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2화 〉61.두 번째 질문과 크레뷸러 (93/99)



〈 62화 〉61.두 번째 질문과 크레뷸러

그 뒤로 내 생활은 단조로웠다.
할 것도 없었으니 매일 잠을 잤고, 잠에서 깨면 아침 식사를 한다.
아침 식사를 마친 후에 베리스트에게 가서 질문의 답을 물어보고, 답을 찾지 못하였으면 다시 내 방으로 와 명상을 한다.
명상이 끝나고, 점심을 먹은 후, 호브리오를 둘러보고 다닌다.

호브리오는 상당히 볼거리가 많았는데 역시 마녀들의 도시다웠다.
물론 그사이 틈틈이 퀸브리엄을 평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윤리는 통과였으나 도덕은 불통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종족의 특성상 남자를 납치해서 억지로 관계를 맺는 것은 어쩔  없었으나 나는 그러한 행위가 남자든 여자든 강제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였기에 도덕 항목에서 탈락을 주었다.

또한 리오에게 역사 데이터를 받은 결과, 마녀들의 역사는 역시나 전쟁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수많은 마녀가 죽어가고 크레뷸러의 사냥꾼이 죽어갔다.
그 사이에서 여러 번의 평화협정이 오갔지만  한 번도 성사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역사 항목에서도 탈락.

환경과 기술에서는 말할  없이 만점.

분쟁에서는 전쟁 중이니 탈락.

마지막으로 문화에서는 무난히 통과하였다.

‘아슬아슬했네.’

심판을 내리지 않아도 다행이었다.
그간 마녀들과 생활하면서 나름의 정이  상태라서  손으로 없애기에는 싫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경고는 해야겠네.’

크레뷸러 또한 통과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며 나는 오늘도 베리스트에게 향했다.

“안녕하세요! 성원님!”

“좋은 아침이에요.”

복도를 걸어가니 마녀들이 내게 인사를 건넨다.
첫날에는  얼굴만 보고도 도망치던 마녀들이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는지 가벼운 인사 같은 것은 해주었다.

나는 손을 흔들며 답해주는 고는 베리스트가 있을 연습실에도착했다.
이것도 벌써 4일째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앞에 따로 미사여구를 붙일 필요는 없었다.

“답은?”

짧게 물어본다.
그러자 베리스트가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내게 말했다.

“자신만의 전지를 완성한다는 것은 모든 사물에 자신만의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

애매한 대답이었다.
그래도 엄연히 말하자면 오답은 아니었기에 나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만족할 만한 답은 아니지만 틀린 것도 아니야. 나도 슬슬 지루하니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어차피 네가 완벽히 이해하지 못한다면 다음 단계에서도 막힐 게 뻔하니까.”

그렇게 말한 나는 허공에 불꽃을 만들었다.
계속해서 불을 이용해서 그녀에게 가르치는 이유는 불이 가장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원소기 때문이다.
나는  불을 내 마나가 끊기지 않는 한 계속해서 타오르게  뒤 동결로 공간을 얼렸다.
마치 투명한 유리 뒤에서 타오르는 것처럼 보이는 공간의 구체안에 불꽃은 내가 사용하던 불꽃과는 다르게 평범한 빨간색 불꽃이었다.

나는 그런 불꽃을 손으로 가리키면서 베리스트에게 말했다.

“자, 두 번째다. 저 불꽃이 어떻게 보이는지 말해봐라.”

그러자 베리스트가 즉답했다.

“정답! 뜨거워 보인다!”

나는 손가락을 튕겨 베리스트의 이마에 딱밤을 날린 후 말했다.

“그런 물리적 의미가 아니다. 저 불꽃이 어떻게 보이는지 설명해 봐.”

“아니... 불이 그냥 불이지 무슨...”

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아... 방금  입으로 전지가 무엇인지 답하지 않았어? 그럼 당연히 불에 대한 너만의 전지를 세워야지.”

