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2화 〉81.여행 (80/99)



〈 82화 〉81.여행

에빌다씨의 구역으로 이동하여 집으로 다가가자 익숙한 향이 코를 자극한다.

 똑 



문을 두드리자 곧이어 문이 저절로열렸다.
자연스럽게 안으로 들어가자 성아와 에빌다씨가 나를 반겼다.

“오빠!!!”

성아는 역시나 내게 달려와 안겼다.



킁킁

내 품에 안겨 냄새를 맡는 성아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준 뒤 에빌다씨에게 말했다.

“성아는 어떤가요?진전은 있나요?”

에빌다씨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직은 없어. 그래도 조금은 길을 본 것 같긴 한데. 이상하게 요즘  집중을 못 하네.”

그러자 성아는 내게 변명했다.

“그... 요즘  집중이 안 돼서... 미안해 오빠...”

나는 그걸 성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벌써 게부라에 도달한 것만으로도 너는 충분히 잘하고 있는 거야. 마음을 급하게 먹지 말고 천천히 해보렴. 성아라면 분명히 더 높이 올라갈  있을 거야.”

성아는 그런  격려를 들으며 더욱 격하게 나를 안았다.
이제 좀 내게 이러지 않았으면 하지만 저번에도 성아가 그러한 내 말에 격렬히 거부 반응을 일으켰기에 어느 정도 시간은 두고 보기로 하였다.

‘시간이 좀 더 흐르면 달라지겠지.’

나는 그런 성아를 가만히 내버려 둔 채 에빌다씨에게 말했다.

“저는 이번에 여행을 가려고요. 아내들이랑 다녀올  같습니다.”

그러자 에빌다씨는 곰방대를 툭툭 털고는 내게 물었다.

“어디로 가기로 했는데?”

나는 스퀴르 씨가 준 책을들어 올리고는 말했다.

“아마 여기서 고를 것 같아요. 혹시 에빌다씨도 추천할 만한 곳이 있나요?”

“흠... 여행이라... 내가 아는 곳은 몇 없는데.”

그렇게 말한 에빌다씨는 내 손에서 책을 가져가서 좌르륵 넘기기 시작했다.
책을 넘기는 에빌다씨를 가만히 보고 있자 성아가 내게 물었다.

“오빠 여행가...?”

묘하게 떨리는 목소리에 나는 그 정도로 내게 의존도가 강한가 싶어서성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번에 새로  아내도 있으니까... 아내들의 친목 도모를 위해서 가는 거야. 최근에 좀 피곤할 만한 일도 있었고...”

성아는 묘한 표정을 짓더니 내게 말했다.

“나도 같이 갈래! 여행 다녀오면 좀 더 수련이 잘  것 같아!”

그녀의 말에 나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어... 나는 상관없는데... 네 스승님이 허락을 해주셔야...”

“나는 상관없어.”

내 말이 끝나기 전에 흔쾌히 대답하는 에빌다씨의 말에 나는 떨리는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지만 이미 여행지가 적혀 있는 책에서 시선을 떼지 않는 에빌다씨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아내들이랑만 가려고 했는데...!’

가면 보나 마나 질펀하게 놀게 뻔하기에 성아의 교육에도 좋지 않을  뻔했다.
나는 애써 웃어 보이며 성아를 설득했다.

“성아야...? 다음에 같이 가면 안 될까? 이번에는 좀 힘들 것 같은데...?”

그러자 성아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 커다란 눈망울에투명한 물이 맺히자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쩔  없나...’

성아가내게  이렇게 집착하는지는 몰라도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좀 떼어놓기로 마음먹었다.
내 옆에는 이렇게 많은 아내가 있다는 것을 알려서 성아가 내게서 관심을 두지 않게 하기로 말이다.
나는 어쩔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았어... 같이 가자...”

“오빠 고마워!”

성아는 방실방실 웃으며 내게 더욱 안겨 왔다.
그러는 사이에도 책을 뒤지던 에빌다씨가 어느 페이지에서 종이가 넘어가는 것을 멈추고는 말했다.

