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7화 〉[부화굴 격전] (27/131)



〈 27화 〉[부화굴 격전]

"분대로 나뉘어서 맡은 부화굴 속으로 진입해! 건투를 빌겠다!"

리케가 자신들의 분대원들에게 손을 흔들며 부화굴 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분대원들은 무기를 쥔채 그를 따라 부화굴 속으로 몸을 던졌다.

"가자!"

미하일도 에이스와 펠컨이 속한 자신의 분대를 이끌고 어느 부화굴 속으로 몸을 던졌다. 에이스는 미하일의 바로 뒤를 따라 들어갔지만, 펠컨은 후미에 서서 분대원들이 안전히 들어갈 수 있도록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모든 다목전 전술 기동병이 부화굴 속으로 진입하고 나서, 그들이 마주한 것은 상당한 숫자의 티스 군단이었다.

"에이스! 맥스! 둘은 좌우를 맡아! 나머지는 정면으로 돌파한다!"


미하일은 능수능란하게 분대원들을 지휘하며 화염 수류탄을 꺼냈다. 골목을 막고 있는 수많은 티스 개체들에게는 화염이 제격이었다. 그가 던진 화염 수류탄이 티스 놈들 가운데로 떨어졌다. 콰아앙하는 소리와 함께, 티스들은 불에  죽으며 괴성을 내질렀다.


"전진! 전진! 핵탄두를 최대한 보호해라!"

"네!"

"알았어!"


8명의 분대원들은 시속 50km의 속도로 기다란 생체 터널을 돌파하고 있었다. 그들은 타죽고 있는 티스들의 시체를 건너며 불쾌한 탄 냄새를 맡았다.

"우왁!"

후미에 있던 어느 분대원이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넘어졌다. 펠컨은 쓰러진 동료에게 달려가 그를 일으켜 세웠다. 동료의 등에는 가시 독침 4발이 단단히 박혀 있었다. 다행히도, 택티컬 아머가 어느정도는 보호하고 있었고 신체 개조 덕분인지 치명상 수준은 아니었다. 그가 쓰러진 동료를 일으켜 세우는 순간, 저 멀리서 가시 독침 여러발이 날아와 그의 팔에 꽂혔다. 펠컨은 크윽하는 소리를 내며 가시 독침들을 손으로 뽑아냈다.


"크윽. 스피터! 스피터다!"

"비켜!"

에이스가 부상을 입은 펠컨을 밀쳐 다음 공격을 준비하는 스피터에게 맞섰다. 그는 왼쪽 허벅지에 꽂힌 유탄 권총을 뽑아들었다. 스피터는 그를 노려보며 징그러운 아가리를 쩌억 벌리고는 가시 독침을 발사하기 위한 동작을 취하고 있었다.

"이거나 쳐먹어라!"

스피터에게서 가시 독침이 날아오기 바로 직전, 에이스의 유탄 권총은 불을 뿜었다. 유탄은 그 즉시 날아가 스피터의 더러운 턱에 꽂히며 폭발했다.


"키에에에에엑!"

유탄이 적중한 스피터의 얼굴은 형체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 괴물은 비틀거리며 움직이다  쓰러져 숨을 거두었다. 에이스는 완전히 사망한 스피터의 시체를 흘겨보고는 팔의 상처에 고통스러워하는 펠컨에게로 다가갔다.


"괜찮냐?!"

"으윽. 아머에서 재생제를 투여하고 있어. 지금은 버틸만 해."


"그럼 일어나! 가자!"


"앞쪽에서 더 온다!"

에이스가 펠컨의 손을 잡아 일으키는 도중, 맥스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앞쪽에는 벌써 수백 마리의 티스가 포진되어 그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랩터 2마리가 미하일에게 달려들었지만, 미하일은 한 마리를 사격으로 제거하고 근접한 놈의 머리를 주먹으로 강타해 부숴버렸다.

"더 깊숙이 들어가야 해! 이렇게 얕은 곳에서 핵탄두를 가동시켜 봤자 타격은 없다!"

"어디까지 들어가야 하는데?!"

란케르가 탄창을 장전하며 미하일을 쳐다보았다. 여기서 둘러싸여 전멸한다면 핵탄두를 얕은 곳에 설치하는 것만 못했다. 하지만 미하일은 굳은 의지가 드러나는 얼굴로 분대원들에게 명령했다.

"여기서 600 m만 더 진입하면 돼! 근접하는 놈들은 사격말고 근접전으로 처리하고! 탄약을 아끼면서 전진한다. 가자!"


"젠장. 알았어!"


미하일과 그의 분대원들은 티스의 발톱과 이빨들을 헤쳐 나가며 전진하고 있었다. 벌써 한 분대원은 스피터의 변종인 '개구리'의 혀에 낚아 채여져 티스들에게 사지가 찢겨나가는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 참이었다. 그를 구하려던 무큐라는 분대원도 스피터의 가시 독침으로 인해 전신이 마비된채 전사 해버리고 말았다. 미하일은 자신의 동료이자 분대원이 고통 속에 죽어나가는 모습을 뒤로하고, 나머지 생존자들을 이끌고 격려하고 있었다.

