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3화 〉72.상황 정리 (71/99)



〈 73화 〉72.상황 정리

의회로 돌아오니, 마치 꿈에서 깬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원탁 이후로 전부 모인 모습을 처음 보는  같은 구원자 멤버들의 모습이 신기하다.

‘그게 하필 왜 나 때문에 모여서 보게 되는 장면이냐고...’

“저기!  번만 기절하면  돼? 아프지 않게 해줄게. 응?”

내 옆에서는 케테르가 조잘조잘 떠들며 나를 따라왔다.

‘하아...’

오히려 이그가 천사인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드니 이그에게 했던 행동이 진심으로 미안했다.

‘미안하다... 이그...’

방금까지 기절시키고 꿈에서는 나한테 검까지 휘두른 년이 내게 매달려서 저러는 꼴을 보니 어이가 없었다.
그런 케테르를 무시한 채 우리는 라시르를 따라 의장실로 갔다.
아내들도 걱정하고 있을 게 뻔했지만, 하련이 대신 말해준다고 하고 빠르게 갔다 왔으니 그렇게까지 마음에 걸리지는 않았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말을 해주시겠어요? 언니?”

의장실에 모여서 라프키르가 만들어준 소파들에 앉아 있는 구원자들은 라시르의 말을 듣고는 일제히 케테르를 쳐다봤다.
케테르는 내 옆에서 계속 찡찡거리다가 자신에게 몰린 시선을 보고는 내 옆에 서서 말했다.

“흠! 흠! 아~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일단 냅다 기절시킨후 성원이가 만든 의식 세계로 들어가서 진짜 칭호를 되찾고 영혼을 반으로 갈라봤답니다~ 어때 간단하지?”

그런 케테르를 보며 라시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러니까 그 과정을 세세하게 알려주세요... 어째서 성원 님은 부여받은 칭호가 아닌 다른 칭호를 달고 있으셨고, 그 영혼을 반으로 갈랐다는 이유까지요...”

그때 에빌다가케테르에게 말했다.

“일단 좀 떨어지지 그래? 자기 입으로 영혼까지 갈라버렸다 해놓고 너무 붙어 있는 거 아니야?”

그러자 케테르는 흥하고 콧김을 내뿜으며 내게 달라붙었다.

“흥! 싫은데? 이제 이 아이는 내 꺼야!”

“뭐라고요? 제가 왜 당신 거입니까!“

나는 어이가 없어서 소리쳤다.
하지만 그 말에 격렬하게 반응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하련이었다.
하련은 내게 달려와 케테르를 밀치고는  무릎 위에 앉아서 말했다.

”누구 마음대로 자기 꺼래? 너는 지금 들어와도 넷째니까 저리 짜져있어!“

미치겠다.

‘얘는  왜 이래?’

그런 눈빛으로 하련을 바라보자 하련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눈을 피했다.
그때 레브가 우리를 보며 말했다.

”사랑싸움은 나중에 가서 하도록 하고 어서 그 칭호에 대해서나 말해봐라. 기대가 돼서 참을 수가 없군. 처음이지 않은가? 칭호의 변화라니!“

그는 흥분되는 얼굴로 말했다.

”혹시 어쩌면 나도 칭호가 변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응? 불굴로는 확실히 개성이 적은 감이 있어서 말이야! 으하하하하하!“

그러자 케테르는 레브를 향해 웃는 얼굴로 가운데 있는 손가락을 날리며 말했다.

”개념 중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사기적인 개념을 가진 주제에 배가 부른 소리를 하네? 리오 같은 애들한테 안 미안해?“

”예? 저는 제 칭호에 만족하는데요?“

갑작스레 스플래시 딜링에 맞아버린 리오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튼. 미리 결론을 말하자면 성원의 칭호는 ‘상상’이야. 성원? 이제 쓸 수 있을 텐데 한번 사용해 볼래?“

으음...

...

”뭐야 왜 사용 안 해?“

케테르는 내게 물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사용한 상태였다.

”이미 사용 했는데요?“

”뭘 상상했길래 그래?“

당연히...

”케테르가 좀 닥쳐주기를 상상했거든요.“


꽝!

”아으으...“

케테르가 내 머리를 내려치며 말했다.

”누나한테는 그런 거 안 통하니까 빨리 제대로 안 써?“

나는 내 머리를 움켜잡으며 다시금 상상을 사용했다.

