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1화 〉[벨라토르 군단] (31/131)



〈 31화 〉[벨라토르 군단]

"저, 저길 봐!"


"?"

어느 이름모를 병사가 하늘을 향해 손짓했다. 모든 병사들이 하늘을 즉각 쳐다보았다. 하늘에서는 무언가가 타고 있는 강습 캡슐이 떨어지고 있었다.


"지원군인가?!"


피터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3개의 강습 캡슐에 희망을 가지며 말했다. 코리는 말도 안된다며 그에게 반박했다.

"아까 중위님 말 못들었어? 지원은 오지 않는다고 했잖아!"


"아니, 코리...그들이다. 벨라토르들이다."

케일이 코리의 어깨를 붙잡고는 강하하는 강습 캡슐을 가리켰다. 높이 6m,너비 7m 가량의 육각형 강습 캡슐은 지상에 거의 다다르자 바닥에 달려있는 제트 엔진을 분사해 충격 없이 멈추었다. 곧이어 강습 캡슐의 게이트가 쾅하는 소리와 함께 부숴져 날아가며, 캡슐 안에 있던 3m의 거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벨라토르다! 벨라토르가 와줬어!"

자신의 기관포를 물어뜯던 랩터를 떼어낸 어느 기갑기동병이 크게 외쳤다. 벨라토르, 연방군의 창이자 전설속의 군인들. 인간의 몸으로 반신이 된 그들. 피터는 문득 예전에 받은 교육 훈련이 떠올랐다.

지상에 강하한 12명의 벨라토르들은 공격 태세를 갖추고 고대의 기사들처럼 전열을 이루었다. 보병들과 엉키며 침을 흘려대던 티스들은 갑자기 생겨난 위협적인 적의 기운을 느끼고 보병들에게서 떨어져 벨라토르들을 감쌌다. 수백 마리, 수천 마리의 티스 군단이 벨라토르 군단원들을 감싸고 공격 준비를 하고 있었다. 왜인지 감정없는 괴물들이지만, 그때만큼은 긴장을 하고 있는  했다.

"어, 어쩌려는거지?! 고작 12명으로!!"

하겐이 넘어져있던 루이를 일으켜 세우며 피터에게 말했다. 티스들이 자신들에게 물러난 것은 좋지만, 그 물러난 티스들이 전부 12명의 벨라토르를 위협하고 있었으니 모두 걱정과 기대를 안은채 지켜보고 있었다.

"...."

한눈에 봐도 두꺼운 갑옷과 강력한 무기를 갖춘 벨라토르들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었다. 피비린내 나는 전장에서, 잠시 침묵이 흘렀다. 괴물과 인간 너나 할 것 없이 긴장하고 있었다.

"키에에에에에-!"

마침내 크기 20m의 스웜가드가 티스들에게 돌격하라는 듯 괴성을 지르자, 랩터와 스피터들이 저마다 아가리를 벌려대며 벨라토르들에게 돌진했다. 이것을 지켜본 보병들은 잠시 후 벨라토르들에게 일어날 참극을 예상하곤 눈을 감거나 시선을 돌려버렸다.

"캬아아악..."


하지만 벨라토르 군단원 누구도 죽지 않았다. 오히려 죽은 것은 지휘관으로 보이는 벨라토르 군단원의 소총을 맞아 머리가 반쪽으로 터져버린 스웜가드였다. 20m 크기의 스웜가드가 즉사하자, 벨라토르들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크에에에엑!"


"샤아아아--!"

"키엑!"


랩터와 스피터들은 고통의 괴성을 다 지르지도 못하고 벨라토르들에게 목숨을 잃고 있었다. 어느 용감한 스피터가 벨라토르 군단원의 어깨를 붙잡자, 그는 먼지를 털어내듯 스피터의 팔을  쳐 치워버렸다. 그 벨라토르는 팔이 부러져 고통스러워하는 스피터의 윗턱과 아랫턱을 붙잡아, 구기고 으깨버렸다.

벨라토르들은 거대한 덩치와 육중해 보이는 갑옷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인간의 눈으로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빨랐다. 고작 피터가 눈을 2번 감는 사이에, 어느 벨라토르 군단원은 길다란 장검으로 랩터 3마리, 스피터 1마리를 베어 체액이 솟구치게 만들었다.


그 어떤 티스 개체들이라도, 벨라토르들에게는 저항할 수 없었다. 벨라토르들이 들고 이는 커다란 소총은 랩터를 터트려버리고 스피터의 가슴팍에 사람이 들어갈만한 구멍을 만들어버리고 있었다. 심지어 어느 군단원은 날아오는 스피터의 가시 독침을 피하거나, 손으로 잡아 땅에 떨궈버릴 정도였다.


그야말로 대학살이었다. 티스가 일반인들을 학살하고 자비없이 죽여버렸듯, 벨라토르들은 티스를 죽이기 위한 기계들처럼 정확하고 빠르게 움직였다. 그들 앞에서는 어느 티스 개체들이라도 2초 이상을 버티지 못했다.


"키아아아아아---!"


