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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화 〉[부착물 훈련, 탑승물 조작] (19/131)



〈 19화 〉[부착물 훈련, 탑승물 조작]

식당에서의 식사가 끝나고, 4소대 훈련병들은 내무반으로 전원 복귀했다. 그들은 다음 훈련 일정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칼리브레, 다음 훈련은 뭐야?"

칼리브레는 동기 훈련병에게 훈련 일정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안 그래도, 그의 관물대에는 교관이 전해 준 훈련 일정이 빼곡히 적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칼리브레의 꼼꼼한 성격이 돋보이는 관물대는, 다른 훈련병들처럼 사진이나 글이 쓰인 종이가 붙혀져 있지 않았다. 오직 훈련 일정과 열심히 하자라는 글만이  붙여져 있었을 뿐.


"음? 다음은 사격 훈련인데, 총기에 부착할 부착물을 교육받는 거네. 군복이랑 매니셉 방탄복으로 환복하고 지급받은 SK-2를 소지하고 참가해야 되겠다. 장소는 평소와 같은 사격 훈련장."

"오오. 그렇구나. 땡큐,"


질문을 했던 동기는 환복을 하러 자신의 관물대로 돌아갔다.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하겐은 소대 동기들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

"자, 다들 들었지? 다음 훈련은 사격 훈련이야. 지급받은 SK-2랑 군복, 방탄복 챙겨서 준비하자고."

"어."


"응."

"지가 대장인줄 알어."


"그래."


"아무튼. 빨리 준비 해."


이제는 남녀 할 것 없이 군장 착용에 적응 된 훈련병들은 초기와는 상대도 안  속도로 환복을 완료했다. 탄약이 없는 SK-2 소총을 등에 매고, 방탄복의 끈을 당겨 딱 갑갑하지 않을 정도로만 조인 훈련병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대열을 맞춰 사격 훈련장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누군가 말했던가,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달만 이리 훈련에 미쳐 살게되면 시키지 않아도 몸이 움직이는 법이었다.

훈련병의 대열이 줄을 이뤄 내무반을 나서고, 로스토크 막사를 나와 거대한 나무들이 가득한 뒷산으로 향했다. 사격 훈련장이 있는 그곳이었다. 미리 사격 훈련장에서 대기하고 있던 교관과 휘하 기간병들은 그들을 맞이해주었다.

"좋아. 다 왔나?"

교관의 질문에 훈련병들이 크게 대답을 했다. 교관은 만족하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교관과 같이 기다리고 있던 병사들이 뒤에서 걸어나왔다. 그들의 뒤에는 워크  대여섯 기가 커다란 자루를 하나씩 들고 있었다.


"그럼. 배급해."


"옙."

병사들은 훈련병들에게 자그마한 벽돌같은 것들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벽돌같이 생긴 네모난 물건은 하단부에는 손잡이와 방아쇠가, 상단부에는 어딘가에 장착할 수 있는 것처럼 레일이 달려 있었다. 거기에 앞 부분엔 엄지 손가락이 들어갈만한 넓이와 깊이의 구멍이 하나 뚫려 있었다. 모든 훈련병들에게 배급이 끝나자, 교관의 손에도 마찬가지로 벽돌같은 물건이 올려져 있었다.

"자, 이것은 레이져 응축기다. 너희들의 SK-2 소총 하단의 레일에 정확히 꽂아 맞추면 장착할 수 있는 물건이지. 이걸 어디다가 쓰냐고?"


교관이 한 병사에게 SK-2 소총을 건네 받았다. 그는 레이져 응축기를 소총 하단부에 착 소리나가 꽂아 넣어 장착시켰다. 그리고는 사격장 안에 홀로 서 있는 표적지를 향해 조준했다.

피-잉.

레이져 탄환이 주위의 공기를 불태움과 동시에 찢고 표적지를 향해 날아갔다. 표적지의 가슴팍에 맞은 레이져 탄환은 새까만 자국을 남기며 피격 부위를 녹여버렸다.


