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화 〉32.언제나 술은 적당히
거실에 모여서 이야기 꽃을 펼쳤다.
주된 이야기는 내가 살아온 세계에 대한 것이었다.
"그럼 성원님께서 사시던 세계는 마법이 없는 거네요?"
나는 프레이야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 내가 살던 세계는 과학이라는 것이 마법을 대신 했지."
물론 프레이야가 살고 있던 프로티야도 과학이란 것이 존재하기는 했다.
드워프가 검을 만드는 방법부터 마차의 제작까지.
하지만 그걸 과학이라는 학문을 붙이지 않고, 그저 세계의 법칙이리니 하며 그걸 그대로 받아들이고만 있었을 뿐이었다.
"그래도 상상이 안 가네요... 거대한 철 덩어리가 하늘을 날아다니고 땅을 달린다니... 과학이란 것은 마법 만큼이나 신비한 것 같네요..."
나는 프레이야의 말에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과학의 발전은 기술의 발전과 같은 것이지. 그 대가로 내가 살던 세계는 자연이 엄청나게 파괴되었지."
지구의 생태계에게 있어 인간은 말 그대로 재앙이었다.
인간들에 삶의 수준이 올라오면서 그에 따라오는 수많은 욕망들은 가상의 가치를 만들어내기 시작했고, 그러한 가치를 이용해 돈을 벌기 위한 인간들의 눈에는 자연 따위는 들어오지 않았다.
지구에 있을 당시 가끔 보던 환경 잡지에 쓰인 바에 의하면.
인간들의 욕심으로 인해 일어난 무분별한 어업으로 파괴되어만 가는 바다의 생태계가 2700년쯤 되면 완전히 붕괴되어 바다 생물들이 멸종해 버릴 수도 있다 하였다.
그 외에도 산을 깎고 골프장을 설치하고, 편리한 이동을 위해 산에 구멍을 뚫어 터널을 만드는 것 등등.
내가 살던 지구에서 일어난 환경 파괴를 구원자로서 평가한다면 당연히 낙제점 이었다.
"이해가 안되네요...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그렇게나 발전된 문명이면서 환경의 파괴를 억제하지 못했다니..."
프레이야는 정말로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성아는 궁금한 게 있는지 나를 향해 물었다.
"그럼 스승님은 귀족 이였어요?"
나는 고개를 저으며 성아의 물음에 답했다.
"아니, 우리가 살던 세계는 모두가 평등했어."
모두가 평등하긴 했다.
단지 그 평등함을 유지하려면 돈이 필요했을 뿐이었고.
성아는 내 말을 듣고 서는 눈을 빛내며 말했다.
"모두가 평등한 세계면 분명히 다들 행복했겠네요!"
성아의 말에 나는 동의할 수 없었다.
결국 돈이라는 재화로 인해 신분이 정해지는 자본주의의 사회는 어쩌면 신분제와는 또 다른 관점의 문제를 껴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우울해지는 기분에 나는 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돌리려 하려던 순간이었다.
짝! 짝! 짝! 짝!
멀리 있음에도 선명하게 들리는 박수 소리.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성아와 프레이야에게 말했다.
"다른 이야기는 나중에 해줄게. 파티 준비가 다된 것 같아."
프레이야와 성아는 내 말을 듣고 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성아와 프레이야의 손을 각각 잡은 후 텔레포트 장치를 타고 광장으로 향했다.
광장에 도착하니 마치 캠핑을 온 듯 주위는 어두웠고 밤하늘이 보였다.
내부인데 밤하늘이 보이는 것 보면 아마 라시르들이 무언가 손을 써둔 것 같았다.
구원자 멤버는 2명을 제외한 나를 포함 11명이 모두 모였고, 프레이야와 성아, 세계수, 에릴까지 합치면 총 15명이 모여 있었다.
우리가 도착한 것을 발견한 라시르가 손을 흔들었는데, 그 뒤에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천이 무언가를 덮고 있었다.
"파티의 주역인 성원님이 오셨으니 지체할 것 없이 바로 시작하죠!"
라시르는 조금 흥분한 건지 상기된 목소리로 파티의 시작을 알렸다.
그러고는 뒤에 덮혀있던 천을 손짓으로 한번에 벗겨 버렸고, 그 곳에는...
