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화 〉26.하 련의 고백과 심판의 시작
그녀는 다시 뒤로 돌아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이제 후회하지 않아."
그렇게 말하고 나서는 내게 기습적으로 키스했다.
쪽
짧은 키스에는 많은 뜻이 담겨져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키스 후에 자신의 입술을 한번 훑더니 배시시 웃으며 내게 말했다.
"너를 만났으니까."
그 말을 들으니 나는 의문에 잠겼다.
내 무엇이 그녀를 이렇게 나를 사랑하게 만들었을까.
내가 그녀에게 무엇을 해준 것일까.
어째서 이런 과분한 사랑을 내게 주는 것일까.
단순히 내가 그날 하련을 위로 해주었기 때문에?
단지 그것만이 이유인 것일까?
나는 하련을 쳐다보며 말했다.
"하련."
하련은 웃으며 대답했다.
"응, 왜?"
"하련은 나를 왜 사랑하게 된 거야?"
하련은 내 말을 듣고 서는 살며시 웃으며 말했다.
그녀의 웃음 속에는 조금의 슬픔이 담겨 있는 것만 같아 보였다.
"너가 처음 이였으니까."
"여태껏 한번도 구원자 동료들에게 힘든 것을 티를 내 본 적이 없었어."
그렇게 말하는 하련은 한 걸음 내게 다가왔다.
"왜냐면 모두가 힘들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한 걸음
"나만 힘들지 않았을 거니까."
또 한 걸음
"모두가 같은 짐을 안고 있으니까."
마지막 걸음으로 내 앞 도착한 그녀는 나를 보며 말했다.
"위로란 내가 가진 무거운 짐을 다른 누군가가 함께 나누어 들어주는 거야."
"본인의 짐조차 힘들게 들고 있던 구원자 동료들에게 내 짐을 나눠줄 수는 없었어."
그녀는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사실 성원 너에게도 그런 식으로 위로 받고 싶지 않았어."
"그냥 네 앞에서 그런 식으로 짜증을 냈다는 사실이 쪽팔리고 창피해서 혼자서 마음을 달래러 나간 거였거든."
"언제나처럼 담배를 피며 내 마음을 꾹 눌러 억누르고 있으니 너가 내게 다가오더라."
"그러더니 나를 안고는 뭐라 했는지 기억나?"
뭐라 했었는지 똑똑히 기억나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는 나를 보며 말을 이어갔다.
"해야만 했던 일이다."
"너무 아파하지 말아라."
"당신 잘못이 아니다."
"그렇게 말하더라. 초짜 주제에, 나와 처음 만난 주제에, 자신도 언젠가는 똑같이 떠안을 짐 일텐데."
하련은 자조적인 미소를 지우고는 다시 장난스럽게 웃으며 내게 말했다.
하련은 나를 향해 손을 조금씩 들어 올렸다.
"살면서 처음으로 누군가가 나를 이해해주는 것만 같았어."
조금씩
"살면서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어졌어."
또 조금씩
"그렇게 마음을 먹으니... 너라는 존재가 점점 내 마음 속에서 커져만 갔어."
하련의 손이 내 얼굴을 향해 다가왔다.
그러고 서는 나를 보며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근데 나중에 보니 완전 선수였지 뭐야? 이 바보 같은 남자는 내게 그렇게 말해서 내 마음을 홀라당 뺏어가고는 다른 여자랑 밤을 보내고 있는 거 있지?"
하련은 결국 내 얼굴에 완전히 닿아버린 손을 부드러운 손길로 내 볼에 가져다 댔다.
볼에 올려진 그녀의 손에서 따뜻한 온기가 전해져 온다.
"처음에는 내 자신이 한심하더라. 너는 그런 의미로 한 위로가 아닐텐데... 혼자서 착각하고 혼자서 슬퍼했어."
"그래서 그냥 너에게 느꼈던 그 감정을 무시하려고 했지."
"근데 사람 마음이 그렇게 쉽게 조종할 수 있는 게 아니더라."
"그래서 그랬어. 그게 다야."
그렇게 말을 한 그녀는 얼굴을 붙여서 한번 더 짧게 키스했다.
쪽
그녀는 입을 때고는 배시시 웃으며 내게 말했다.
"사랑이란거, 처음 해봤어. 근데 그게 내 마음대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감정이 아니더라."
"막으면 막을수록 더욱 커져만 갔어. 처음에는 내 마음에 떨어진 작은 빗방울 같기만 했던 감정이 어느 순간 바다처럼 변해 내 마음 속에서 흘러넘쳐 주체가 안되더라."
