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9화 〉28.심판 집행 part 2 (29/99)



〈 29화 〉28.심판 집행 part 2

[허나 역사 속에서 크고 작은 분쟁이 끊임 없이 일어났으며,  분쟁은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힘이 없는 소수의 민족을 탄압하고 발언권을 억제하는 행동은 지탄 받아야 마땅한 일.]

[로 엔드리올은 그러한 분쟁이 더욱 커지기 전에 주의를 해야만 할 것이다.]


[로 엔드리올에게 '구원'  선언한다.]

그렇게 말한 하련은 손에서 한 자루의 검을 만들어냈다.
그 검을 손에 쥐고 나서 로 엔드리올을 향해 집어 던졌다.

쉬이이이이익!

대기권을 뚫고 들어간 검은 신기하게도 아무런 충격 없이  엔드리올의 중앙에 내리 박혔다.
갑작스레 떨어진 검에 놀란 수인들은 검에게서 떨어져 경계심 어린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하련은 입을 열었다.

[앞으로  엔드리올에서 의미 없는 분쟁이 일어날 시, 그 검은 탄압 받는 민족을 위해 스스로 일어날 것이다.]


[자아를 가진 검은 모든 분쟁이 사라질 때까지 해당 민족을 수호하며 그들을 지켜줄 것이다.]

[이로써 로 엔드리올의 '구원'의 집행을 완료한다.]

무작정 좋은 행동으로 문제점을 해결하기 보다는 압도적인 무력으로 해당 행동을 제재하는 방식의 구원.
하련의 성격이 돋보이는 구원이었다.

하련은 엔드리올의 구원의 집행이 완료되었음을 선언하고는 바로 이어 7왕국을 바라보았다.

[다음은 제국을 둘러싼 7개의 왕국 차례다.]

그 말이 들리자 왕국의 사람들은 황족, 귀족, 백성을 가리지 않고 벌벌 떨기 시작했다.
아마 드래곤을 죽이는 장면을 보고는 상당히 겁을 먹은 듯 하다.


[일명 7왕국이라고 불리는 7개의 왕국은 은밀한 동맹으로 이루어져 서로 협력하고 있었기에, 하나의 문명으로 취급하여 평가하기로 하였다.]


[제국에 탄압에 오랜 기간 버텨오며 서로 간의 굳건한 동맹으로 자신의 나라를 유지한 7왕국들은 윤리, 환경, 문화, 기술, 역사, 총 5가지 항목에 통과하였다.]


[비록 제국의 압박에 어쩔  없었다고는 하나, 제국의 침공에 군수 물자를 지원 해줌으로써 분쟁을 일으킨 것이 분쟁 항목에 통과하지 못한 이유이며.]

[그러한 행동이 내 객관적인 시각에서는 도덕적이지 못한 일이라 생각되어 도덕 항목에 통과하지 못하였다.]

[어디 까지나 평가는 객관적인 것이기에 구원자 개인의 견해가 들어가 있음을 알린다.]

[5가지의 항목으로 과반수 이상의 평가를 통과한 7왕국에는 '구원' 을 선언한다.]

[앞에 말한 엘븐가드, 성국과 동일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7왕국의 구원을 세 문명의 구원과 함께 집행하겠다.]

그렇게 말한 하련은 내게 굳은 얼굴로 말했다.

"준비됐어?"

이미 준비는 끝났다.
세 문명의 문제점은 바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제국의 폭정.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성원은 다시 앞으로 걸어 나왔다.

가슴이 떨려왔다.


제국은 이 대륙의 50퍼센트를 차지하는 거대한 국가였고,  제국을 심판 한다는 것은 수많은 생명을 앗아 간다는 것.


심판이 끝난 후 이곳에서 쌓아왔던 인연들과의 관계가 부서질 것이 두려웠다.

나를 괴물로 보면 어떡해야 할까.


나를 두려워하면 어떡해야 할까.

나를 그런 눈으로 쳐다보는 프레이야와 성아의 시선을 버틸 수 있을까.


나를 위해 기도 해주었던 키르케가 나를 두려워하면 어떡해야 할까.


온갖 잡생각이 머리에 들었지만 나는 해야만 하였다.


후우우우우...

숨을 내쉬고는 다시 목소리를 울려 퍼지게 하였다.


[오만한 제국이여.]

