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화 〉89.마지막 테스트
라시르의 염려에 라프키르는 피식 웃으면서 손을 저으며 말했다.
“에이~ 라시르도 너무 걱정이 많아~ 내가 할 때는확실하게 하잖아!”
“으음...”
라시르는 무언가 불안한 듯 라프키르를바라보고만있었다.
곧이어 에렐도 준비가 끝나고 평야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전투태세를 취한 둘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라시르가 손뼉을 한번 치며 외쳤다.
짝!
“시작!”
라시르가 전투의 시작을 알리자마자 에렐은 바로 라프키르를 향해 뛰어나갔다.
쉬이이이이익!
몸을 낮게 낮추고 주먹을 양 허리에 가져다 댄 후 다리를 점프할 것처럼 굽힌 에렐의 무릎이 쭉 펴짐과 동시에 라프키르를 향해 화살이 날아가는 것처럼 쏘아졌다.
라프키르는 그런 에렐의 공격을 왼쪽으로몸을 날리며 가볍게 피했다.
그와 동시에 라프키르가 에렐에게 물었다.
“어째서 날 선택한 거야?”
그러자 에렐은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네가 가장 강하다고 하련이 말하던 것을 들었다. 이렇게 직접 마주 보고 있어도 그게 사실인지는모르겠지만 말이야.”
라프키르는 에렐의 당찬 말에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아하하하하하하! 하련이 그랬다고? 맨날 나랑 싸울 때면 1대1이면 무조건 이긴다고 입에 달고 다녔는데!”
내 옆에 서 있던 하련이 얼굴을 붉게 붉히며 말했다.
“1대1이면 내가 이기는 건 사실이란 말이야... 문제는 1대1이 성립이 안 된다는 거지...”
그 말을 들은 나는 하련에게 물었다,
“1대1이 성립이 안 된다는 게 무슨 뜻이야?”
그러자 하련은 내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
“그냥 보면 알아. 어차피 전력을 다하겠다고 라시르에게 말한 순간 볼 수밖에 없으니까.”
그 와중에서도 에렐의 공격은 라프키르에게 태풍처럼 몰아치고 있었다.
쾅! 쾅!
에렐이 공격한 자리에는 항상 라프키르가 없었고, 그 자리에는 땅을 내리친 에렐에 의한 거대한 크레이터만이 남을 뿐이었다.
라프키르는 가볍게 이번 공격도 피하고는 가만히 서서 에렐에게 물었다.
“이게 다야? 더 색다른 공격 없어?”
에렐은 방금 라프키르가 있었던 땅에서 깊숙이 들어간 주먹을 빼내며 말했다.
“너야말로 제대로 해라. 언제까지 도망만 다닐 거지?”
이미 싸움에서 흘러나오는 투기에 완전히 물든 에렐이 씩씩거리며 말했다.
저게 바로 마족이 전쟁광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싸움이 지속되면 지속될수록 투기에 물들어가는 마족은 그 투기를 자신의 힘에 원동력으로 사용한다.
많은 투기가 유입될수록 강렬한 마기가 발산되고, 그에 따라 더욱 강한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라프키르는 그런 에렐을 쳐다보며 크게 웃었다.
“아하하하하하! 그래, 좋아. 보여줄게. 어째서 하련이 내가 가장 강하다고 했는지.”
그렇게 말한 라프키르는 손톱으로 자신의 팔뚝을 그었다.
팔뚝에 붉은 실선이 생겨나자 이윽고 그 틈새에서 피가 흘러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뚝... 뚝... 뚝...
그 모습을 의아하게 보고 있던 나를 향해 에빌다씨가 곰방대를 입에서 떼고는 말했다.
“잘봐둬 성원. 저게 과거 온 행성에서 악명을 떨쳤던...‘
라프키르의 팔에서 흘러나온 피는 땅으로 흡수되었고, 이윽고 크기를 가늠하는 것 조차 힘들정도로 거대하고 온갖 문양이 새겨진 검은색 문이 생겨났다.
”전신(戰神) 라프키르 루프릴 엘레시아크 야.“
거대한 문은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개방되었다.
그 안에서 수를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무언가가 뛰쳐나왔다.
그러자 옆에서 스퀴르가 침을 삼키며 말했다.
”오랜만에 보는군... 서막의 문... 저번 대련 이후로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서막까지만 쓸 생각이겠지? 그 이상의 문까지 열어버리면 수습이 힘들다. 무엇보다 이 임시공간의 내구성으로는 버틸 수가 없어.“
”사시일... 라프키르가저 문을 여는 순간부터는 전투가 아니라 전쟁이 되버리니까아...“
옆에서 키릴이 스퀴르의 말에 맞장구쳤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레브가 콧김을 한번 흥하고 내뿜고는 말했다.