”어?“

”이건...“

모든 구원자의 손에 아이스크림이 하나 떨어졌다.

메x나 말이다.

나는  손에도 떨어진아이스크림을 입에 넣고 말했다.

”이렇게 상상한 것을 현실에 만들어  수 있는 같습니다.“

내가 아이스크림을 입에 넣자 구원자들도 따라 넣었다.

”으엑... 차가워...“

”달달하니 먹을  하구만.“

”더 없나?“

 없냐고 내게 물어보는  달린 여성

”여기 있습니다.“

그녀의 손으로 아이스크림 하나를 더 만들어주니 좋다고 한입에 먹어 치웠다.
나는 그냥 귀찮아서 그녀의 주변에 아이스크림을 한 10개는 띄워 놓았다.

”아무튼 이런 식으로 상상하는 것을 현실로 만들어 가져올  있습니다. 보다시피 제가 맛을 알고 있는 음식이라면 이렇게 맛도 재현할  있고요.“

 말을 들은 아이스크림을 쪽쪽 빨던 라프키르가 내게 말했다.

”뭐야 그게. 완전 창조 상위버전 아니야?“

나는  말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나는 라프키르가 만드는 것처럼 자율 의지를 가진 생물체를 만들지는 못해. 정확히는...“

그렇게 말한 나는 그때 라프키르가 내게 만들어주었던 작은 새를 똑같이 만들었다.
새는 지저귀고 날아다니기는 했지만 무언가 부자연스러웠다.

”이렇게 내가 제한해둔 행동밖에 하지 못해.“

”그렇구나~ 다행이네! 나 완전 쓸모없어지는 줄 알았어!“

라프키르는 아이스크림을 다시 입에 넣고 빨아먹기 시작했다.
 와중에도 뿔 달린 여성은 벌써 6개째 아이스크림을 입에 넣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의 앞에 항상 10개의 아이스크림이 유지되게 해놓고 케테르에게 물었다.

”그리고 다음 질문은 저도 궁금한 겁니다. 제 영혼을 가르신 그 순간. 제가 내뱉은  검은 물체는 대체 뭡니까.“

아무리 토해내도 멈추지 않았던 그것.

그게 나는 너무나도 궁금했다.

내 말을 들은 케테르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원래라면... 업보일텐데...  다른 것 같기도 하고... 너는  기억 나는 거 없어?“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무것도 기억  납니다. 그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토해지던 그 업보라는 것을 버티지 못하고 정신을 잃은 거고요.“

”흐음... 그러면 그년의 정체도 모른다는 말이네...“

케테르가 중얼거리자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그년이라니 누구 말씀하시는 겁니까?“

내가 묻자 케테르는 마치 직접 보라는 듯이 허공에 자신이 봤던 장면을 띄웠다.

”저건...?“

”저게 뭔가요 언니?“

”헤에...“

구원자들은 마치 신기한 것을 보는 것처럼 그 영상을 보았다.
물론, 나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뭐지? 저런 게 내 안에 있다고?’

그리고 잠시 후 영화의 클라이맥스에 이르듯 상황은 점점 최고조로 달하기 시작했다.

{내애...}

검은 형체는 계속 내애..거리며 중얼거리기만 했고 모든 구원자들도 그 장면을 보면서 답답해하자.


{내 뭐라는 거야 제대로 말해!}


케테르가 모든 구원자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주었다.

‘편안...’

하지만 다음 장면은 더 충격적이었다.


{내 꺼에 손대지 마. 썅년아.}


{퍼어어어어억!!!}

{카아악....}


‘나이스 샷!‘

저것에 정체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굉장히 잘한 짓이었다.
모두 다른 의미의 편안함을 느낀 지 상당히 만족한 얼굴이었다.
영상을 모두 본 구원자들이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뭐야 저거? 케테르에게 타격을 입혔어.”

라프키르가 말하자 옆에서 키릴과 라시르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네에... 당연하지만 신계와 관련된 무언가는 아니야아...”

“언니에게 타격을 입히다니...”

하지만 그 옆에서는

“나는 마음에 쏙 드네. 대화가 가능하다면 친하게 지낼 의향이 있어.”

“나도.”

에빌다와 하련이 묘한 부분에서 동의하고 있었다.