 마디에 제국에 있는 사람들이 공포를 버티지 못하고 실신하거나 오줌을 지리기도 하였다.
어떻게든 제국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주하고 있는 귀족들의 마차가 보였지만 소용 없는 일이었다.

나는 한번 더 말했다.

[오만한 제국이여.]


 번째로 내뱉는 같은 말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미쳐버리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나는 그들을 보며 말을 이어갔다.

[오만함이 극에 달아 모든 것을 집어 삼키려 들었던 제국이여.]


[그대들의 폭정은 구원자로써 더 이상 간과할 수 없을 만큼 극심해졌다.]

[그렇기에 제국은 환경, 기술을 제외한 모든 항목에서 탈락하였다.]


[첫 째, 노동자들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것과 더불어 수많은 사람들을 끔찍한 꼴로 만드는 것을 방관하였기에 윤리 항목에서 탈락 하였다.]


처음 하련과 제국을 찾아갔을  보았던 분노한 국민들을 그렇게 만든 것은 제국 그 자체였다.
또한 황실에서 직접적으로 비윤리적인 업소를 운영하는 것에서 이미 제국의 윤리 의식은 바닥을 쳤다.

[둘 째, 내 객관적인 시각으로도 제국의 행태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타락하였기에 도덕 항목에서 탈락하였다.]

도덕은 구원자가 본인을 실존적 주체자로서 자신이 선택한 행동의 원칙과 자신이 만들어낸 관례를 뜻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 이성원이라는 개인적인 구원자로서의 관점으로는 제국은 도덕적이지 못하였다.


[셋 째, 제국 내부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전쟁을 일으켰기에 분쟁 항목에서 탈락 하였다.]

제국 내부에서 일어나는 불만과 시위를 잠재우기 위해 그 시선을 바깥으로 돌리려 하였다.
그렇기에 제국은 아무런 명분도 없이 전쟁을 일으켰고,  전쟁을 통해 빠져나간 인력을 충당하기 위해 강제적으로 수많은 젊은이들을 끌어가 노동 시켰다.
 끝나지 않은 노동 속에서 죽어가고 병에 걸리는 노동자들이 속출하였으며.
결국 그러한 행동이 윤리와 도덕의 부재를 불러 일으켰다.

[넷 째, 이 종족을 노예로 삼아 온갖 고문과 입에 담지 못할 악행을 저지르고 그것을 자랑하는 귀족들의 문화, 남녀가 모여 난잡한 난교를 벌이는 문화  입에 담기도 힘들 정도로 타락한 문화가 다수 존재하였기에 문화 항목에서 탈락하였다.]


황실에 침투했을 때 느껴지는 음란한 향기와 자신들이 데려 온 노예들을 자랑스럽게 자랑하던 귀족들은 말할 것도 없었으며.
백성들조차도 살아남기 위해 자식에게 도둑질을 가르쳤고, 자식이 돈이 되는 물건을 훔쳐오면 칭찬해주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미 망가져 버린 국가에 남아있는 건전한 문화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다섯 번째, 제국의 시조 크로울리 국왕이 만들어낸 이 국가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케이든 황태자를 힘으로 몰아내고 모함하여 반역자로 칭한 다음 그것이 진실인 마냥 백성들에게 잘못 된 역사를 알렸기에 역사 항목에서 탈락하였다.]

역사는 굳이 오래 된 일이 아니라 바로 어제 일어난 일이라 할지라도, 역사가가 기록으로써 남긴 다면 그것은 '올바른 역사' 로서 후대에게 전해진다.
그것은 후대에게 왜곡된 역사를 가르쳐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게 하는 비극을 불러오고, 후대는 그 사실을 모른 채 자신들의 역사에 대한 자부심을 가진다.
황실 역사가들은 후에 똑같은 비극을 이끌어  것이 분명한 잘못된 역사를 역사서에 기록하여 보관하였고 그것을 명한 것은 2황자였다.

[이렇듯 제국은 문명의 느린 발전 속도로 인해 많이 발전하지 못한 기술 항목과 그다지 더럽혀지지 않은 자연 덕분에 환경 항목에서 겨우 통과할 수 있었다.]

[이상 과반수의 항목이 모두 통과하지 못한 제국에게...]

['심판'을 선언한다.]

처음으로 내려지는 심판에 제국은 이미 광기에 휩싸였다.
백성들은 무기를 들고 황실을 찾아가 황태자와 황녀들을 끌어내렸으며.
귀족들은 어떻게든 살기 위해 자신의 재산을 챙겨 도망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럼 '심판'을 집행한다.]