"와아..."
성아는 옆에서 작게 탄성을 내뱉었다.
나 또한 탄성이 나올 뻔한 장면이었다.
스퀴르가 준비한 각양각색의 다양한 요리와 한쪽 구석에는 어느 문명에서 가져온 것인지 온갖 술들이 놓여 있었다.
"오늘은 먹고 마시다 죽는거야! 술기운 날려 보내다가 걸리면 쫒겨날 줄 알아!"
그렇게 말한 라프키르는 커다란 술통을 가져 오더니.
창조로 술잔을 만들어내서 그 안에 술들을 자동으로 담았다.
마치 염동력을 사용한 것처럼 술들이 빨려 들어간 술잔을 모두가 하나씩 들고 갔다.
올라오는 냄새를 보니 엄청나게 독한 술인 것이 느껴졌다.
라시르는 모두가 잔을 가져간 것을 확인하자 크게 외쳤다.
"구원자로서 한 걸음을 내딛는데 성공한 성원님을 위하여!"
""위하여!!!""
모두가 동시에 위하여를 외치고는 잔에 담긴 술들을 마셨다.
물론 성아는 미성년자는 술을 먹으면 안된다는 나의 신념에 따라 주스를 담아 주었다.
크하!
캬!
하아...
한 잔을 들이마신 사람들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술은 독하기는 하지만 굉장히 좋은 향을 가지고 있었다.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조차도 좋다고 느낄 정도면 애주가들은 침을 질질 흘릴만한 물건일 것이다.
그걸 증명하듯이 술과는 땔래야 땔 수 없는 종족인 드워프, 드베리아가 말했다.
"키야!! 술이 아주 예술이구만!! 스퀴르가 아주 제대로 준비했어!"
스퀴르는 그의 말에 긍정하듯이 에릴과 술잔을 기울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성아는 주스를 마시자 마자 접시를 들고는 음식들에게 달려가서 먹고 싶은 것을 마구 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흐뭇하게 미소를 짓는 나와 프레이야에게 하련이 다가와 내게 말했다.
"파티 열어주는 건 너가 처음이니까 의장에게 고마워 해야 한다?
나는 싱긋 웃어주며 넉살 좋게 대답했다.
"어, 이런 것까지 해주니까 더욱 부담되네. 앞으로 열심히 일 해야겠어."
그런 나의 넉살에 하련은 쿡쿡 웃고는 프레이야에게 말했다.
하련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의외의 것이었다.
"너도 앞으로 잘 부탁할게."
프레이야는 하련이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던 것인지 당황한 표정을 잠시 짓다가 이윽고 웃음기를 띄고는 하련에게 손을 내밀었다.
"저도요, 하련님."
하련은 프레이야가 내민 손에 손을 가져다 대서 악수를 한번 한 후 내게 장난스럽게 말했다.
"아주 어디사는 남자인지는 몰라도 복 받았네. 이런 미녀 두 명이 자기꺼라니 말이야."
"크흠..."
사실 분에 넘치는 것은 나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하련의 장난스러운 말을 받아쳤다.
"반한 사람 잘못 아니야?"
하련과 프레이야는 피식 웃더니 동시에 말했다.
"반한 사람 잘못이 맞긴 하지."
"반한 사람 잘못이죠."
그 후 파티는 즐거웠다.
먹고 마시며 각자 모여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내게 정신적인 안정감을 줬고, 내 옆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하련과 프레이야, 성아를 보고 있으니 행복감에 빠졌다.
파티가 무르익어 감에 따라 자연스레 술을 더 마시게 되었고, 술이 3잔째 들어갈 때부터는 구원자의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취한 상태를 버티고 있었지만.
4잔이 들어가는 순간부터 필름이 뚝 끊겼다.
애초에 취기를 날리지 않으면 술이 약했던 나기에 그랬었던 것이다.
푹신한 감촉이 몸을 받치고 있는 것이 느껴지는 것을 보아하니.
아마 누군가 나를 방으로 옮겨준 듯 하였다.
자리에서 일어나기 위해 손을 움직이자 무언가 손에 걸렸다.
말랑
'말랑?'
