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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화 〉[교육 훈련 2] (18/131)



〈 18화 〉[교육 훈련 2]

훈련소의 하루가 또 다시 흘렀다. 4소대의 훈련병들은 아침부터 불려나와 체력 단련을 위한 구보를 마쳤고, 간단한 식사 후 슐터 교관과 교육 훈련을 시작하고 있었다.

"자, 그래서, 너희들이 티스 놈들을 뚫기 위해선 말이다.  거점 방어체들을 해치워야 된다는 것이다."


슐터는 홀로그램으로 땅 위에 솟아난 길다란 촉수들을 보여주었다. 촉수 끝에는 매니셉 방탄복은 물론 강력한 전차의 장갑도 찢어버릴 만큼 날카로운 칼날들이 달려 있었다. 피터는 홀로그램을 ㅏ세히 보며, 저것이 자신에게 달려드는 상상을 하였다.

"으."

"그래서 이 거점 방어체들을 어찌 해치우냐? 이 5~7m 가량의 촉수들을 상대하기에는 너희들같은 보병들에게 너무 버거운 일일 것이다. 그나마 단 한 가지의 쉬운 방법은  속에 숨어든 본체를 파괴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교육 훈련을 지루하게 듣던 코리가 피터에게 조용히 잡담을 걸었다. 그의 눈은  봐도 귀찮고 심심해 보이는 느낌이 풍겼다.

"야, 진짜 재미없다. 사격 훈련은 쏘는 맛이나, 생존 훈련은 어떻게든 버티는 맛이나, 격투 훈련은 완전 재밌고, 체력 훈련은 땀이라도 나는데 교육 훈련은 가만히 앉아서 따분한 교관님 말씀을 들어야 된다는 거지."

"..."


피터가 대답을 하지 않자 코리가 그를 한번 흔들었다. 피터는 오히려 코리를 착잡하게 쳐다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피터 옆의 에리도 못살겠다는 것처럼 고개를 저었다.

"왜 그래? 재미없는 건 사실이잖아?"

"앞이나 제대로 봐라."


"뭐..? 아앗!"

피터의 말에 앞을 쳐다 본 코리에게는 자신의 생활복같은 연두색의 천이 보였다. 그것을 올려다 보자, 슐터 교관의 매서운 눈이 보였다. 코리가 얼어붙자, 슐터는 뒤돌아 교탁으로 걸어간  그에게 나오라고 손짓했다.

"얼른 나와."

"옙!"


부동자세로 일어서서 쭈뼛쭈뼛 앞으로 걸어나온 코리에게 슐터는 홀로그램 기기를 꺼내 옆에 두었다. 이윽고, 홀로그램 기기는 등 뒤에 거대한 생체박격포를 매달고 있는 다리 6개의 괴물을 띄워주었다.


"보이나? 이것은 포격충이라고 하는 티스 군단의 화력 담당 개체이다. 너희들이 상상도  수없을만큼 먼 곳에서 산성포격을 퍼붓지. 이렇게."


슐터 교관은 홀로그램 위로 주먹을 올리더니 슈우웅 하는 소리를 입으로 내고는 코리의 복부에 꽂았다. 코리는 윽하며 배를 부여잡았다. 훈련병들이 그 모습에 하하하하 웃었다.

"들어가. 교육 시간에는 딴 짓하지 말고."


"옙..."

"자, 다시 교육을 시작 해 볼까?"


슐터는 홀로그램 기기 3개를 박스에서 꺼내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태블릿을 툭툭 두들겨 각 기기마다 다른 모습의 티스 홀로그램을 띄웠다. 그는 홀로그램에 뜬 티스들을 하나하나 가리키며 이름을 불러주었다.

"이놈은 스핀 스파인. 동그란 공에 가시가 다닥다닥 박혀있는 녀석이지.  녀석은 병사들의 참호로 굴러 와 참호 내에 침투해 폭발한다. 순간적으로 튀는 독가시들은 가까이서 맞으면 절명할 정도의 위력을 품고있다."

"그리고, 이놈은 타이니 데빌. 덩치는 40cm~60cm 정도의 작은 녀석이지만 떼로 몰려다니는 위험성이 있어. 그리고 가장 무서운 점은..."


말끝을 흐린 슐터는 다음 홀로그램을 가리켰다. 그가 가리킨 티스 개체는 뱀에게 다리가 달린 것 같았다.

"이것이지. 기간트. 타이니 데빌이 적당한 영양분을 섭취하고 고치 안에서 며칠 간의 성장을 계속하게 되면 이렇게 거대한 괴물로 자라난다. 이때의 크기는  40m 정도인데, 계속 두면 계속해서 성장하는 특징이 있다.  이놈은 땅굴을 파서 티스 놈들이 땅 속에서 튀어나오게 만들지. 여러모로 보병들에게는 좋지 않은 놈이다."

그는 홀로그램 기기를 회수하고 전원을 끈 뒤 칠판에 영상 하나를 띄웠다. 그 영상은 어느 보병의 헬멧에 달린 카메라가 찍은 영상이었다. 영상 속 카메라의 주인은 참호 속에서 안개를 향해 총을 난사하고 있었다.