꼬옥


뒤를 돌아보니 하련이 나를 껴안아 주고 있었다.
나를 껴안은  하련은 내게 속삭였다.


"해아먄 하는 일이야. 그러니 두려워 하지마."

"그래..."

하련의 말에 용기를 얻은 나는 동결의 힘을 끌어올렸다.
내 손에서 흘러 넘치는 동결의 힘이 일렁거리며 주변을 끊임없이 동결 시켜 나간다.
나는 한번 심호흡을 하고 말을 이어 나갔다.

[오만한 제국이여.]


[심판의 시간이 도래했다.]

[우선 미래를 보지 못한 그 눈을 빼앗겠다.]

나는 동결로 도망치는 귀족들을 포함하여 모든 제국의 인간들에 눈을 동결 시켰다.


"아아아아악! 눈이!!!!!!!!"


"엄마....엄마....살려줘...."

"살려주세요...살려주세요..."

제국의 인간들은 더 이상 광기에 휩싸이지 않은 채 용서 만을 빌 뿐이었다.
하지만 이미 너무나도 늦은 후회였다.
제국을 바꾸고 싶었다면 모두가 힘을 모아 바꿀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제국의 백성들은 그러지 않았다.

(누군가는 해주겠지.)

(언젠가는 바뀌겠지.)


(그런 일을 해봤자 바뀌는 것은 없어.)

그렇게 자신들을 타이르며 아무도 제국의 횡포에 대해 이렇다  반항을 하지 않았다.
현실에서 도망치기 위해 마약에 손을 대거나.
욕망을 풀기 위해  없는 여성을 강간 하던가.
누군가를 죽여 물건을 빼앗던가.

흡사 짐승과도 다를  없었다.


[다음은 스스로 일어나지도 못하는 그 발을 빼앗겠다.]


모든 제국의 인간들에 발을 동결 시켰다.

"발이...발이  움직여!!!"


"으아아악!!!!!! 내 발!!!!!! 내 바아아알!!!!!!!!!"


모든 인간들이 바닥에 주저앉아 도망치지도 못하며 멍한 얼굴로 허공을 응시했다.
그들의 없어진 시력 속에서도 하련과 성원의 모습은 무서우리 만큼 선명하게 보였다.

이렇게 되기 전에 무언가  수 있을 것이었다.
멀쩡한 육체를 가지고도 아무런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가상 세계를 돌면서 제국처럼 썩은 국가들은  수도 없이 보아왔다.
이렇게 모든 사람이 포기하고 받아들이는 곳도 있는가 하면.
모두가 일어나서 자신들이 살고 있는 나라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곳도 있었다.
그렇기에 성원은 제국의 인간들이 그저 괘씸했다.

[멀쩡한  손을 가졌음에도 제국을 바꾸려 시도조차 하지 않은  손을 빼앗겠다.]

모든 제국의 인간들의 손이 동결 되었다.
손발이 움직이지 않고 눈이 보이지 않게 된 제국의 인간들은, 동결된 눈으로 인해 후회의 눈물조차 흘리지 못했다.


"어헝헝헝헝... 잘못 했어요... 이렇게 죽고 싶지 않아...."


"차라리 죽여!!!!!! 죽이라고!!!!!!"


"응애! 응애! 응애!"

이제 와서 후회한들 너무 늦은 후회였다.
한번이라도 목소리를 내서 국가의 잘못된 점을 비판했어야만 했다.
본인의 목숨이 아까워 누군가 해주겠지 라며 그저, 자신의 앞길만 챙기기 급급하였던 지난 날들을 후회 하여야만 했다.

[잘못 돌아가고 있는 제국의 썩어버린 내부에서 단 한번의 목소리조차 내지 않았던 죄. 그 죄에 대한 대가로 목소리를 빼앗겠다.]

한순간에 제국은 쥐 죽은 듯 조용해 졌다.
입이 완전히 동결되어 더 이상 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인간들은, 땅바닥을 기어 다니는 지렁이처럼 살기 위한 몸부림  뿐이었다.


