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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화 〉[생존 훈련 1] (8/131)



〈 8화 〉[생존 훈련 1]

훈련병들을 가득 태운 해상 수송선들은 바다를 가르며 나아가고 있었다. 훈련병들은 바다 위에서 30m는 족히 될 해양 생물이 파도 위로 높이 점프하는 모습, 연방군 소속 잠수함이 지나가며 인사로 물을 튀기는 모습, 상공에서 훈련을 하는 연방군 소속 공군들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들에게는 지금껏 겪지 못한 완전히 새로운 세계였다.


피터도 어릴 적 바다로 여행을 갔을 때를 제외하고는 바다를 처음보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기에 상당히 신기했다. 그것은 피터의 고향 친구인 코리도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이야, 방금 봤어? 엄청 큰 해양 동물이 튀어 올랐다니까."

"봤지. 쩔던데. 저런 것도 총으로 잡을 수 있을까? 고기는 맛있을지도 모르겠다. 피터."

해상 수송선을 운전하는 병사가 훈련병들을 지휘하는 에코를 불렀다. 그는 에코에게 속닥거리곤 다시 배를 운전해 주위의 선착장에 정박시키기 시작했다. 에코는 그에게 뭔갈 듣고는 훈련병들에게로 다가  준비를 마쳤냐고 물었다.

"준비는 됐습니까? 이제 내릴 겁니다. 여러분들은 오늘 이곳에서 생존 훈련을 겪을 것입니다. 훈련 시간은 거의 하루나 이틀이 되겠지요."


몇 분 후, 훈련병들은 물에 젖어 찰팍거리는 뭍으로 하선했다. 배들은 마지막 훈련병이 내리기가 무섭게 뒤로 빠져 바다 너머로 사라져 버렸다. 에코는 멀어지는 배에게 대충 인사를 하며 훈련병들을 불러 정렬시켰다.

"자, 준비하십쇼. 곧 훈련 교관님이 오실 겁니다."


에코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4명의 사람들이 섬의 울창한 수풀을 칼로 삭삭 걷어가며 걸어나오기 시작했다. 누가봐도 분위기가 있어보이는 사람들이었다. 그중 가운데에 있는 남자는 칼에 묻은 풀찌꺼기를 손으로 닦아내곤 칼집에 쓱 꽂았다. 그러더니 훈련병들의 대열로 훅훅 걸어왔다.

"이 녀석들이 이번 훈련병들이야? 비실비실한 녀석들이 많구만? 이래서야  먹을 데가 있겠나? 전장에서 살아 남겠나?"

"수호! 꽤 오랜만입니다. 교관님!"


에코는 남자에게 경례를 하며 아는 척을 했다. 남자도 부드러운 눈으로 그를 쳐다보며 대답해 주었다. 서로 아는 사이같았다.


"어이구. 이게 누구야. 저번 기수 훈련병 중 수석인 에코 소헨씨 아니야. 4개월 만인가? 잘 지냈어? 자네가 이번 훈련병들 지휘를 맡았나?"

"아, 아닙니다. 소대장은 브레젠스 소위님입니다. 브레젠스 소위님은 따로 바쁘셔서, 제가 훈련병들의 임시 소대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저는 4소대의 분대장  한 명일 뿐입니다."

"피터, 들었어? 브레젠스 소위래. 어제 우리한테 군복 1분내로 환복하랬던 양반!"

"쉿, 조용히  임마. 양반이 뭐야? 다 들리겠다. 너는 조심성이 좀 필요해."

"아무튼  양반이 우리 소대장인가 봐. 무섭게 생겼던데."


교관은 끌끌 거리며 에코의 어깨를 두들겼다.

"그래. 데려오느라 수고했다. 이제 이 햇병아리들은 내가 데려갈 테니까, 너희들도 느릿느릿 따라 와."

"옙. 로케스 교관님!"

로케스는 훈련병들을 이끌고 울창한 숲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의 옆에는 아까 숲에서 같이 걸어 나왔던 병사들이 칼로 풀을 걷어내며 훈련병들의 길을 열어주고 있었다. 섬의 중심으로 걸어가며 10분이 지났을까? 로케스는 갑자기 멈춰 섰다. 뒤따라오던 훈련병 대열도 똑같이 멈춰 섰고 그 모습에 에코와 다른 병사들은 또 시작이시네, 하며 뒤에 놓인 보급상자에 기대어 쉬기 시작했다. 로케스는 풀을 걷어낼 때 쓰던 칼을 내려놓고 다른 병사에게 깨끗한 칼을 가져다 달라고 손을 뻗었다. 옆의 병사  명은 뚜벅뚜벅 걸어나와 그에게 때묻지 않은 깨끗한 칼을 건넸다. 로케스는 자신의 팔을 어느 평평하고 넓은 돌 위에 올려놓더니, 이내 칼을 번쩍 들어올려 자신의 손목 하나를 절단해버렸다.