스피터  마리가 벨라토르 군단원의 등으로 달려가며 가시 독침을 뱉었다. 그러나 그 군단원은 공격을 0.003초의 달하는 찰나의 순간만에 알아채고는 몸을 움직여 어깨의 두꺼운 장갑 부분으로 독침을 막아버렸다. 스피터가 이번에는 그를 향해 날카로운 손톱을 휘둘렀으나 뒤로 슥 피한 군단원은 갑옷이 살짝 기스가 났을뿐 타격을 전혀 입지 않았다. 자신의 공격을 맞지 않았음을 알아챈 스피터가 다시 팔을 휘두르려고 자세를 잡았을 때, 이미 벨라토르는 검을 휘둘러 스피터의 머리를 몸에서 자유롭게 해준  오래였다.

"연방의 아들 딸들아. 우리가 놈들의 파도를 막아설테니, 너희들은 너희 자신이  수있는 것을 하라."


스피터를 양손으로 잡아 찢어버린 벨라토르 군단원이 소리쳤다. 그의 말은 왜인지 모르게 듣기만해도 용기가 솟구치는 느낌을 주었다. 병사들은 벨라토르의 말에 용기를 받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병사들은 다시 하나되어 티스의 번식지를 공격하고 불태우기 위해 움직였다. 보병들의 집중 사격을 받은 티스의 건축물들은 보라색 체액들을 내뿜으며 무너지거나, 산산이 조각나 파괴되어버렸다. 남은 잔해나 조각들은 플레이머들과 기갑기동병들이 불태워 잿더미로 만들었다.

티스의 하나 남은 부화굴은 피를 흘리며 무너져 가고 있었다. 부화굴 내부에서 끊임없이 랩터나 스피터를 찍어내  밖으로 내보냈지만, 티스들은 대기하던 병사들의 집중 사격과 기갑기동병들의 폭발물로 인해 즉각적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있었다.


"부화굴을 불태워버려! 놈들을 잿더미로 만들어라!"

사망한 대령에게서 임시적인 지휘권을 내려받은 어느 장교가 부화굴을 가리키며 명령했다. 뜨거운 열을 방지하기 위해 두꺼운 갑옷들을 착용한 플레이머들이 화염방사기를 부화굴로 겨누었다. 기갑기동병들도 어떻게든 보호해낸 돌격 전차들의 포문을 부화굴로 돌렸다.


"발사!"


장교의 명령이 떨어지자, 모든 보병과 플레이머, 기갑단의 무기에서 화염이 뿜어져나왔다. 부화굴은 수천 수만발의 탄환을 맞아 구멍이 뚫리고 상처가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상처 속으로 플레이머들의 화염이 매끄럽게 들어가 구워버렸다. 이윽고 돌격 전차들의 텅스텐포탄이 부화굴 내부로 발사되어 큰 폭발을일으켰다. 부화굴 내부의 티스들은 화염과 폭발에 뒤덮여 몸을 이리저리 비틀다 쓰러졌다.

"사격 중지! 사격 중지! 부화굴이 파괴되었다!"


전군의 공격을 중지시킨 장교가 자신을 보좌하는 마인드 능력자를 불렀다. 장교는 그후에 돌격 전차의 위에서 내려와 부화굴로 걸어갔다. 여러명의 보병들이 호위하기 위해 장교의 옆에 가까이 붙었다.


"테센! 부화굴 내부에 생명체가 있는지 확인해."


"네."

장교의 명령을 받은 어느 병사가 부화굴에 가까이 다가갔다. 그가 착용한 매니셉 방탄복의 등에는 마인드 능력자임을 알려주는 연방 이능력병단의 표식이 붙어있었다.


"부화굴 내부에 티스가 존재하는가?"

"..."


부화굴 앞에  쪽 무릎을 꿇고 앉은 테센은 구워진 부화굴 입구에 손을 댔다. 그는 눈을 감고, 무언가 찾는 사람처럼 감은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잠시 후 테센은 부드럽게 손을 떼었다.


"부화굴 안의 티스는 전멸했습니다. 현재 부화굴 내부에 존재하는 '심장부'는 심각한 타격을 받고 기능을 정지했습니다. 병사들을 내려보내 숨통을 끊어버리면  것 같습니다."

"좋아... 우리가 승리했다! 제군들! 우리가 이겼다!"

정예 기갑기동병들 투입시킨 장교는 병사들을 향해 뒤돌아 소리쳤다. 그는 주먹을 쥐고 하늘을 향해 쳐들었다.

"와아아-!"

장교가 승리를 선포하자, 연방군들은 환호하며 총을 하늘 높이들었다. 케일의 소대도 환호하며 승리의 기쁨을 맛보았다.

"와!!"

"젠장..해냈다. 해냈어."

"소대장님! 해냈습니다!"


"피터! 에리! 우린 어떻게든 살아남았어..."

코리가 울먹거리며 에리와 피터를 껴안았다. 에리는 코리의 허그를 받아줬지만, 코리에 더해 하겐과 칼리브레, 루이마저 그들을 껴안자 힘으로 떼어냈다.


"너무 많잖아! 한 명씩 하라고."


"참, 에리는 부끄럼이 많구만."