"거의  왔다! 포기하지마!"


"란케르!!"

후미에서 펠컨과 함께 뒤를 맡던 에이스가 문득 란케르를 돌아보고 손을 뻗으며 비명을 질렀다. 란케르는 그를 보며 당황한 표정을 짓고 옆을 쳐다보았으나,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부화굴 안에 존재하는 날카로운 촉수가 어딘가에서 튀어나오더니 그녀의 머리 한 가운데로 날아왔다. 그녀의 바이져가 박살나며 깨지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제 아무리 초인적인 반응속도를 지니고 택티컬 아머로 신체 능력을 강화한 므트마 대원이었지만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날아오는 촉수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었다.

"아아아악-!"

"란케르!"

란케르는 자신의 얼굴을 감싸쥐며 나자빠졌다. 미하일은 부상당한 그녀에게 달려가며 맥스에게 명령을 내렸다.


"맥스! 나와 란케르를 엄호해!"


"예!"

"제기랄.. 란케르!"


부상당해 얼굴에서 피를 분수처럼 뿜어내고 있는 란케르에게 다가가 상처를 확인하던 미하일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씨팔..."


"란케르! 괜찮아?!"


펠컨과 어느 분대원에게 후미를 맡기고 달려온 에이스는 그녀의 부상을 보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녀의 얼굴은 반쪽이 잘려나가 생사를 넘나들고 있는 상황이었다. 란케르가 착용한 택티컬 아머가 삐익거리며 그녀의 생명이 끝나감을 경고했다. 택티컬 아머는 계속해서 재생제를 자신의 주인에게 투여하고 있었으나 상처는 전혀 나아짐이 없었다.


"...가. 빨리.."


란케르가 미하일의 가슴팍을 피가 흥건한 자신의 손으로 힘겹게 밀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허벅지로 손을 가져가 수류탄 하나를 꺼냈다. 미하일은 그녀의 손에 들린 수류탄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블랙홀 수류탄. 폭발 후 2초후에 조그만 블랙홀을 생성해 주위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마침내 폭발시키는 위협적인 폭발물. 란케르는 지금 이것으로 자신의 마지막 생명을 불태우려는 생각이었던 것이다.


"빨리.. 가. 난 틀렸어."

에이스는 주위에서 괴성을 지르며 달려드는 랩터를 군용 나이프로 두개골을 쪼개버렸다. 그는 아직 고민하는 미하일을 보며 답을 요구하고 있었다.


"분대장..! 어떻게 할 거에요?"


"..."


"분대장..!! 결정해야해요!"


미하일은 큭하며 울분을 참는 소리를 냈다. 그는 조용히 자신의 헬멧에 달린 바이져를 닫았다.

"...가자. 란케르는 여기에 두고 간다."


"알겠습니다..."

에이스는 후미에 있는 다른 분대원들에게 소리를 질러 전진하자고 외쳤다. 펠컨과 어느 분대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사격을 멈춘 뒤 그들을 가로질러 나머지 분대원들과 앞으로 전진했다. 그러나 미하일과 에이스는 쓰러져서 생사를 오가고 있는 란케르의 옆에 서 있었다.

"란케르. 미안하다.."

미하일은 마침내 그녀에게서 등을 돌리고 다른 분대원들처럼 생체 터널의 끝을 향해 달려갔다. 란케르는 그런 그의 모습에 안심했다는 듯이 반쪽만 남은 얼굴로 씨익 웃었다.

"란케르 씨.."


에이스도 그녀를 내려다보며 울먹거렸다. 란케르는 그를 보며 어서 가라는 말을 힘겹게 뱉었다.

"빨리 가. 여기는 내가.. 어떻게든 저지 해볼게."

"미안합니다..."

에이스도 그녀를 뒤로하고 동료들의 뒤를 따랐다. 란케르는 그가 달려가는 뒷모습을 한번 보고는, 자신에게 발톱을 꺼내고 덮쳐오는 티스를 한 쪽만 남은 눈으로 노려보았다.

"너희는.. 이 이앞으로 못..가!"

그녀의 번쩍 치켜든 손에서 폭발이 일었다. 폭발은 1m 크기의 조그만 블랙홀을 생성해 반경 6m의 모든 것들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티스 놈들은 불현듯 나타난 블랙홀에 비명을 지르며 끌려들어갔다. 수십, 수백 마리의 티스가 블랙홀 수류탄의 먹이가 되어버렸다.

"제기랄... 란케르.."

살아남은 4명의 대원들과 어두운 생체터널을 달리고 있던 미하일은 순간 울려퍼진 소리에 란케르의 최후를 직감했다. 에이스도 블랙홀 수류탄의 폭발 소리를 듣고는 절대 란케르의 목숨을 허투루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거의 다 온 것 같아!"

펠컨이 자신의 팔목에 기기로 홀로그램 지도를 띄웠다. 그들은 지금 부화굴의 끝에 거의 도달해 가고 있었다.


