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1화 〉30.진짜 미친련 (31/99)



〈 31화 〉30.진짜 미친련

"나랑 같이 가지 않을래?"

프레이야를 두고 가기 싫었다.
이제 나와 하련은 의회로 복귀해야만 했고 그렇게 되면 언제 다시 프레이야를 볼 수 있을지 몰랐다.
그런 기약 없는 약속을 한  그녀를 두고 가기에는 마음이 아팠다.
그녀는 내 물음에 기뻐하다 가도 이내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저는 엘프 여왕이에요... 이들을 버리고 성원씨와 함께 가면..."

옆에서 담배를 피며 우리를 보고 있던 세계수가 연기를 한번 후우하고 내뿜고는, 담배로 나를 삿대질하며 말했다.


"저  난봉꾼 새끼,  딸내미까지 손 댄거야? 련, 저런 난봉꾼 새끼가 뭐가 좋다고 헬렐레 거리는 거야?"

"제발 닥쳐줘..."


옆에서 들려오는 세계수와 하련의 대화를 애써 무시한 나와 프레이야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내가 비록... 하련과도 그런 사이가 되었지만 너를 홀대하거나 하지 않을게... 그러니까, 응?

"성원씨..."


프레이야는 감동한  눈시울을 붉히며 내게 안겨 올려하였지만 옆에서 들려오는 말에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으휴, 씨발. 딸내미 키워 봤자 좆도 의미 없어, 지 좋다는 남자 만나면 간이고 쓸개고 다 내주겠다면서 홀라당 따라가 버린다니까?"


저 씨발련이 진짜.

결국 폭발한 나는 세계수에게 삿대질 하면서 외쳤다.

"야이, 미친년아! 좀 조용히 좀 해! 중요한 얘기 하는 거  보여?"

"뭐어? 미친년?? 너는 그게 지금 니 장모한테 할 말이냐? 이 새끼 완전 패륜아네?"

"장모 같은 소리하네. 야이, 미친련아. 니가 배 아파서 프레이야 낳았냐?"


"프레이야의 할애미에 할애미에 할애미에 아무튼 존나 먼 할애미를 내가 만들었다 왜 꼽냐?"

"으악!!! 진짜 이 미친년이 한 마디를 안지네!!!!!"

"왜 꼬와? 한판 붙어? 아앙?"


그렇게 세계수와 말싸움을 하기 시작하자.
하련이 어느새 왔는지 모를 정도로 빠른 속도로 다가와 우리 앞에 서있었다.

"조용히..."


스으으윽...


"하세욧!!!"

깡!


깡!


어찌나 세게 쥐어 박았는지 구원자의 육체인데도 불구하고 머리에 혹이 생겼다.


"아오... 저 난봉꾼 새끼 때문에..."

"진짜 저 미친련 때문에..."


나와 세계수는 머리에 생긴 혹을 부여잡으며 동시에 말했다.


찌릿!


동시에 서로를 째려보고는 다시 입을 열기 시작했다.


"뭘  이 난봉꾼 새끼야! 꼬추를 짤라 주랴?"

그렇게 말하면서 식물로 가위를 만들더니 싹둑거리기 시작했다.

"지랄하고 있네 미친년이 본체 찾아서 불 질러 버린다?"

나는 오른손에 내가 쓸  있는 최대의  마법을 장전하고는 말했다.

"하이고! 잘도 찾아 보시겠네! 그딴 불로  본체 다 태우려면  억 년은 걸릴꺼다!"


세계수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못 할 거 같냐? 너 진짜 거기 딱 기다리고 있어라, 내가 지옥불이라도 구해다가 태워버릴 거니까."

나는 주먹을 번쩍 들어 당장이라도 불 마법을 때려 박으려 하는 자세를 취하며 말했다.


"응~ 지옥불로 지져도 안타~"

하지만 세계수는 나를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올리고는 히죽거리며 말했다.



"아아아아아악!!!! 존나 얄미워 씨발련!!!!!!!!!"

진짜 존나 화나네.

한 마디를 안 진다.

그런 우리의 모습을 보며 하련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이제는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왜 이 년을 라시르마저 포기 했는지 알 것만 같았다.


진짜 내가 본 여자 중에 제일 미친년이다.


결국 세계수를 이해하기를 포기한 나는 프레이야를 보며 말했다.


"아무튼... 생각해봐 프레이야 이번에 떠나면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몰라."


