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화 〉[도박]
<오레스 01 행성의 거대하고 길다란 4 전선의 사령관실.>
수십 km는 족히 이어져 있을 거대한 전선. 케일 소대가 현재 참여하고 있는 이 4전선의 총 지휘관인 나일 준장은 전장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전선 뒤쪽의 거대한 탑에서 담배를 빼물고 있었다. 오레스 01 행성에 침투한 티스 군단과의 전쟁은 1년 가까이 치루어지고 있었기에, 수많은 인명피해를 눈감고 전선을 사수해야만 했던 그의 얼굴은 상당히 어두워져 있었다. 그는 담배를 끝까지 빨아들이고는 책상에 올려진 빈 담배곽에 담배를 비벼 껐다. 그가 담배를 비벼끄자 치이익 소리가 나며 담배곽이 조금 타들어갔다.
"준장님. 연방군의 지원입니다."
"?"
초록색의 망토를 둘러쓴 어느 장교가 문서를 들고 준장의 방으로 들어왔다. 나일은 뚜벅뚜벅 걸어가 그녀에게서 문서를 뺏은 뒤 자리에 앉아 읽기 시작했다.
"연방군 타격팀이 움직여 티스 놈들의 지상 부화굴을 기습하고 파괴하겠다고?"
"네. 다목적 전술 기동단 쪽에서 움직일 거랍니다."
"거, *MTMA녀석들 말이지."
(*Multi-purpose Tactical Maneuver Army = 다목적 전술 기동단, 므트마라고도 불린다.)
나일은 자신의 턱수염을 매만졌다. 신체 개조와 극한의 훈련을 받는다고 알려진 므트마들은 연방군의 특수부대들 중 하나였다. 그들이 움직여서 임무를 완수한다면, 현재 나일이 맡고 있는 전선의 부담은 적어질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이 타격팀을 도우라는 말인가?"
"이 전선에 있는 병사들이 직접적으로 작전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타격팀이 임무를 완수했을 때 구출할 소규모 팀을 준비해 두라고 하던데요."
"공군 녀석들 도움을 받으면 되겠군. 알았어. 그들이 임무를 완수했을 때 구출팀을 파견한다고 전해. 그들이 성공한다면 우리 쪽에서 부담은 훨씬 적어질테니까."
"알겠습니다. 수호."
장교가 준장에게 경례를 한 후 밖으로 나갔다. 나일 준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 멀지 않은 전선의 참호들에서는 반짝거리는 스포트 라이트들이 전장을 비추고 있었다. 스포트 라이트들이 전장을 비추자, 병사들의 시신들이나 티스의 썩어가는 잔해들이 드러났다. 나일은 그것을 보고 불편한 얼굴로 팔짱을 끼었다.
"확실히 타격팀이 성공만 한다면... 괜찮은데."
나일은 타격팀의 실패를 걱정하고 있었다. 타격팀이 부화굴의 파괴를 성공한다면 부화굴이 완전히 고쳐지기 전까지는 티스 군단의 진격이 저지될 것이 분명했다. 그 때를 노려서 병력을 전진시키고 놈들을 몰아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타격팀이 실패하거나 불완전하게 파괴 공작을 실현했을 때는, 위협을 받은 부화굴에서 엄청난 숫자의 티스 군단을 찍어낼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된다면 전선은 밀리게 되거나 괴멸적인 피해를 입을 것이었다.
"도박에 병사들 목숨을 걸 수는 없는 꼴이지만... 어차피 이대로 가다가는 전선이 밀리게 될 것이 분명하다."
나일은 다시 돌아와 자리에 앉았다. 그는 담배를 또 하나 빼물고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오레스 01 행성 담당의 우주 연방군 기지.>
"자, 집중해라."
커다란 작전실에서, 조금은 검은색이 담긴 초록색 망토를 맨 어느 장교가 병사들을 둘러보며 설명하고 있었다. 그는 칠판 옆에 달려있는 버튼을 눌렀고, 칠판에는 파란색의 홀로그램들이 형형색색 떠올랐다. 약 80명의 병사들이 홀로그램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장교는 홀로그램을 가리키며 말했다.
"우리는 2시간 후에, 오레스 01 행성의 4전선에 참가하여 티스의 부화굴을 타격할 것이다. 우리의 목표물은 이 부화굴 5곳이다."
장교가 가리킨 홀로그램은 징그럽게 생긴 굴이었다. 저곳에서 티스 놈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었다.
"총 16명씩 1분대가 되어 한 곳씩 기습해 폭발물을 설치하고 빠져 나온다. 이것이 이번 작전의 내용이다. 중간중간 티스와의 교전을 염두하고 움직여라. 놈들은 자신들의 부화굴이 파괴되게 두지 않을 것이다. 너희들이 설치한 폭발물은 약 4분후에 폭발한다. 충격을 주면 곧바로 폭발하여 티스놈들의 부화굴을 완전히 불태우겠지만, 그렇게 한다면 그 파괴된 부화굴에서 탈출하지 못한 자들도 같이 불타고 말겠지."
장교는 병사들을 둘러보았다. 역시 연방의 특수부대들인지, 한 명도 겁먹지 않고 결의의 눈빛을 지니고 있었다. 이들이라면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좋아. 작전 설명 끝. 지금부터 개인 장비를 점검해라. 2시간 후의 투입을 준비하고 몸과 마음을 정비해. 이상!"
