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8화 〉87.첫 번째 테스트
나와 하련 그리고 에렐은 후보 테스트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
돌아온 것을 라시르에 전해서 바로 테스트를 보자고 하자 에렐은 조금 떨리는 듯이 말했다.
“후우... 긴장 된다... 성원...”
나는 그런 에렐을 한번 안아주며 말했다.
“그리긴장 하지 마. 애초에 모두가 그냥 바로 구원자로 임명해도 되는 거 아니냐고 물어본 거 들었잖아. 너는 이미 자격이 차고 넘쳐.”
내 격려를 들은 에렐은 나를 쳐다보면서 고개를 끄덕인 후 말했다.
“그럼 이제 가자.”
“그래.”
나는 에렐과 함께 의장실로 텔레포트 했다.
라시르는 언제나와 같이 무언가를 보고 있었고, 우리가 온 것을 확인한 라시르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여행 가셨다고 들었는데 엄청나게 빨리 오셨네요?”
나는 라시르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잠깐 긴장을 풀 겸 갔었던지라 오랜 기간 머물지는 않았습니다. 그것보다 에렐의 테스트가 더 궁금해서 말이죠.”
“그런가요...”
라시르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에렐에게 말했다.
“준비는 되셨나요? 에렐님?”
“후우... 준비되었다.”
에렐의 동의가 떨어지자 라시르는 손뼉을 4번 쳤다.
짝! 짝! 짝! 짝!
시간이 흐르고 구원자들이 하나둘 방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성원, 여행은 어땠나?”
나를 보자마자 스퀴르가 물었다.
나는 엄지를 들어 올리며 스퀴르에게 말했다.
“좋았습니다. 에릴씨가 주신 책이 도움이 많이 됐어요. 책은 지금 드릴까요?”
“그래, 지금 주면 좋겠군.”
스퀴르의 대답에 나는 아공간에서 책을 꺼내 스퀴르에게 전했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구원자들 전원이 의장실에 모였다.
물론, 안 와도 될 것 같은 사람들도 왔지만 말이다.
“이야~ 우리 성원이 여행 다녀 왔쪙?”
케테르가 내 옆에 친근하게 붙으며 말했다.
‘우엑...‘
구역질이 올라오는 코맹맹이 소리에 나는 케테르의 손을 밀치며 말했다.
“달라붙지 말아 주세요...”
“흐응? 왜애? 누나가 너무 이뻐?”
케테르는 자기 양 볼에 검지를 가져다 대며 내게 물었다.
’미친년...‘
객관적으로 예쁜 얼굴인 것은 맞았지만 나는 외면만 보는 놈이 아니다.
케테르가 나한테 무슨 짓을 하려 했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기에 나는 속지 않았다.
’속에 든 게 미친년인데 어떻게 예뻐 보이겠냐.‘
그때 케테르의 뒤통수로 손바닥이 날라왔다.
빡!
“아악! 아니, 언니! 이제는 틈만 나면 때리네?”
“뭐 꼬아? 꼬우면 함 붙을까? 내가 지면 네가 내 언니 하는 거야. 어때?”
진짜 미친년이 등장했다.
사실 아직 첫째 언니라는 분을 못 만났기에 언젠가는 이그가 덜 미친년이 되고 케테르가 덜덜 미친년이 될 수도 있었다.
나는 이그를 보며 손을 흔들며 물었다.
“잘 지냈냐?”
그러자 이그는 나를 흘겨보며 말했다.
“하이고, 상판대기 번질번질한 것 좀 봐라~ 아주 여행 가서 신나게 놀아 재꼈나 보네~ 누구한테는 말도 안 하고 말이야.”
“애초에 아내들이랑만 가기로 한 건데 성아가 떼써서 에빌다씨도 같이 간 거뿐이야. 너한테만 말 안 했냐?”
“응, 너 최고야~”
오랜만에 만나도 역시나 더러운 입담이다.
생긴 건 청순 미소녀면서 입만 열면 50대 중년 아저씨 뺨치게 구수한 어휘를 자랑하는 이그는 언제봐도 신기했다.
’도대체 뭘 보고 자랐으면 애가 저렇게 되었을까...’
생각해보면 라시르를 제외한 그녀들의 자매들은 하나같이 어딘가 나사가 빠진 구석이 있었다.
이쯤 되면 ‘신’이 잘못 키운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그런 우리를 보며 웃고 있던 라시르가 모든 구원자가 방 안에 모인 것을 보고 말했다.
“그럼 모두 모였으니 테스트를 시작하죠. 라프키르님?”
