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7화 〉66.피리 부는 사나이 (65/99)



〈 67화 〉66.피리 부는 사나이

마을에 들어오니 사람들은 보이지않았다.
나는 천천히 움직이며 집들 하나하나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문조차 없는 집들은 그저 구멍을 통해 바라보기만 하면 안이 훤히 보이는 구조였다.


스윽


고개를 내밀어 조심스레 집 안을 확인한다.
첫 번째 집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스윽

 번째 집.
역시나 아무도 없었다.


스윽


 번째 집.
마찬가지로 아무도 없었다.

 뒤로 총 40개가 넘어가는 집을 살펴볼 동안 아무도 보이지를 않았다.

‘버리고 다른 곳으로 간 걸까 아니면 전부 죽어버린 걸까.’

그런 의문을 가진 채 남아있는  5개를 마저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남아있는 집 중에  번째 집의 안을 확인하자 그 안에는 여자아이 하나와 남자아이 하나가 쓰러져 있었다.
나는 화들짝 놀라 그 둘에게 다가가 맥을 짚었다.

...두근...

‘아직 살아있다!’

나는 그 둘을 향해 황급하게 마법을 사용했다.

‘쾌속 치유(Rapid healing).’

녹색의 빛무리가 둘을 감싸고 잠시 뒤.
둘의 모습은 어느 정도 정상적인 상태로 변해있었다.
심각하게 굶은 것인지 갈비뼈가 앙상히 드러나 있는 것을 보고 나는 일단 아공간에서 생수를 꺼내 둘의 입에 흘려 넣었다.

꼴꼴꼴꼴...

입 안으로 물이 들어오자 둘은 정신이 없는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본능적으로 물을 받아 마셨다.

꼴깍... 꼴깍...

목 안으로 들어가는 물을 열심히 받아먹던 둘은 어느새 조금씩 눈을 움직이며 일어나고 있었다.
나는 일단 카모폴라쥬를 풀었다.
허공에서 물이 떨어지는 것을 보일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으음...”

여자아이 쪽이 먼저 소리를 내며 몸을 조금씩 일으켰다.
텅  공허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여자아이는 입을 달싹이며 무어라 말하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괜찮니?”

내가 묻자그녀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남자아이 쪽도 일어나서 나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으응... 누... 구...”

여자아이 쪽과 다르게 말을 하는 남자아이는 내가 누군지 물어보았다.

“그냥 이곳을 지나가던 사람이란다. 몸은 어떠니? 움직일 수 있겠어?”

그러자 남자아이는 자리에서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것으로 내 물음에 대답했다.
나는 여자아이 쪽에도 시선을 보내며 물었다.

“너는?”

그러자 여자아이 또한 불안하지만 일어서는 데 성공했다.
그런 나를 보며 남자아이가 말했다.

“누나는 말을 해요.”

그 말을 듣고 여자아이의 몸을 마나 파장으로 확인하니 정말로 성대 쪽이 결여되어 있었다.
상태를 보니 선천적으로 없었던 모양이다.
나는 그런 그녀를 안쓰럽게 보며 아이들에게 물었다.

“일단 나와 함께 가자. 어디로 가든 여기서 죽어가는 것보다야 나을 거야.”

그러자 남자아이는 경계심 어린 눈으로 날 보며 말했다.

“아저씨... 헤븐에서 온  아니에요?”

헤븐?

나는 남자아이에게 헤븐이어딘지 묻고 싶었지만 그러면 더욱 경계할 것만 같아서 일단 부정했다.

“아니, 난 헤븐에서 오지 않았어.”

그러자 남자아이는 조금 놀란 눈으로 내 모습을 유심히 살핀 뒤 말했다.

“하지만... 옷도 그렇고 누가 봐도 헤븐에서 온 사람인데...”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대충 둘러대기로 하였다.

“아저씨는  멀리서 왔단다.”

그렇게 말하며 나는 하늘을 가리켰다.
내가 그러자 남자아이는 픽 웃으며 말했다.