에리의 힘에 의해 떼어내진 코리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잠시 생각하던 코리는 이번에 케일 소대장님을 위해 헹가래를 해주자며 소대원들을 이끌고 케일에게 달려갔다.

"자, 이번엔 우리가 죽지 않게  인도해준 소대장님께 감사드리자고!"

"와! 와!"


하겐을 비롯해 수많은 대원들이 케일을 들어 헹가래를 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쳐다본 피터에게 에리가 다가왔다.

"에리. 아까는 고마웠어."

"응?"

"그, 니가 날 한번 구해줬잖아?"


"한 번?"

"... 그래 지금까지 두번. 어쨌든간에! 고맙다는거야."

피터의 말에 에리가 씨익 웃었다. 그녀는 피터의 볼에 난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를 손가락으로 닦고는 그의 눈을 응시했다.

"너와 같이 전장에 서고, 너와 같이 움직이고, 너를 구해줄 수 있어서 나는 너무 행복했어. 난 앞으로도 너와 함께 할거야. 알았지?"

"그..래. 고맙다."


"사랑해. 피터."


얼굴이 빨개진 피터가 황급히 시선을 돌리며 삐질거렸다. 에리는 그가 귀엽다는 듯이 얕은 미소를 지었다.

"앗, 저기 봐! 벨라토르들이다..."

케일에게 헹가래를 해주던 하겐이 장교와 말하고 있는 벨라토르들을 보며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 즉시 다른 곳을 보고 있던 병사들도 시선이 옮겨졌다.


"엇! 진짜잖아?"

"장교랑 무슨 대화를 하는거지? 가보자!"

코리가 피터에게 다가와 가보자고 말했다. 자신들을 구해준 거인들의 모습을 가까이서 보고싶다며. 피터도 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수호! 반갑습니다. 벨라토르시여.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이름을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피터와 코리가 그들에게 가까이 가보자, 방금 전까지 병력을 이끌던 장교가 벨라토르에게 경례를 건네고 있었다. 다른 벨라토르들은 무기를 쥔 채 석상처럼 서 있었지만 엄청난 위압감과 위엄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그런 벨라토르 측에서도 지휘관으로 보이는 어느 벨라토르 군단원이 헬멧의 바이져를 열었다.


"반갑네. 나는 불렛 리젼 군단 소속 스타헨더 대대의 3중대장, 마그머스 휀이라고 하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지원을 요청하지도, 지원군이 온다는 정보도 못 받았는데 어떻게 오셨습니까?"

"마침 이 행성 주위를 지나가다가 작전이 진행중이라는 정보를 들었지. 거기에 우리  *베네피쿠스가 위험을 감지했네. 그래서 내 중대의 군단원들을 추려 도와주러  것이네."
(*베네피쿠스: 벨라토르 군단원이면서 마인드 능력자인 자.)

"그, 그렇군요. 감사드립니다."

"제군들의 작전도 완수된 것 같고, 우리 또한 남아있는 티스 잔당을 전부 해치웠네. 더이상 자네들은 이곳에서 피흘리지 않아도 괜찮다는 소리네. 그럼."

3m의 거인들은 망설임 없이 뒤돌아 걸어갔다.  멀리 하늘에서 구름을 헤치며 팔콘V  대가 나타나 벨라토르 군단원들을 태우기 위해 지면에 안착했다.


"역시 연방의 희망들답군..."


장교가 걸어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작 12명의 벨라토르 군단원들은, 어림잡아 2천마리의 티스 개체를 상대하고도 한 명의 사망자가 없었던 것이었다.

"피터, 저 벨라토르란 군인들, 키가 엄청나게 크구만."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코리가 피터를 보며 말했다.


"그러게. 그리고 저런 육중한 몸에도 불구하고 말도 안되는 움직임을 가졌어."

"뭔데?"


"내가 아까 눈을 잠시 깜빡였는데, 그 깜빡인 사이에 랩터와 스피터들을 베어버리더라고.. 저런 자들과 척지고 싶지 않아."

"...나도 그래. 어찌보면 연방의 커다란 반란을 제압할때도 저런 벨라토르들이 출동하면 순식간에 끝나겠는걸."


"나는 반란 같은  절대 생각하지 못하겠어. 저런 괴물들과 싸워야 된다면야 절대."

"나도 그래."

"야~ 너희들! 이제 전선으로 복귀하래! H-100 수송차량들이 왔어!"

멀지 않은 곳에서 수송차량에 오르는 하겐이 소리쳤다. 그는 피터와 코리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빨리 가자. 이런 곳에서는 오래 있고 싶지 않다. 결국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잖아."


"그래. 가자고. 근데 우리는 운이 좋았던거겠지. 피터?"


"...그렇겠지. 하지만 나는 왠지 오늘 죽지 않을  같더라. 느낌이 그랬어."


"재밌는 소리를 하네.  미래를 안다는거야?"

"아무튼. 차에나 타자고."

코리를 먼저 수송차량에 태우고, 곧바로 수송차량에 오른 피터가 게이트를 닫았다. 그는 게이트를 닫기 직전, 전장에 널부러진 연방군들의 시체가 꿈틀거린 것을 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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