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1화 〉50.벌써 세 번째 (51/99)



〈 51화 〉50.벌써 세 번째

-성원 시점-


프레이야에게도 그렇듯이 나는 나를 이용하려 하는 여자는 싫었다.
케야가 어째서 나를 좋아하는지도 몰랐기에 확실히 해야만 했다.
얼마나 되었다고 여자를 한  더 늘려 데려가는 것은 하련과 프레이야를 생각하면 조금 찔리는 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그럼에도 나는 내게 다가오는 여자를 내칠 수가 없었다.

‘고추 달린 새끼가 오는 여자를 마다   있을 리가 없지.’

무엇보다 저렇게 커다란... 가슴을 달고 있는 여자라면 더욱더.

나는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리고 곧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그냥... 그냥 좋으니까...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그대와 함께 있으며 마음이 편안했으니까...”

“나를 보며 웃어주는 그대를 보면 가슴이 떨렸고, 그대의 옆에서 살며시 풍기는 향기가 좋았느니라.”

“단지... 단지 그것뿐이니라... 미안하다, 성원. 그대에게 아내가 둘이나 있는데도 이런 짓을 하다니... 내가 잠시 미쳤던 것 같으니라...”

“방금  말은 잊어다오... 오늘은 먼저 들어가 보겠느니라...”

그렇게 말한 케야는 뒤로 돌아서 떠나가기 시작했다.
그녀의 말에서 느껴지는 거짓 하나 없는 진심을 확인한 나는 달려가 그녀의 손을 잡고 뒤로 돌렸다.
그리고 그녀의 몸을 내 품 안에 넣고 입에 짧게 키스했다.

쪽...

케야는 놀란 듯 눈을 번쩍 뜨고 나를 바라보았지만 이내 내 키스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저 입술을맞대는 가벼운 키스.
하지만 우리  사이의 열기는  이상의 뜨거움을 가지고 있었다.

츱...

우리 둘의 입술이 멀리 떨어지고 케야는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대는... 그대는 정말 못된 남자다... 이미 여자가 둘이나 있음에도 나를...”

나는 그녀의 입에 손가락을 가져다가 말하지 못하게 막은  말했다.

“쉿, 지금은 케야만이 내 옆에 있으니까, 그런 생각은 안 해도 돼.”

 말을 들은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방울 흘러 내린다.

또르르르르...

그녀의 입에 가져다 댄 손가락을 때서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나는 그녀에게 장난스레 물었다.

“그러면 싫어? 나 그냥 돌아갈까?”

그러자 그녀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말했다.

“이미 내 첫 키스까지 뺏어가 놓고 어디로 내뺀단 말이느냐. 절대 안 되느니라. 이렇게 된 이상 너는 내 것이다.”

그녀의 소유욕 어린 말에 나는 작게 미소 지었다.
그녀가 눈물 맺힌 얼굴로 내게 매달리는 모습을 보니 처음 만났을  광기에 찬 얼굴로 가이아의 배를 발로 차던 여자와 동일 인물인가 싶다.
나는 그런 그녀의 옆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정말 괜찮겠어?  여자가 되겠다는 건 카샤를 버리고 나를 따라와야 한다는 뜻인데?”

내 말을 들은 그녀는 잠시 움찔하였지만 이내 결심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대가 없는 곳을 생각하기 싫다. 이미 나는 카샤에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모두 해주었다고 생각하느니라. 무엇보다 이 이상은 남은 카샤인들이 알아서 할 것이라고 믿느니라.”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내  안에 다시 안겼다.
정말이지 어리광쟁이가 아닐  없다.
성아만큼 나와 안고 있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나는 내 품에서 코를 킁킁거리는 그녀의 귀에다가 입을 가져다 대고 속삭였다.

“정말 이대로 가도 되겠어? 작별 인사도  사람이 없는 거야?”

그녀는  품 안에 박혀있는 머리를 흔들면서 말했다.
“상관없느니라. 여왕에서 내려온 시점에서 나는 이미 평범한 카샤의 사람 중  명이니...”

“친구도 없어?”

내 말을 들은 그녀는 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들고 내게 말했다.

“치... 친구라니! 비록 지금은 아니지만 나는 카샤의 여왕이었다! 여왕과 친구를 하려고 하는 자가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녀는 필사적으로 변명했다.
여자란 생물은 어째서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이렇게나 한없이 사랑스러워지는 것일까.
나는 케야에게 말했다.

“흐음... 그럼 케야의 첫 친구는 내가 되는 걸까?”

그러자 케야는 고개를 저으며 내게 말했다.

“성원은 내 친구가 아니라 남... 남....”

“남?”

케야는 완전히 새빨개져 홍당무처럼 변해버린 얼굴로 소리 질렀다.

“남편이다! 되었느냐! 그대가 나를 가진다면 나는 그대의 아내가 되는 것이고, 그대는  남편이 되는  당연한 것이 아니겠느냐! 이 멍청이!”

그렇게 말한 그녀는 주먹으로  가슴을 두드렸다.
그녀는 내 가슴을 두드리던 주먹을 때서 내게 보여주며 말했다.