“거짓말하지마세요. 베이타르로 떠난 사람이  하러 레비로 돌아와요?”

베이타르?

나는 이거는 알아야 할 것 같아서 남자아이한테 물었다.

“베이타르가 뭐니?”

그러자 남자아이는 어이가 없다는 식으로 내게 말했다.

“베이타르를 모르는 사람이 어딨어요? 최상위 계층만  수 있는 거대한 우주선이잖아요.”

나는 그 말을 듣고 바로 마나 파장을 행성 바깥으로 퍼트려 보았다.
한참을 멀리 퍼트리자 정말로 거대한 우주선처럼 보이는 기계가 감지되었다.

‘진짜네.’

나는 여기서 조금 뻔뻔하게 가기로 했다.

“알고는 있네, 사실 맞아. 나는베이타르에서 왔다. 너희 같은 아이들을 구해주는 운동을 벌이고 있지.”

내가 그렇게 말하자 남자아이는 아직도 의심쩍다는 얼굴로나를쳐다보았다.

‘이런 상황에서 애들을 꾀는 방법은 간단하지.’

나는 아이들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한 후.
집 밖으로 나가 아공간에서 빵  덩어리를 꺼내서 들고 왔다.
나는 그 빵 두 덩어리를 둘에게 내밀며 말했다.

“일단 배고프지 않니? 이거 먹으렴.”

그러자 아이들은 나를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내가  번 더 앞으로 빵을 내밀자 남자아이가 내게 말했다.

“이걸 먹으라고요? 이게 뭔데요?”

흐음...

빵이 없는 세계인가.
나는 그럴듯하게 빵을 포장하기로 했다.

“베이타르에서 만든 새로운 음식이야. 부드럽고 맛도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먹어보렴.”

남자아이는끝까지 경계심을 감추지 못하고 빵을입에다가 가져다 대지 않았지만, 여자아이는 배가 고팠는지 바로 입에 빵을 넣었다.
여자아이 쪽이 빵을 입에 넣고 씹어먹기 시작하자 남자아이가 놀라서는 그녀에게 말했다.

“누나! 그렇게  먹으면  돼!”

하지만 여자아이는 그런 남자아이를 향해 자신이 씹고 있는 빵을 입을 벌려 한번 보여준 뒤 다시 빵을 열심히 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남자아이는 자신의 손에 있는 빵을 멍하니 쳐다보더니 입에 가져다 대고는 한입 베어 물었다.

우물우물

처음에는 한번 베어 물고 씹기만 했지만

우물우물 우물우물

어느새 입에 빵을 쑤셔 넣고 미친 듯이 먹기 시작했다.

“컥...컥컥...”

먹다가 목이 막혔는지 가슴을 탁탁 치자 나는 생수를 내밀었다.

꿀꺽꿀꺽

“파하...”

물을 마셔서 빵을 전부 넘긴 남자아이가 내게 말했다.

“이런 건 처음 먹어봐... 아저씨 정말 베이타르에서  맞구나?”

내게 조금은 신뢰가 생겼는지 남자아이는 편하게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내가 뭣 하러 너희 같은 꼬마들에게 거짓말을 하겠냐?”

그때 갑자기 여자아이가 내게 다가와  손에 자신의 코를 비볐다.
나는 당황해서 남자아이에게 물었다.

“네 누나는 지금  하는 거냐?”

그러자 남자아이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뭐긴 뭐야. 고맙다고 인사 중이잖아. 베이타르는 감사 인사하는 문화도 사라졌어?”

‘코를 손에 비비는 게 감사 인사라고...?‘

좀 특이한 문화인 듯하다.
그렇게 한참 동안 내 손에 코를 비빈여자아이가 내게서 떨어졌다.
나는 나를 쳐다보고 있는 둘에게 본격적으로 물어보기 시작했다.

“부모님은 어디 가셨니?”

그러자 남자아이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죽었어. 아주 예전에.”

예상했던 답이었다.
나는 곧바로 다음 질문을 이어 나갔다.

“마을에는 왜 다른 사람이 없니?”

“모두 죽었어.”