"그렇군! 다들 곧 벌어질 전투에 대비해. 놈들은 부화굴의 심장부를 지키려고 오만 노력을 다할거다!"


미하일이 말을 끝내자마자, 맥스가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분대장님! 전방에 스웜가드 개체 발견! 접근해옵니다!"


"제길. 교전 시작! 랭스! 넌 교전을 최대한 피하고 끝으로 달려! 맥스! 너는 랭스를 도와!"

핵탄두를 소지하고 있는 분대원을 가리키며 명령한 미하일은 펠컨, 에이스, 그리고 시엘이라는 분대원과 함께 스웜가드에게 달려들어 교전을 시작했다. 4명의 다목적 전술 기동병들은 극도로 집중하고 있었기에 엄청난 속도와 신체 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스웜가드가 휘두른 팔에 에이스가 맞는가 싶었으나, 순간적으로 음속에 가까운 속도를  에이스는 스웜가드의 팔을 간단히 피했다. 그는 휘두른 스웜가드의 팔에 군용 나이프를 휘둘러 주욱 그어버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스웜가드는 자신의 팔이 길게 그여버리자, 팔에서 피를 뿜으며 괴로워했다. 고통스러워하는 스웜가드를 향해 움직인 다음 타자는 펠컨이었다. 펠컨은 5m 정도의 도약으로 뛰어올라 나이프를 역수로 쥐고 떨어지면서 놈의 가슴팍을 깊게 베어버렸다. 그는 땅에 닿는 순간 구르며 스웜가드의 날카로운 꼬리를 피했다.


"됐다! 이런 녀석이라면 죽일 수 있어! 고작 7m, 태어난지 얼마 안 된 놈이다!"

미하일이 외쳤다.


"이 역겨운 새끼야, 찢어죽여주마!"


"씨팔놈. 너는 뒤졌다!"


"놈은 우리보다 훨씬 느려!"

3명의 분대원들도 각자  마디씩 뱉으며 놈에게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턱 근육을 노려라! 턱 근육을 노리면, 놈의 입안으로 유탄을 쏴버려서 머리를 폭발시켜버릴  있어!"

스웜가드의 턱 쪽을 유심히 살펴보던 미하일이 분대원들에게 명령했다. 그의 말을 빠르게 이행하기 위해 시엘이 군용 나이프를  들었다. 38cm의 칼날이 순간적으로 번뜩였다. 시엘은 솟구쳐 오르는 아드레날린을 느끼며 8m 가까이 도약했다.

"턱을 좌우로 베어주마-!"

하지만 그의 칼날은 스웜가드에게 닿지 못했다. 그의 움직임을 유심히 지켜보던 스웜가드는 그가 자신에게 도약했을 때를 기다리며 에너지를 모으고 있었다. 마침내 시엘이 자신의 턱을 노리며 달려들었을 때, 스웜가드는 모아둔 에너지를 입에서 방출시켰다.

[콰아아아아아아아-]


길고 굵직한 푸른색의 플라즈마 열선이 스웜가드의 입에서 방출되었다. 플라즈마 열선은 시엘의 상반신을 가루로 만들어버림에도 그치지 않고 부화굴의 천장과 지층을 뚫어버렸다. 엄청난 파괴력이었다. 플라즈마 열선이 끊기자, 하반신만 남은 시엘이 공중에서 힘없이 떨어졌다.


"시엘!!!!!!!!!!!!!!!!!"


"말도 안돼... 태어난 지 얼마 안 되는 놈이.. 어떻게..!"

"크으윽... 시엘.. 제기랄! 에이스! 펠컨! 너희들은 부화굴 끝으로 달려간 랭스와 맥스를 지원해라! 그들이 핵탄두를 설치할 수 있게 도와!!  개자식은 내가 맡겠다!"

"하, 하지만.."


"빨리 가라고!!!!"


"씨팔.. 젠장! 가자! 에이스! 여기는 분대장에게 맡겨! 벌써 잊었어?! 우리 임무는 부화굴 폭파라고!"


"알았어!"

펠컨이 선두에 서서 달리기 시작했다. 에이스도 마지 못해 그의 뒤를 따랐다. 부화굴의 끝은 바로 코앞이었지만, 내리막길로 내려가는 생체 터널이 하나 더 존재하고 있었다. 펠컨은 속도를 늦추지 않고 달리며 생체 터널의 내리막길을 내려갔지만, 에이스는 아래로 몸을 던져 내려가기 전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미, 미하일 분대장..!"

그가 마지막으로  것은 스웜가드의 아랫턱을 자르는데 성공했지만 불운하게도 붙잡힌 미하일의 모습이었다. 미하일은 자신을 바라보는 에이스에게 결연한 표정을 짓고는 수류탄을 꺼내 들었다. 그가 수류탄을 높게 쳐들자, 콰아앙하는 소리와 함께 스웜가드의 오른손이 폭발했다.


"제길..."

에이스는 슬퍼할 새도 없이 내리막길을 향해 내달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