“애초에 이게 무엇이느냐. 몸은  어찌나 단단한지 항상  쪽이 더 아프지 않은가!”

“하하하 그러게, 누가 때리래?”

“이익...!”

나는 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생물체를 품에서 밀어내고 손을 내민 다음말했다.

“이 손을 잡는 순간 구원자 의회로  거야. 그렇게 되면 다시는 카샤를 못 보게 될 것이고.”

그녀는 뒤를 돌아 카샤의 풍경을 자신의 눈에 담았다.
케야의 눈에서는 수많은 감정이 느껴졌다.

아련함, 시원함, 충족감.

그 모습을 눈에 담던 그녀는 다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됐느니라... 이제 카샤는 내 고향이 아니다...”

“그럼 어디가 고향인데?”

대답이 예상되었지만 그녀의 입에서 듣고 싶었다.
카샤는 부끄러운지 부들거리며 내게 말했다.

“이이이익...! 그대가 있는 곳이 곧 내 고향이다! 알겠느냐? 그에 따라서 그대는 나를 평생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흥분하면 목소리가 올라가는 게 완전 말괄량이 아가씨 같다.
자신이 말하고도 부끄러움을 참지 못하였는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자리에 주저앉은 그녀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

“자, 잡아. 잡는 순간 구원자 의회로 이동 할 거야.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물을게. 정말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

“후회하지 않느니라.”

그녀는 단호한 표정으로 내게 대답했다.

“나는 최선을 다해 너를 아끼고 사랑하겠지만... 다른 여자를  늘리지 않는다고는 장담 못 해... 그래도 괜찮아?”

“흥, 난봉꾼에게 홀린 내 잘못 아니겠느냐? 나중에 아내가 한 10명쯤 넘어가면 그때야 지금의 선택을 후회하겠지!”

“아니... 그 정도로 늘릴 생각은 없고...”

“애초에 그대는 이게  번째 파견이라 하지 않았느냐? 첫 번째 행성에서 한 명, 두 번째 행성에서 두 명째! 언젠가는 전 우주의 모든 여자를 데리고 올 것이 뻔하다...”

“나를 대체 뭐로 보는 거야, 케야...”

“자신의 행동거지를 생각해라!”
끄응... 틀린 말은 아니기에 할 말이 없었다.
실제로 행성  번당  명꼴로 데려가고 있는 상황이니까.
나를 보며 또다시 놀려댈 키릴과 라프키르를 생각하니 머리가 아프다.

‘하련과 프레이야 한테는 또 뭐라 해명해야 하나...’

{뭐... 또 데려왔다고...?  상관없어. 대신 이번에는 90일이야.}

{성원씨... 저 지금 당장 사랑의 증거인 아이를 만들고 싶어요.}

‘존나 빨리게 생겼네.’

애초에 프레이야는 착하니까 그다지 뭐라 하지 않을 것이다.
하련은 내가 얼마나 데려오던 자신은 구원자라 상관없다고 못을 박아놨던 상태고.
문제는...

“케야,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내 아내들이랑 싸우지 마...? 둘 다 착한 애들이야.”

‘물론, 하련이착하다고 하기에는 조금 양심에 찔리지만.’

내 말을 들은 케야가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너... 너는 나... 나를 뭐라고 생... 생각하는 거냐! 나...난 세 번째의 위치느니라!  보이지는 못할망정 언니들에게 대들 리가 있겠느냐!”

‘정확히는 프레이야보다는 나이가 많지만.’

하련은... 말을 말자...
저번에 하련의 나이를 물었다가5일이나 연장되었던 사건이 떠오르자 온몸이 부르르 떨려왔다.
어찌 되었든 이러면 걸리는 것도 없고 안심이다.

‘이그는...’

{상관없으니 좀  깊게! 흐읏...♡}

‘걱정할 필요도 없겠네...‘

이그까지 생각이 미치자 갑자기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씨발 이러다가 나중에 이그까지 들어오면 어떡하지? 아니겠지? 이그는 그냥 섹파로 만족할 거야. 그렇고말고...‘

3명까지가 마지노선이었다.
이 이상 늘리면 라시르에게 조차도 경멸의 시선을 받을 것 같았다.

나는 잡생각을 마치고, 케야의 손을 잡았다.

“그럼 갈게.”

“알겠느니라.”

나는 차원 균열을 열어 구원자 의회로 케야와 함께 걸어갔다.

“우와... 이게...”

구원자 의회를 처음 본 사람들은 전부 저런 반응이었을  같다.

’크긴 더럽게 크긴 하지.‘

구원자 의회의 입구로 들어갔다.
입구에는 쿠르가 멍하니 앉아 있었다.
쿠르는 멍하니 있다가 입구에서 우리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손을 흔들며 우리 쪽으로 뛰어왔다.

“여! 성원! 오랜만인...데 이분은 누구냐...?”

첫 번째 난관에 봉착했다.
케야가 옆에 있는 마당에 둘러댈 수도 없는 일...
나는 정면 돌파를 감행했다.