사람들도 다 죽었다라...

“왜 죽었는데?”

“그야 당연한 거 아냐? 우리 외부인들은 수명이 20년도 안 되는 걸.”

’뭐?’

나는 당황해서 다시 물어보았다.

“수명이 20년도 안 된다고?”

그러자 남자아이는 오히려 자신이 황당하다는 듯이 말했다.

“베이타르 사람들은 정말 레비의 상태를 신경 쓰지 않나 보네. 이런 것까지 하나도 모르고 말이야.”

사실인 거 같다.

‘평균 수명이 20년도 안 된다니...“

 아이들이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도 의문이다.
나는 순간 울컥해서 아이들을 품에 안고 말했다.

”일단 나와 함께 가자꾸나. 너희가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보마.“

그렇게 이야기  나는 아이들을 한쪽 팔에 하나씩 매달고는 다른 마을을 향해 걸어갔다.
처음에는 내게 매달린 채 이동하는 것에 불편해하던 둘이었지만 이내 금세 적응하고는 내 팔에 매달린 채 잠을 잤다.

”크어어엉....“

옆에서 남자아이가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

”불편해서 내려달라느니 뭐니 할 때는 언제고...“

방금까지만 해도 내려달라고 계속 말하던 놈이 저렇게 코까지 골면서 자는 게 웃기기만 하다.
둘  자는 것을 확인한 나는 곧바로텔레포트를 써서 근처의 마을로 도착했다.

하지만  마을은 아까 지나왔던 마을과는 달랐다.
안에서 사람들의 기척이 느껴졌다.

내가 마을에 들어가자 입구를 지키던 것으로 보인 청소년으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나를 향해 돌을 깎아 만든 칼을 겨누며 말했다.

”누구냐! 옆 마을에서 피난 온 자라면돌아가라!“

그렇게 말하는 남자아이의 손은 벌벌 떨리고 있었다.
나는  모습을 보며  옆에 매달린 둘을 깨워 바닥에 서게 한 후 말했다.

”베이타르에서 파견 나왔다. 보급품을 가지고 왔으니 안으로 들여다오.“

그러자 남자아이는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거짓말 하지 마라! 베이타르에서 뭣 하러 우리에게 보급품을 준다는 말이냐!“

역시 대가리  굵은 놈한테는  통하는 거짓말 같았다.
그리고 이럴 때는 아까처럼 물건으로 보여주는 게 좋았다.
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는 척하며 아공간을 열어 초콜릿 바 하나를 꺼냈다.
그러고 서는 그걸 그 남자아이한테 내밀었다.

”그...그게 뭐냐!“

남자아이는 경계심을  눈빛으로 나를 향해 물었다.
나는 간단하게대답했다.

”베이타르에서 만든 새로운 식품. 먹어보렴.“

남자아이는 내 말에 의심하면서도 본능적으로 초콜릿바의 봉지를 뜯는 손을 멈추지는못했다.
결국 봉지를 까서 입에 집어넣은 소년은 초콜릿바를 한참 동안 씹어먹고는 내게 말했다.

”화... 확실히 베이타르에서  게 맞는 것 같네... 이런 건 헤븐에도 없는 식품이야.“

그렇게 말한 남자아이는 나를 의심 없이 마을 안으로 데려가 주었다.
마을에는 전부  14명의 아이들이 있었다.
나를 데려온 남자아이까지 합친다면 15명.
나는 이 모습을 보고 내가 해야  일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이들에게도 아까 그 아이들에게  것과 같은 제안을 했다.

”나와 함께 가자. 그렇다면 너희가  있는 터전을 만들어 주겠어.“

아이들은 쉽게 믿지 않았지만 내가 꺼내는 음식들을 입에 하나씩 베어 물고는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나를 따라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행렬은  일주일간 계속되었다.
 혼자 돌아다닌다면 훨씬 많은 아이를 모을 수 있었겠지만, 같이 돌아다니는 아이들의 체력이 부족하여 나는 약 40명의 아이들이모이자 적당한 터를 찾았다.

