탄을 반대로 돌리더니, 힘을 주었다.

"받은건 되돌려줘야 직성이 풀리니 돌려줘야겠지?"

유탄 두발이 쐐액하는 소리와 함께 피터가 숨은 엄폐물로 날아들었다. 그 순간, 복도의 벽이 부서지며 두꺼운 갑옷을 입은 3m의 거인이 달려나와 침입자들과 피터 일행의 사이를 가로막았다.


"!!"


거인은 자신의 어깨 방어구로 날아온 유탄 두발을 막아냈다. 유탄은 거인의 갑옷을 뚫지 못하고 펑펑 터져나갔다. 폭발이 거인을 감싸며 연기가 일순간 자욱하게 퍼져나갔다.

"뭐야?!"

침입자들이 갑자기 튀어나온 거인을 보고 수군거렸다. 그들 사이에서는 곧 한가지의 단어만이 멤돌고 있었다.


"베, 벨라토르다.. 벨라토르다."


연기가 걷히자 흠집이나 상처 하나 없는 벨라토르 군단원이 한 손에는 거대한 권총을, 한 손에는 커다란 검을 들고 침입자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침입자들은 벨라토르에게 총을 겨눈 채 동요하며 점점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피터 일행은 엄폐물에서 고개를 내밀고 상황을 살폈다.


"이, 이 멍청이들아! 쫄지마라! 조금 큰 연방의 찌꺼기새끼일 뿐이다!"

침입자들의 대장은 염동력으로 벨라토르를 움직이려는 듯, 벨라토르를 향해 한 손을 뻗었다. 그의 손에서 응축된 에너지가 번쩍거렸다. 그러나 벨라토르는 자신에게 가해지는 염동력을 조금도 느끼지 못한 채  걸음씩 그에게 다가갔다.


"!"


놈들의 대장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이제  손에 들고 있던 소총마저 내팽겨치고 양손을 벨라토르에게 뻗으며 벨라토르를 저지시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벨라토르 군단원은 마침내 팔만 뻗으면 닿을 만한 거리에 서서 그를 가만히 내려다 보기 시작했다.

"딱하도다."


"...!?"

"무엇이 그대들의 영혼을 그리도 더럽혔단 말인가."

벨라토르는 안타깝다는 듯이 대장을 쳐다보았다. 대장은 코와 입에서 피까지 흘려대며 벨라토르에게 닥치라고 언성을 높였다.


"다, 닥쳐라!"


대장의 눈동자를 자세히 쳐다 본 벨라토르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진심으로 그들을 불쌍히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말에는 악의 싹을 자르는 결의가 담겨있었다.


"너희들을 타락시킨 수많은 악들이 아직도 다른 영혼을 원하는구나. 난 이것을 다른 이들에게 퍼트리도록 놔두지 않겠다."

"무슨 소리하는-"

벨라토르 군단원은 일반인이라면 눈치챌 수도 없는 속도로 대장에게 권총을 겨누었다. 커다란 권총의 총구에서 불이 뿜어지며 대장놈의 상반신을 날려버렸다.


"다음은 너희들이로다."


벨라토르는 검을 높게 쳐들었다. 지휘관을 잃고 벌벌 떨던 침입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벨라토르에게 총기를 난사하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

"주, 죽어라!! 죽어! 괴물놈!!"


그러나 총탄들은  한 발도 벨라토르의 갑옷을 뚫지 못했다. 두꺼운 갑옷 사방에서 병사들이 발사하는 탄환들이 조그만 폭발을 일으키고 있었지만 약간의 그을음을 만들었을  전혀 타격을 입히지 못하고 있었다.


벨라토르는 그들을 보며 딱하게 생각했다. 저들의 저주받은 영혼은 거대한 악에 물들어있었다. 아직 빠져나올 수 있는 자들도 존재했지만, 지금은 그들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을 그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벨라토르는 살아남은 9명의 침입자들을 2초도 안되는 순간에 전부 베어버렸다. 침입자들의 차폐복과 살점이 갈라지며 사방에 흩뿌려졌다. 그가 얼마나 빨리 움직였는지, 9명의 침입자가 전부 쓰러지자 주위에 후폭풍이 일었을 정도였다.


"마...말도 안돼!"

상황을 지켜보던 피터 일행의 입이 떡 벌어졌다. 그중에서 피터는 더더욱 충격을 받았다. 피터는 문득 자신의 허벅지에 묶여있는 글라디오를 쳐다보았다.


"(나, 나는 저런 사람의 발끝도 따라가지 못할거야..!)"


뛰어난 검술을 갖고 있는 피터조차도 주눅이 들 정도의 실력과 속도였다. 피터는 벨라토르가 얼마나 무서운 자들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다치지는 않았는가."

벨라토르는 모든 침입자들을 처리하고 자신의 검을 검집에 꽂았다. 거대한 3m의 거인이 자신들을 내려다보자, 피터 일행은 일순간 굳어버렸다.


"음."


"가, 감사합니다. 벨라토르시여."


제일 먼저 정신을 차린 피터가 벨라토르에게 예의를 갖췄다. 벨라토르는 괜찮다며 그에게 손을 흔들었다.


"격식떨 것 없네. 다친 곳은 없는가?"

"예, 유탄을 막아주신 덕분에.."

"그렇군. 고생 많았네. 지금부터는 우리 메인쿤 1중대가 맡겠네. 자네들은 다른 병사들과 합류하여 부상자 구출과 적의 침입을 경계해주게."


"피터!"

벨라토르와 대화하던 피터의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피터는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손쉽게 누군지 알아맞힐 수 있었다.

"딱 맞춰 다른 병사들이  줬군. 뒤는 맡기겠네. 그럼."

벨라토르 군단원이 뒤돌았다. 그가 발걸음을 떼려는 찰나, 피터의 질문이 그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저기.. 성함을 알 수 있겠습니까?"

"... 그레고리."


자신의 이름을 밝힌 벨라토르가 헬멧의 바이져를 올렸다. 피터는 그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다, 당신은, 축제 때..!"

그레고리는 피터가 마리와 함께 축제를 즐기다 만난 그 벨라토르였다. 그레고리는 피터에게 짧게 눈웃음을 지어주고는 다시 발걸음을 돌려 어딘가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피터! 살아있었구나!"


달려왔던 에리가 피터의 등을 안으며 소리쳤다. 피터가 그녀를 돌아보자,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다.


"다른 쪽은 어떻게 됐어?"

"흑흑. 응. 우리쪽은 어떻게든 놈들을 막아냈어. 벨라토르 군단원들이 움직여줬다구."

"거기도 그랬군."

"살아있어서 다행이야..."


그는 자신을 껴안는 에리를 잠시 바라보고는 벨라토르가 달려간 길을 쳐다보았다.


"벨라토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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