피는 하늘로 솟구쳤고, 잘려나간 손목은 돌 위를 굴렀다. 끔찍한 광경에 훈련병들은 모두 기겁하며 얼어붙었다. 몇몇 마음여린 이들은 눈을 가리거나 우웩 토를 해버리는 이도 있었다. 로케스는 별로 아프지 않다는 듯 품에서 주사기를 하나 꺼내 잘린 부위 주위에 주사기를 놓았다. 그리고는 잘린 손목을 들어 단면에 붙였다.


"겁 먹지만 말고, 봐라. 어떻게 되는지."


로케스의 손목은 어느새 피가 완전히 멎어 있었다. 피터는 그 모습을 자세히 보려고 고개를 앞으로 쭉 뺐다. 피터의 눈에는 손목이 완전히 붙어있는 것처럼 보였다.

"거기 훈련병. 내 손목이 어때 보이지?"

로케스는 피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피터의 뇌는 그의 손목이 붙어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얼떨결에 본 대로 말해버리고 말았다.

"붙, 붙어있는  같습니다!"

"그래?붙어있는 것 같다고?"


"예!"


"맞았어.  봤군! 제군들, 내 손목은 잘렸지만 다시 붙었다. 왜 일까? 이유를 간단하게 맞춰 봐라."


아무도 손을 들지 못했다. 그러나 한 명은 달랐다. 에리는 손목이 잘렸던 모습과 로케스가 주사를 놓는 모습을  먹지 않고 똑똑히 보았다. 그녀는 머리를 굴려 확신에 차며 대답했다.


"좋아, 거기 훈련병. 이유를 알 것 같나?"

"옙! 이유는 방금 놓은 주사에 있습니다! 그 주사엔 무언가 약효가 있음에 틀림 없습니다."


에리의 명쾌한 답에 로케스는 박수를 쳤다. 만족한 얼굴이었다.

"맞았어! 좋아! 이번 훈련병들이 비실비실해 보이긴 해도, 관찰력 하나는 뛰어난 녀석들이 있구만! 지금껏 대부분의 훈련병들은 손목이 잘린 모습 때문에 굳어버려 생각을 못하던데 말야."

아까 놓은 주사기를 높이 들어 훈련병들에게 보여준 로케스는  속에서 아직 사용하지 않은 주사기들을 꺼내 보여주었다. 주사기 안에는 푸른 빛을 띠는 액체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보이나? 이것의 정체는 재생제라고 부르는 약품이다. 상처 부위나 신체에 투여하면,  푸른 액체 속의 나노 로봇들과 재생 효과를 지닌 약물들이 순간적으로 손상된 신체를 재생시킨다. 즉각적인 생체 치료는 상당한 효과를 보이지.  손목이 잘려도 몇십 초 만에 다시 붙어버린 것 처럼 말이야. 재생제는 말 그대로 손상된 혈액이나 세포들도 재생시키는 거다. 심지어 대량 투여를 한다면 잘려나간 손가락이나 손목도 만들어낼  있다. 신체에 심각한 무리를 끼치는 대신에 말이야."

로케스는 설명이 끝나자마자 보급상자 옆에서 쉬고 있던 병사들에게 손짓했다. 병사들은 커다란 보급상자를 끌고 로케스에게로 가져왔다.

"이보급품 상자 안에는 너희들의 군장과  군장 속에 들어있는 필수품들이 있다. 너희들은 지금부터  군장을 보급 받고 훈련에 나설 것이다. 질문 있나? 없는 것 같군. 너희들, 보급품을 삐약이들에게 배부해."


"예!"


병사들이 보급품 상자를 열어 앞쪽의 훈련병들에게 배부하기 시작했다. 군장은 말 그대로 커다란 군용 백팩과 어깨까지 가릴 수 있는 방탄복 등이 있었다.


"백팩을 제외하고 방탄복만 착용해. 30초 주지."


훈련병들은 허겁지겁 방탄복을 착용하기 시작했다. 피터 일행과 하겐 일행도 허겁지겁 착용했다. 이윽고 방탄복 착용이 완료 된 피터는 몸을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음, 딱히 불편한 건 없는 같은데. 하겐, 넌 어때?"

"나도 그리 불편하지는 않아. 가슴팍이  두터워서 숨을 크게 쉬어야 하긴 하지만."
"오호, 이거 어깨까지 덮어줘서 안정감이 느껴지는데. 나는 좋아!"

"허, 코리는 언제나 신났구나."

신난 코리를 한심하게 보는 에리에게 피터가 물었다.


"에리, 너는 어때?"


"음? 코리 정도로 신나는 건 아니지만, 불편하지 않고 좋아."

방탄복을 착용한 훈련병들을 한번 쓱 훑어본 로케스는 훈련병들에게 큰 소리로 말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너희들의 새로운 친구들을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군! 그럼 이제 이 새로운 친구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야겠지? 다들 집중해! 단 한 번만 설명할테니."

그는 방탄복을 들어 올리곤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짚어가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의 목소리는 크고 생동감있어 집중하기 쉬웠다. 로케스는 처음으로 방탄복의 왼쪽 옆구리 주머니 부분을 짚었다.


