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6화 〉35.마법의 진실 (36/99)



〈 36화 〉35.마법의 진실

그렇게 라시르와 나, 프레이야가 도란도란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도중 에빌다씨가 입을 열었다.


"성원."


에빌다씨가 처음으로 나에게 먼저 말을 걸었기에 놀란 마음으로 대답했다.

"네?"

"저 아이, 어째서 데려  거야?"


그렇게 말하는 에빌다씨가 내민 손가락 끝에는 옆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말던 벌써 세 그릇 째 음식을 퍼와 먹고 있는 성아가 있었다.
성아는 갑작스레 모두의 시선이 자기에게 꽂히자 음식을 먹고 있는 입을 우물거리며 주위를 둘러 보고 있었다.
애초에 에빌다씨와는 성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하였기에 솔직히 대답했다.


"프로티아에서 발견한 해석안 보유자입니다. 아직 어리기도 하고 마도의 길을 걷는 선배로서 제자로 기르기 위해 데려왔습니다."

에빌다씨는 내 말을 듣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더니 성아의 눈동자를 가르키며 말했다.

"해석안만이 아니야."


"네?"

에빌다씨는 자신의 그릇에 담긴 빵처럼 보이는 음식을 입에 넣고는 씹으면서 말했다.


"일단 이야기는 식사가 끝난 후 마저 하도록 하자."


그렇게 말한 후 다시 식사를 하기 시작한 에빌다씨는 그 뒤 한마디의 말도 꺼내지 않았다.
에빌다씨의 말이 끝난 후에도 대화는 계속되었고.
식사가 끝난 뒤 프레이야와 라시르는 서로 말까지 놓으며 친해진 상태였다.

"성원님이 그랬어?"

"응... 행복하게 해주겠다며..."


나와 프레이야의  만남에 대해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는 프레이야와 라시르에게 다가가 말했다.


"나는 잠시 성아랑 함께 에빌다씨랑 이야기를 나누고 올게. 안 그래도 성아의 대한 이야기로 얘기를  나누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

"네, 다녀오세요. 저는 라시르와 함께 있을게요."


나는  이야기를 듣고 라시르를 쳐다보았다.
미소 띈 얼굴로 가볍게 고개를 숙이는 라시르에게 나도 고개를 살짝 숙여 감사를 표하고는.
배가 불러 식탁에 누워있는 성아에게 다가갔다.
성아는 행복한 미소로 배를 두드리며 머리를 식탁에 박고 있었다.


"헤에... 배불러엉..."

어찌나 많이 먹은 건지 조금 통통하게 솟아있는 성아의 뱃살을 보니 저절로 미소가 피어난다.
나는 배불러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성아에게 말했다.

"성아야, 저번에 너가 물어본 에빌다씨랑 너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하려고 하는데, 어때? 같이 갈래?"


성아는 고개를 느리게 끄덕이며 내 물음에 긍정했다.
성아가 배불러 움직이기 힘들어 하는 것 같기에 나는 성아를 들어 올려서  뒤에 업히게 만들었다.
저번보다  무거워진 몸무게를 느끼며 성아에게 말했다.


"그럼 가자. 에빌다씨도 기다리고 있을 거야."


성아를 업고 에빌다씨의 구역으로 가는 도중.
성아는 배도 부르고 내 등이 따뜻한지 어느새 조금씩 고개를 끄덕이며 졸기 시작했다.
이내 완전히 머리를 내 등에 박고 잠에 빠져버린 성아를 데리고 에빌다씨의 구역에 도착했다.


통나무로 만들어진 조그마한 집 앞에는 내 집보다  큰 정원이 펼쳐져 있었는데.
거기에는 나도 알만한 온갖 마법 재료로 사용되는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형형색색의 식물들은 오묘한 향기를 풍겼고, 그 향기가 코를 자극한 것인지.
졸고 있던 성아가  손으로 눈을 비비적 거리며 일어났다.

"우응... 스승님..."

"다 왔단다. 조금 이따가 우리 집에서 자고, 지금은 좀만 깨어 있으렴."