"레이져 응축기는 너희들의 탄환이 전부 소진 되었을때나 혹은 혼자서 쓰러트릴  없는 적을 만났을때 여럿이서 공격하기 위해 만들어진 물건이다. 아쉽게도 탄약의 적재량이 실탄보다는 훨씬 적고 자체적인 파괴력은 실탄이 더 강력하기 때문에 주력 소총으로는 만들어지지 않았지. 이것의 장점은 실탄을 이용하면서도 하단부에서 발포할 수 있는 레이져 탄환이라는 것과, 한 곳에 레이져 탄환을 집중시키면 파괴력이 극도로 올라가 두꺼운 적의 장갑도 뚫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너희들의 숫자가 많아야 활용될 전략이겠지만..."


말을 마친 교관은 레이져 응축기를 빼내  속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자신에게 총을 건네준 병사에게 총을 되돌려 주었다.

"너희들이 소지하고 있는 SK-2 소총에 레이져 응축기를 장착해라. 소총 하단부의 레일과 응축기 상단의 레일을 일체화시켜 꽂으면 된다. 장착이 완료 되었으면 사로에 한 명씩 서라."


훈련병들은 각자의 소총에 레이져 응축기를 장착하기 시작했다. 피터나 에리 또한 쉽게 장착했지만, 코리는 레일이 안 맞는다며 꾹꾹 쑤셔넣고 있었다.


"스발.    맞는거야? 레일이 안 맞는다구."

"안 돼?"

"응. 이게, 이게 안 되네. 아~ 진짜!"

아직도 총기와 응축기를 들고 익익대는 코리를 보며 피터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피터가 에리를 보자, 에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이마에 손을 짚고 코리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그의 총기와 응축기를 빼앗아 단 2초만에 완벽히 장착시켰다.


"이것도 못 해?"

"헤헤헤. 고마워."


"하하. 정말 어쩔 수 없는 코리답다."

에리가 코리를 돕는 모습을 보곤 하겐이 웃음을 터트렸다. 교관은 훈련병들이 얼추 응축기 장착을 마치자 그들을 둘러보며 사로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훈련병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사로에 2명씩 섰다. 초기 사격 훈련처럼, 이번 훈련도 2명이 1조로 활동하는 훈련이었다. 훈련병들이 사로에 서서 자세를 잡는 모습을 뒤로하고 교관은 뒷짐을 지며 그들의 뒤를 걷고 있었다.

"레이져 탄환은 상당히 맞추기가 힘들 것이다. 레이져 탄환은 실탄과는 다르게 언제 어디서 쏘든 직선으로 정확히 날아가지만 총기의 하단부에 장착되어 있기에 평소의 총기보다 조준이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이번 훈련은 그 단점을 최대한 극복해 보는 훈련이 될 것이다. 사격 준비!"

척척척. 훈련병들이 표적지를 향해 각자 무기를 겨누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처음이라면 벌벌 떨면서 총을 잡는 훈련병이 있었겠지만, 한 달간 이런 훈련만 받아온 이들에게는 이미 일상이 된지라 총구가 떨리는 훈련병은  명도 없었다.


"응축기에 응축된 레이져 탄환은 약 60발로, 그다지 많지 않다. 숙련된 조준이 필요하다는 소리다. 그렇다면 이제 잡소리는 치우고, 격발!"

피융. 핑. 피잉. 레이져 탄환이 응축기의 총구에서 벗어나 공기를 불태우며 날아가는 소리가 숲 속을 채웠다. 레이져 탄환들은 표적지의 피격 부분을 녹임과 동시에 매캐한 연기를 내뿜게 만들었다. 훈련병들은 레이져 탄환이 총기의 하단부에서 뿜어져 나옴을 살짝씩 느껴지는 반동으로 느낄 수 있었지만 실탄처럼 확실히  수 있는 반동은 아니었다. 집중하지 않으면  모를, 그저 순식간에 약한 진동으로 끝날 수준의 반동이었다. 곧이어 훈련병들의 레이져 응축기가 레이져 탄환을 뱉어내는 것이 멈추고, 레이져 응축기는 삐익 소리를  번 냈다. 교관은  소리를 듣고 병사들에게 손짓을 했다. 대기하던 병사들은 워크 비를 이용해 훈련병들에게 조그만 팩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하단에 장착된 레이져 응축기의 오른쪽 버튼을 눌러 열어라. 소진된 레이져 팩을 지급받은 레이져 팩으로 교체해라. 이 작업이 완료되었다면, 장전이 완료 된 것이다."