"이제는 누구에게도 양보하고 싶지 않을 만큼 너가 좋아, 성원."
그녀는 내 볼에 올려진 손을 서서히 내려 내 가슴팍에 얹더니 고개를 푹 파묻고는 조용히 말했다.
"사랑해... 성원. 내 모든 걸 주고 싶을 만큼..."
그 말을 마지막으로 말을 끝 마친 그녀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것이 가슴 쪽의 감각으로 느껴진다.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 했었던 행동이었다.
어떠한 계산조차 들어가지 않았고 그저 그녀를 안아주고 싶어서 안았던 것이다.
그러한 행동 하나가 하련에게는 크나큰 위로였다.
머리가 뻥 뚫린 기분이었다.
이제서야 하련이 나를 사랑하게 된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고, 나는 드디어 진정한 의미로 그녀의 이해자가 되었다.
그녀의 구구절절한 사랑 고백을 내 마음도 주체할 수 없을만큼 벅차 올랐고, 나 또한 하련의 고백에 보답해주고 싶었다.
나는 그녀를 와락 껴안고는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하련... 다시 한번 말하지만 사랑해..."
"이제부터 항상 너의 곁에는 내가 있을 거야."
"힘들면 기대도 돼."
"아프면 내게 투정 부려도 돼."
"이제 약속해줘, 혼자 아픈 걸 참지 않기로... 내게 하련의 모든 것을 말해줬으면 해."
"나 또한 하련에게 내 모든 것을 줄게."
"사랑해, 하련 그 누구보다도..."
그녀는 내 갑작스러운 포옹과 고백에 당황 하였지만.
그런 나의 행동을 자연스레 받아주었다.
나를 바라보는 하련의 얼굴에는 계속 눈물이 흘렀지만...
그 이상의 기쁨이 담긴 환한 미소가 담겨 있었다.
하련은 나를 눈물을 소매로 한번 슥 닦더니 내게 속삭이듯 조용히 말했다.
"나도 다시 한번 말하지만 사랑해... 성원... 항상 내 곁에 있어줘..."
하련과 나는 서로의 사랑을 한번 더 확인하였다.
아무것도 없는 텅 빈 평야에 그녀와 나는 단 둘이 태양 아래 서서 사랑을 속삭이고, 지금 만큼은 그 무엇도 우리를 방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각하며 그녀를 부드럽게 껴안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렇게 서로를 끌어안아 체온을 느끼길 얼마나 지났을까.
하련은 내 품에서 빠져나와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정말... 여자한테 자기를 좋아한 이유 같은 걸 물어보는 남자가 어딨어..."
그러고 서는 내 볼을 살며시 꼬집었다.
나는 볼을 꼬집힌 채로 웃으며 하련에게 말했다.
씨익
"여기있네?"
하련은 그런 나를 보며 얼굴을 붉히더니 고개를 홱 돌리며 대답했다.
"흥, 쓸데없이 시간만 보냈네. 이제 가자, 성원."
이제 갈 시간이다.
제국의 군대는 하련의 손에 의해 한 줌 먼지로 사라졌다.
"웜 홀(Wormhole)."
웜 홀을 열어 제국의 수도와 연결한다.
지지지지지직.....
차원이 갈라지며 웜 홀이 생성된다.
나는 내 옆에 서있는 하련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긴장되네..."
하련이 말하기를 제국의 심판은 내게 맡긴다고 하였다.
내 구원자 인생에 있어 제국은 처음으로 심판 받은 국가로 남을 것이다.
제국이 심판 받아 사라지는 모습을 모든 대륙에 지성체들이 볼 것이고.
그런 모습을 두 눈으로 본 그들은 제국과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며 살아갈 것이다.
"그러고 보니 제국에 붙어있는 7개의 왕국은 전부 평가한 거야?"
나는 하련을 향해 물었다.
"응, 그때 따로 떨어져서 평가를 했을 때 내가 전부 돌아 다녀봤어."
하련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걸 보면 평가가 나쁘진 않았나 보네."
아마 왕국이 무슨 문제가 있었다면 분명히 하련이 내게 말했을 것이다.
"맞아, 제국과 손을 잡고 전쟁을 일으켰지만, 사실 상 제국의 군수물자를 지원 해주고 길을 뚫어준 것이 전부야."
"다행이네..."
나는 하련의 손을 꼼지락 만지며 말했다.
"대부분 제국 측에서 반 협박으로 이루어진 동맹 관계였고, 오히려 왕국들은 예전의 평화를 원하는 낌새였지."