"지금부터 너희들이  것은, 기간트의 모습이다. 아쉽게도 영상의 주인과 그의 중대는 기간트가 몰고 온 티스 군단에 의해 전원 전사했다."

영상 속의 땅이 흔들리며, 카메라의 주인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씨팔! 뭐야!!"

곧이어 영상의 땅이 진동하다못해 폭발하듯 솟구쳐 오르는 모습이 송출되기 시작했다. 영상 속의 병사들은 비명을 지르며 땅에서 솟구쳐나온 거대한 괴물에게 화력을 쏟아붓고 있었다. 안개 속에서 보이는 거대한, 적어도 80m는  만한 괴물이 땅에서 솟아오르는 모습에, 영상의 주인은 거의 울먹이고 있었다. 마침내 어느 티스 개체의 발톱이 카메라를 향해 정면으로 날아올 때, 슐터는 영상을 꺼 버렸다.

"봤지? 이런거다. 기간트는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놈이지만, 적어도 스웜 타이탄처럼 해치울 수 없는 존재는 아니다. 이 녀석이 나타난다면 당장 기갑부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슐터는 말을 마치며 훈련병들을 둘러보았다. 그들의 안색은 굉장히 어두워져 있었다. 안 그래도, 사람이 생생하게 죽어나가고 거대한 괴물이 찍힌 영상을 본다면 누구도 안색이 밝진 않을 것이 분명했다.


"흠! 흠. 너희들, 너무 절망하는 거 아니냐? 아직 절망하기엔 이르다. 이런 녀석들이 있어도 연방군이 무너지지 않은 이유는 다 있는 법이다."

훈련병들을 달래듯 말한 슐터는 박수를 두번 쳤다. 그러자, 앞문이 열리고 완전 군장을 갖춘 한 병사가 뚜벅뚜벅 걸어들어왔다. 병사는 슐터에게 경례를 하고는 훈련병들에게 돌아섰다. 슐터는 병사를 손으로 가리키고는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왜 뜬금없이 병사가 들어왔나 싶겠지. 하지만 이런 병사가 연방군이 무너지지 않았던 큰 이유 중 하나이다. 간단히 자기 소개를 해 주게."

병사는 슐터의 말을 듣고는 훈련병들에게 목례를 했다. 병사는 아직 말도 꺼내지 않았고 눈까지 헬멧으로 가리고 있어 성별을 분간하기 어려웠지만, 목소리로 알 수 있었다.

"반갑습니다. 401기 훈련병 여러분. 저는 메즈 하나, 연방 이능력병단 소속 소서리스 입니다."


짝짝짝. 훈련병들의 박수 갈채가 잠깐 이어졌다. 슐터는 훈련병들의 갈채가 끝나자 헛기침을 한 번 해 목을 풀고는 그녀가 무엇인지, 누구인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 병사는 마인드 에너지를 지닌 초인 병사이다. 5억명 중 한 명 꼴로 발생하지. 그래, 너희들이 대강 짐작했듯이 초능력자라는 뜻이다. 그 중에서도 평균적인 능력치를 지니고 전장에 투입되는 병사이기도 하지. 메즈의 능력은 치유와 염력. 이 두가지다. 간단히 시범을 보이겠다. 준비 해."

"넵."

훈련병들이 수군거렸다. 초능력자가 세상에 어디있냐는 내용으로 수군거리거나, 사기 아니냐는 내용이 대다수였다. 슐터와 메즈는 훈련병들의 믿지 않는 시선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시범을 보일 준비를 마쳤다.


"메즈, 준비 됐겠지?"

"당연한 말씀입니다. 교관님."

"좋아."

슐터는 망설임 없이 권총을 꺼내 그녀에게 쏘았다. 총알이 공기를 찢으며 메즈에게 날아들었다.

"뭐, 뭐야!"


예상치 못한 상황에 코리가 벌떡 일어섰다. 그것은 피터나 다른 훈련병들도 마찬가지였다. 교관이 갑자기 병사에게 총을 쏘다니, 이것은 살인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총성이 멎었을 즈음에는 훈련병 전원이 생각하는 모습은 펼쳐져 있지 않았다. 두 발. 두 발의 탄환이 모두 메즈의 오른손 앞에 멈춰 있었던 것이었다. 총탄들은 아직도 무언가를 뚫으려는듯 움직였지만 보이지 않는 강력한 힘에 멈추어 버둥거리고 있었다.


훈련병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그녀를 쳐다보자, 메즈는 부끄러운  시선을 돌리며 들고 있던 오른손에 주먹을 쥐었다. 그러자 가로막혀 있던 총탄들이 힘 없이 땅바닥으로 떨어져 쨍그랑 소리를 냈다.


"무슨 일입니까?!"

