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8화 〉67.가족 (66/99)



〈 68화 〉67.가족

아이들을 이끌어 삼림지대 안으로 들어오자 바깥과는 다른 맑은 공기가 느껴졌다.
자연이란 게 이렇게나 위대하다.

공기, 음식, 물.

인간이 사는 데 있어서 기본적인 요소를 모두 제공하는 것과 동시에 나무들이 자라기에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주거지도 제공했다.
나는 흥분한 듯 목소리를 높여서 아이들에게 말했다.

“여기는.!  과거에나 존재했다는 숲이야! 여기서 살면 되겠어!”

순진한 아이들은  말을 듣고 처음에는 어리둥절하다가 이내 이유도 모른 채 환호했다.
 묻지 않은 순수함이 가득한 이 아이들은 먼 미래에  행성을 책임질 중요한 사람들이 될 것이다.
아이들은 내 뒤를 따라 걸어오면서 신기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아쉽게도 숲에는 동물이 보이지는 않았다.
행성 자체에 동물들이 모두 죽어버린 듯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렀다 한들 없는 종을 탄생시키는 데는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다.
나는 아쉬운 마음에 입맛을 다시고는 내가 만든 호수 근처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와아...”

“물이다...”

어느 정도 걸으니 나온 호수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아이들은 누가 먼저라  것도 없이 호수로 달려가 얼굴을 호수에 박고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마법으로 만든 물이고, 무엇보다 깔끔하게 유지된 상태기에 마셔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나는 아이들이 신이 나서 호수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흐뭇하게 지켜보았다.

아이들은 즐겁게 웃으며 호수 안에서 헤엄쳤다.

‘이 아이들에게는 이러한 상황도 마치 기적 같겠지...’

나는 아이들이 잠시 놀게 내버려 두고는 집터를 잡았다.
호수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땅을 집터로 삼고 근처에 있는 나무들을 손수 베어가기 시작했다.

쿵! 쿵!

나무에 도끼가 찍히고 그 나무가 넘어가는 소리가 숲에 울려 퍼지자 아이들이 하나둘 내 쪽으로 돌아왔다.
처음 만났던 남자아이가 내게 물었다.

“아저씨 뭐해요?”

나는  질문에 잠시 하던 도끼질을 멈추고 말했다.

“일단 집을 지어야 하지 않겠니?  나무라는 것을 이용하면 좋은 집을 만들 수 있단다.”

“정말요?”

“그럼!”

나무를 찍던 나는 나를 멍하니 바라보는 아이들에게 몇 가지 간단한 지시사항을 내렸다.

“일단 너네는 여자애들과 함께 먹을 만한 것을 찾아봐. 아마 열매 같은 것이 열려있는 나무가 있을 거야.”

그러자  여자아이가 손을 들어 물었다.

“열매가 뭐예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이 아이들에게는 하나하나 전부 설명이 필요했다.

“음... 여기 보이는  커다란 기둥 같은 것을 나무라고 부르는데. 이런 나무 중에 무언가 주렁주렁 매달린 동그란 것들이 있을 거야. 그런  전부 따서 내게 가져다주렴. 먹을 수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확인을 해야 하니까. 알겠니?”

“”네에!!“”

아이들은 싱글벙글 웃으며  말에 대답하고는 이내 숲으로 사라졌다.
위험한 동물도 없는 숲이기에 딱히 걱정될 요소는 없어서 나는 다시 도끼질에 몰두했다.
근데 아직도 30명 가까운 아이들이 나만 바라보고 있자 나는 잠시 고민을 한 후 아이들에게 말했다.

“굳이 내 옆에서 보고 있지 않아도 된단다. 아까 아이들처럼 열매라는 것을 찾아 나서도 되고, 아니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어도 돼.”

