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8화 〉57.마녀들의 수도, 호브리오
지지지지지직...
차원 균열은 우리를 바다가 보이는 해변에 데려다주었다.
내리자마자 보이는 드넓은 바다에 성아가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우와아... 저 바다는 처음 봐요! 엄청 넓다아~”
생각해보니 성아는 크로울리 제국 내에서 자랐던 와중에 내게 발견되어 구원자 의회로 온 것이니 바다를 못 봤을 만하였다.
에빌다씨는 그런 성아를 보며 허공에 손짓하더니 행성의 지도를 띄웠다.
지도에는 커다란 하나의 대륙이 있었고, 동쪽 끝에는 대륙의 10분의 1 정도의 크기를 가진 커다란 섬이 있었다.
에빌다씨는그 섬을 가리키며 내게 말했다.
“여기가 마녀들의 국가에 수도, 호브리오야. 대륙의 6분의 4에 해당하는 동쪽의 영토 또한 마녀들의 영토지. 그 외에는 남은 땅은 전부 사냥꾼들의 영토야.”
“그렇게 나눠진 영토를 보니 아직도 전쟁은 이어지고 있나 보네요.”
에빌다씨는 다시 손짓해서 지도를 없애고는 대답했다.
“그런 거 같아. 그때와는 조금 위치가 바뀌었지만, 서로가 5 대 5 비율로 땅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바뀌지를 않았네.”
그렇게 말한 에빌다씨는 성아를 불렀다.
“성아야, 일단은 호브리오로 가자. 문명의 평가에 앞서서 일단은 다른 마녀들을 구경 온 것이니까”
“네에~”
성아는 바닷물을 손에 담아 놀다가 에빌다씨가 부르니 밝게 대답하며 우리 쪽으로 달려왔다.
에빌다씨는 성아가 우리 쪽으로 오는 것을 확인하고서는 웜홀을 준비했다.
나는 에빌다씨가 좌표도 없이 웜홀을 여는 것을 보고 물었다.
“좌표가 없으셔도 웜홀을 사용하시네요?”
에빌다씨는 내 물음에 곰방대를 한번 빨고는 답했다.
“후우... 좌표를 알아내는 독립 마법이 있긴 한데 이건 전에 알아뒀던 좌표로 연 거야. 호브리오의 정중앙에 있는 중심지로 열리는 직통 좌표지.”
생각해보니 그녀가 여기에 한참 전에 와봤다고 했던 게 떠올랐다.
‘하긴... 전지에 입력해놓았겠지...’
그렇게 생각한 나는 에빌다씨에게 물었다.
“혹시 좌표를 파악하는 독립 마법은 어떻게 만드신 거예요?”
그러자 에빌다씨가 대답했다.
“예전에는 좌표를 받아서 움직였는데 그게 너무 귀찮아서 행성 전체를 마나 파장으로 감싼 다음 모든 주요 좌표를 찾아낸다고 생각하고 만들었지.”
역시 스케일이 다르다.
‘이게 호크마...’
비나도 충분히 범접할 수 없을 만큼 높은 경지지만 호크마에 비할 바는아니었다.
나는 다시 한번 더 그녀의 경지를 뼛속 깊이 느낀 뒤 그녀와 성아를 따라 웜홀 안으로 몸을 집어넣었다.
탁
가볍게 착지한 우리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에는 수많은 마녀가 있었는데, 확실히 마녀들의 도시라 그런지 웜홀 마법을 보고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반응이 있었다.
“어?”
“뭐야?”
“야 저거 남자 아니야?”
바로 나에게.
주변을 둘러보니 어디에도 남자가 보이지를 않았다.
에빌다씨는 골치가 아프다는 듯이 머리를 붙잡고 내게 말했다.
“이런... 생각해보니 마녀가 여성 단일 종이라는 것을 까먹었네...”
나는 그 말에 궁금증이 생겨 에빌다씨에게 물었다.
“그럼 아이는 어떻게 낳아요?”
그러자 에빌다씨가 곰방대를 한번 빨고는 대답했다.