 이상 살아있기를 포기한 인간도 많았다.
아직 움직이는 목을 이용해 땅바닥에 머리를 세게 박아, 스스로 머리를 깨서 죽어버리는 사람들이 속출하였다.
길거리에는 하나둘 자살을 선택한 사람들에 의해 피가 강을 이뤄 흘렀고, 그 피는 하수로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지성체는 본디 살아 있으면 자유를 추구하기 마련이다.
먹을 자유, 입을 자유, 살아갈 자유.
그 모든 자유를 원하기에 자신의 모든 것을 불태워서 라도 행동하는 자들이 있었고, 그런 그들이 바로 '영웅' 이었다.
가상 세계에서 만난 그들은 항상 똑같은 말을 하였다.
어느 세계, 어느 국가에서 만나더라도 영웅들은 하나같이 자유를 갈망했다.
인간이 인간 답게   있는 자유를 말이다.
그리고 제국에는 이렇게나 많은 인간 중에 단 한 명의 영웅조차도 존재하지 않았다.


[멀쩡히 살아 있음에도 자유를 위해 제 몸 하나 버리지 못한 죄. 그 쓸모 없는 목숨을 거둬주마.]


그렇게 말하고는 모든 제국인들에 심장을 동결 시켰다.
 모든 장면을 보고 있는 프로티아의 지성체들은, 숨도 쉬지 못하고 비현실적인 장면을 바라 보고만 있었다.
볼을 꼬집고 뺨을 때려봐도 이 장면은 틀림없는 현실이었다.


드워프들은 축제를 멈추고 조용해졌다.
엘프들은 세계수 앞에 모여 죽은 이들의 명복을 빌어 주었다.
수인들은 씁쓸한 얼굴을 하며 꼬리와 귀를 축 늘어뜨리고는 자리에 주저 앉았다.
신성 왕국은 죽어버린 영혼들을 위해 키르케에게 기도하였다.
드래곤들은 압도적인 힘에 놀라 그저 멍하니 눈 앞에 펼쳐진 장면을 쳐다만  뿐이었다.
7왕국들은 자신들이 저렇게 되지 않았다는 것에 안심하며, 비어버린 제국의 영토를 나누기 위해 각자 사절을 보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각자 방법은 다르지만 모두가 똑같았다.
그저 천재지변과도 같은 존재에게 죽어버린  없는 제국인들을 애도 하면서도, 본인들이 심판 받지 않았다는 것에 마음 깊이 안도하고 있었다.

[이것으로 39012 프로티아 행성의 구원과 집행을 모두 완료하였다.]

[신성 왕국, 엘븐가드, 7왕국의 구원은 제국에 대한 심판으로 대체하겠다.]

[생존한 모든 지성체들이여, 우리 구원자는 너희들을 지켜  것이다.]


[만약 그대들 중 누군가가 제국과 같은 길을 걷게 되는 그날.]

[우리는 다시 찾아올 것이다.]

그렇게 집행을 끝낸 나와 하련은 상징체를 해제하고 원래대로 돌아왔다.
막상 각오를 다졌지만 아직도 두 손이 벌벌 떨린다.
마치 홀린 듯이 시행한 집행이었다.


내가 죽여버린 제국인들 사이에는 죄 없는 아기 또한 있었다.


응애... 응애... 응애...

귓가에서 아기의 울음소리가 계속 맴돌았다.
치밀어 오르는 구토감에 그만 참지 못하고 그만 허리를 굽혀 토악질을 했다.

"우에에에에엑....구에에에에엑....허억...허억..."

하련은 내 옆으로 다가와 우주 공간이라 얼어버린 토사물을 칼로 쳐내 멀리 날려 보내고는 내게 말했다.


"괜찮아 성원...?"

괜찮지 않다.

"우욱....하아...하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헛웃음이 나왔다.

아직 첫 번째 심판이다.
이러한 일을 하련과 다른 구원자들은  수도 없을 만큼 긴 시간 동안 해왔다.

'이게 무슨 추태냐...'

나는 허리를 다시 세워 하련을 보며 말했다.

"미안해, 처음이라 아직 익숙하지 않네..."

하련을 아무렇지 않게 위로한 주제에 심판 한번 정도로 이렇게 추태를 부리는 것이 창피하였다.
창피함에 턱을 긁적이며 억지로 웃던 그때.
하련이 나를 살며시 안아주었다.

우주임에도 느껴지는 명확한 온기.
 따듯함에 마치 어머니 품과 같은 기분을 느끼며 더욱 고개를 파묻었다.

"괜찮아... 괜찮아... 내가 있어... 성원..."

"응...하련..."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끌어안고 한참을 서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