“여기. 여기 저번에 갔었는데 괜찮았어.”

“어디요?”

그녀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을 보자 행성의 면적 중 95%가 물로 이루어진 행성이 보였다.
듬성듬성 조그마한 섬들이 있는것 말고는 육지라 할 것이 거의 없는 섬.

‘행성의 이름은... 621 아루...“

나는 행성의 사진 밑에 쓰여 있는 에릴씨가 쓴 평가를 보았다.

{바다에 떠다니는 거대한 인공 섬이 존재함. 섬마다 굉장히 다양한 문화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보는 맛이 쏠쏠함. 무엇보다 전혀 오염되지 않은 환경이 힐링하기  좋음.}

{맛있는 음식은 프유. 아루 고유의 음식으로 인공섬 바닥에 자라는 댜아티라는 식물로 만든 음료로. 바다에서 자라는 식물임에도 굉장한 당도를 지녔음. 가져간 술에 섞어서 마시면 최고의 별미가 됨.}

{인공 섬을 돌아보고 지칠 때는아무 섬이나 골라서 자면 됨. 인공 섬 위는 진동이 잦기에 자기에는 좋지 않음. 섬은 이상하게도 원주민들이 잘 올라가려 하지 않기에 사람이 없음.}

굉장히 자세히 되어있는 설명에 나는 감탄을 하며 풍경 사진들도 보았다.
평범한종이책은 아닌지 행성을 누르자 홀로그램으로 스퀴르씨와 에릴씨가 같이 찍은 사진들이 보였다.

뒤로 보이는 끝도 없는 바다 한복판에 찍은 사진.

바다 한가운데 솟은 암초 위에서 찍은 사진.

스퀴르 씨가 허공에서 낚시하고, 에릴씨가 해변에 누워있는 사진.

그  여러 가지 사진들이 붙어있었다.

”나쁘지 않은데요?“

굉장히 색다른 체험일 것 같다.
육지에서 살아가지 않는 사람들인 것도 신기했고, 그 프유라는 음식도 술에 섞어 먹어 보고 싶었다.

’에릴씨맛집 블로거 했으면 대박 났겠네...‘

상당히 끌리는 설명에 나는 단번에 목적지를 정했다.
어차피 수많은 행성을 돌아다니며 적은 것이기에 여기 적혀 있는 곳들은 하나같이 여행하기 좋은 행성일 게 뻔했다.

”무엇보다 여기... 마법을 굉장히 독특한 방법으로 사용해. 인공섬을 띄운 동력이 전부 마법인데 여기는 마법을 무조건 마법진이란 것을 그려서사용하더라고.“

그렇게 말하면서 에빌다씨는 허공에 그 마법진이라는 것을 띄웠다.
기괴한 문양으로 가득 찬 마법진은 내가 알고 있는 오망성이 그려진 마법진과는 전혀 궤를 달리했다.

”저게 마법이 사용되요?“

내가 묻자 에빌다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정말 놀랍게도 되더라고. 아마 그 행성 나름대로 발전한방법이겠지.“

어차피 중요한 사실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놀러 가는 것이었기에 나는 별 뜻은 두지 않았다.
에릴다씨는 책을 접어 내게 건네주었고, 나는 책을 아공간에 넣고는 다음에 스퀴르에게 전해주기로 하였다.

그런 나를 보며 성아가 눈을 빛내며 물었다.

”오빠! 출발은 언제 할 거야?“

나는 잠시 고민했다.

’가기 전에 준비 할만한게... 일단 식재료는 라프키르에게 받자. 내가 만드는 건 한계가 있으니까. 또...‘

아무리 생각해도 음식 말고는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었다.
상상이라는 능력 자체가 그만큼 범용성이 높다는 뜻이기도 했다.
나는 생각을 마치고 성아에게 말했다.

”아마, 라프키르한테 식재료를 받고 나서 바로  것 같구나. 일단 아내들에게 물어보고 나서 가기 전에 데리러 올 테니 여기서 기다리겠니?“

”응!“

성아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연신 흔들며 들뜬 발걸음으로 어디론가 사라졌다.
나는 성아가 사라지는 것을 확인하고는 에빌다씨에게 물었다.