”킁! 그래도 저 에렐이란 아가씨도 만만치 않다. 그렇지 않나 슈엘?“
”그럼! 우리 마족은 오히려 이런 상황에 더욱끓어오른다고. 에렐의 표정을 봐.오히려 더 좋아하잖아.“
슈엘의 말을 듣고 에렐을 쳐다보니 그녀의 말이 사실인 듯 보였다.
어느새 문에서 쏟아져 나온 수많은 생명체가 라프키르의 뒤로 가 섰다.
그런 라프키르를 향해 에렐이 물었다.
”이것들은 뭐지?“
라프키르는 자신의 옆으로 다가온 거대한 흰색 사자처럼 생긴 동물의 등에 올라타며 말했다.
”뭐긴 뭐야. 내 환수들이야. 전부 나와 계약을 맺고 있는 아이들이지.“
’환수...!‘
환계라는 차원에 살고 있다고 알려진 환수들은생긴 거는 동물과 비슷하였지만, 전혀 다른 생물들이었다.
일반인조차 이길 수 없는 약한 환수가 존재하는가 하면, 영웅조차도 이길 수 없는 강대한 힘을 가진 천재지변 급으로 여겨지는 환수들도 있었다.
환수와 계약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환계로 가는 입구를 찾아내어 직접 찾아가서 자격을 시험받고 계약을 시도하면 된다.
환계는 차원 자체가 불안정한 곳이라 수시로다양한 차원과 통하는 문이 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프키르가 소환한 저 숫자는...‘
계약을 맺어서 늘릴 수 있는 숫자가 아니었다.
내 의문을 알아챈 것인지 하련이 말했다.
”라프키르는 환수에게 사랑받거든.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모든 생명체에게 사랑받아.“
”그게무슨 말이야?“
모든 생명체에게 사랑받다니... 굉장히 애매한 소리다.
하련을 향한 내 되물음에 키릴이 대신 답해주었다.
”말 그대로 야아... 우리에게는 효과가 없지마안... 라프키르는 그 누구에게도 사랑받거드은... 일종의 저주와도 같은 거야아...“
”저주요?“
”자세한 사연은 모르는데에... 아무튼 라프키르는 모든 생명체에게 사랑받게 되어있어어... 너도 처음 봤을 때 바로 호감을 느꼈을텐데에...?“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기도하다.
’그때는 가슴 때문에 그런 줄 알았는데...‘
그런비밀이 있었다니.
라프키르의 뒤에 열린 문에서는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환수가 뛰쳐나와 전열에 합류하기시작했다.
옆에서 쿠르가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내 어깨를 치더니 말했다.
”일인 군단이라고 불리던 이유가 바로 저거야. 구원자가 되기 전에는 수많은 문명을 파괴하고 다녔다고 하더라고.“
”혼자서...“
나는 다시금 시선을 라프키르에게 고정했다.
항상 밝고 일하기 싫어하는 라프키르가 그런 과거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그때 라프키르가 입을 열었다.
”자, 지금부터 시작이야 에렐. 내게 닿고 싶다면 내아이들을 뚫어봐.“
전부 생김새가 다른 환수들이 에렐의 말을 따라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십만 아니 수백만은 될 것만 같은 그 숫자에 멀리 있는 나조차도 움찔할 정도의 박력이었다.
쿵! 쿵! 쿵! 쿵! 쿵!
환수들의 발걸음에 맞춰 공간이 진동했다.
이제야 라프키르가 우리에게 충격을분담해달라고 했는지 알 것만 같았다.
수백만이 넘어가는 환수들 앞에 담담히 서 있는 에렐은 주먹을 쥐었다.
오른쪽주먹을 한도 끝까지 당기는 에렐.
그에 맞춰 몸도 뒤로 당겨진다.
”후우...“
에렐은 숨을 한번 내쉰 뒤 주먹에 힘을 응축했다.
빠지지지직! 빠지직!
그녀의 손에서 마기가 소용돌이쳤다.
전장이 커지면 커질수록, 적의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들어오는 투기는 늘어난다.
그런투기를 마기로 변환시켜 사용하는 마족에게 있어 라프키르처럼 대량의 군대를 이끄는 적들은 최고의 상대였다.
찌지지직! 찌직...!
마기의 소용돌이가 응축되고 응축되어 그 주변의 공간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나는 곧바로 상상을 사용해 해당 공간들을 억지로 메우며 공간 자체가 부서지지 않게 하였다.
에렐이 마기를 응축시킨 손을 부들거리기 시작했다.
한계까지 모은 마기에 더는 버틸 수가 없어진 것이다.
우리는 직감적으로 그녀가 이제 그 힘을 방출할 것이란 것을 느끼고 공간을 보호하기 시작했다.
콰과과과과과과...