훈련병들은 교관의 말에 장착된 레이져 응축기를 열어 레이져 팩을 교체했다. 그러자 띠링하는 경쾌한 소리가 울리며 레이져 응축기가 약하게 진동했다.


"좋아, 사수 교체!"


이후에도 유탄, 총검, 하단 손잡이, 조준기등 수많은 부착물 훈련이 이어졌고 훈련병들은 누구도 뒤쳐지지 않은 채 사격 훈련을 마쳤다. 교관은 훈련병들을 탑승물 훈련으로 이동시키기 전에, 그들에게서 장전된 레이져 팩을 회수하고 간단한 정보 하나를 알려주었다.


"레이져 응축기는 너희들 같은 일반 보병에게 전원 지급되지만, 유탄 발사기는 한 소대에 8명 밖에 지급이 되지 않는다. 32명 중 8명. 소대장의 선택으로 지정되는 유탄 발사기 사수들은 좋은 판단력을 길러야만 할 것이다. 그럼, 다음 일정으로 이동해!"

"옙!"


교관이 턱으로 이동하는 훈련병들의 대열을 가리켰다. 그것을 본 몇몇 병사들은 목례를 하고는 훈련병 대열을 이끌고 탑승물 훈련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6톤의 트럭으로 이동한 4소대의 훈련병들은  명씩 트럭에 올랐다. 32명이 전원 들어갈 수 있는 트럭은  눈에 보기에도 튼튼하고 듬직해 보였다. 내부는 덥지도, 춥지도 않은  중간 정도의 온도였으며  온도를 계속해서 유지시키는  같았다


"이야, 이거, 군용 트럭치고는 하나도 불편함이 없는데."

코리가 좌석이 은근 편안함을 느끼며, 만족의 말을 뱉었다. 피터도 그의 옆에 앉아 좌석을 쓰다듬으며 좌석이 인체에 꽤나 편하게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아챘다.


"음. 그렇네. 허리가 아프지 않잖아."

"이거 엄청 편해서 그런지, 트럭 기종의 이름도 되게 상냥할 것 같지 않냐?"


"코리, 군대에서 그런 상냥한 기종명을 붙이겠냐."

"아냐, 되게 포근하고 상냥할 거라고."

훗날 코리가 이름을 알게 될 때엔 꽤나 실망할테지만, 트럭의 이름은 전혀 포근하지 않고 오히려 딱딱한 H-100 중장갑수송차량이었다.

4소대 훈련병들을 태운 H-100 수송차량이 20분 쯤 달렸을까, 수송차량은 그들을 나무하나 없는 높은 설산 위 차량 기지에 데려다 놓았다. 병사들의 지도를 받으며 하차한 훈련병들은 자신들 앞에 놓인 4m 정도 크기의 차량 8대와 마주하게 되었다. 차량들은 좌석 부분의 천장이 휑해 앉은 상태로 바깥을 향해 사격할 수 있는 모습들을 지니고 있었다.

그들을 인도하던 병사들이 놓인 8대의 차량에 한 명씩 탑승하고, 곧이어는 훈련병들에게 4명씩 조를 이루라고 말했다.

"이 차량은 리자드입니다. 바퀴는 없지만 마치 물살을 가르는 보트처럼 지상을 나아갈 수 있지요. 최대 6명이 탑승할 수 있는 이 전술 차량은 긴급한 상황이 터졌을  보병들의 발과 마찬가지입니다. 4명씩 조를 이루어서 각각 8대의 리자드에 탑승하세요."