"난봉꾼 새끼들 특) 항상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함."

"아,  닥쳐봐 넌."


"내 딸내미 데려 가겠다는데 왜 내가 뭐라 못함? 니가 살던 세계에서 장모는  뒤졌냐?"


"하..."


말을 말자 그냥.

여기 있으면 프레이야랑 한마디도 못할 것만 같았다.

프레이야는 내 말을 듣고나서부터 나와 세계수가 뭐라 하는지 신경 쓰지 않고 깊게 고민하는 듯 보였다.

그런 그녀를  세계수는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아가야."


"네? 네!"

프레이야는 당황해서 잠시 하던 고민을 멈추고 세계수의 말에 대답했다.


"저 난봉꾼 새끼가 그리 좋니? 세상에 좋은 남자가 얼마나 많은 줄 알아?"


"하...하지만... 성원씨가 아니면 안돼요..."


여러 의미가 담긴 안돼요 였다.


'음...안되긴 하지...'

이제 프레이야의 성욕을 받아 내줄 남자는  말고는 없었다.

"왜, 저새끼 자지가 그렇게 좋아?"

'저 미친련이 진짜...'


하지만 그 말을 들은 프레이야의 반응은 다른 의미로 충격이었다.


"네, 솔직히 이제 성원님꺼 아니면 간에 기별도 안 차요..."


세계수는 프레이야가 이렇게 대답을 할 줄을 몰랐는지 황당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저 미친놈이 좆질을 그렇게 잘해?"

프레이야는 수줍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네..."


에라 모르겠다 씨발...


이제는 이 대화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조차도 모르겠다.
나는 프레이야와 세계수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을 내버려 두고는 성아에게 가서 물었다.

"성아는 스승님 따라서 갈꺼지?"

성아는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네! 성아는 스승님 따라 갈꺼에요!"

"아이고... 이뻐라..."


귀여운 성아의 미소를 보니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다.
 사이에 프레이야와 세계수는 이야기를 끝낸 것처럼 보인다.


"애휴, 이 애미가 너무 착해서 탈이다. 자식 새끼가 가시밭길로 걸어 들어 가겠다는데, 이렇게 까지 부탁하니 무시할 수가 없구만...쯥..."

그렇게 말하던 세계수는 프레이야의 몸에 손을 가져다 대더니 무언가 의식 같은 것을 치루기 시작했다.
말이 의식이지 그냥 질답이였다.


"여왕 진짜 그만 할꺼니?"


프레이야는 미안한 표정과 기쁜 표정이 공존하는 미묘한 표정으로 세계수의 말에 답했다.


"네... 그게 성원씨와 함께 할  있는 길이라면..."


그 말을 들은 세계수는 한숨을 내쉬더니 나를 향해 담배로 삿대질을 하며 말했다.

"에휴... 너,  좆 같은 난봉꾼 새끼야. 내  눈에서 눈물 흘리게 만들면 진짜 그날로 니 제삿날이다. 알간?"

"지랄하고 있네, 니가 그딴 말  해도 내가 알아서 할꺼다."

"차라리 오크에게 엘프를 맡기지 애휴..."

"말 다했냐?"

"다했는데 뭐 어쩌라고 난봉꾼 새끼야! 내가 틀린 말 했냐?"

"아오, 진짜 저걸 그냥 씹..."

"응~ 그렇게 말해도 좆도 안 무서워~"

하아...

세계수랑 말 한번 섞을 때마다 수명이 절반씩 뚝뚝 떨어져 나가는 기분이다.
세계수는 나를 보며 혀를 차더니만 프레이야의 어깨를 붙잡고는 말했다.


"아가야, 이 행성의 엘프 여왕은 크세르이야로 바꿨다. 공표는 내가 대충할테니 넌 그냥 따라가면 된단다."

그 말을 들은 프레이야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정말요?"

"그려... 그리고 이건... 결혼 선물이다."

그러면서 커다란 나뭇잎을 소환해서 그 안에 세계수의 열매를 꾹꾹담아 싸몄다.
그 모습을 보며 프레이야는 손사레를 치며 말했다.


"아...아뇨! 어떻게 세계수님의 열매를 제가 그렇게 많이..."

세계수는  말에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흥, 걱정마렴 아가야. 저 난봉꾼새끼가 사는 곳에 가면 이런 열매쯤은 널리고 널렸단다. 어차피  터지게 먹게 될 예정인데 덤이라고 생각하면서 가져가면 된단다."