내 말을 들은 아이들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자기들끼리 무리를 나눠 다른 곳으로 떠났다.
그럼에도 아직 떠나지 않은 아이가 있었다.
처음 만났던 성대가 없는  여자아이.
남자아이 쪽은 다른 아이들과 친해진 것인지 사라졌지만 여자아이는 남아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그 여자아이에게 무언가 말하려다가 잠시 고민했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들 전부 이름이 없네. 갔다 오면 이름을 지어줘야겠다.’

나는 잠시 도끼질을 멈추고 여자아이의 옆에 가서 앉아 물었다.

“너는 왜 여기 있니?”

여자아이는 나를 보며 싱긋 웃으며  손에 코를 비볐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고 나서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네 이름은 뭐니?”

그러자 여자아이는 나를 멀뚱멀뚱하게 쳐다보았다.
아마 이름이란 게 뭔지 모르는 모양이다.

“나는 성원, 이 성원이라고 한단다. 누군가가 너를 부를  나처럼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니?”

여자아이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걸  나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름... 여자아이 이름... 내 이름을 따기는 그렇고...’

결국 고민 끝에 나는 아무 이름이나 붙이자 마음먹었다.
이름을 대충 만든 나는 그 여자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너는 앞으로 루엘이야. 앞으로 내가 너를 부를 때는 루엘이라고 부를 거야. 알겠어?”

여자아이는 뭔지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루엘에게 이름을 붙여준 나는 내가 베어낸 나무들을 이용해 통나무집을 만들기 시작했다.
마법을 사용하면 간단하기는 했으나 아이들 앞에서 마법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기에 전부 수작업으로 만들어야 했다.
다행히 집을 만들어 본적이 처음은 아닌지라 어렵지 않게 해낼  있었다.
내 초인적인 신체 능력으로 집은 어느새 거의 만들어졌고,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건지 루엘은 무릎에 머리를 파묻고 졸고 있었다.
나는 그런 루엘에게 다가가 아공간에서 꺼낸 담요를 덮어주고는 다시 집을 완공시키기 위해 움직였다.

잠시 뒤, 집이 완성되고 그 타이밍에 맞춰 아이들이 하나둘 돌아오기 시작했다.
돌아오는 아이들의 손에는 열매들이 가득했다.
오는 길에 못 참고 먹어본 것인지 아이들의 입에는 열매들의 흔적이 보였다.

입 주위에 찐득한 열매의 과즙이 잔뜩 묻은 채로  아름 열매를 들고 오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웃음꽃이 피어났다.
아이들이 가져온 열매들을 한쪽 구석에 쌓아둔 채 아이들 몰래 마법으로 열매들 근처의 기온을 낮췄다.
에빌다씨가 사용한 신선 마법은 내가 모르는 마법이었기에 온도를 낮추는 것으로 만족했다.

집은 아주 크게 지은 상태였다.
아이들 숫자가 많았기에 방은 여자 방, 남자 방을 나눠서 크게  개를 만들었다.
나는 남자 방에 아이들과 같이 자기 위해서 내 방은 따로 만들지 않았다.

아이들은 그사이에 큰 집이 지어진 것을 보고는 탄성을 내뱉으며 하나둘 새로운 집으로 들어갔다.
침대를 만들기에는 부족한 환경이었기에 나는 오늘은 그냥 맨바닥에서 자고 내일 이불을 가져오겠다고 아이들에게 말했다.

그 뒤 아이들 하나하나를 따라다니며 이름을 붙였다.

“음... 너는 쿠엘.”

“너는... 게르카.”

사실 이름 짓는 방법은 모르기에 적당히 내가 아는 이름들을 붙였다.
대부분 가상 세계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이름이었다.
아이들은 이름이란 개념이 신기한지 서로 이름을 불러대며 좋아했다.

날이 지자 나는 모닥불을 피우고 아이들을 모아 얘기했다.

“오늘부터 너희는 나와 가족이다. 네 옆에 있는 아이들은 너희들의 형제자매라고 생각하고 지내렴. 너희들의 안전은 내가 보장할게. 그러니 이제는 걱정 없이 살면 된단다.”

그때 비로우라고 이름을 지은 처음 나와 만났던 남자아이가 손을 들고 내게 물었다.