에렐의 주변에 있는 공기들이 마기의 소용돌이를 따라 맹렬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에렐을 향해 달려가던 환수들도 그 낌새를 느꼈는지 주춤주춤 물러나고 있었다.
그리고그 순간.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에렐의 손이 눈에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속도로 허공을 갈랐고, 커다란 소리와 함께.
푸콰카카카카카카카카칵!
에렐의 앞에보이는 모든 것이 마기의 소용돌이에 분쇄되었다.
그리고 그 충격파는 저 멀리 하얀 사자의위에 앉아서 에렐을 지켜보고만 있던 라프키르에게 닿았다.
나는 라프키르가 그 충격파를 피할 것이라 예상하였지만.
라프키르는 사자의 머리 위에서 내려온 다음 사자의 앞에 서서는 마찬가지로 힘을 주고는 오른 주먹을 앞을 향해 내밀었다.
누가 봐도 가벼운 펀치였지만 그 펀치가 만들어 낸 후폭풍은 가볍지 않았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악!!!
라프키르의 손에 에렐이 만들어 낸 마기의 소용돌이가 적중했고, 라프키르는 그런 소용돌이를 한 손으로 의연히 받아내고있었다.
”라프키르의 진짜 무서운 점은 자신이 부리는 수많은 환수에도 있지만... 본신의 힘은 그걸 뛰어넘을 정도로 강하다는 거다.“
옆에서 스퀴르가 말해주자 나는 격렬하게 떨려대는 공간이 무너지지 않게 힘을 주며 둘의 싸움을 눈에 담았다.
육체파가 아닌 나로서는 순수하게 육체로만 이러한 상황을 만들어 내는 둘이 경이롭게 보였다.
그저 주먹 하나를 서로뻗었을 뿐인데 그 둘의 사이에 존재하던 환수들은 역 소환되었는지 모조리 사라진 상태였고, 일부의 환수만이 겨우 생존하여 라프키르의 옆을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심지어 지대가 완전히 파괴되어 힘이 충돌한 곳은 땅이 완전히 갈라져 있었다.
”생각보다 강하군.“
레브가 에렐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아직 칭호도 받지 않았는데 라프키르보다 조금 밀리는 수준... 초특급 거물이들어왔구먼. 내가 싸웠다면 좋았을 것을...“
레브는 역시나 에렐과 싸우지 못하는 것에 아쉬워하며 입맛을 다셨다.
당분간 징계를 받아서 의회에서만 시간을 보낼 레브기 때문에 더욱 그럴 것이다.
두 힘의 충돌이 만들어 낸 충격파가 사라지자 누가 무어라 말할 것도 없이 라프키르와 에렐이 동시에 자리에서 뛰어 서로를 향해 쏘아졌다.
쾅!
신체가 부딪치는데도 그 소리는 절대 신체가 부딪친 소리가 아니었다.
서로의 주먹이 맞부딪쳤다.
에렐이 몸을 숙여 오른쪽 손을 라프키르의 왼쪽 옆구리에 날리자 라프키르는 몸을 살짝 뒤로 빼서 에렐의 주먹을 피하고는 역으로 에렐의 명치를 노렸다.
하지만 에렐 또한 어디를 노리는것인지 전부 예상이 되는 것처럼 몸을 뒤로 뺀 다음 빠르게 움직여 뒤로 완전히 빠짐으로써 라프키르의 주먹을 피했다.
에렐의 손에는 마기가 몰아치며 검은색 기운이 넘실거렸다.
계속해서 차오르는 투기에 에렐은 완전히 흥분한 상태였다.
이만큼 싸워본 것이 언제였던가.
내가 모든 힘을 쏟아부어도 될 만한 상대가 얼마나 있었는가.
에렐은 아스와 싸운 이후로 다시 한 번 더 모든 힘을 쏟아부어도 되는 상대를 만났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계속해서 라프키르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쾅! 쾅! 쾅! 쾅!
이내 둘의 움직임은 평범한 시력으로는 잔상 정도밖에 보지 못할 정도로 빨라졌다.
마치 템포를 올리듯이 둘은 속도를 계속 올려 나갔고, 누가 먼저 그 속도에 적응하지 못하고 떨어질지 내기를 하는 것만 같았다.
나는 눈에 최대한의 힘을 쏟아서 그들의 움직임을 모조리 눈에 담았다.
서로의 주먹이한번 부딪칠 때마다주위의 공간이 떨려왔다.
쾅! 쾅! 쾅! 쾅! 쾅!
마치 쇠와 쇠가 부딪치는 것만 같은 소리가 허공에서 연속으로 들려왔다.
에렐은 이대로면 안된다고 생각했는지 이내 방어에 중점을 맞추던 식의공격을 공격에 중점을 두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쾅! 쾅! 쾅!
에렐의 손속이 더욱 거칠어지자 그에맞춰 라프키르의 손속 또한 거칠어졌다.
