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0화 〉19.드워프들의 국가, 아이언쓰론 (20/99)



〈 20화 〉19.드워프들의 국가, 아이언쓰론

달리기 시작 한지 얼마 안되서 강철 성의 입구 앞에 도착했다.
가까이서 보니 더욱 견고해 보이는 강철 성의 입구 앞에는 드워프 병사 두 명이 서서 우리를 향해 창을 내밀고 있었다.

"누구냐! 인간은 아이언쓰론에 들어올  없다!"

경계심이 엄청나다.
당연한  이겠지.
현재 아이언쓰론은 엘븐가드와 동맹하고 크로울리 제국과 전쟁을 하고 있는 상태였으니까.
하지만 나에게는 프레이야가 준 통행증이 있었다.
아공간을 열어 안에 집어 넣어 놨던 세계수의 나뭇잎 조각을 꺼내 내밀며 말했다.

"엘븐가드의 소개로 찾아 왔습니다. 이걸 보여주면 통과  것이라고 하던데 안될까요?"


내가 내민 나뭇잎 조각을 보더니 드워프가 흠칫 놀라고는 말했다.


"잠...잠시만 기다려라! 지금 확인하고 오겠다!"

그렇게 말한 드워프 병사 한 명이 성 문 안으로 들어갔다.


쿠우우우우우웅

강철 문이 열리더니 안으로 드워프 병사가  하고 사라졌다.
남은 병사 한 명은 우리가 혹시라도 뛰어 들어가지 못하게  앞에 서서 계속 우리에게 창을 겨누고 있었다.
나는 하련을 보며 말했다.


"경계심이 대단한데요? 프레이야가 아니였으면 쉽게 못 들어갈 수도 있었겠네요."

하련은 프레이야를 칭찬하는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입을 뚱하게 내밀고 내게 말했다.

"확실히 그렇긴 하네...몰래 들어가는게 힘든 건 아니지만 어차피 드워프들의 협력이 필요하니까 정식으로 들어가는게 좋긴 하겠지."


말을 하면서도 인정하기 싫은 듯 보이는 하련의 모습이 귀여워 보였다.


'내가 먼저 물어봐야 되나? 이거 언제까지고 이런 사이로 있으면 너무 불편할 것만 같은데.'

차라리 내가 먼저 물어보고 아니면 아니다 맞다면 맞다로 결론을 빨리 내는  좋을 것만 같았다.
계속 해서 이러한 태도를 보인다면 나도 곤란하니까.
나는 그렇게 마음을 먹고 하련을 불렀다.


"저...하련?"

하련은 내가 부르자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왜?"


"그...혹시..."

막상 물어보려니 오히려 내 쪽이 쪽팔렸다.
지금 내가 하려는 행동은 전형적인 자뻑남 같지 않은가.


'님 혹시  좋아함? 좋아하면 말을 하셈!'

이것과 다를 게 없는 행동이다.
어떻게 말을 이어야 할지 고민하던  안으로 사라졌던 드워프가 또 다른 드워프 한 명을 데리고 나왔다.
병사와는 다른 고급스러운 갑옷과 창을 들고 있는 붉은 색 수염이 투구 밖으로 삐져 나와있는 드워프였다.
 드워프는 병사 드워프를 뒤에 내비두고 앞으로 나와 우리에게 물었다.

"세계수의 나뭇잎을 어디서 얻었지?

드워프가 놀란듯한 말투로 우리에게 말하는 것을 보아하니 아마 세계수의 나뭇잎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내가 생각한 것 보다 커다란 듯 하다.
뭐 거짓말  이유도 없고 당당하게 말하면 되겠지.


"프레이..아니 엘프 여왕에게 직접 받았습니다. 이걸 보여주면 아이언쓰론에 통과시켜 줄꺼라고 하더군요. 혹시 안됩니까?"

드워프는 내가 엘프 여왕에게 직접 받았다는 말을 듣자 더욱 놀라며 말했다.

"프레이야 여왕에게 직접 받았다고 이걸?"


뭔 의미를 가지고 있기에 저리 놀라는 거야.
나는 숨길 필요도 없는 데다가 이미 프레이야도 엘프들에게 말을 해뒀다고 하니 당당하게 말했다.