“그렇게 말해도...”

사실 보통 사람에게 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으면 대부분뜨겁다, 빨갛다 이런 식의 대답이 돌아올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마법사.
만물을 일반인들과는 다르게 보아야 하였다.

불은 탐욕스럽다.
그 탐욕스러움은 만물을 먹어 치우는 거대한 포식자와 같다.

물은 외롭다.
언제나 고요하게 흘러가기만 할 뿐인 물은 너무나도 외롭다.

땅은 굳건하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런 식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만물에 관한 생각을 바꿔야만 했다.
그렇기에 비나에 이른 마법사에게 무언가에 관해 물어보면 엉뚱한 대답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보자.

누군가가 나에게 별에 관해 물어본다고 하자.
보통 사람들은 빛난다, 아름답다. 이런 식으로 말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별은 한심하지. 언젠가는 사라질 것임에도 자신을 봐달라며 저리 빛나고 있으니. 그게 어찌 한심하지 않을 수가 있는가. 덧없이 몸에서 빛을 내며 누군가 자신을 봐주기만을 기다리는 별은 한심하다.}

이렇게 비나에 이른 자신의 전지를 완성한 마법사들은 만물을 보는 눈을 아예 바꾸어야만 했다.
그 말은 즉, 여태까지 자신이 배워왔던 모든 지식을 다시금 쌓아간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완성했을 때 나는 비나가 되었다.
아마 베리스트도 나와 다른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녀에게는 내가 깨달음을 얻었던 과정과 같은 과정을 걷게 하고 있다.

 질문은 모두 그때의 내가 스스로 생각해냈던  자신에게 한 질문이었다.
만약 그녀가 모든 답을 완벽하게 낼 수 있게 된다면 그녀는 비나가 되리라.

내 질문을 들은 그녀는 이윽고 다시금 고민에 빠졌다.

‘이제 다음에 오면 되겠지.’

나는 다시금 발을 돌려 연습실을 빠져나왔다.
이번에도 오래 걸릴 것 같다고 생각한 나는 일단 크레뷸러에 한번 가보기로 하였다.

‘심심하기도 하고 평가도 해야 하니까.’

나는 놀아도 해야  것을  하고 놀자는 주의라 할 일을 남기고는 마음 편히 놀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일단 평가를  마치고 나서 천천히 시간을 보내는  나을 것 같았기에 바로 웜홀을 열어 우리가 처음 이 행성에 떨어진 해변으로 갔다.

‘분명... 여기가 남쪽이었으니까... 북서쪽으로 쭉 가면 되겠군.’

그렇게 생각한 나는 크레뷸러가 있을 거라고 추정되는 북서쪽으로 달렸다.
한 1분 정도 달리자 성벽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가볍게 성벽을 뛰어넘고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수도처럼 보이는 곳을 찾기 위해 달렸다.

예상외로 사냥꾼들의 국가는 평범했다.
사람들은 농사를 짓고 있었으며, 아이들이 밖에서 뛰어놀고 있었다.
환경은 잘 보존되어 있었으며 생활 수준은 딱 평균적인 수준이었다.
수도까지  봐야 하겠지만 환경과 기술은 아마 무난히 통과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렇게 변방을 지나 앞으로 계속 달려 나가니 어느새 거대한 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본능적으로 저기가 수도란 것을 느낀 나는 카모폴라쥬를 사용해 몸을 투명하게 만들고는 바닥에 착지해 수도로 들어가는 사람들의 틈에 섞여 성안으로 들어왔다.

‘여기가... 크레뷸러의 수도.’

나는 안에 들어와서 조금 걷다가 카모폴라쥬를 풀었다.
길거리에는 남녀를 가리지 않고, 각자 자신의 무기를 허리춤이든 등이든 어딘가에는 장착하고 있었다.
나도 왠지 무기를 끼지 않으면 이상하게 보일 것 같아서 아공간에서 적당한 검을 꺼내 허리춤에 끼었다.