척봐도 가슴과도 같아 보이는 말랑한 언덕에 하련이나 프레이야 것이겠거니 하며 손을 좀 더 능글맞게 움직이며 더욱 장난스레 만졌다.
말랑 말랑
'좋다...'
새액새액...
옆에서 숨 쉬는 소리와 코로 들어오는 풀내음이 프레이야라는 것을 말해주었다.
나는 그 상태로 프레이야가 있는 방향으로 돌아 프레이야를 껴안았다.
막상 따뜻한 온기가 품에 느껴지니 조금 더 누워있고 싶어서 프레이야를 내 품에 넣은 채로 다시 잠을 청했다.
뚝
내가 프레이야를 앉자 그녀가 일어났는지 규칙적으로 들리던 숨소리가 끊겼다.
나는 조금 더 같이 누워있고 싶다는 생각에 프레이야에게 말했다.
"프레이야... 조금만 더 누워있자..."
그러고 서는 프레이야의 가슴에 올려 두었던 손을 이용해 프레이야의 가슴을 가볍게 주물렀다.
말랑 말랑 말랑
'어라... 어째 좀 더 큰 거 같기도 하고...?'
프레이야의 가슴보다 조금 더 큰 크기에 이상함 느낀 나는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거기에는...
"아...?"
"어...?"
나와 같이 눈을 번쩍 뜬 채 나를 쳐다보고 있는 세계수가 있었다.
나는 내 눈이 이상한가 싶어 손으로 눈을 비비고는 다시 눈을 떴다.
하지만 눈 앞에 보이는 존재는 틀림없는 세계수였다.
"뭐...뭐....뭐....이...게..."
나는 당황에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침대 아래로 뛰어내려 가고 나서 벌벌 떨리는 손가락으로 세계수를 가르키며 말했다.
"너... 너... 너가 왜 내 옆에 있어...?"
"모...몰라 미친놈아!"
세계수는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고는 말했다.
'개 미친...'
나는 당황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세계수에게 말했다.
"야... 야...! 어떻게 된 건지 빨리 설명해!!"
"어제..."
-세계수 이그드라실 시점-
온 우주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범우주적 존재.
어머니이자 아버지인 '신'이 만든 두 번째 자식.
그것이 바로 나 세계수 이그드라실이다.
어느 때와 같이 온갖 문명에 내린 뿌리를 통해 엘프들을 관찰하던 도중 오랜만에 싫증이 나버렸다.
[새로운 구원자가 누군지도 궁금하고... 슬슬 라시르를 본지도 꽤 됐으니... 의회로 한번 가볼까?]
얼마 전 셋째에게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라시르가 운영하는 구원자 의회에 13번째 구원자가 들어왔다고 한다.
온 차원에 내려져 있는 뿌리들에게 들어오는 정보에 의하면, 39012 프로티아라는 행성에 련과 누군가 같이 있는 것이 포착되었다.
모든 구원자들의 파장은 내가 알고 있었기에 련과 같이 있는 누군가가 신입 구원자라는 것을 깨닫고, 그곳으로 가기 위해 인간체로 돌아왔다.
바닥에 닿은 정도로 기다란 연녹색의 머리카락.
새하얀 피부와 흠잡을 때 없는 완벽한 몸매를 지닌 육체.
뿌리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느라 쉬지 않고 반짝거리며 빛나는 눈동자.
"으아아아아~ 인간체도 얼마 만이냐..."
사실 동생들이나 첫째 언니를 보는 것이 아니라면 인간체로 변할 일이 없기 때문에.
저번에 라시르를 만나러 구원자 의회로 찾아간 후로는 인간체로 변한 적이 없었다.
즉시 본체의 뿌리를 통해 39012 프로티아로 이동했다.
도착하고 나서 당연히 엘프들은 난리를 피우며 나에게 기도하기 바빴고, 그것에 관심이 없던 나는 대충 반응해주며 덕담 몇 마디를 해주고는 이 곳에 여왕인 프레이야라는 아이를 만나기 위해 편린의 뿌리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한 인간 여자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프레이야가 보였다.
프레이야는 당연하게도 나를 보며 놀랐고, 나는 대충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고는 편하게 있으라 하고는 프레이야와 함께 있던 여자아이를 요리조리 뜯어봤다.
'음...합격...'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외모였다.