"이곳은 지급받은 탄창을 보관하는 곳이다. 240발 들이 탄창을 4개 보관할  있지. 웬만하면 피격 당하지 않게 조심해라. 옆구리가 터지면 더럽게 아픈 건 뒤로하고, 당장에  탄약이 없어지는 꼴이니."

로케스는 이번에 오른쪽 부분과 가슴팍을 짚었다.

"탄창 반대편의 오른쪽은 대부분 수류탄이나 재생제, SK-2소총 하단 부착물의 탄약을 소지할 때 이용한다. 가슴팍에는 자랑스러운 연방군의 마크와 너희들의 이름, 혈액형, 등 간단한 정보가 새겨지게 되지. 아직은 너희들의 방탄복에 마크와 이름이 없겠지만, 모든 훈련을 마치고 전장에 나서기 전에 수여될 것이다. 질문있나? 없는 것 같군."
로케스는 방탄복을 뒤로 돌려빨간 점과 초록 점이 반짝 거리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것들은 착용자의 상태를 간단히 나타내는 것이다. 초록 점이 꺼지고 빨간 점이 빛나면 사용자가 죽었거나 위급하다는 뜻이지. 초록 점은 사용자가 평상 시와 다를 바가 없음을 보여주는 장치다. 또, 이 방탄복,  매니셉 방탄복이 정상적으로 군복을 컨트롤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질문 있나? 없는 것..."

"질문 있습니다!"


하겐이 손을 번쩍 들었다.


"그래. 뭐지?"


"지금 저희가 입고 있는 매니셉 방탄복이 군복을 컨트롤 한다고 하셨는데, 무슨 뜻입니까?"

"아, 그것 말이냐. 매니셉 방탄복은 말 그대로 군복을 조종한다. 너희들이 입고 있는 군복의 재질에는 방탄복과 서로 링크할 수 있는 미세한 기계조직들이 존재한다. 이 조직들은 자석같이 단순한 성질을 띠고 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해킹 같은 공격에 면역인 기계이다.  녀석들이 매니셉 방탄복과 만나게 되면 위급상황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대응책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볼까? 네가 만약 적에게 공격 받아 다리가 잘렸는데, 재생제가 없는 상황이라고 가정 해 보자."


로케스는 질문을 해온 하겐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네 다리가 잘려 땅바닥을 굴러다니고 있는 상황에, 재생제도 없으면 그대로 과다출혈이 일어나 사망하고 말겠지? 적의 추가적인 공격이 전혀 없음에도 말이야. 그럴 때, 매니셉 방탄복은 주인의 생명이 위급함을 알아차리고 군복을 강하게 수축시켜 상처 부위를 조인다. 간단히 말해 출혈을 멎도록 유도한다는 소리다."

"우왓..."


"놀랍나? 놀랄 만도 하지. 연방군의 군사 발전은 나도 전부 모를 정도로 대단하니까. 뭐, 매니셉 방탄복 이야긴 여기까지 하고. 이번엔 너희들에게 자그마한 선물 두 개를주도록 하겠다."


"선물?"


"그게 뭘까?"

"그러게!"


"조용!"

웅성거리는 훈련병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말한 로케스는 다시금 쉬고 있던 병사들에게 다른 상자를 가져오라고 명령했다. 병사들은 이번엔 아까보다 작은 보급품 상자를 끌고 왔다. 로케스는 능숙하게 보급품 상자를 열어칼을 하나 꺼냈다. 그가 아까 풀과나뭇가지를 베며 앞으로 나아갈 때 쓰던 칼과 똑같은 물건이었다.
"이거 삐약이들에게 배부 시작해."

"예."


병사들은 칼집에 꽂힌 칼들을 훈련병들에게 하나씩 나눠주기 시작했다. 훈련병들은 칼집에 꽂힌 칼을 만져보기도 하고 살짝 빼보기도 하였다.


"다 보급 받았지? 이건 너희들에게 연방군이 주는 선물이다. 너희의 친구 중 하나인 SK-2 소총과 함께 할 친구지. 정확한 이름은 글라디오. 적을 베거나, 찌르거나, 아니면 앞을 나아갈 때 걸리적 거리는 것들을 치워 버리거나. 다양한 방면으로 사용할수 있는 칼이다. 별로 무겁지는 않지? 자주 휘두를  있도록 칼날이 그리 길지 않은 55cm인 데다가 가볍게 만들어졌다."

로케스는  웃으며 자신 옆의 바위에 글라디오를 푹 박았다.


"그렇다고 만만히 보면 안 되는 검이지."

로케스는 글라디오의 칼집에 달려있는 끈들을 보여주었다. 그리곤 자신의 왼쪽 허벅지에 묶인 글라디오  자루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렇게 허벅지에 묶어놓고 사용할 때 뽑으면 되는거다. 뭐, 너희들에게 선물이랍시고 준 글라디오지만, 오늘 훈련에서는 글라디오를 사용한 검술을 배우진 않을 거다. 그건 나중에 격투 훈련에서 배울 거거든. 자, 그럼 두 번째 선물을 나눠줘야 겠지?"
로케스가 손가락을 튕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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