나는 숨어다니며 정보를 얻는 데에는 술집만 한 곳이 없다고 생각하며 술집을 찾아 길거리를 헤매고 다녔다.
그렇게 한참을 걸으니 사람들이 북적대는 술집을 발견했다.
밖에서도 시끄럽다고 느낄 정도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리는 술집에 들어가니 여자애가 내게 인사를 했다.

“어서 오세요! 뭐 드릴까요!”

씩씩하게 말하는 여자애를 보니 기특한 마음이 들은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뭐가 맛있는지 설명해 줄 수 있을까?”

그러자 여자애는 놀란  내게 물었다.

“저희 쿠세 주점에 처음 오신 거예요?”

내가 고개를 끄덕여 긍정하자 그녀는 알겠다는  마주 고개를 흔들고는 내게 메뉴를 설명해 주었다.

“일단 기본적으로 A 정식을 다들 많이 사드시고요. 거기다가 보통 키르를 같이 드시는 분들이 많아요.”

나는 그 말을 듣고는 그녀에게 물었다.

“키르는 뭐지?”

생전 처음 들어보는 단어다.
내가 물어보자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엥? 저희 크레뷸러에 대표 술인데 모르세요?”

‘아차... 그냥 조용히라도 있을 걸...’

항상 궁금한 거는 바로바로 물어보는 습관이 있다 보니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질문했다.
다행히 주점은 시끄러워서 아무도 듣지 못한  보이지만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그럼 그거로 하나씩 가져다주고... 돈은 보석으로 해도 될까?”

그러자 그녀는 곤란한얼굴을 하며 내게 말했다.

“괜찮긴 한데... 저희가 거스름돈을 드릴 수 있을지...”

나는 고개를 저으며 주머니에 손을 넣어 자연스럽게 아공간을 주머니 안에 열어 보석을 하나 꺼내서 그녀의 손에 올려주고는 말했다.

“거스름은 필요 없고, 그냥 시킨 것만 가져다줘.”

그러자 그녀는 고개를 숙여 내게 인사하고는 후다닥 주방으로 달려갔다.
나는 혼자 테이블에 앉아서 청력을 키워서 주점의 다른 손님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었다.

“야, 들었어? 이번에 최전선에서 켄리쉬님이 또 한 곳을 점령하셨데.”

“그 양반은 나이를 아무리 먹어도 지치지를 않는 건지 참 대단해...”

“그래도 켄리쉬님이 국왕이 되고 나서 항상 승기를 가져오고 있으니 좋은  아냐?”

“그럼 뭐하냐 예전처럼 사로잡은 마녀들을 가지고 놀지도 못하고 모조리 죽이잖아.”

“마누라도 있는 새끼가 주접을 싸네.”

“니가 똑같은 마누라랑 50년 동안 마주 보고 살아봐라!  질리나!”

“병신아, 취했냐? 형수님 귀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

그 뒤로 다른 테이블의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렇다 할 이야기는 없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전쟁의 이유였다.
그렇게 오랜 기간 전쟁을 하려면 단순히 정복욕만이 아니라 확연한 이유가 있는 게 분명했다.

‘역시... 마녀 쪽의 성비가 문제인가?’

크레뷸러도 겉으로만 봤을 때는 딱히 문제가 없는 국가였다.
오히려 퀸브리엄 쪽이 문제는 훨씬 많아 보였다.
나는 딱히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일어서려다 음식을 시켜놓은 것을 기억하고는 다시 앉아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한 7분 정도의 시간을 기다리자 이내 음식이 나왔다.

“오래 기다렸습니다~ A정식 하나랑 키르 나왔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쟁반에 음식과 술처럼 보이는 음료를 잔에 담아온 그녀는 내 테이블에 그릇을 내려주었다.
별로 특이한 것은 없는 식사였다.
뭐로 만든 건지 모를 소시지와 아삭한 식감을 가진 식물을 튀겨놓은 튀김.
콩처럼 보이는 견과류를 노란색 소스 같은 거에 버무려 놓는데 전부였다.
키르라는 술은 술이 확실한지 코에 가져다 대자마자  냄새가 확 올라왔다.
마셔보니 에일 종류의 맥주처럼 뒤끝에 쓴맛이 달라붙었다.