"네, 프레이야 여왕께 직접 받은 겁니다. 무슨 문제가 있나요?"

말하고 나서 뒤를 보니 어느새 내게 말을 걸던 드워프 뒤로 한 무리의 드워프가 나와서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내 말이 끝나자마자  무리는 엄청나게 시끄럽게 떠들기 시작했다.

"야! 들었냐? 엘프 여왕이  인간한테 세계수의 나뭇잎을 줬대!"


"뭐? 미친 개소리 하지마라 저거 당연히 가짜 일꺼다!"

"말도 안된다! 내 프레이야 쨩이 그럴리가 없어!!!!"

"오늘 그녀의 동상을 완성했다고!"


"시국이 어떤데 지금 미쳤다고 인간이랑 그러겠냐? 생각을 좀 해라 이 멍청한 동광석 대가리야."


"뭐? 말 다했냐? 이 새끼가 지금 나한테 시비거는 거냐?"

"안될거 없이 덤벼! 이 개새끼야!"

그러더니 자기들 끼리 투탁 거리며 싸우기 시작했다.
이쯤되니 나도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프레이야 나한테 대체 뭘 준거야. 이거 그냥 통행증 아니였나?'

그런 생각에 내 손에 들린 세계수의 나뭇잎을 빤히 보고 있자 앞에 나와있던 드워프가 큰 소리로 말했다.

"모두!!!! 조용!!!! 엘븐가드의 국빈이 오셨다! 맥주와 고기를 꺼내와라!!!!!!!"


어? 국빈?

잠시 두뇌가 멈춘 나는 이 모든 사태의 이유를 깨달았다.

설마...

"엘프 여왕이 준 세계수의 나뭇잎!!! 그것은 하이 엘프가 자신의 짝에게 주는 맹세의 증표!!! 그리고 이 엘프 특유의 보존 방법은 인간이 만들어   있는 게 아니다!"


개씨발... 좆 된거 같다 진짜로...

살며시 고개를 돌려 하련을 쳐다보니 그녀의 얼굴이 무섭게 굳어가고 있었다.

'프레이야...다음에 만나면 진짜 밤새 혼내 줄거야. 이런 씨발...'


프레이야에게는 분명히 하련과 같이 아이언쓰론에 간다고 말해 놨기에 그녀가 이러한 상황을 예측  했을 리가 없다.
지금 프레이야는 대놓고 하련에게 도전장을 내민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 남자는 내 남편이다.
우린 이러한 사이다 라고 말이다.
하련도 그 뜻을 알았는지 손발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끼기기기긱

끼기기기기기긱


우득


'끼기긱? 우득?'


옆을 보니 이를 갈고 있는 하련이 보였다.
표현이 그런 게 아니라 진짜 이가 갈리고 있었다.
바닥으로 갈린 치아의 조각들이 떨어졌고 그와 동시에 순식간에  상태로 자라나는 이빨은 자라 날 때마다 계속해서 갈려나가고 있었다.
그 상황에 하련이 작게 읊조리는 소리가 내 귀에 들렸다.


"이...씨발련이 감히..."

진짜 큰일났다.


'좆됐어 우리 좆됐다고 프레이야!'


이 상황을 어떻게든 수습해야 했다.
나는 급한 마음에 폭탄 발언을 내뱉은 드워프에게 말했다.


"저...저기! 잘못 본 거 아닙니까? 저는 그냥 통행증인줄 알았는데요?"

그러자 뒤에서 축제를 여니 마니 하면서 분주히 움직이는 드워프들에게 온갖 명령을 내리고 있는 붉은 수염의 드워프가 나를 보며 말했다.

"아이고! 잘못 봤을리 있겠습니까! 제 이름은 소린 블랙해머입니다! 편하게 불러주십쇼!"

자신을 소린이라고 말한 드워프는 잠시 목을 가다듬더니 엄청난 속도로 말을 뱉어내기 시작했다.

"그 세계수의 나뭇잎은 하이 엘프들만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하이 엘프가 태어날 때 세계수로부터 부여 받는 개인 식별 증표 같은 겁니다!!!"