”에빌다씨는 안 가세요?“

”나? 글쎄...“

잠시 고민하던 에빌다씨는 이내 선택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어차피성아도 가니까 혼자서 할 것도 없고... 휴가 안  지도 꽤 되었으니까. 같이 가자.“

성아를 컨트롤 하기 위해서는 에빌다씨가 필수였기에 나는 안심한 채 그녀에게도 이따가 데리러 온다고 하고는 다시 집으로 텔레포트했다.
집에 도착한 나는 아내들에게 가는 곳을 설명했고, 아내들은 모두 좋아했다.

”바다라... 저 평생 바다를 본  없어서 기대가 돼요!“

프레이야가 밝은 얼굴로 말했다.

”바다라 해봐야 별거 없어. 그냥 짠 물이 엄청나게 많은 것뿐인걸.“

”그래도 예쁘지 않은가. 깨끗한 바닷속은 마치 별세계 같다고?“

케야가 투덜거리는 하련에게 말했다.
그 모습을 보며 에렐은 내게 다가와 물었다.

”우리끼리만 가는 건가?“

나는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일단은 성아랑에빌다씨도 같이 가기로 했어. 성아가 떼를 써서 말이야.“

하련은 그런 내 대답을 듣고는 농담조로 내게 말했다.

”우리 남편님이 이제는  명을 더 늘리시겠답니다! 아주 이 시대의 능력남 납셨죠?“

”성아랑 에빌다씨랑은 그럴  없어!“

”그걸 어떻게 장담하냐고!“

내 인생을 걸고 단연코 성아와 에빌다씨는 건들 생각도 받아줄 생각도 없었다.
아니 애초에 에빌다씨 쪽은 나와는 마법 외에는 접점이 없었고, 성아는...

’성아는 조금 위험하긴 하네...‘

방금 만나고 온 성아의 집착은 전보다 심해진 기분이었다.
냄새를 맡는 속도와 양도늘어났고, 붙어있는 시간도 늘어났다.

’이러다가 진짜 덮쳐지는 건 아니겠지?‘

설마 그런 일이 있을까 하며 나는 아내들에게 말했다.

”뭐, 다들 챙길  없지? 필요한 건 내가 만들어 거고... 음식은 지금 가서 라프키르한테 받아 올 거야.“

아내들은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준비할 것은 없다고 내게 긍정했다.
그녀들이 전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확인한 나는 그 길로 라프키르에게 달려가 식재료를 받았다.
라프키르는 맛있다며 내게 돼지고기나 소고기 말고 다른 온갖 동물의 고기를 챙겨주었는데, 스퀴르가 라프키르에게 재료를 받아쓰니까 걱정할 것은 없었다.
그 외에도 술이나 과일, 채소, 간식 등을받아낸 나는 라프키르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는 아공간에 식재료를 전부 넣은 다음 다시 집으로 텔레포트 했다.

아내들은 어느새 준비한 것인지 조금 시원한 옷으로 전부 갈아입은 상태였다.
애초에 얼굴에 무언가를 발라야 하는 얼굴이 아니었기에 준비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지극히 짧았다.

”그럼 일단 에빌다 씨께 가서 성아와 에빌다씨를 챙겨 가자.“

그 말을 끝으로나는 다시 에빌다씨네 집으로 아내들과 왔다.
마침 앞에 한가득 짐을 챙긴 성아와 에빌다씨가 보였다.
에빌다씨는 내게 다가와서 뒤를 쭉 훑더니 속삭였다.

”능력도 좋다 너도 참...“

”하하...“

나는 민망한 마음에 뒷머리를 긁적이며 성아에게 물었다.

”성아도 준비 다 했니?“

”네...“

성아가 의외로 기운 없이 대답하자 나는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별 상관없다고 생각하며 에빌다씨에게 말했다.

”에빌다씨 가보셨으면 좌표 아시죠? 차원 균열 좀 열어주시겠어요?“

”알겠어.“

에빌다씨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허공에 휘저어 차원 균열을 만들어냈다.