“어떻게 낳기는. 인간이랑 똑같이 낳지.”
“남자는 어디서 구하고요?”
“납치.”
뭐라고?
“네?”
다시 한번 물었다.
“납치해서 씨를 받지. 만약 납치를 당한 남자가 마녀들의 사회에서 살아가겠다고 하면 등급을 매겨서 그에 따른 대우를 받지. 물론 최저등급이라 할지라도 꽤 좋은 대우를 받는 편이고.”
‘아니, 씨발 그럼 천국 아니야?’
주변의 여자들을 둘러보니 딱히 못난 곳도 없었다.
나는 더더욱 의아해져서 에빌다씨에게 물었다.
“그럼 남자 입장에서는 엄청 좋은 거 아니에요?”
그러자 에빌다씨는 내생각이 귀엽다는 듯이 푸훗하고 웃고는 대답했다.
“생각해보렴. 너는 구원자라서 아니겠지만 일반적으로 남자의 정력에는 한계가 있지. 하루가 멀다 하고 자신을 덮쳐오는 마녀들 속에서 그런 남자가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 거 같아?”
어우... 그건 생각을 못 했다.
나는 민망한 얼굴로 말했다.
“하하... 전부 다 복상사 하겠네요...”
에빌다씨는 내 반응이 재밌는지 계속 웃으며 말했다.
“푸흡... 심지어 마녀들은 성욕이 굉장히 강한 편이야. 평생을 마법이란 학문에 몰두해서 살기 때문에 처음으로 남자 맛을 알게 되는 순간부터 마녀의 인생에는 원래는 하나였던 쾌락이 두 개로 변하지.”
그러고는 손가락을 V자로 펼치고는 하나를 접으며 말했다.
“하나는 경지에 대한 쾌락.”
그리고는 마지막 남은 검지를 접으며 말했다.
“나머지 하나는 남자와의 정사에서 오는 쾌락.”
“그래서 마녀는 어느 문명이든 단 한 번도 인간 남성들과 좋게 지내본 적이 없어.”
그렇게 말한 에빌다씨는 설명을 계속했다.
“마녀는 마법을 위해 태어난 종족. 마법에 대한 성취감이 인생 최고의 쾌락이지.”
“근데 그에 비하는 쾌락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 그러면 어떻게 하겠니.”
나는 에빌다씨의 물음에 중얼거렸다.
“더욱 쉽게 얻을 수 있는 쾌락에 집중하겠군요...”
에빌다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에 긍정했다.
“그래서 경지가 높은마녀일수록 숫처녀일 가능성이 높지.”
나는 에빌다씨의 말을 듣고 그녀를빤히 쳐다봤다.
그러자 에빌다씨가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물었다.
“뭐... 왜 보는 거야...”
“아뇨, 별거 아닙니다.”
에빌다씨는 숫처녀 메모...
그때 하늘에서 빗자루를 타고 내려오는 치안대처럼 보이는 마녀들이 내려왔다.
그중에서 가장 화려한 빗자루를 타고 있던 마녀가 앞으로 걸어 나와 내게 물었다.
“남자가 어째서 호브리오에 온 것이지? 스스로 씨를 뿌리려 온 남자는 처음이군.”
나는 그 말을 듣고 그녀를 향해 조심스레 말했다.
“저기... 저는 그러려고 여기에 온 게 아닌데요...?”
그러자 마녀는 피식 웃으며 내게 말했다.
“너의 의견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마녀들의 도시 그것도 수도에 남자가 발을 들인다면 당연히 씨뿌리개가 되어야 하는 법.”
그러더니 마녀는 주위의 마녀들에게 외쳤다.
“속박 마법 전개!”
그러자 주위에서 마녀들이 마나를 끌어올리며 주문을 영창했다.
“인탱글(Entangle)!”
“레스트레인트(Restraint)!”
그러자 우리 주위에는...