처음에는 서로의 복부나 옆구리 등을 노리던 손은 이제는 명치나 얼굴 등 치명타가 될 만한 부위도 거리낌 없이 타격점으로 삼고 있었다.
이내 둘은 서로 한번 떨어졌다.
”허억... 허억...“
”후우... 후우...“
숨을 잠시 고른 둘은 이내 결정한 듯 자세를 잡았다.
둘의 주위에서 차오르는 심상치 않은기분에 나는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둘 다 이 한방에승부를 걸려고 한다는 것을.
라시르도 그 사실을 눈치채고는 우리에게 다급하게 말했다.
”다들 충격에 조심하세요! 제대로 안 막으면 의회가 날아가요!“
우리는 모두 집중하여 칭호의 힘을 이용해 공간을 감싸기 시작했다.
그리고에렐과 라프키르는 서로를 노려보며 각자 자신의 오른손에 모든 것을 담기 시작했다.
둘을 중심으로 거대한 회오리가 일어나서 주변을 휩쓴다.
에렐은 자세를 최대한 낮춘 후 주먹을 바닥에 떨군 채로 힘을 모았다.
라프키르의 주먹에 아까 타고 있던 하얀 사자가 은색 아지랑이로 변하더니 그녀의 주먹을 감싸기 시작했다.
잡다한 말 같은 것은 필요 없었다.
그저 자신의 모든 것을 담은 주먹만이 결과를 증명해줄 것이었다.
둘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회오리가 한도 끝도 없이 커지던 그 순간.
먼저 주먹을 내민 것은라프키르였다.
스으으으윽....
너무나도 느릿해 보이지만 피할 방법이 느껴지질 않을 정도로 묵직한 주먹.
라프키르의 손을 감싸던 은색 아지랑이는 그녀가 주먹을 내지른 정면을 향해 사자 모양으로변해서 포효하며 쏘아졌다.
이어서 에렐의 주먹이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짧은 일 순간에 앞으로 뻗어나갔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뜯어먹을 기세를 가진 흉포한 기운은 이내 라프키르의 사자와 부딪혔다.
콰카카카카카카카칵!!!!!!
아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힘에 공간을 틀어막고 있기 버거워졌다.
”크으윽... 적당히 좀 하라니까요...!“
라시르는 인상을 찌푸린 채 공간을 유지하는 데에 모든 힘을 쏟고 있었다.
‘이게... 라프키르와 에렐...’
독립 마법의 파괴력과 비교될 정도로 강한 육체의 능력.
이것이 마법 계열이 아닌 육체 계열 구원자들의 싸움이었다.
하련의 검은 마치 마법과도 같은 일을 만들어 내기에 크게 체감하지 못했지만, 둘의 싸움은 달랐다.
그저 서로를 물어뜯는다는 생각만이 가득한 흉포한 맹수들의 영역 다툼과도 같은전투.
그러한 기세에 내 몸은 절로 전율을 느꼈다.
콰아아아아아아악!!!
힘의 폭풍은 서로 계속해서 부딪치며 조금씩 갉아 먹히고 있었다.
저 힘의 폭풍이 사라지는 순간 결과는 나올 터.
나는 혹시라도 둘 중 누군가 다치기라도 하면 어떡하냐는 생각이 들어 라시르에게 물었다.
”저거!! 이대로 놔둬도 되나요!!“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말이 들리지 않을까 봐 일부러 크게 소리 질렀다.
그러자 라시르가 대답했다.
”막을 수 있으면!!! 막으셔도 돼요!!!!“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힘의 폭풍을 상상으로 지워버렸다.
힘이 몸에서 쭉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자 조금 어지러워 비틀거리는 꼴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힘의 폭풍은 완전히 사라진 상태였다.
폭풍이 만들어 낸 뿌연 돌가루들 덕에 시야가 보이지 않아 나는 마찬가지로 상상을 사용해서 돌가루들을 없앴다.
시야를 가리던 것들이 사라지고 훤히 보이는 평야에 서 있는 사람은...
”퉤!“
피투성이가 되어서 바닥에 고인 피를 내뱉는 라프키르였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텔레포트로 에렐에게 날아갔다.
”에렐!“
온몸에 피칠갑을 한채 바닥에 대자로 뻗어있는 그녀의 심장에 귀를 가져다 댄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다행히 심장은 뛰었다.
아마 적당한 때에 폭풍을 없애서 그 여파로 기절하는 데에 그친 것 같았다.
나는 라프키르와 에렐의 몸을 상상으로 치유하고 에렐의 귀에 속삭였다.
”세 번째 테스트도 이걸로 끝이야. 수고했어, 에렐. 이제 쉬어도 돼.“
그렇게 구원자 생에서 처음 볼 수 있었던 기나긴 후보 테스트가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