“그럼 아저씨는 뭐라 불러요?”

성원 아저씨라는 표현은 조금 거리감이 있어 보였고, 그렇다고 성원 아빠라고 부르라 하기에는 좀 부담스러웠다.
잠시 고민하던 나는 그냥 간단하게 정하기로 했다.

“그냥 성원형이라고 부르면 된단다.”

아이들은  이름을 연신 중얼거리더니 이내 성원 형, 성원 오빠라고 나를 부르며 옆에 달라붙었다.
이 아이들에게 나는 진정한 의미에서 구원자로 보일 것이다.
굶어 죽기 직전이었던 아이들을 구해낸 나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걱정으로 가득 찼던 마음이 서서히 풀어지는 것을 느꼈다.

아이들은 모닥불 앞에서 서로 떠들다가 이내 졸린  하나둘 집으로 들어가 누워 자기 시작했다.
맨바닥이라 할지라도 돌바닥보다는 나은지 아이들은 편안한 얼굴로 잠이 들었다.
나는 아이들이 전부 자는 것을 확인한 후 차원 균열을 열어서 의회로 돌아갔다.

의회로 돌아가 내 집으로 가니 프레이야와 케야, 하련 셋이 전부 모여있었다.
내가 집으로 돌아오자 프레이야가 들뜬 얼굴로 나를 보며 말했다.

“성원씨! 금방 오셨네요?”

나는 그런 프레이야를 안아주며 말했다.

“임무가 끝난 것은 아니고, 아마 장기간 임무가 될 것 같아서 자주 올라오려고.”

그러자 하련이 인상을 찌푸리며 내게 말했다.

“또 장기간 임무를 하겠다고?”

우리 아내님은 내가 장기간 임무를 하느라 자고 가지 못하는 것에 불만이 많은  같다.
그런 하련을 보며 케야가 말했다.

“남편이 나가서 일한다는데 어찌 그대는 타박을 준단 말인가. 자!  품으로 와라. 서방.”

케야가 팔을 벌리며 말하자 나는 프레이야를 놓고 케야의 품에 머리를 박았다.

말랑말랑

언제 느껴도 이 가슴의 감촉은 너무 부드러웠다.

“흐으... 애처럼 달라붙기는... 서방은 아이가 아니느니라.”

그런 나와 케야를 보며 프레이야는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갔다 오신 뒤로 기분이 많이 좋아지신  같아서 다행이에요.”

“아아 그게 말이지...”

 뒤 그곳에서 있었던 일을 아내들에게 이야기해 주자 프레이야와 케야는 나보고 잘했다며 미소를 지어주었다.
하지만 하련은 그런 내 태도가 못마땅한 건지 내게 말했다.

“너가 그 아이들을 언제까지 책임질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래도 괜찮아?”

물론, 하련의 말은 정곡이다.
내가 언제까지  아이들을 지켜줄 수는 없을 거다.
그래도 나는  아이들이 좋은 추억을 남기길 바라며, 될  있는 한 옆에 붙어있어 주고 싶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하련에게 말했다.

“될  있는 한 끝까지 책임을 져야지. 아이들이 커서 스스로 자립할 수 있게 되면 떠날 예정이야.”

 대답에 하련은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하아... 성원의 뜻이 그렇다면 내가 말릴 수는 없지만... 그래도 조심해.”

그렇게 말한 하련은 단호한 눈빛으로내게 말했다.

“가족 놀이에 너무 심취하지 마. 네 가족은 이곳에 있는 우리와 구원자 멤버들이야. 그 아이들은 너에게 있어서 잠시 스쳐 가는 바람과 같은 거야. 알겠지? 다시 말하지만, 너무 정을 들이지 마. 부탁할게.”

나는 하련의 말을 듣고는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 내가 애도 아니고 감정 하나 어떻게 컨트롤 못하겠어? 그러니 그만 투덜대고 이리 와서 안겨.”