훈련병들은 4명씩 조를 이루어 리자드에 올라타기 시작했다. 하겐은 루크, 루이, 칼리브레와 함께, 피터는 당연히 자신과 붙어다니는 두 명, 그리고 같은 내무반의 동기인 셰이와 함께 리자드에 올라탔다. 훈련병들이 리자드에 전원 탑승하자, 미리 탔던 병사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리자드에서 하차했다.

"뭐야?"

"어어?"

당황한 훈련병들이 웅성대자, 병사  한 명이 이것 또한 훈련이라며 그들에게 말했다.

"당황하지 마십쇼. 이것도 훈련입니다. 리자드의 조종법은 10대의 소년 소녀들도 할 수 있을만큼 쉽고 간편합니다. 왼발의 페달은 앞으로, 오른발의 페달은 브레이크, 조종은 핸들입니다. 속도를 올리고 싶거나 조금 내리고 싶다면, 옆의 기어를 사용하면 됩니다. 한 조에서  명이 운전을 맡고, 다른 3명은 주위를 둘러보거나 조종석 옆에 앉아  탑승물 훈련장의 지도를 보면 됩니다. 약 2.5km의 거리를 운전해 산을 내려가고 교관님을 만나 완료하면 됩니다. 행운을 빌겠습니다. 그럼."


병사가 말을 마치고는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그러더니 다른 병사들과 함께 설산 차량기지로 복귀하기 위해 뒤돌다 걷기 시작했다.

"에이. 씨팔. 어쩌라는거야?"


코리가 투덜대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럴만도 했다. 알아서 조종해서 산을 내려가라니. 게다가 자신들이 원래 있던 훈련소와는 다르게 이곳은 눈까지 쌓여있는 설산이었다. 훈련소 주위의 계절이 전혀 따듯하지는 않았지만, 조금만 이동해도 이렇게 설산이 있을 정도라. 믿기가 어렵지만 현실이었다.

"그래도. 움직이기는 해야지 뭐. 일단은 내가 운전 해볼게."


셰이가 자신의 총기를 리자드 좌석에 걸쳐두고 조종석으로 몸을 옮겼다. 그는 조종석의 페달을 이리저리 밟아보며 기어도 움직여 보았다. 그리고는, 알았다는듯이 리자드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피터 일행이 탄 리자드가 서서히 움직이자, 동기들이 탄 다른 리자드들도 점점 움직였다. 그 모습에 코리가 피터의 주의를 돌렸다.

"야야, 피터. 다른 녀석들도 출발하나 봐. 역시, 우리가 먼저 출발해서 그런거 같은데."

"그러냐? 그럼 빨리 내려가자고. 두꺼운 군복을 입고 있어도 춥다."


"그러게. 근데 있잖냐. 이런거 여럿이서 타고 내려가는 거면, 1등하는게 좋지 않을까?"

"뭐? 너무 초등학생 같은 생각 아니야?"

"에휴. 너는 가끔가다 엄청 재미없을 때가 있단 말이지. 셰이!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지?"


코리의 말에 셰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페달을 밟았다.


"그럼. 이런 건 1등해야 재밌는 법이지."

"이런 미친, 처음 운전하면서 과속하지마!"


에리가 걱정하며 그들에게 윽박질렀다. 하지만 이미 속력을 내고 싶었던 두 남정네들에겐 들리지 않았다. 셰이가 앉은 조종석 옆 좌석에 몸을 날린 코리는 자세를 바로잡고 좌석 테이블에 뜨는 지도를 보았다. 지도에는 커다란 산의 길이 그려져 있었는데, 정상에서 조금 내려온 부분에는 파란색 점이 반짝이고 있었다.


"오! 이게 우리인가 봐. 이거, 파란 점!"


"그렇네. 우리가 움직이면  녀석도 움직이잖아."

"좋아.  파란 점이 우리면, 산  아래에 있는 초록점까지 가면 된다는 거지?"