그때 옆에서 드베리아가 말했다.

“잠시만 돌려볼 있나? 무언가 살짝 보인  같아서 말이네.”

그러자 케테르는 냅다 영상을 돌리고 영상이 다시 재생되기 시작했다.

{내 꺼에 손대지 마. 썅년아.}

그때 드베리아가 외쳤다.

“그래! 지금!”

케테르는 드베리아의 외침에 영상을 멈췄다.

“조금만 더 조금만 앞으로 돌려보게 아주 조금씩.”

영상은 조금씩 뒤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갑자기 검은 형체의 사람의 입이 벌려지면서 안에 무언가 보였다.

“목걸이...?”

“목걸이 맞지?”

“역시 드워프! 광석에 관련되었다면 엄청난 집중력이 생긴다니까?”

의외의 발견에 들뜬 케테르가 말했다.

“으하하하하하! 별거 아닐세! 영상에서 광석에서 나오는 특유의 빛이 보이길래 무언가 했다네! 으하하하하!”

별거 아니라 하면서도  상황을 즐기는 드베리아를 내버려  채 모두가 그 목걸이를 살펴보았다.

“무슨 광석으로 만든 거지...? 가운데에 박혀 있는 보석이 뭔지 알아낼 방법 없나? 행성 특유의 광석이라면 그것 또한 단서가 될 텐데.”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옆에서 손목에 찬 시계 같은 걸로 홀로그램을 만들어낸 리오가 무언가를 열심히 찾아보고 있었다.
그 사이 하련은 나를 보며 물었다.

“성원. 저거 뭐야? 왜 우리도 없는 목걸이를 가진 ’년‘이 너보고 자기꺼라 하는 거야?”

나는 그 여러 의미가 담긴 뾰족한 목소리에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아... 정말 설득력 없을 거 같은 변명이긴 한데. 나는 저런 거를 누구한테 선물해준 적이 없어. 만약 내가 누구한테 저런 목걸이를 선물해주었다면 너희가 먼저였겠지.”

“그럼 저건 누군데 너보고 자기꺼라 하는 거냐고.”

“나도 모른다니까...”

아내가 남편에 대해 추궁하는 듯한 하련의 질문 공세를 버텨내면서 리오가 빠르게 무언가 단서를 찾아내기를 바랬다.



띠띡!

“찾았어요!”

“어디야? 어디서 만들어진 거야?”

리오의 외침에 흥분한 케테르가 리오에게 물었다.

“위치가... 1 베기아...? 베기아라면...”

베기아라는 행성의 이름이 언급되자 모두가 슈엘을 쳐다보았다.
슈엘은 무심한 얼굴로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는 물었다.

“뭐 어쩌라고. 내 고향별은 맞는데 고유번호가 틀리잖아. 나는 92341882 베기아고 저건 1... 1이면...”

“확실한 것은 베기아처럼 생물 존재 확률이 높은 행성에서 고유번호가 1이라는 것은...”

라시르가 슈엘의 말을 듣고 중얼거리자 옆에서 케테르가 말했다.

“그래, 최초로 만들어진 원본 세계라는 거지, ’신‘께서 평가 제한을 걸은 곳.”

접근 불가?

나는 고개를 돌려 에빌다씨에게 물었다.

“평가를 못 하는 행성이 있어요?”

에빌다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모든 행성의 원판이 되는 원본 행성은 평가를 못 해. 고유번호 앞에 붙은 숫자는 행성이 만들어진 순서인데 모든 차원이 일순간에 만들어진 것은 맞지만 거기에도 순서가 있고, 그 순서 중에서도 지성체가 존재하는 행성만이 번호를 부여받아.”

나는 에빌다씨의 설명을 듣고서는 물었다.

“그럼 1이라고 해서 반드시 최초의 행성은 아니네요?”

에빌다씨는 애매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기는 한데... 베기아는 슈엘의 고향의 높은 고유번호만 봐도 지성체 탄생 확률이 거의 80%가 넘을 정도로 특화된 행성이라...”

그렇단 말이지...

근데 문제는 그 행성과 대체 내가 무슨 관계라는 것이란 말인가?

“근데 대체 저랑  행성이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요...?”

그러자 케테르는 나를 보며 말했다.

“지금의 너와는 관계가 없지만. 전생의 너와는다르겠지.”