“내 세 번째 아내, 케야야. 인사해 케야, 이쪽은 우리 구원자 의회에 11번째 멤버 쿠르하야.”

“안녕하... 세요...?”

억지로 말투를 고쳐 말하는 케야는 익숙하지 않은 듯 인상을 조금 찡그렸다.
쿠르는 히죽거리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괜히 찔려서 쿠르에게 말했다.

“...뭐! 뭐! 그... 나도 안다고... 그렇게 보지 마...”

쿠르는  반응이 재밌는지 웃음을 터트렸다.
“캬하하하하하! 창피해하지 말라고 성원! 강한 수컷이 많은 암컷을 다스리는 것은 당연한 자연의 이치! 우리 수인족은 그런 거 신경 안 쓴다고?”

’엥? 수인족? 쿠르가 수인족이었던가?‘

나는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에 쿠르에게 물어보았다.

“쿠르 너 수인족 이었어?”

“어? 몰랐냐?”

그렇게 말한 쿠르의 머리 위에서 고양이 귀가 떠올랐다.

“어!”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고양이...!
나는 그 모습을 보고 흥분해 쿠르에게 말했다.

“야! 너... 너! 꼬리도 있어?”

“응? 당연한 거 아니야?”

쿠르는 엉덩이 바로 윗부분에서 꼬리를 만들어 내었다.
나는 바로 쿠르의 꼬리를 붙잡고 만졌다.
부들부들한 감촉... 반대 쓸어 올리면...

“으이이잇! 하지마 성원! 그거 기분 나쁘단 말이야!”

“아... 힐링되는 이 느낌... 고양이 너무 좋아...”

그때 갑자기 무언가잊은 느낌이 들어 뒤를 돌아보자 나를 경멸의 시선으로 쳐다보는 케야가 있었다.

’허억...‘

싸늘한 케야의 시선에서 감출 수 없는 경멸감이 보였다.
케야는 나를 보며 목소리를 내리깔고 말했다.

“서방... 그대가  여자가 늘어나는지 알 것만 같다. 그렇게 아무런 허물도 없이 다가가고 그러니까 여자 측에서 착각하게 되는 것이느니라!”

그러면서 케야는  손을 잡아당겼다.

“이익! 당장 떨어지지 못할까!”

나는 순순히 쿠르의 꼬리에서 손을 떼어서 케야의 옆으로 갔다.
그러더니 자신의 가슴으로 내 머리를 끌어당겼다.

’어... 오우야... 코박죽...‘

이게 이 세상에 존재해도 되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커다란 가슴.
나는 그 가슴골 사이로 코를 박았고, 그 압박감에 숨이 막혀오는 것을느꼈다.

’이대로 죽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하지만 이내 숨이 막히는 것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들어 케야를 올려다보았다.
케야는 가슴의 압박에 해롱해롱하는 나를 보고 쿠르를 향해 비웃으며 말했다.

“고양이 꼬리 따위보다야 당연히 내 가슴 쪽이 더 좋지 않은가 성원? 봐라. 이렇게나 헤벌쭉한 얼굴을 하고는 후후...”

“뭐?  그거 우리 묘인족을 모욕하는 거냐!”

’아니, 너는 또 왜 흥분하는데.’

쿠르는 자신의 꼬리에 묘한 자부심이 있는지 케야를 보며 으르렁거렸다.
나는 그 품에서 나와서 둘 사이를 중재했다.

“자, 일단 우리는 들어가 볼게. 쿠르, 다음에 보자! 케야도 이제 들어가야지?”

분명히  싸운다고 했던 것 같은데도 들어오자마자 쿠르와 묘한 신경전을 펼친 케야를 데리고 빠르게 안쪽으로 뛰어갔다.
그 뒤로는 더 심각했다.
가는 길에 만난 라프키르에게도 무언가 경계심 가득한 얼굴로 경계하더니만.
심지어 내게 인사를 걸어오던 스퀴르에게 조차 그 경계심을 놓지 않았다.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케야의 어깨를붙잡고 말했다.

“케야... 분명히 싸울  없다고 하지 않았니...?”

케야는 자신이 저지른 잘못은 알고 있는지 미안한 얼굴로 내게 말했다.

“그렇지만... 미안하느니라... 아직도 구원자들을 향한 감정이 조금 남아있어서... 성원을 제외한 구원자들을 보면 자연스레 몸에서 거부반응을 일으키느니라...”

그런 거였나...
생각해보니 쿠르도 라프키르도 스퀴르도 전부 구원자 멤버였다.

‘아니, 잠깐... 이거 하련이랑 만나게 되면 대판 싸우는 거 아니야?’

프레이야는 본인과 비슷한 처지이니 오히려 사이좋게 지낼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하련은 구원자라는 위치가 악재로 겹쳐서 친하게 지내지 못할 것이 뻔했다.
그 사이를 중재하는 것은...

‘부탁이다! 프레이야, 제발!’

나는 긴장되는 마음으로 내 구역에 있는 집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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