“알겠어.”
라프키르는 그렇게 말하고서는 에렐에게 다가와 말했다.
“준비는 됐지?”
에렐은 그런 라프키르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에렐의 긍정을 확인한 라프키르는에렐의 배에 손을 대며 말했다.
“모든 테스트는 너의 기억을 바탕으로 만들어질 거야. 첫 번째 테스트는 인성 테스트. 네가 가지고 있는 도덕적 관념 같은 것을 확인하는 테스트지.”
그렇게 말한 라프키르의 손에는 청록색의 빛이 빛나고 있었다.
잠시 후 빛이사그라들자 라프키르가 라시르에게 말했다.
“준비 완료. 그럼 입구를 열게.”
라시르가 끄덕이자 라프키르는 의장실 가운데에 정말 평범한 문 하나를 만들었다.
그러고 서는 곧바로 에렐을 향해 말했다.
“여기 들어가는 순간 첫 번째 테스트 시작이야.”
에렐은긴장한 태도로 문 앞에 가서 섰다.
나는 그런 에렐의 손을 잡고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 그냥 에렐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해. 테스트라 생각하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봐.”
“알겠어...”
에렐은 내 격려를 듣고 바로 문을 열었다.
끼이이익...
문을 열자 안에서는 환한 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에렐은 그 빛 속으로 아무런 망설임 없이 발을 옮겼다.
잠시 후 에렐이 의장실에서 사라지고, 문도 같이 사라졌다.
문이 사라진 것을 확인한 라시르는 라프키르에게 말했다.
“이제 원탁방으로 이동해서 바로 평가를 진행하죠.”
그렇게 라시르가 말하자 우리는 어느새 원탁방에 텔레포트 되었다.
모두가 각자의 자리를 찾아 앉자 원탁의 가운데에는 테스트에 들어간 에렐의 모습이 보였다.
에렐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원탁방에 울려 퍼졌다.
[여기는...]
‘저기는...’
어두컴컴한 동굴의 입구.
밖에서는 눈도 뜨지 못할 정도로 강한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었고, 에렐은 선명하게 느껴지는 추위에 놀라서 단번에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놀라운 것은 에렐의 모습이 어렸을 적 그 모습으로 변해 있다는 것이었다.
그날 나를 구해준 그녀의 어린 시절 그 모습.
누더기 같은 옷을 겨우 입고, 작은 뿔을 가지고 있었던 그 작은 마족 소녀.
단지 그때와 달라진 점이라면, 그녀가 들고 다니던 보따리가 없다는 점이다.
자신의 상태를 파악한 그녀는 주변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똑같아... 그레이아를 만났던 그 동굴이야...]
[이게 테스트인가?]
자신의 몸이 갑자기 어려졌음에도 그녀는 당황하지 않았다.
그녀는 잠시 손에 힘을 줘보더니 중얼거렸다.
[힘이 사라졌다... 과연...]
힘도 사라지고 어려져 누구보다 나약한 존재가 되어버렸지만, 그녀는 당황하지 않았다.
조금 더 어두컴컴한 동굴 안쪽으로 들어가던 그때.
[누... 누구냐!]
에렐을 향해 돌을 들고 노려보는 작은 소년.
하지만 그건 그레이아가 아니었다.
그저 평범한 마족 소년일 뿐.
에렐은 그 소년이 그레이아가 아니란 것에 실망하고는 그에게 물었다.
[그러는 너는 누구지?]
[나... 나는... 베디크...]
그녀의 질문에 소심하게 대답한 소년은 에렐이 적의가 없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는지 바닥에 주저앉았다.
[혹시 식량이 있는가? 배가 고프군.]
테스트는 그녀의 허기까지 조종한 것인지 그녀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나는 그 표정이 뜻하는 바를 알고 있었다.
‘도저히 못 참을 정도로 허기가 졌을 때 보이는 표정...’
눈앞에 잡초라도 있으면 그 잡초 뿌리라도 씹어먹을 때 짓던 표정이다.
한마디로 굶어 죽기 직전이란 말이다.
하지만 그 베디크라는 소년은 자신의 뒤를 몸으로 가리면서말했다.
[어... 없어! 그러니 저리 가!]
사실 저게 정상이다.
고아들 간에 유대감이라는 것은 전혀 없었다.
동질감?
동정심?
그런 것이 배를 불려주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에렐이 배고파하는 것을 알고 있을 텐데도 그는 자신의 식량을 감췄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베디크를 보면서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동굴 입구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이 상황이 어딜 봐서 인성에 관련된 테스트인지 궁금해서 옆에 있던 쿠르에게 물었다.