“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애초에 나보다 훨씬 경지가 낮은 마녀들이 내게 마법을 행사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마법이 무효화 된 것을 확인하자 아까 앞에 나왔던 마녀가 내게 외쳤다.
“무슨 짓을 한 거냐! 마법을 무력화시키다니!”
나는 그녀의 질문에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아니 그거야... 당신들이 저보다 경지가 훨씬 낮으니까요.”
내 대답에 주변이 일순 침묵하였다.
옆에서 에빌다씨는 재밌다는 듯 낄낄거리며 내게 말했다.
“끅끅...하하하하! 아...너 지금 해서는 안 될 말을 한거야 성원.”
나는 어리둥절해서 에빌다씨에게 물었다.
“왜요?”
에빌다씨는 웃음을 참지 못하며 내게 말했다.
“생각해봐라 이 문명에 너 말고 다른 남자 마법사가 존재하겠니?”
“아니, 이 마녀들이랑 대립한다는 사냥꾼들이...아...”
분명히 에빌다씨는 내게 사냥꾼들이 신체 능력을 위주로 싸운다고 하였다.
“어... 그렇다는 것은...”
내가 다시 뒤로 돌아 마녀들을 쳐다보자 갑작스레 웅성거림이 커지기 시작했다.
“들었어? 케르티님이 자기보다 경지가 적데,..!”
“남자 마법사라니 말도 안 돼...”
“남자들은 마법 못 쓰는 거 아니었어?”
자기들끼리 속닥대는 소리가 내 귀에는 전부 들렸다.
그때였다.
[무슨 소란이냐.]
하늘에서 거대한 눈동자가 아래를 내려다보며 소리를 내었다.
그러자 케르티라고 추정되는 아까 그 마녀가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여왕이시여! 여기에 자신을 마법사라고 주장하는 남자가 있습니다!”
[남자가...?]
그렇게 중얼거린 눈동자는 나를 바라보았다.
나를 빤히 바라보던 눈동자는 갑작스레 사라졌다.
나는 어떻게 된 일인지 몰라 멀뚱거리고 있었는데 옆에서 에빌다씨가 말해줬다.
“여왕이라는 마녀가 너보다 경지가 더 낮은 거 같네. 방금 너에게 뭘 하려다가 무효화 되었어.”
나는 땀을 삐찔 흘리며 에빌다씨에게 물었다.
“그럼 큰일 난 거 아니에요...?”
에빌다씨는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재밌는지 쿡쿡거렸다.
“쿡쿡... 너는 어째 가는 문명마다 조용히 처리를 못 하는 거야.”
성아도 어느새 그녀를 따라 웃기 시작했다.
“아하하하! 오빠 바보!”
성아가 내게 바보라 하는 것을 듣고 충격에 빠져서 입을 떡 벌리던 그때 하늘에서 약 20명의 마녀가 빗자루를 타고 우리의 앞에 떨어졌다.
그 앞에는 화려한 옷을입은 누가 봐도 여왕처럼 보이는 마녀가 서 있었다.
그녀는 빗자루에서 내려 우리를 향해 다가오더니 내게 물었다.
“당신... 어디서 온 사람이죠...? 어떻게 남자가 마법을 사용하는 거예요?”
흑발의 머리를 땋아 말총머리를 한 그녀는 내게 말도 안 된다는 말투로 물었다.
나는 이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에빌다씨에게 물었다.
“에빌다씨... 이거 어떻게 해야하죠...?”
......
“에빌다씨...?”
...........
설마...
나는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지만...
‘튀었어?’
그 자리에서 성아와 에빌다씨가 감쪽같이 사라진 상태이었다.
남아있는 마나의 잔향을 보니 텔레포트로 사라진 것 같았다.
‘아니 나도 데려가야지!’
나는 이 어이없는 상황에 머리가 아파졌다.
그때 여왕처럼 보이는 마녀가 내게 다시 한번 더 물었다.
“대답해주세요. 당신은 누구고 어디서 오신 거예요?”
‘또 여기서 나는 구원자에요 라고 하기는 식상한데...’