간단히 식사를 마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점을 나왔다.
주점을 나와 약 2시간 가까이 크레뷸러를 이곳저곳 둘러보고 다녔지만, 딱히 문제가  사항은 없었다.

‘크레뷸러는 분쟁, 역사를 제외한 모든 항목에서 통과...’

그렇게 생각하며 평가를 마치려고 하던 그때.
길거리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곳이 눈에 뜨여 그곳으로 다가갔다.
거기에는 한 가게가 있었는데 병사처럼 보이는 자들이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배포하고 있었다.

‘저건...’

붉은색의 가루가 담긴 봉투.

그때 잊고 있던 에빌다씨의 말이 떠올랐다.

{자신들의 신체 능력을 엄청나게 높이는 약물을 사용하며 마녀들과 싸우지.}

‘그게 저거인가 보네.’

나는  약을 확인해 볼 생각에 배급을 받으려 그 줄에 합류하였다.
내가 줄을 서자 그때 배급을 기다리던 우락부락한 남자가 나를 놀렸다.

“크흐흐... 비실비실해 보이는 게 마녀들이랑 싸우려고? 크흐흐...”

“근육이나 더 키우고 와라. 꼬마야!”

솔직히 내가 비실한 건 아니었다.
단지 이 나라의 남자들이 하나같이 우락부락할 뿐이었다.
그나마 오기 전에 옷이라도 그럴듯하게 갈아입어서 다행이지 퀸브리엄에서 때처럼 정장을 입고 왔으면  심했을 것이다.

나는 그들을 무시한 채 줄을 서서 기다렸고, 마침내  차례가 되어서 약을 배급받았다.
그길로 바로 자리에서 벗어난 나는 카모폴라쥬를 사용하여 몸을 숨긴 뒤 웜홀을 열어 아까 그 해변으로 돌아왔다.
해변에는 바닷바람이 선선히 불고 있었다.
나는 가루를 손에 털은 다음 분석 마법을 사용하였다.

“컴플리트 아넬리시스(Complete analysis).”

그러자 약의 성분이 속속들이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약을 만드는 주된 성분은 르키비나라는 붉은색 꽃이었다.
그 외에 미세한 다른 성분도 존재하는 것 같았는데 정말 말 그대로 조금이었기에 그냥 무시한 채 넘겼다.
나는 손바닥에 놓인 약을 코로 조금 흡입했다.

...

“뭐지?”

처음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기다리자 슬슬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피가 들끓고 가슴이 빠르게 뛰었다.
근육이 팽창하고 몸에서 힘이 넘쳐흐르는 기분이 들게 하였다.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1분... 효과는 말 그대로 신체 능력 상승...”

딱히 중독성도 없는 것 같았고, 별문제가 없다고 생각한 나는 몸을 다스려 약의 기운을 모조리 잠재웠다.
하도 여러 가지 사건에 휘말리다 보니 무언가 있지 않겠냐며 테스트해본 결과,  착각이었다.

이대로라면 두 국가는 구원이 확정이다.
하지만 이런 말을 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구원이  쪽을 심판 내리는 것보다 훨씬 난도가 높았다.
지금 두 국가 사이에 벌어지는 오랜 전쟁의 이유는 아마 마녀 측에 번식을 위한 이성의 부족에서 비롯된 남자들의 납치를 막기 위함이 틀림없었다.
그걸 어떻게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는 이상 둘의 전쟁은 끝나지 않을 게 뻔하였기에  글러 먹은 구조 자체를 어떻게든 손을 봐야 했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퀸브리엄으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은 채 마녀의 성을 향해 웜홀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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