나는 성아를 달래며 말했다.
성아는 내 말을 듣자 두 팔로 성아를 지탱하고 있던 내 두 팔을 툭툭 치면서 내려 달라고 신호를 보냈다.
성아를 바닥에 내려주고 다시 에빌다씨의 집을 쳐다보니.
어느새 굳게 닫혀있던 문이 활짝 열려있었다.


성아를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오자 묘한 향기가 집에서 계속 맡아졌다.
나는 이 향기를 맡아본 것만 같아서 계속 코를 킁킁거렸고, 내 행동을 따라하듯이 성아도 코를 킁킁 거리며 향기를 맡기 시작했다.
이윽고 나는 이 향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에빌다씨가 항상 피고 있던 곰방대에서 흘러나오던 향기였다.


달콤하면서 묘하게 씁쓸한 냄새기도   냄새가 크게 싫지 않게 느껴지는 것이.
딱히 몸에 안 좋은 것은 아닌 것 같았다.
혹여나 몸에 좋지 않은 것이라면 성아를 내보내고 이야기를 할려고 하였으나, 안 그래도 될 것 같아 성아의 손을 잡고 더욱 안쪽으로 들어갔다.

집안의 안쪽으로 들어갈 수록 진해지는 향기의 끝에는.
에빌다씨가 소파에 기대고 다리를 꼬아 놓은 채 우리를 기다리며 곰방대를 뻑뻑 피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에빌다씨가 앉은 소파 앞에 성아와 내가 앉자 에빌다씨가 입을 열었다.

"성원, 너의 경지가 어느 정도지?"

에빌다씨는 처음부터 나를 하대 하였지만 딱히 기분이 나쁘지 않았고.
오히려 그러한 행동을 굉장히 자연스럽다고 느껴졌기에 그것에 대해는 아무런 감정을 가지지 않을 수 있었다.
나는 에빌다씨의 질문에 곰곰히 내 경지를 가늠 해보았다.

"음... 저만의 전지를 확립 시킨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마법사의 단계는  10가지로 나눠진다.


마법에 입문하여 자신을 세계의 중심으로 세우는 과정을 배우는 '말쿠트'.

그러한 과정에 익숙해져 마나를 느끼기 시작하면 '예소드'


이미 자신을 세계의 중심으로 확립시키고 학문적으로 마법을 배우기 시작하는 '호드'

학문에서 배운 마법을 자신의 것으로 흡수 해나가는 과정을 겪는 마법사는 '네짜흐'

다른 마법사들이 가르쳐 주거나, 책을 통해 학문적인 깨달음을 얻어 처음으로 신체의 변화를 겪는 '티페레트'.


변한 신체를 통해 더욱 많은 양의 마나를 다루게 되어, 자신만의 전지(全知)가 무엇인지 갈피를 잡았다면 '게부라'.

자신만의 전지(全知)에 길을 찾아 쌓아 나가기 시작한 마법사는 '헤세드'


결국 전지(全知)의 틀을 완전히 확립하여, 독자적인 마법을 구사할 수 있게 되는 '비나'

자신의 전지(全知)를 끊임없이 완성해 나가는 길을 걸어 나가고 있는 마법사는 '호크마'

마지막으로, 누구도 도달한 적 없으며 이미 없는 단계라고 모든 마법사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꿈의 경지 '케테르'

10가지로 나누어진 마법사의 경지는.
현대에서 흔히 오컬트적인 요소로 많이 사용하던 세피로트의 나무에 적혀 있는 그대로였다.
어째서 현대에도 알려져 있는 세피로트의 나무가 마법사의 단계를 나누는 지는 알 수 없었지만.
확실한 것은 모든 문명의 마법사들은 이 10가지의 단계로 자신들을 나누었다.

내 경지는 전지를 완성해 독자적인 마법을 구사하는 경지에 이른 단계.
'비나' 였다.

에빌다는 내 대답을 듣고는 말했다.

"'비나'라... 그렇다면 말이 통하긴 하겠어."

오만해 보이는 말 이었지만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에는 긴가민가 했지만 지금 에빌다씨의 바로 앞에서 느끼니 확실하게 알았다.
온몸을 통해오는 막대한 양의 마나 지배력은 그녀가 차마 내가 쳐다볼 수도 없을 만큼 경지에 도달했음을 증명했다.