"전체적으로 기술로 인해 환경이 파괴될 만큼 발전하지 못하여서 2항목은 확정적으로 통과되는 것이 결정적이었어."
"대체로 윤리, 도덕 면에서도 흠잡을 것은 없었고, 역사 또한 다들 제국에 비해 국력이 약하다 보니 이렇다 할 잘못된 역사는 없어서 결국 7왕국은 대체로 5~6항목을 통과했어."
그나마 다행인 점이었다.
만약 왕국들도 제국과 같이 썩어버렸다면 모조리 심판을 내려야 했을 거니까.
이제는 심판을 행함에 있어 두려움과 고민은 사라졌지만, 그럼에도 죄 없는 사람들까지 포함에서 대량학살을 일으킨다는 사실은 내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손을 마주 잡고 있는 하련과 함께 웜 홀을 통과했다.
타닥 탁
웜 홀에서 나와 처음 제국에 왔을 때 도착했던 수도에 도착했다.
하련과 나는 서로 말을 하지 않아도 다음 행동을 시작했다.
나와 하련의 주위에 시공간 동결을 친다.
그리고 이어지는 상징체로서의 변환.
몸에서 푸른 빛줄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상징체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옷은 회색빛 양복으로 바뀌고 신발을 검은색 구두로 변했다.
머리카락은 하얗게 세어버렸고 양손에서는 푸른 빛줄기가 넘실거렸다.
내가 상징체로 변한 모습을 보며 하련이 감탄했다.
"네 상징체가 너무 멋있어서, 내꺼는 좀 보여주기 부끄러운데..."
그렇게 말하면서도 하련 또한 상징체로 변하기 시작했다.
긴 생머리를 말아올려 비녀를 꽂은 듯 단정히 올려지는 머리.
비녀는 은색 빛으로 빛나고 있었고, 그녀의 옷 또한 크게 변하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변했다.
원래는 흰색바탕에 연녹색으로 다양한 문양들이 그려진 도복이였지만.
상징체로 변하니 티끌 하나 묻지 않은 순백색의 도복으로 변했다.
하지만 상의와 머리 스타일과는 다르게, 신발은 묘하게도 현대적인 슬리퍼로 변하였다.
머리를 올린 그녀 또한 엄청나게 아름다워 보였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말했다.
"하련의 상징체로 정말 예쁜데? 머리 말아올린거 정말 잘 어울려."
하련은 내 말을 듣고 조금 기쁜듯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그으..래? 너가 예쁘다고 하면 예쁜 거겠지..."
사실 원판이 예쁘니 뭘 해도 어울린다.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는 말이 있지 않던가.
패완얼의 진수를 보여주는 하련의 모습.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을 빼어 들고 서있는 하련의 모습은 마치 고대 중국 신화에 나오는 구천현녀(九天玄女)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후..."
숨을 한번 들이쉰다.
그러고 나서 하련에게 말했다.
"이제... 풀게? 푸는 순간 모든 지성체들이 우리를 보는 거지?"
"맞아, 정확히는 너가 힘을 방출하면 그때부터 보이기 시작해. 그럼, 얼빠진 모습 보이지 않게 제대로 행동해야 된다?"
하련은 내게 경고를 하고는 이내 웃음기를 싹 빼고 진지한 얼굴로 바뀌었다.
그에 따라 나 또한 진지한 얼굴을 만들고는 시공간 동결을 해제했다.
시공간 동결이 풀리고 하련은 하늘 위로 날아 올랐고, 나는 그런 하련의 뒤를 쫒아 마찬가지로 하늘을 향해 날아 올랐다.
그렇게 날아 올라 외기권까지 날아올랐을 때 발 아래를 쳐다보았다.
세상이 미니어쳐 마냥 조그맣게 보이기 시작했고, 어느새 행성 바깥으로 빠져나와 프로티아 행성의 전체를 볼 수 있었다.
우주밖에서 본 프로티아 행성은 지구보다는 조금 작은 크기지만 푸른 새깔의 아름다운 행성이였다.
하련은 조용히 힘의 리미터를 해제해서 방출하기 시작했고 나 또한 그녀를 따라 힘을 방출하기 시작했다.
상징체는 마치 심판을 위해 존재하는 듯한 육체였다.
힘을 온전히 방출하기 시작하자 시야에는 저 멀리 떨어진 엘븐가드의 엘프들 마저 보였다.
프로티아의 생명체들은 눈앞에 보이기 시작한 우리가 당황스러운지 다양한 반응을 일으키고 있었다.
나는 하련에게 배운대로 심판의 단계 그 첫번째, 권리 선언을 시작했다.