“전생 말입니까?”

내가 되묻자 케테르는 혀를 쯧하고 차며 말했다.

“가끔가다 자신의 연인이었던 자에 환생까지 찾아다니는 미친년이나 미친놈이 있으니까... 본인은 그걸 기억 못 해도 상관없다며 찾아다니는 추한 집착의 말로지.”

’집착이라...’

하지만 그게 순전히 집착으로 표현될 만한 것일까?
나는 그런 케테르의 말에 조금 동의하지 못하였다.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내 아내들이 죽었을 때를 생각해보았다.

‘이해가 될  같기도 하네...’

또한 찾을 가능성이 존재만 한다면 한번 찾아보지 않을까.

그녀가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아예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하더라도.

한 번쯤 그녀를 만나고 싶어 하지 않을까.

‘뭐지... 갑자기  이런 생각이...’

갑자기 물 밀듯 몰려오는 생각에 나는 머리를 흔들어 잡념을 지웠다.

그때 케테르가 손을 탁탁 털며 일어났다.

“좋아! 그럼 바로 가보자!”

나는 그 소리에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평가 불가라고 하지 않았나요?”

그러자 케테르는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며 물었다.

“평가 불가지 접근 불가가 아니잖아? 그리고 다른 구원자들도 고유번호가 1인 행성은 가본 적 많을걸?”

나는 진짜냐고 묻듯이 주변을 둘러보았고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이는 구원자들을 볼 수 있었다.

“거기는 다른 의미로 대단한 곳이지이...”

“그냥 무언가 부수고 싶을 때? 가면 스트레스 해소하기 좋아!”

“기본적으로 평가는 불가하지만 때려 부수는 것까지는 막아 놓은 게 아니니까.”

“나는 저번에도 다녀왔지! 와하하하하! 내가 제일 많이 다녀왔을 거다!”

이해가 안되는 그들에 말에 나는 케테르를 보며 물었다,

“저게 무슨 말입니까?”

그러자 케테르는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날 바라보며 말했다.

“있잖아... 너 정말 마법사 맞아? 이해력이 너무 낮은데?”

“거 이해력이 딸려서 죄송하게 됐습니다.”

그러자 케테르는 손을 휘휘 저으며 중얼거렸다.

“애휴~ 칭호도 상상을 받을 정도로 자기만의 세상에 사는 놈이 무언가를 어떻게 이해하겠니. 누나가 이해해줄게.”

그렇게 중얼거린 케테르는 나를 보며 말했다.

“평가 불가를 받았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어... 타락한 문명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녀는 손을 딱하고 튕기며 말했다.

“그래! 그래서 모든 행성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고유번호 1을 가진 행성이 있는 차원 같은 경우. 이미  고유번호 1을 가진 행성이 상당한 부분의 차원을 먹어 치운 경우가 대다수지! 그렇기에 평가를 하면 안 되어도 그냥 화가 나서 때려 부수는 건 된다 이 말이야!”

‘그런 의미구나...’

그런 케테르의 설명을 듣는 레브가 내 옆에 와서 어깨에 손을 올리더니 말했다.

“대부분 우주 전체가 타락한 경우가 대다수라 힘의 리미트를 완전히 풀고 전력으로 한 대 때려 박아도 된다고?”

“그래도 그건 너무 많은 생명체를 죽이는  아닐까요...?”

그러자 내 말을 들은 구원자들은 저마다 웃기 시작했다.

“으하하하하하하! 역시 초짜의 순수함은 급이 다르구만!”

“아하하하하! 올해 들은 말 중 제일 웃겼어! 성원!”

“성원... 아마 너도 보면 아무런 죄책감이 들지 않을 거야.”

하련의 말까지 들은 나는 어리둥절했다.

“그 정도로 상태가 심각해요?”

그러자 슈엘이 내게 물었다.

“너는 지성체의 욕망에 아무런 브레이크가 없다면 어떨 거 같아?”

이미 레비에서의 모습을 본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끔찍한 결과를가져오겠죠...”

그런 내 대답을 들은 슈엘은 내게 다시 물었다.

“그런 문명에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우리 구원자들이 없다면?”

우리가 없다라...

“멈추지 않고 파멸을 향해 달려가겠네요...”



아무리 상상해도 좋은 그림은 그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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