“쿠르, 이게 인성 테스트가 맞아?”
그러자 쿠르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사람의 본성은 극한에 가까운 상황에 몰리면 몰릴수록 명확하게 드러나니까. 나도 저랬었어. 나는 좀 다른 의미로 극한에 가까운 상황이었지만.”
당시를 추억하는 것인지 쿠르가 입에 미소를 띠며 에렐을 바라보았다.
그 뒤로 에렐은 그저 시간을 보냈다.
배가 고픈 것인지 중간중간 배를 부여잡고 인상을 쓰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최대한 체력을 비축하며 버텼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서 나는 느꼈다.
‘역시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에렐은 에렐이야.’
저 정도로 극한의 상황에서 아까 식량을 감추고 있던 소년을 보았음에도 그녀는 소년에게 일절 다가가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또 흘러갔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이제는나도 알 수 있었다.
테스트하는 우리도 고행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원탁에서 한 걸음도 벗어나지 못한 채 그저 묵묵히 화면만을 보며 에렐의 행동 하나하나를 모두가 눈에 담고 있었다.
벌써 테스트가 시작 한지도 어느새 2주째.
이미 에렐의 상태는 눈 뜨고 보기도 힘들 정도로 극한까지 몰린 상태였다.
신체 활동을 조종해서 잠도 자지도, 음식을 먹지 않아도 되는 우리는 그저 그녀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때.
에렐이 처음으로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떨리는 두 다리로 다시금 동굴 안쪽을 향해 걸어갔다.
당시에 우리는 2~3일 정도를 텀으로 음식을 섭취하면서 버텼지만 지금 에렐은 2주째 아무것도 먹지 못한 상황이었다.
에렐의 몸은 그때와 같이 약해졌지만, 정신력은 당시보다 훨씬 더 굳건해졌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신력으로 공복을 완전히 커버칠 수는 없었다.
에렐은 입을 살짝 벌린 채 홀린 듯 베디크가 있는 동굴 안쪽에 도착했다.
베디크가 자는 것을 확인한 그녀는 조심스레 베디크의 뒤쪽에 있을 식량들을 향해 다가갔다.
[으윽...]
하지만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그녀는 자신이 하고 있는 행동을 거부했다.
몸은 지금 당장이라도 베디크의 식량을 뺏어서 공복을 채우라고 하고 있는데도 그녀는 자신의 행동을 거부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구원자들의 얼굴에서 감탄의 감정이 올라왔다.
보통 333 법칙이라며 공기 없이는 3분, 물 없이는 3일, 음식 없이는 3주라고 한다.
하지만그녀는 물도, 음식도 없이 2주를 버텨내고 있었다.
자신의 몸을 덮쳐오는 어마어마한 공복감과 괴로움에 미쳐갈 수도 있는 상황에서도 그녀는 눈앞에 있는 음식과 물을 두고도 고개를 돌려 다시금 자신이 있던 자리로 돌아왔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선택이었다.
만약 여기서 그녀가 음식과 물을 훔쳐먹었으면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
후보 테스트 중 인성 테스트는 정확히는 인간성 테스트에 가까웠다.
극한의 상황에 몰린 사람이 어떻게 변해가는가.
후보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욕망에 비례하여 그 욕망을 극한까지 몰아넣는 환경을 구축하고, 거기서 후보가 내리는 선택을 본다.
누군가에게는 색욕을, 누군가에게는 탐욕을 시험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렇기에 에렐의 마음속에서 가장 큰 욕망은 식욕이라는 소리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욕망인 식욕을 끝끝내 참아냈다.
물론, 테스트는 끝난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그 상태로 자리에 돌아가고 나서.
다시금 일주일이 흘렀다.
이제는 구원자들도 더 볼 것이 없다고 판단하였고, 라시르도 마찬가지였는지 라프키르에게 말했다.
“이제 첫 번째 테스트는 끝내기로 하죠. 더는 볼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알겠어.”
라프키르는 그녀의 말에 대답한 후 바로 자신이 만든 공간을 없애고 바닥에 에렐을 토해냈다.
나는 탁자 중앙에 떨어져서 정신을 못 차리는 에렐을 업었다.
에렐은 가냘픈 숨을 헐떡이며 나를 발견했는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테스트는... 통과인가...?”
나는 그런 그녀가 기특해서 물을 만들어 입에 흘려 넣어주며 말했다.
“그래, 적어도 나에게는 만점이었어. 그 상황을 너와 같이 겪었고, 그게 어느 정도의 고통을 불러오는지 아니까.”