방금  들린 총성 때문인지, 무장을  병사  명이 이론 교육실의 앞문을 열어젖혔다. 그러나 그들은 곧 슐터와 메즈의 모습을 보고는 알아차렸다는 얼굴로 앞문을 닫았다. 슐터는 훈련병들의 입이 떡 벌어져 있는 모습을 보고는 바로 다음 시범을 보여주기 위해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방금 보았듯, 메즈의 능력 중 하나인 염력이 이것이다. 정신이 가장 맑고 집중이  될때에는 전차의 포탄도 정지시킬 수 있지. 이번에는, 그녀의 치유 능력을 확인해 보자고."

슐터는 품속에서 꺼낸 물건이 무엇인지 모두에게 보여주었다. 그것은 날이 매우 날카롭고 빛나는, 20cm 정도의 군용 나이프였다. 그는 번뜩이는 칼날을 자신의 왼팔로 향해 푹 찔렀다. 나이프는 그의 살갗에 스며들어  피를 배어나오게 만들었고, 그가 칼을 뽑자 큼지막한 상처와 함께 피가 쉬이 솟구쳤다.


"부탁한다. 메즈."

"넵."

메즈가 슐터에게 다가가 상처를 어루만졌다. 그러더니, 흘러나온 피가 점점 상처 속으로 되돌아가고 나이프에 의해 갈라지고 찢어진 살점이 서로 붙기 시작했다. 재생제는 상대도  되는 속도와 치유력이었다. 몇  지나지 않아, 상처는 어제 칼날로 후볐냐는 듯 멀쩡한 살결로 돌아와 있었다.

"이게 메즈의 치유 능력이다. 마인드 에너지에 재능이 있거나 태초부터 소유하고 있던 자들은 이런 능력을 사용할  있다는 뜻이다. 마인드 에너지는 사람의 개성 그 자체라, 어떤 모습으로 발현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위력도 제각각이기에 연방군은 소서러들을 등급으로 나누어 관리하지. 이제 마인드 에너지가 더 궁금한 훈련병 있나?"

슐터는 말을 마치고 얼이 빠진 훈련병들을 보았다. 그들은 난생 처음 초능력을 목격하고 있었기에 다들 놀라움과 신비함으로 얼굴이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어느 한 명의 훈련병은 놀라움과 신비함을 억누르고 슐터에게 질문했다.

"교관님. 마인드 에너지는 어떻게 발현되는 겁니까?"


"음. 좀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군. 이름이.. 에리 캐트 훈련병. 캐트..아니. 마인드 에너지가 어떻게 발현하는 지를 알고 싶나? 그것은 딱 잘라 말하기 어렵지만, 무언가를 극도로 원해 미칠 지경이거나, 아니면 생명의 중대한 위협이 가해졌을 경우 마인드 에너지가 발현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도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한 점이, 그렇게 발현된다면 그 자가 원래 재능이 있어서 발현이 되는 것인지, 아니면 인류 전부에게 발현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인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슐터는 자신의 볼을 톡톡 두들겼다. 다음 말을 고민하는  했다.


"그니까, 쉽게 말하면 지금 여기에 있는 훈련병들, 즉 너희들도 마인드 에너지를 발현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될 지 안 될 지는 정확히 나도 모르지."

"그렇습니까..."

"자, 이야기는 여기까지. 오늘 시범을 보여준 메즈 한나 상병에게 박수! 그리고 오늘의 교육 훈련은 여기서 끝이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다음 훈련 일과로 신속히 이동하도록!"


"옙!!"


슐터가 자신의 망토를 휘날리며 이론 교육실을 나갔다. 메즈라는 병사도 훈련병들에게 목례를 하고는 그를 뒤따라 나갔다. 훈련병들은 교육 훈련을 마치고 제각기 모여 식당으로 발걸음을 돌리기 시작했다. 피터는 역시나 에리, 코리와 함께 식당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코리는 평소처럼 떠들어대고 있었다.

"야야, 피터. 마인드 에너지라는 거 말이야. 존나 멋지다. 나는 저런 능력을 가질 수 있을까?"

"야, 꿈깨라. 평균적으로 5억명 중 한 명이래잖아. 우리는 가망이 없다고."

"맞아. 코리.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우리 훈련 기수 중에는 그럴만한 인물이 보이지 않는 걸."

"그런가... 역시 그렇겠지? 나는 마인드 에너지가 발현 된다면 자체적으로 재생하는 능력을 갖고싶다. 재생제 주사는 아파서 싫다고."


"정말 어이없는 이유잖아. 하하하."

"하하하하. 그렇지. 뭐. 맞다. 오늘 점심은 *연어 스테이크라던데! 엄청 맛있겠다!"
(*인류가 진화시킨 연어는 딱히 그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 은하계의 환경에 적응했다고 한다. 현재는 연방군의 식량으로 유용히 활용되고 있다.)


"그래?! 빨리 가자고."


피터는 연어 스테이크라는 말에 눈이 번쩍 뜨였다. 그는 평소와는 다르게 코리의 손을 잡고 식당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 뒤를 에리가 한숨을 쉬며 따라가고 있었다.

"같이 가. 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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