'나는 본 적 없는데?'

그렇게 말하며 세계수는 뒷목을 잡으며 말했다.

"이런 착한 아이를 저런 난봉꾼 새끼가 데려가는 것이 너무 마음이 아프구나... 일단 여왕 공표는 대충 끝내자구나."

세계수는 움직이기도 귀찮은지 덩굴 식물들을 소환해서 소파 채로 뿌리 밖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다들 문 밖으로 나가고 있는 세계수를 따라 밖으로 나가지 감격에 휩싸여 울기까지 하고 있는 엘프들이 보였다.

"아아... 세계수님..."


"세계수님을 뵈었으니 더 이상 죽어도 여한이 없어..."


진짜 어지럽다...


방금까지 안에서 꼰대 냄새 풀풀 풍기던 세계수를 보며 저리 감격하는 모습을 보니 엘프들이 너무 불쌍하다.

"저들도 진실을 깨달아야 할텐데..."

내가 중얼거린 소리를 들었는지 나를 향해 곁눈질을 한번 한 세계수를 향해 가볍게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올려준다.
엘프들이 보고 있어서 대응하지 못할 줄 알았건만  앞에 식물 하나가 솟아 올라서 똑같은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진짜 미친년.'

세계수는 그와 동시에 엘프들에게 여왕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공표했다.

"어...음 그 뭐냐, 그 동안 여왕으로서 수고한 프레이야를 향해 박수~"

진짜  좆대로 한다.

짝 짝 짝  짝


엘프들은 그걸 좋다고 따라 박수를 쳤다.
엘프들의 박수를 받은 프레이야는 얼굴을 붉히며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하련과 성아와 함께 지켜보고 있던 그때.


갑자기 떠오른 궁금증에 하련에게 물어봤다.


"하련."

"응? 왜?"


"아까 왜 '저거'한테 '우리' 쪽으로 왔냐고 한거야?"

불길함 예감이 몸을 뒤덮었다.

설마...


하련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우리랑 같이 의회로 갈 예정이겠지."

"씨발...."

구원자 의회로 돌아가고 나서도  년의 얼굴을 봐야 된다  말인가.
벌써부터 저 년이랑 얼굴 맞대고 살아야 한다는 사실에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어째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네...'


하련은 그런 내 생각을 읽었는지 작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이상하긴 하지만 나쁜 년은 아니야. 라시르와 자매기도 하고, 친하게 지내는게 좋을거야."

세계수와 친하게 지내는 내 모습이 상상이 되지 않는다.
서로 치고 박고 싸우지만 않아도 관계의 발전이 아닐까?
그렇게 여차저차해서 엘프 여왕 계승식(세계수표)가 대충 끝나고 프레이야와 세계수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뭐 하냐?"

"뭐 씨발."

아차, 하련이 친하게 지내라 했는데 이제는 반사적으로  욕이 나간다.


"씨발? 씨이이이발???"

"미안, 나도 모르게 그만."

세계수는 그 말을 듣자마자, 다시 군대 선임 마냥 나를 갈구기 시작했다.

"미안하면 다야? 미안하면 사위 생활 끝나냐?"


"내가 왜  사위냐고, 대체 어떤 식으로 계산 해야만 그런 결과가 나오는 거냐."


나는 짜증이 나서 대답했다.
그러자 세계수는 프레이야를 껴안으며 말했다.


"프레이야가  딸인데 그럼 너가 내 사위지 내 장모냐?"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생각해야만 프레이야가 자기 딸이 된다는 걸까.
나는 진심으로 궁금하여 물었다. "아니, 프레이야는 너의 먼 후손이라고 봐야지 그게 어떻게 딸이 되는 거냐?"


"아니, 프레이야는 너의  후손이라고 봐야지 그게 어떻게 딸이 되는 거냐?"

"우주 전체에 퍼진 모든 엘프들은 모두 내 딸이자 아들이니까."


진짜  같은 답변이 아닐 수가 없다.
결국 다시금 세계수를 이해 하기를 포기한 나는 대답했다.

"아 그러세요~ 너 최고다~"


"말투가 굉장히 띠껍네?"

"기분 탓임."

나는 세계수가 껴안고 있던 프레이야를 빼내서 내  안으로 끌어들인  말했다.


"그리고 이제 프레이야는 니 딸이 아니라 내 아내인 거야. 알았냐?"