지지지지직...

우리의 앞에 생긴 차원 균열을 향해 모두가 들어갔다.

잠시 시야가 방전되고 다시 보이는 시야에는 푸른 바다와 섬 하나뿐이었다.


철썩... 철써억...

전체적으로 푸른 하늘빛에 가까운 바다는 조그마한 파도를 만들어내며 섬을 향해 계속 다가갔고, 눈에 보이는 황금빛 해변은 그런 바닷물을 끌어안았다가 놓기를 반복했다.
보통 수심이 깊으면 깊을수록 바다의 색깔은 어둡게 변하는데 전체적으로 푸른 하늘빛인 것을 보니 수심이 얕은 곳이었다.

”와아... 이게 바다...“

생전 바다를 처음 본 프레이야는 바다에 비추는 햇빛처럼반짝이는 눈으로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었다.
나는 우선 일행을 해변에 내려놓고 말했다.

”일단 이곳이 주변 바다의 수심도 낮아서 놀기 좋아 보이니까여행  동안지낼 집을 만들게요.“

그렇게 말한 나는 과거 TV에서 봤던 펜션들을 상상하며 집을 꾸몄다.
갈색 지붕에  나무들로 만들어진 2층 짜리 펜션의 난간에는 서핑보드나 스쿠버 다이빙 장비 같은 간단한 수상 스포츠 장비를 놓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장비들을 놓았다.
1층은 거대한 홀처럼 꾸미고 계단 두 개를 놓아 2층에 방들을 만들었는데.
나는 어차피 아내들과 같이  예정이기에 거대한 방 하나를 만들었고, 그 옆에 성아와 에빌다씨가 같이 잘 방 하나와 예비용 방 두 개 정도를 만들어 놓았다.
물론, 화장실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대충 집이 만들어지고 나는 안으로 들어가서 필요한 물품들  개를 세세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조리가 가능한 인덕션이나 식재료를 넣어둘 냉장고, 그리고 모두가 앉아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푹신한 소파들과 식사를  테이블과 의자.
 외에 기타 등등 필요한 물건을 다 만들어 놓고 식재료를 냉장고에 집어넣었다.

그 뒤 밖으로나와 보니 모두가 즐겁게 놀고 있었다.
거기에 모두 언제 갈아입은 것인지 수영복을꺼내 입은 상태였다.

해변을 같이 걸어 다니는 프레이야와 성아는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해변을 따라 쭉 걷고 있었다.
프레이야의 수영복은 흰 가운으로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고, 성아는...

’애한테 왜캐 선정적인 옷을 준 거냐...‘

파란색 비키니를 입고 있었다.
나는 차마 그 꼴을 못보겠어서 눈을 돌려 하련과 에렐을 보았다.

물속에 들어가서 서로 물을 뿌리며 노...

’노는  맞나? 저거...‘

하련은 순백색의 하이웨스트 비키니를 입고 있었으며 에렐은 튜브탑 비키니를 입고 있었는데 서로 어마어마한 크기의 파도를 만들어 상대방에게 던지며 놀고 있었다.
다행히 에빌다씨가 마법으로 물들이 해변으로 넘쳐 오지 않게끔 방어막을 만들어 놔서 다른 사람들이 물에 완전히 젖지는 않았다.

물론 에빌다씨도 방어막을 그냥  것은 아니었다.
어디서 꺼냈는지 흰 파라솔을 친 채 그 밑에 돗자리를 깔고 케야와 함께 누워있었다.
둘 다 모노키니를 입었는데 덕분에 케야의  가슴이 더욱 부각되어 보여서 좋은 눈 호강을 하였다.

다들 잘 노는 것 같았기에 나는 오늘은 그냥 해변에서 놀기로 하고 내일부터 돌아다녀 보기로 마음먹었다.
저녁 식사를 대비하여 밖에다가 커다란 야외 오븐과 나무로 만들어진 식탁들을 만들었다.
나는 준비를 완전히 마치고는 상상으로 콜라를 만들어내서 입 안에 병째로 들이부으며 누워있는 에빌다씨와 케야 쪽으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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