코리가 초록색 점을 가리키자 에리와 피터가 지도를 보았다. 산의 모습으로 그려진 지도 아랫 부분엔 마찬가지로 초록색 점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들이 지도를 더욱 자세히 들여보려 할때, 리자드 내부에 꽂혀있던 무전기 화면이 울려댔다. 마치 네비게이션 같이 생긴 화면의 버튼을 피터가 누르자, 화면에서는 어느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들리나? 여기는 탑승물 훈련 교관 아이렌이다. 너희 4소대 훈련병들이 방금 리자드를 타고 차량 기지에서 출발했다는 정보를 전해 들었다. 너희들에게 딱히 할 말은 없고, 몸 성히, 그리고 리자드 부숴먹지 말고 아래에서 만나 훈련을 완료하자."


무전이 끊겼다. 셰이가 코리를 어이없게 바라보자 코리는 자신도 모르겠다는 듯이 어깨를 들썩였다.


"뭐냐,  여자. 지금까지의 교관들이랑은 다르게 진짜 할 말만 하고 끝내네."


"그러게. 성격 한 번 더럽게 쿨한 사람이구만."

피터 일행이 탄 리자드는 셰이의 능숙한 운전으로 산 아래를 빠르게 내려가고 있는 중이었다. 조종한  3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능숙이라는 표현이 조금 그렇지만, 어쨌든 그만큼 리자드의 조종이 쉽다는 증거였다. 한참 달릴 때, 셰이는 어느 능선에 잠시 리자드를 멈췄다. 피터가 무슨 일이냐고 묻자, 셰이는 코리가 운전하고 싶어한다며 자리를 내주었다. 코리는 셰이가 비키자마자 단박에 조종대에 몸을 날렸다.


"우욧! 역시 셰이가 다정하다니까. 내가 여자였으면 반했을지도 모르겠다!"

"윽. 그런 역겨운 소리는 하지말고 운전이나 해. 처음엔 조금 집중해야한다?"


"알겠어, 알겠다고~"

멈춰 있던 리자드를 다시금 움직이는 코리는 얼마 가지 못 해 조그만 나무에 박고 말았다. 다행히 조그만 나무여서 그런지 리자드는 훼손되지 않았고 다친 이들도 없었다. 피터는 일어서던 도중이라 앞으로 고꾸라져 좌석에 얼굴을 박아버렸지만.


"웁! 야! 운전 똑바로  해?"


"흐헤헤. 알겠어! 알겠다고."

에리는 잔뜩 신나 운전하는 코리를 보며 안쓰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피터도 그녀의 모습에 고꾸라진 채로  한숨을 쉬었다.


"에리, 저 녀석 왜이리 신난거야?"

"몰라. 속도가 빨라서 그런가, 평소와는 다르게 좀 흥분한  같은데."


"에휴... 이러다가 큰 바위같은 곳에 박으면  되는데. 불안하-"

"얌마! 조심해, 코리!"

피터의 걱정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셰이가 윽박을 질렀다. 그는 코리의 옆에 앉아서 조종을 일거수일투족 감시했다.


"야, 페달을 누가 그렇게 오래 밟아? 계속 밟고 있지 마. 기어는 또 왜 최상으로 올려놓은 거야? 나도 너처럼 1등을 하고 싶지만, 죽기는 싫거든."

"역시 셰이밖에 없네."


에리가 아직도 고꾸라진 피터를 잡아 일으키며 셰이를 향해 엄지를 치켜 세웠다. 셰이의 빠릿한 지도 덕분인지, 다시는 나무나 바위에 박는 일이 없었다. 리자드의 속도는 안정적으로 유지 되었고 10분도 안 되어 2.5km의 거리를 내려올 수 있었다. 셰이가 코리를 지도한 것의 영향인가, 1등으로 내려온 리자드는 바로 피터 일행이었다. 안전도 챙기고 교관의 칭찬도 받아 낸 피터와 에리는 재미를 잃은 코리만 빼고 전부 셰이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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