"우욱, 아 잠만  토 나올 거 같아. 누가 봉지좀."


세계수가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프레이야에게 말했다.


"정말 괜찮아 프레이야?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지도 몰라."

프레이야는 슬픈 표정을 지었지만.
잠시 뒤, 다시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성원씨가 가는 길이 내가 가야할 길이니까요..."

옆에서 토악질 하는 시늉을 하던 세계수가 말했다.

"진짜 이 착한애를 어떻게 홀려 놨으면... 이 정도면 맹신 수준인데? 너 사이비 교주 해볼 생각 없냐?"


 어깨를 툭툭치며 말하는 세계수의 말을 애써 무시한다.
이제 슬슬 세계수의 비꼼도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하련이 내게 다가와 말했다.


"이제 돌아가자, 성원. 준비는 끝난 거지?"


"음...  만나야  사람이..."


만나야 할 사람을 생각 해보지만.

황태자는 제국이 사라졌지만 알아서 자신의 길을 개척할 인물이기에, 따로 이야기를 나눌 필요 없었다.


키르케는 내가 믿는 이상 소멸할 걱정 따위는 없을 것이기에 굳이 찾아갈 필요 없었다.


소린도 용을 잡아줬기에 더 이상 나와 관련이 없었다.


이제 프로티아는 우리 구원자가 필요 없었다.

드디어  번째 임무를 완료한 것이다.


"없는  같네, 돌아가자 하련."

하련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떻게 돌아 가는지는 알아?"


그러고 보니  때는 차원 이동 장치로 이동했는데 갈 때는 어떻게 가는 거지?
나는 고개를 저으며 하련에게 답했다.

"아니, 못 들은 것 같은데?"


"푸하하, 구원자라는 놈이 차원 이동도 할 줄 모르냐?"


옆에서 쪼개는 세계수를 무시하고 하련을 쳐다보자 그녀가 설명하였다.

"우리가  곳에   사용한 차원 이동 장치는 우리가 가본 적 없는 곳을 가기 위해 좌표 설정을 도와주는 장치야."

"모든 구원자들은 전부 다 차원 이동을  수 있어. 요령을 알려줄게."

그렇게 말한 하련은 갑자기 허리춤에서 안 쓰던  한자루를 꺼내더니 이어 말했다.

"우선 이미지를 생각하는 거야. 내가 어디로 가겠다 하는 이미지."


"그리고 나서 칭호의 힘을 끌어올려서 공간을 꿰뚫는 다고 상상하면...이렇게!"

그렇게 말하며 검을 한번 쉭하고 휘두른 하련의 앞에는 차원 이동 장치에서 뿜어져 나오던 빛이 똑같이 나오고 있는 커다란 균열이 생겼다.
하련은 다시 칼을 허리춤에 차고는 말했다.

"어때 쉽지? 이번에는  것으로 이동하기로 하고, 다음에는 너가 혼자서 연습해 보면 돼."

"차원 이동을 위한 차원 균열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차원의 수복력으로 알아서 사라지니 걱정 할 필요 없고."

음, 이해가 될랑 말랑 한다.
아마 직접 해보면  것만 같은데, 이렇게 보기만 하니까 잘 감이 안 잡히는 느낌이다.
뭐 다음에 해보면 되겠지.
하련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나를 보며 말했다.


"그럼 먼저 갈 테니 따라 들어와!"

그러고 서는 균열 안으로 몸을 던졌다.
하련이 떠난 균열 앞에서는 성아와 프레이야, 그리고 세계수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뭐하냐? 얼렁 안 들어가고?"

세계수는 나를 보며 키득거리며 말했다.

"말 안 해도 갈꺼다. 성아랑 프레이야는 내 손을 잡아."

나는 양손을 성아와 프레이야에게 각각 내밀고는 말했다.


슥 슥

양손에 부드러운 손들이 올라왔다.
그러고 나서는 그 손을 붙잡아 균열 쪽으로 끌어 당기며 걸었다.


뚜벅 뚜벅 뚜벅

첫 번째 세계였던 프로티아와도 이제 안녕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한번 뒤를 돌아보자 세계수가 담배를 뻑뻑 피고 있었다.


'진짜 조온나 눈치 없는 년.'

그렇게 나와 성아, 프레이야는 차원 균열 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뒤이어 들어간 세계수가 사라지자 그 곳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