백날 천날 엘프들에게만 열매를 주고 있으니, 가끔은 타 종족의 아이들에게도 열매를 주고 싶었다.
어차피 본체에서 썩어 넘칠 정도로 열리고 있는 열매기에 한 네다섯개 정도를 꺼내서 자신을 성아라고 소개한 아이에게 먹였다.
그 모습을 본 프레이야는 눈이 휘둥그레 졌으나.
내가 열매가 담긴 바구니를 꺼내서 탁자에 놓고 먹을래? 라고 묻자 극구 사양하며 거부했다.
그 뒤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련과 신입 구원자가 찾아오기를 기다렸다.
얼마 후 우리를 찾아온 련과 자신을 성원이라고 하는 구원자가 도착했다.
하지만 처음에 좋았던 인상은 련과 프레이야와 사귄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최악으로 변했다.
내 딸내미를 주는 것도 배가 아픈데 오랜 친우마저 가져간다는 사실에 배가 아팠기 때문이다.
기분이 나빠진 나는 일부러 말끝마다 툭툭 비꼬면서 성원을 최대한 화나게 했다.
근데 이 미친놈이 갑자기 폭발에 내 면전에 욕을 박는 게 아니겠는가?
당연히 기분이 나쁜 상태였던 나도 마찬가지로 욕을 때려 박고, 개처럼 물고 뜯다가 결국 구원자 의회까지 같이 와버렸다.
심지어 내 딸내미까지 데리고.
하지만 이내 지가 좋다는데 그걸 막는 것도 부모된 도리로서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을 뜯어 고치고는 프레이야와 성원이란 놈의 사랑에 축복을 해주기로...
"마음을 먹었을텐데..."
파티에서 좋다고 술을 퍼 마시던 성원은 진짜 주량이 쥐꼬리만 했다.
남들은 스무잔째 퍼 마실 때 혼자 5잔을 마시고 뻗어버린 것이다.
이런 약골이 내 딸내미를 데려 간다는 생각에 머리가 아파왔다.
역시 이 남자와 나는 뭔가 상성이 안 좋은 것이 분명했다.
나는 성원을 대충 빈 방 침대에 던져 놓으려 했는데.
이 놈이 내 몸을 끌어안고는 놓지를 않았다.
"우웅...프레이야...?"
술에 취해서 나와 프레이야를 착각하는 건지 성원은 내 가슴에 코를 묻고는 말했다.
"프레이야... 안 한지 꽤 됐는데 할래...?"
"지랄을 한다, 미친놈..."
나는 이 새끼가 술에 깨자마자 바로 어제 일을 말해서 얼굴에 똥칠을 해줄 생각이다.
지 장모를 아내로 착각해 섹스 하자고 한 놈이라고.
나는 내일 성원을 놀려줄 생각에 기분이 좋아져서 키득거리면서 그에게서 벗어나려고 했으나.
꽈아아악...
힘이 어찌나 쌘지 아무리 힘을 줘도 벗어나지를 못했다.
애초에 내 인간체는 능력 활용에 기준을 맞춰서 만들어진 것이지 육체적인 능력은 전무했기에 성원의 힘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었다.
성원은 나를 꽈악 껴안은 채로 침대 위로 엎어졌다.
"꺄아아악! 이...이... 미친놈이! 안놔? 야! 나 세계수야! 프레이야 아니라고!"
"헤헤... 프레이야... 츄하자 츄..."
성원은 그러더니 내게 입을 맞춰왔다.
"우웁! 우우웁!"
이게 왠 날벼락 이란 말인가!
취한 성원을 옮겨서 약점을 잡아 놀려줄 생각에 내가 직접 옮긴 것이었는데!
"우우웁! 우웁!"
어떻게든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치지만 도저히 빠져나갈 길이 없었다.
바로 그때.
성원쪽에서 왠 꾸물거리는 것이 내 입 안으로 들어왔다.
'이...이건...!'
진짜 제대로 할 생각인 것만 같았다.
물론 인간들의 성적 지식은 내게도 있었다.
뿌리로 엘프들의 정사를 훔쳐보며 자위하는 것도 취미 중에 하나였으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예쁘고 잘생긴 엘프들에게 열매를 주며, 내 야동의 저장 기간을 늘리는 마음으로 수명을 늘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