팔을 활짝 벌리며 하련에게 말하자 하련은 뚱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내게 달려와 안겼다.
아내들의 품에 안겨있으니 내가 했던 고민들이 바보 같이 느껴졌다.
아마 그녀들의 반응을 보니 브리엘에서 돌아온 이후 상당히 죽상으로 있었던 게 확실한  같다.

나는 아내들에게 각자 한 번씩 키스하고 라프키르를 찾아가 바닥에 깔 커다란 이불 2개와 위에 덮은 작은 이불 40개를 받아 다시 아이들이 있는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들은 아직 곤히 자고 있었고, 그런 아이들을 깨우지 않기 위해 사일런스로 내 발걸음 소리를 없앤 뒤 조심스레 남자 방에 누워 잠을 청했다.

다음  아침.

아이들은 아직도 자고 있었다.
그동안 계속 땅바닥에서 자며 행군하듯 걸어왔기에 피로가 많이 쌓였기 때문일 거다.
나는 밖으로 나와 나무를 다시 베기 시작했다.

쿵!

쿵!

쿵!

도끼 찍는 소리가 고요한 숲에 퍼져나갔다.
나는 나무를 베어 간단한 놀이터를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몰라서 이리저리 실패작도 만들었지만 두 시간 정도 지났을 때쯤에는 아이들이 가지고 놀만  놀이기구를  만들었다.

‘이 정도면 되겠지.’

나는 이 아이들에게 살아남는 방법을 알려줄 생각이었지만 그렇다고 스파르타식으로 가르칠 생각은 없었다.
아이들은 아이들답게 아무 생각 없이 친구들과 놀아야 하는 시간도 존재해야 하니까.
내 도끼 소리를 듣고 일어난 것인지 아이들이 하나둘 집에서 빠져나왔다.

일어난 아이들은 내게 다가오더니 말했다.

“성원 형... 나 쉬마려...”

“성원 오빠... 저두요...”

생각해보니 어제 집을 만들 때 화장실을 만드는 것을 깜빡했다.
나는 내 실수를 깨닫고는 아이들에게 말했다.

“일단 멀리 가서 아무도 없는 곳에서 볼일을  봐주겠니? 화장실은 내가 만들어 놓을 테니까.
오늘 하루만 그러자? 다 싸고 나서 근처에 있는 나뭇잎으로 깨끗이 닦는 것도 잊지 말고.”

“”네에...“”

아이들은 아직도 졸린 지 내 말을 듣고 늘어져라 대답을 한 뒤 뿔뿔이 흩어졌다.
화장실을 만들기 위해 다시 나무를 베는 내게 어제 칼을 들며 위협했었던 베르크가 와서 말했다.

“저도 뭐 도울 게 없을까요?”

그래도 본인 딴에는 자기가 나를 제외하면 가장 어른이라 책임감이 있는 모양이다.
나는 그런 베르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너는내가 아이들을 지킬 방법을 알려주마.”

그렇게 말한 나는 약 한 시간 동안 빠르게 화장실을 만들었다.
어쩔  없이 재래식으로 만든 화장실에 밑에 조그마한 임시 아공간을 만들었다.
아마 여기 안으로 들어간 배설물들은 다시는 세상에 나올 일이 없을 것이다.

화장실을 완공한 나는 내 옆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던 베르크에게 물었다.

“네가 나를 제외하면 맏형이잖아 베르크. 그렇지?”

“네!”

베르크는 기세 좋게 대답했다.

“그러면 내가 없을 때는 네가  아이들을 지켜야 하는 거야. 알겠어?”

“그럼요!”

씩씩한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온다.
저런 베르크가 잠시  바닥에 구르며 헉헉거릴 것을생각하니 조금 즐거웠다.
나에게 조금의 S 기질이 있다는 것이 증명된 순간이었다.

나는 나무를 대충 깎아서 그럴듯한 나무 검을 만들어 베르크에게 던져줬다.
베르크는 자신이 받은 나무 검을 요리조리 보더니 내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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