그렇게 해서 찾은 곳은 마른 호수 옆에있는 땅.
나는 밤에 아이들이 자는 사이에 봐두었던 곳에 미리 와서 마법을 써서 살 있는 환경을 만들기 시작했다.

마른 호수에는 마법으로 물을 채워 넣었다.
땅이 얼마나 마른 건지 물을 채워 넣는 족족 다 흡수하여 꽤 애를 먹었다.
다음은 땅이었다.
나는 과거 세계수에게 받은 쓸모 없을 줄만알았던 식물들의 씨앗을 갈라진 땅 사이로 넣고 그곳에 호수의 담은 물을 뿌렸다.

그리고 다음에 내가 한 일은 간단했다.
 반경 1km가 될 법한곳에가속을 걸어 시간을 빠르게 돌렸다.
1분이 지나자 호수에서 땅에 스며든 물들이 나무들의 뿌리로 들어가 나무들을 성장시켰다.
크기를 보니 역시 세계수 다운 스케일이라고 생각했다.

마치 10,000배속으로 돌려놓은 영상을 보는 듯한 일이 눈앞에서 계속 일어났다.
방금 자란 나무가 바로 시들고, 그 나무는 씨앗을 퍼트려 새로운 나무들을 만들어냈다.
그렇게 한 10분이 지나자 반경 1km에는 삼림지대가 형성되었다.

삼림지대가 형성되자 어디선가 나타난 이름 모를식물들도 곳곳에 같이 자라기 시작했고.
그 사이에서 열매를 맺는 나무들도 보였다.
각종 열매를 직접 먹어보며 먹을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한 먹을 수 없는 열매들이 맺힌 나무들은 모조리 없앴다.

 정도면 충분하다고느낀 나는 혹시나 위성 시스템 같은 것에 걸리지 않게 방해 마법을 쳐서 멀리서 보기에는 황폐한 평야로 보이게끔 위장했다.

준비는 완벽했다.

내일 이곳에 아이들은 데리고 와서 집을 짓고  터전을 만들어 준다.
문명에 대한 평가는 조금 미루기로 했다.
구원자가 아닌 인간으로서 저 아이들이 너무나도 불쌍했다.
망가진 환경으로 인해 평균 수명이 20년밖에 되지 않는 단명종이 되어버린그 아이들은 꽃을 피우기도 전에 시들어버리는 것이다.

나는 그러한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
어쩌면 이 행성을 구원할 방법은 그러한 작은 변화에서 시작될지도 몰랐다.
만약 내가 현존하는 문명을 심판하게 되었을 때  아이들이 이 행성의 미래를 이끌어 줬으면 했다.

그렇게 생각을 마친 나는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텔레포트 해서 아침까지 눈을 붙였다.

다음 날 아침.

아이들은 하나둘 잠에서 깼고 나는 그 아이들을 일으켜 세워 먹을 것을 나누어  뒤 체력을 보충해 내가 만들어 놓은 삼림지대 방향으로 돌렸다.
약 7시간을 걷자 저 멀리서 내가 만든 삼림지대가 보였다.
 앞을 걸어가던 나는 마치 처음  것처럼 아이들에게 외쳤다.

”얘들아 저게 뭔지 아니?“

그러자 아이들은 고개를 저으며 내게 말했다.

”모르겠는데요...? 처음 보는 지역이라.“

”모르겠어요...“

태어나서 울창한 숲을 한 번도 적 없을 아이들은 아무도 그게 숲인지조차 몰랐다.
나는 마치 대단한 것을 발견한 것, 마냥 말했다.

”저건... 숲...? 저기 보이는 큰 기둥은 나무 아니야?“

아이들은 숲과 나무란 단어도 모르는지 그런 말을 하는 나를 멀뚱멀뚱하게 보고 있었다.
나는 그런 반응에 조금 머쓱해 하며 아이들에게 말했다.

”일단 저기로 가보자. 내가 아는 숲이맞다면  안은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일 거야.“

그렇게 아이들을 독려하며 나는 내가 만든 삼림지대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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