“다행... 이네...”
에렐은 내 말을 듣고서는 작게 대답한 다음 기절했다.
몸은 멀쩡했지만, 정신력이 다해버린 것인지 그녀는 내 품에 안겨서 고개를 푹 떨궜다.
나는 그런 에렐의 등을 토닥여주며 라시르에게 말했다.
“두 번째 테스트 전까지 제가 에렐을 돌보고 있겠습니다. 상관없죠?”
당연히 괜찮으리라 생각한 나는 라시르에게 물어봤지만.
“안 돼요. 두 번째 테스트도 바로 시작합니다.”
돌아오는 대답은 부정이었다.
나는 당황해서 라시르에게 물었다.
“지금 이 상태에서 두 번째 테스트를 한다고요?”
그러자 레브가 라시르를 대신해서 대답해주었다.
“그것이 이 테스트 순서에 의의다. 인간성을 시험받으며 약해진 정신력으로 정신력 테스트를 보고, 정신력이 무너진 상태에서 전투 테스트를 한다. 한마디로 한 사람을 절벽 끝까지 밀쳐놓고 거기서 떨어지나 안 떨어지나를 확인하는 것이지.”
너무 어려운 테스트였다.
나는 이제야 그렇게 많은 후보가 탈락했는지 알 것 같았다.
구원자 후보에 오를 정도의 인물들이라면 대부분 한 명의 영웅으로서 완성이 되어있는 인물이었을 것이다.
그런 그들을 테스트하기 위해서라면 그에 걸맞은 난이도의 테스트가 필요한 법.
에렐이 걱정스러워진 나는 에렐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에렐...’
레브의 이야기가 끝나고 이내 기절한 에렐을 향해 라시르가 손을 뻗었다.
라시르의 손에서 나온 빛이 에렐을 감싸 안았고, 잠시 후 에렐은 눈을 떴다.
“으음... 성원...?”
그런 에렐을 향해 라시르가 냉정하게 말했다.
“일어서세요. 에렐님. 두 번째 테스트를 보셔야 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포기하시겠습니까?”
그 말을 듣고 번뜩 정신을 차린 에렐은 내 품에서 벗어나 똑바로 서고는 라시르에게 대답했다.
“아니, 바로 다음 테스트를 보겠다.”
그런 에렐의 대답에 라시르는 미소 지으며 라프키르를 향해 말했다.
“라프키르님, 다음 테스트를.”
“알겠다고.”
라프키르는 다시금 문 하나를 만들어 내었다.
그녀가 문을 만들어 내자마자 에렐은 문 앞에 서서 바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차피 휴식할 시간은 없었고, 오히려 시간을 끌면 끌수록 더욱 어려워진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녀가 두 번째 테스트를 보기 위해 들어가자 구원자들은 각자 이야기를 나눴다.
하련은 내게 다가와서 기계장치를 들이밀었다.
내가 그 기계장치에는 95점이라는 점수가 적혀있는 것을 확인하자 하련이 내게 물었다.
“인성 테스트 점수 어떻게 줬어?”
나는 그런 하련의 질문에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하며 100점을 준 내 기계장치를 보여주며 말했다.
“뭘 물어봐. 마이너스 요소가 어딨어서.”
그러자 하련은 의외라는 듯이 내게 말했다.
“그래도 중간에 한 번 찾아간 것에서 나는 감점을 줬는데?”
“너무 쩨쩨한거 아니야? 결국 참았잖아.”
“결국 참아내긴 했지만 애초에 그러한 생각이 머릿속에 있었다는 뜻이니까. 나는 그래서 5점 깎았어. 뭐 그걸 고려해도 엄청난 거지만.”
하련의 말을 들은 나는 다시금 에렐의 상황을 생각해보았다.
극한까지 몰려서 죽음을 느낄 정도로 가깝게 다가온 공복.
그 굶주린 배를 붙잡고 바로 눈앞에 손을 뻗으면 얻을 수 있는 식량과 물을 포기한 결단력.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에렐의 행동에서 감점 요소를 찾을 수가 없었다.
애초에 구원자라는 존재는 완벽하지도 않을뿐더러 오히려 자신의 욕망과 감정에 충실하다.
그렇기에 나는 에렐의 행동에서 완벽을 추구하지 않았다.
나는 에렐의 선택은 인간으로서 내릴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저 상황에서 식량을 뺏는 것뿐만 아니라 베디크를 죽이는 선택까지 할 사람이 얼마나 많을 줄 알기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