마법사의 단계는 1단계라는 것이 절대 작은 격차가 아니다.
무슨 일을 해도 저단계의 마법사는 고단계의 마법사에게 피해를 끼칠 수 없었다.
단계가 올라 갈수록 전지(全知)와 함께 강력해지는 전능(全能)은 주변에 존재하는 마나의 존재력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저단계의 마법사는 고단계의 마법사에게 마나로 인한 피해를 입힐 수가 없었다.
만약 저단계의 마법사와 고단계의 마법사가 싸울 경우.
저단계의 마법사가 펼친 마법은 고단계의 마법사가 자연스레 뿜어내는 마나 지배력에 막혀 사라진다.
한마디로 그 둘의 차이는 넘사벽이란 소리다.

그렇기에 '비나' 보다 높은 경지는...


"혹시... '케테르'에 도달하신 겁니까...?"

그 말을 듣자 에빌다는 씁쓸한 미소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케테르'는 존재하지 않는 단계다. '마법' 이라는 칭호를 얻으니 알게 되었어."

"마법의 칭호...!"

놀란 내가 중얼거리자 에빌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마 너에게 정식으로 소개하는 것은 처음 일거라 기억해."

"나는 마녀족의 에빌다 트루하. 6번째 구원자 멤버로서 '마법'의 칭호를 수여 받은 '마법의 에빌다'야."

하긴 하련 또한 검의 칭호를 받았으니 마법의 칭호가 없는 것이 이상했다.
그렇다면 그녀의 경지는...

"내 경지는 '호크마'. 구원자로서 살아가면서 겪은 수많은 세월 동안, 전지를 쌓아가고 있는 상태지."


오히려 그녀의 말은 더욱 절망적이었다.
이렇게나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벽이 그녀와 나의 경지를 막아 서고 있는데도.
그녀는 '케테르'의 도달하지 못하였다.
마법사로써 순수하게 마법의 끝을 보고 싶은 내 소망을 무참히 짓밟혔다는 소리다.
심지어 칭호마저 마법이라는 칭호를 수여 받았음에도 '케테르'가 존재하지 않는다 말한 것을 보면.
에빌다씨가 말한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맞는 것만 같았다.

나는  내쉬어지는 한숨을 겨우 참으며 에빌다씨에게 물었다.


"후... 정말 모든 마법사들이 갈망하는 '케테르'는 정말 존재하지 않군요..."

에빌다씨는 그 말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아니, 정확히는 존재해. '케테르'는."


 말에 눈이 번쩍 뜨였다.
분명 방금전까지 없는 경지라고  놓고, 이제 와서 말을 바꾸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녀는 자조적인 미소를 띄우며 곰방대를 한 모금 빨고 내쉬었다.

후우우....


그러고 서는 나를 응시하며 말했다.


"'케테르'는 경지가 아니라 존재야."


'경지가 아니라고?'

그 후 이어지는 그녀의 말은 더욱 충격적이였다.

"그래, 그것도 라시르의 형제자매 중 한명이지."

그냥 의장 혼자 다  먹었으면 좋겠다.


또 너야? 라시르?

범우주적 존재들과 함께한다는 사실이 정말 절절히 느껴지는 말이었다.
에빌다씨는 충격 먹은 내 표정을 보며 말했다.


"정확히는 라시르의 셋째 언니, 마법의 창시자 '케테르'야. 나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었지. 너의 세계에도 세피로트의 나무란 것이 있었겠지?"

나는 말을 이어가지 못하고 고개 만을 끄덕였다.
에빌다씨는 거보라는 식으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것 또한 케테르, 그녀가  우주에 뿌려 놓은 마법의 기초가 담긴 지식이야."

"세피로트는 세계수 이그드라실의 또 다른 이름이었지만, 동생이 만들고 있는 마법이란 학문을 위해 자신의 이름을 희생했지."

"그래, 맞아. 마법이란 학문 자체를 케테르, 그녀가 만든 거야."

"정확히는 형제자매들 뿐만이 아닌 본인과 동등한 존재를 만들어 내기 위해 만든 것이 '마법'이라는 학문이지."

"마법은 마나를 이용해서 이뤄지는 기적과도 같은 힘."

"마나는 온 우주를 이루는 '신'의 정신력에서 비롯된 것."