장교는 작전실에서 걸어 나갔다. 그가 문을 열자, 바람에 의해 그의 망토가 휘날렸다. 장교가 나가버리고 제각기 몸을 일으키는 병사들은 자신들의 동료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에이스. 이번 임무엔 실수하면 안 된다?"
"뭐? 펠컨. 정말 어이없는 소리를 하네."
"둘다 그만해. 이번 작전은 꽤 힘들거니까."
"아고고, 미하일 분대장님. 알겠어요."
"야, 분대장도 어쨌든 네 상관이야. 같은 훈련 동기라고 해도."
"하하. 알았다고!"
병사들은 작전실에서 나와 자신들의 분대에 모여 장비들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1초에 30발 이상을 발사할 수 있는 펄스 라이플의 상태를 점검하고, 자신들의 생명과도 같은 택티컬 아머를 착용하여 훈련실에서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읏차."
택티컬 아머를 착용한 에이스가 가볍게 주먹을 휘둘렀다. 훈련실에 놓인 표적지가 그의 주먹에 머리 부분이 박살나며 땅에 흩어졌다.
"움직임은 괜찮고."
그는 이번에 바이져를 열었다 닫았다하며 헬멧이 잘 작동하는 지 확인했다. 바이져는 지잉하는 소리와 함께 열리고 닫혔다. 잘 작동하고 있었다. 그는 헬멧의 왼쪽에 달린 버튼들을 눌러보며 무전이 잘 되는지 확인했다.
"야, 펠컨. 나한테 무전 걸어봐."
"알았어."
펠컨이 자신의 헬멧을 누른채 조용히 속삭였다. 그가 할말을 끝내고 버튼에서 손을 떼자, 에이스가 그를 장난스레 밀쳤다.
"야이 새꺄. 내 얼굴이 뭐같이 생겼다고?"
"헤헤."
"어휴. 됐고, 조준기나 확인해야겠군."
에이스는 자신의 펄스 라이플 상단에 달린 조준기를 건들었다. 5cm 정도의 조그만 조준기는 기익하는 소리와 함께 펴졌다. 조준기를 들여다보니, 초록색의 점이 한 가운데에 정확히 떠 있었다.
"잘 되네."
그때, 훈련실의 게이트가 열리고 어느 병사가 들어왔다.
"타격팀 대원들은 속히 출격실로 이동하랩니다."
"야,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보다 야."
"그래. 이동하자고. 잠시만 실례."
병사를 게이트 옆으로 부드럽게 밀은 펠컨은 출격실로 걸어갔다. 나머지 대원들도 그의 뒤를 따랐다. 길고 넓은 복도를 지나, 약 2m 크기의 게이트를 지나, 그들은 *팔콘V가 수십, 수백대는 대기하고 있는 출격실에 도달했다. 출격실은 사실상 우주 공간에 놓여져 있는 터라, 그곳에서 팔콘V를 지휘하는 일반 병사들도 전원 차폐복을 착용하고 있었다. 펠컨이나 에이스 같은 다목적 전술 기동 대원들도 전부 바이져를 닫아버렸다.
커다란 팔콘V에 다다른 대원들은 팔콘에 전원 탑승했다. 팔콘V는 총 90명의 병사들을 수용할 수 있는 크기였기 때문에, 80명 정도는 간단히 실을 수 있었다. 좌석에 앉은 대원들은 마지막에 들어온 대원에게 전원 시선이 꽂혔다. 바로 자신들의 소대장인 리케 대위였다. 조종석실에서 걸어나온 어느 대원이 리케에게 경례를 했다.
"수호. 곧 출발한다고 합니다. 대위님."
"알았어."
리케는 소대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운데의 좌석에 앉았다. 양 옆에 그의 소대원들이 주루룩 앉아있었다. 잠시 후, 팔콘V가 미끄러지며 움직이는 느낌이 났다. 팔콘V는 그대로 엔진이 가동되는 소리와 함께 넓은 우주공간에 발을 내딛었다.
"대기권에 진입합니다!"
조종석에서 외침이 들려오자, 대원들을 혀를 씹지 않기 위해 이를 악 물었다. 팔콘V는 대기권의 온도와 충격을 견뎌내며 흔들리고 있었다. 펠컨은 자신들의 동료를 보면서 훠우하는 함성을 내질렀다. 그가 매일 작전에 투입 될때, 대기권을 진입하면서 내는 소리였다.
곧이어 팔콘V는 속도를 느리게 유지해 지면에 척 내려 앉았다. 팔콘V의 게이트가 구우우 소리를 내며 열리자, 리케는 좌석에서 일어섰다.
"움직여!"
대원들이 그의 말에 무기를 앞으로 겨눈 채 팔콘V에서 내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전 소대원이 내리자, 팔콘V는 예광탄들을 하늘 높이 쏘아올리며 공중으로 날아갔다. 예광탄들은 착륙이 완료되었다는 신호를 전선에 보내는 것이었다. 전선에서 찬찬히 전장을 내려다 보던 어느 장교가 나일에게 소리쳤다.
"준장님! 착륙이 완료된 것 같습니다!"
나일도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크게 외쳤다.
"구출팀을 파견해! 타격팀은 10분 이내로 작전을 완수할거다! 우리가 늦으면 안돼!"
"예!"
장교가 달려나갔다. 나일은 걱정되는 눈으로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하얀색 예광탄을 보며, 표정을 찌푸렸다.
"성공해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