에빌다씨가 먼저 장난을 쳤으니 나도 장난을 쳐보고 싶었다.
나는 목을 가다듬고는 진지한 얼굴을 한 채 그녀에게 말했다.
“저는... 이 세계의 유일한 남자 마법사 성원이라고 합니다.”
그러자 여왕은 말도 안 된다며 고개를 저으며 반박했다.
“그럴 리가 없어요. 당신 정도의 경지를 지닌 사내를 저희가 몰랐을 리가 없어요. 제대로 답변해주세요.”
끄응...
역시 나는 거짓말에 소질이 없나 보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구원자라는 내용만 빼고 들려주기로 했다.
“사실... 저는 차원을 돌아다니는 마법사입니다. 이곳의 마법 체계가 독특하다는 소식을 듣고 한번 와본 겁니다. 마녀의 생태나 그런 것은 전혀 몰랐어요.”
사실 이게 구라란 걸 알아도 저쪽에서는 내게 더는 의문을 제기할 수 없었다.
그녀 또한 내 말이 전부 진실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는지 한숨을 내쉬며 내게 말했다.
“일단 성으로 모시겠습니다. 같은 마도의 길을 걷는 후배로서 선배에 대한 환대를 안 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렇게 말한 그녀는 마녀들을 향해 마나를 담아 외쳤다.
[이 남자 마법사를 성으로 데리고 간다!]
그러자 마녀들이 일제히 내려와 내게 비행 마법을 걸으려 하였으나 당연히 경지의 차이가 나서 적용되지 않았다.
나는 그런 마녀들을 향해 손을 저으며말했다.
“괜찮습니다. 앞서가시면 제가 따라갈게요.”
그런 나를 보고 수줍게 고개를 끄덕인 마녀들은 이내 뒤로 돌아서 여왕을 따라 성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플라잉(Flying).”
나는 플라잉을 사용해 몸을 띄웠다.
내가 마법을 사용하는 것을 눈으로 목격한 마녀들은 더욱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플라잉이야! 진짜 마법사인가 봐!”
“와. 맨날 꿈에서나 보던 남자 마법사...”
애써 그 말들을 귀에서 흘려보낸 뒤 나는 빠르게 날아 마녀들의 성으로 날아갔다.
멀리서 보이는 마녀들의 성은 크로울리 제국에서 보았던 황성보다 커다랬다.
뭐가 저리 클 필요가 있겠냐는 생각을 하던 도중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마녀들을 추월해서 날아가고 있었다.
출력을 평소 쓰듯이 쓴 게 이런 결과를 만들었다.
나는 자리에서 멈춰 뒤로 따라오는 마녀들이 오기를 기다렸고.
이윽고 내게 가까워진 마녀들의 눈에는 나를 향한 일종의 존경심이 담겨있었다.
확실히 자신보다 훨씬 높은 경지의 마법사를 향한 후배들의 존경심은 상당히 기분 좋은 것이다.
마녀들의 여왕은 내게 다가오더니 물었다.
“저보다 높은 것은 마나 지배력을 통해 알았지만... 어느 정도이신지 가늠이 안 되네요...”
“저는 현재 헤세드라는 일천한 경지를 가지고있는데... 혹시 선배님은 경지가 어떻게 되시는지 여쭈어봐도 될까요...?”
그녀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흔쾌히 답해주었다.
“저는 비나입니다.”
그러자 그녀의 얼굴에는 믿을 수 없다는 충격이 담겨있었다.
“살아생전 남자 마법사를 보게 될 날이 온 것도 충격적인데... 그게 비나라니...”
그녀는 중얼거리며 독백하더니내게 물었다.
“근데 아까 같이 오신 일행분이 있으시지 않으셨나요? 그분들은 어디로 가신 거죠?“
나도 모르는데...
나는 답해줄 말이 없기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도 모릅니다. 장난을 치는 건지 갑자기 사라졌네요. 좀 기다리면 금방 나타날 겁니다.“
그렇게 말하는 도중 우리는 어느새 마녀성의 입구에 도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