"하이 엘프가 완전히 성장  때까지 엘프 고유의 작업을 해서 절대 부서지지 않게 만들어 반은 자신이 가지고 있고 반은 저장해 두었다가 후에 만날 자신의 짝에게 선물하지요!"

그러고는 내 손에 나뭇잎을 뺏어가더니 어디선가 돋보기를 꺼내서  살펴보고는 말했다.

"음...나뭇잎의 결을 따라 계속해서 움직이는 프레이야 여왕님의 마나!! 확실합니다!!! 이건 진품입니다!!!!"

"프레이야 여왕께서 저희 아이언쓰론에 찾아와 친분을 다지고 간지 아직 한 달도  안됐으니 제가 착각  리가 없습니다!! 이건 드워프로써의 명예를 걸고 약속 드리죠!!!"


개씨발 진짜...

이건 뭐 좆되라고 고사를 지내는 수준이다.


아드드드드득 빠드드드드득
아드드드드득 빠드드드드득
아드드드드득 빠드드드드득

후두두두두두두두둑

이를 가는 소리가 더욱 커지고 바닥에 떨어지는 갈려버린 이빨 조각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너는 씨발 내가 기억한다. 소린!!!!!'

눈치 없는 드워프 새끼 나중에 꼭 엿을 맥이고 말 것이다.

"소린님! 축제가 준비 됐다고 합니다!!!"

안에서 드워프 병사가 하나 나와 소린에게 말했다.


"음! 최고의 술과 음식을 꺼냈겠지?  남성...어 그러니까..."

그러더니 나를 보며 말했다.

"혹시 실례지만 이름이 어떻게 되십니까?"


나는 저 눈치 없는 드워프를 때려눕히고 싶다는 욕망을 꾹 억누르며 대답했다.

"이성원 입니다..."

그 말을 들은 소린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감사를 표하더니 드워프 병사를 향해 말을 이어했다.

"성원님은 프레이야 여왕님의 남편, 즉 엘븐가드의 부마이시다!!! 그때 프레이야 여왕님에게 즐기게 해드렸던 축제만큼 좋은 술과 고기가 필요하다 이 말이야!"

하...

'그만해 제발...'

더 이상 하련은 이빨을 갈지 않았다.


조용히 허리 춤에 찬 검을 꺼내더니 달릴 자세를 잡더니 내게 말했다.

"잠시 기다려 성원. 지금 엘븐가드에 다녀오겠어. 이 건방진 년을 잡아서 내 손으로 직접 족치지 않으면 분이 풀릴 것 같지 않아."


손이라매! 손이라매!


칼부터 집어넣고 말해야 설득력이 있을 거 아니야!

나는 하련에게 다가가서 살며시 어깨를 붙잡고 말했다.

"하하하...하련 잠시 진정 하세요... 일단 아이언쓰론에 들어가는 게 먼저 아닐까요?"


하련은 내 말을 듣고도 진정되지 않은 듯 말했다.

"아, 평가. 그거 성원 너가 대신 좀 해주면 안돼? 나 지금 굉장히 바빠질 것만 같은데."


진짜 제발 한번만 살려주세요.


나는 이제는 하련의 다리마저 붙잡고 말했다.

"그 제가  잘못 했습니다! 저도 프레이야보다는 하련이 소중해요!"

그 말을 들은 하련은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칼을 집어넣더니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정말?"


"물론이죠! 저희는 구원자 동료잖아요! 프레이야는 언젠가는 제게서 떠날 사람이지만 하련과는 앞으로도 영원히 보고 살아야 한다구요?"


틀린 말은 아니다.
가슴 아픈 소리지만 엘프가 수명이 길어도 무한한 구원자의 수명을 따라 올 수는 없다.
언젠가는 죽겠지...


'스퀴르처럼 생명을 유지 시킬 수 있는 칭호가 아닌 이상에야...'

그렇게 생각하니 내가 말하고도 너무 잔인한 말 이였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순간 진심으로 시무룩해졌다.
하련은 순간 내가 잘못 말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자신을 말리기 위해 그렇게 까지 말해준 다는 것에 미안함을 느꼈는지 푹 숙이고 있는  머리 아래로 자신의 머리를 집어넣어 내 눈과 마주치게 만들고는 내게 말했다.