-크로울리 제국-
2황자 레이븐은 어제 술에 취해서 반반한 여자들을 불러 모아 신나게 난교파티를 하고 잠에 들었다.
아침에 눈을 떠서 주위에 누워 있는 여자들을 보니 권력의 힘이 달콤하게 느껴진다.
"흐흐흐... 이제 아이언쓰론을 정복하고 엘븐가드마저 정복하면 더 이상 우리 제국을 막을 것은 없다."
"드래곤들은 인간사에 참여하지 않으니 걱정할 필요 없고, 로 엔드리올의 떨거지들과 평화밖에 모르는 멍청한 성국은 우리의 상대가 되지 않지."
"그렇게 되면 나는 제국 최초로 대륙을 통일한 황제가 된다... 큭큭..."
당연하게도 레이븐은 형제자매들과 권력을 나눌 생각이 애초부터 없었다.
그저 황위에 오르기 위해 이용한 장기말들일 뿐 자신과 동등한 존재로 보지 않았다.
"아이언쓰론을 정복하자 마자 바로 반역 세력으로 싸잡아 몰살 시킨다... 그렇게 되면 나를 방해할 존재는 아무도 없어! 크하하하하하하"
대륙의 황제가 된 자신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리자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침대에서 일어나서 혼자 웃고 있는 그때.
눈 앞에 갑자기 신기루처럼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게... 뭐지...?"
눈 앞에 나타난 신기루에는 어두운 공간에 서있는 두 명의 남녀가 보이기 시작했다.
검을 들고 있는 순백색의 가운 같은 것을 입고 있는 여성과 손에서 푸른 빛줄기를 줄기줄기 내뿜어내고 있는 이색적인 옷을 입은 흰머리의 남자.
혹시라도 잘못 본 것인가 싶어 두눈을 비벼보지만 그 둘은 사라지지 않고 바로 앞에 존재하는 것 마냥 명확히 보였다.
밖에 있는 병사를 불러 둘의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 소리를 지르려던 그때, 흰머리의 남성이 입을 열었다.
[들어라, 프로티아 행성의 지성체들이여.]
목소리는 마치 귀 안에 박아 넣듯이 또렷하게 들려왔다.
갑자기 온몸이 사시나무 떨듯 와들와들 떨려오기 시작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공포가 온몸을 덮쳤다.
"커헉.... 헉...."
숨이 막혀왔다.
저 존재의 목소리가 들리니 형용할 수 없는 두려움이 온몸을 잠식을 했다.
두 눈을 질끔 감아 보지 않으려고 노력해보아도 소용없다는 듯 그들의 모습이 또렷이 보였다.
[우리는 구원자이자 심판자. 차원을 떠도는 방랑자이자 그대들의 종말이다.]
-엘븐가드-
성원씨가 성아를 맡긴 후, 언제나와 같이 오늘도 성아와 함께 놀아주며 같이 과자와 차를 즐기고 있었다.
언제쯤 성원씨가 다시 오실까 하는 마음이 들던 늘 똑같은 하루였다.
성아와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갑자기 눈 앞에 하루가 멀다하고 그리워하던 성원씨의 모습이 보였다.
'성원씨가 너무 보고싶어서 드디어 헛것이 보이는 걸까...'
하지만 눈을 비비고 다시 떠봐도 하련님과 같이 어두운 공간에 서있는 성원씨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내가 잘못 보고 있는 것이 확실한가 궁금하여 성아를 바라보았고, 성아 또한 허공을 응시하며 말했다.
"스승님...?"
"성아야, 너도 보이니?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지...?"
그때 성원씨가 입을 열었다.
[들어라, 프로티아 행성의 지성체들이여.]
귀로 때려 박히듯 들리는 그 목소리에는 거부 할 수 없는 위엄이 담겨 있었다.
그 목소리를 듣자 마자 성원씨와 하련님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러고는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문명의 심판과 구원... 그게 지금이구나...'
온몸이 덜덜 떨려왔다.
분명히 사랑하는 성원씨의 모습이 분명함에도 본능이 도망치라고 소리 질렀다.
마치 쳐다볼 수조차 없는 격의 높이가 느껴졌다.
'참아... 너는 성원씨의 아내야... 남편이 하는 일에서 눈을 돌리면 안돼! 프레이야, 정신 차려!'
억지로 성원씨의 말 하나하나를 귀에 담기 위해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부여잡고 자세를 바로 앉았다.
[우리는 구원자이자 심판자. 차원을 떠도는 방랑자이자 그대들의 종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