"그렇기에 무한한 '신'의 정신력이기에 마나는 무한하지."


"또한 '신'의 자신들인 라시르의 형제자매들 또한 '신'에게서 부여 받은 힘의 파편으로 힘을 행사하는 것이기에."

"'신'의 정신력을 완전히 다루게 되는 존재가 나온다면 자신들과 동등한 급이라고 생각한 거야."

한마디 한마디가 거의 마법 학계를 뒤집어 엎을만한 폭탄 같은 발언이었다.
당장 아무 마법 문명에 이 사실을 종이에 써서 던져주면.
그 문명의 모든 마법사가 절망해 목을 매달 수도 있는 사실이다.
모든 마법사의 꿈인 '케테르'가 존재하지 않는 경지라니.

 또한  절망감에 빠져서 허우적거렸다.
성아가 나를 보고 있음에도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런 나를 이해한다는 듯이 동정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는 에빌다씨의 시선이 느껴졌다.

"걱정하지마, 절망하는 모습이 한심해 보이지 않으니까."


"아니, 오히려 너가 그만큼 마법에 진심을 다했다는 것이 느껴져서 기특하네."

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부여잡은 채, 무릎에 푹 박아버린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그만큼 인생의 목표가 사라진다는 허무함은 이뤄 말할 수가 없었다.
그때 에빌다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케테르는 내게 말했어. 마법은 무한한 학문이라고, 그렇기에 끝이 없어서 그녀조차도 모르는 마법이 온 우주에 가득하다고."

"그렇기에 끝이 존재하지 않는 마법의 끝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만약에 정말 만약을 들어 누군가  마법의 끝을 완전히 보게 된다면, 그건 마치..."

그래, 그건.

"'신'과 같은 존재라고."


'신'과 같은 존재다.


그녀의 위로 섞인 설명에 조금 힘이 났다.
아직 기회는 남아있었다.
무한한 수명을 살아갈 나기에 언젠가는 도달할 가능성이 0.000...1%라도 남아 있었다.
그걸 동력을 삼아 마음을 다잡는다.

"후우... 엄청나네요..."

 말을 들은 그녀가 나를 응시하자.
내 주위의 마나가 조금 요동치더니, 이윽고 마음이 조금 진정되는 듯 하였다.


"심리적 안정을 가져다 주게  놓았어. 나 또한 당시에  마법에 많이 기댔었지."

이제 겨우 900년 넘는 시간 동안 마법에 정진한 나와 에빌다씨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그녀는 6번째 멤버고 나보다 훨씬 오랜 세월을 마법에 받쳐왔을 것이다.


'그녀가 느낀 상실감에 비하면 나는 비교조차 되지 않겠지...'

마법을 칭호로 받을 정도로 마법에 평생을 받쳐 온 그녀였다.
당시 그녀의 마음이 어디까지 떨어졌을지 상상이 가질 않았다.
그런 생각을 하니 약한 모습을 보인 것이 조금 부끄러웠다.
나는 그녀의 마법덕에 진정된 머리로 그녀에게 물었다.

"이런 이야기를 제게 해주었다는 것은, 성아와 관계가 있다는 이야기겠죠?"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 물음에 긍정했다.


"성아에게 무엇을 보신 겁니까?"


"그 아이의 눈."

그렇게 말한 그녀의 눈에는 성아의 눈과 같은 수많은 도형이 떠오르고 사라지기 시작했다.

"해석안!"

"아니, 자세히 봐. 비나에 도달한 너라면 알 수 있을 터."

자세히 보라고?

나는 그녀의 눈을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눈동자 깊숙한 곳에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연한 선으로 이루어진 두 개의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이건...!'

연하지만 선명하게 보이는 두 개의 마법진은 그녀가 하나의 마안을 가진 게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나는 그녀의 얼굴에 가까이 가져간  머리를 다시 뒤로 빼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에빌다씨... 3중 마안의 소유자셨군요..."

그녀는 머리를 한번 흔들어 다시 눈에 생겨나는 도형들을 없애고는 말했다.


"그래, 나는 해석안(解析眼), 복사안(複寫眼), 파괴안(破壞眼)으로 총 3개의 마안을 보유한, 3중 마안 보유자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