"울어...? 아니지?"

나는 이때다 싶어서 신체를 조종해서 눈물  방울을 찔끔 흘렸다.

'이걸  속아 넘어가면 말이 안된다!'


물론 프레이야에게 미안하긴 했지만 울 정도는 아니었다.
지금은 하련을 제정신으로 돌리는 게 더 중요했다.

"아...아닙니다...안 울었어요..."

나는 일부러 훌쩍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목소리  좋고! 감정 상태 좋고!'

안 속아 넘어  수가 없는 완벽한 연기였다.
나는 일부러 소매로 찔끔 흘러나온 눈물을 닦고는 일부러 밝은 척 하는 것처럼 그녀를 향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자! 일단 아이언쓰론 측에서 축제를 준비했다니 같이 즐기죠! 이것도 하나의 평가 아니겠습니까? 한번 경험 해보고 좋으면 문화 항목을 통과시키면 되니까요!"


"그래. 일단 들어가자..."

하련은 자신이 잘못했다고 느끼는지 말끝을 살짝 흐리며  손을 잡아 성 문 안으로 이끌었다.

가슴 한 쪽의 자리 잡은 양심이 내 심장을 조금은 찔러 왔지만...
이런 방법이 아니면 방금 하련은 정말로 엘븐가드로 달려가 프레이야랑 머리채를 붙잡고 싸웠을 꺼다.


'나는 평화를 위해 이렇게 행동 한거라고, 암! 그렇고 말고!'

그런 생각을 하며 일부러 힘을 풀고 하련에게 끌려가다 보니 어느새 아이언쓰론에 들어왔다.


'와우...'

잠시 연기 중이 였다는 것조차 까먹게 만드는 광경 이였다.
수많은 드워프들이 나무로 된 탁자와 의자를 꺼내와 길거리에서 고기와 술을 먹고 있었고 한쪽에서는 자기들끼리 무언가를 하며 노는건지 시끄러운 소리가 내 청각을 가득 채웠다.
뒤에서 소린이 다가와 내 옆구리를 톡톡 찌른다.
아마 어깨를 치고 싶었지만 키가 닿지 않아서 옆구리를 찌른 거겠지.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며 소린을 쳐다보자 소린이 말했다.


"다시 한번, 정식으로 소개합죠! 저는 드워프들의 대표! 소린 블랙해머 입니다!"

대표라고? 국왕이 아니라?

하기야 그가 말했던 것을 떠올려보니 확실히 국왕이 할법한 말들은 아니였다.
나는 소린을 보며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드워프는 국왕이 없는 건가요?"

그러자 소린은 자신의 갑옷의 가슴 부분을 탕탕치고는 또 다시 속사포처럼 말했다.


"물론이죠! 저희 드워프는 모두 평등한 존재입니다! 제가 대표로써 역할을 맡고는 있습니다만!"

"그것은 크로울리 제국과의 전쟁을 위해 엘븐가드와 동맹을 맺을 때 엘븐가드의 프레이야 여왕님이 오시는 것처럼!"

"아이언쓰론의 대표로써 협상할 사람이 필요해 대표로 뽑혔을 뿐! 이 자리는 전쟁이 끝나면 사라질 임시 직책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성원님은 프레이야 여왕님의 부마! 존중 받을 가치가 있는 분입니다!"


그렇구나...

뭔가 내가 알던 드워프보단 이 곳의 드워프들이 훨씬 공손한  같았다.
예전 가상 세계에서 봤었던 드워프 중 하나는, 내가 세계관 최강자로써 군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칼을 막 다룬다고 해머로 내 머리를 찍은 적이 있었다.
그렇기에 약간 거침없고 항상 당당한 종족으로써  머리에 고정관념이 생겨있지만 소린의 행동을 보니 그럼 고정 관념이 벗겨지는 기분 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말 많은 건 어디가나 똑같구나..."

말이 진짜 존나 많았다.
드워프들은 말 많은 게 종특인지 한시라도 조용 하지를 않았다.
오죽하면 잘  조차도 시끄럽게 하기 위해 코를 곤다고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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