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화 〉13.크로울리 제국
찌지지지직...
자신만만하게 말했지만 아무래도 제국 측에서 단단히 방비한것 같다.
억지로 열어 재끼면 텔레포트가 성공할 수는 있겠지만 혹시 몰라서 상위 마법인 웜 홀(Wormhole)을 사용해서 공간과 공간 사이를 이었다.
"이걸로 이동하면 될 듯 하네요."
그렇게 말하며 하련을 쳐다보았다.
뚜우우우웅...
그녀는 뚱한 표정을 짓고 황색 튤립의 꽃다발을 바라 보고만 있었다.
그러면서 힐끔힐끔 내가 들고 있는 물망초 꽃다발을 힐끔거리는 건 덤이었다.
아마,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이 꽃에 담겨있나 보다.
하련은 잠시 뒤 표정을 풀고는 웜 홀 앞으로 걸어왔다.
"그래 들어가자."
그렇게 말한 하련은 웜 홀 속으로 몸을 던졌다.
살짝 웃은 나는 그 뒤를 따라 바로 웜 홀 속으로 들어갔다.
잠시 시야가 까매졌다가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여기가...제국...?"
왠 어두컴컴한 뒷골목으로 나왔다.
"맞는 것 같아. 저길 봐."
그녀가 가르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들자 커다란 건물이 보인다.
"저게 황성일까요?"
"그렇겠지 저 정도 크기가 황성이 아닐리가 없으니."
누가 봐도 나 황성이요 하고 주장하는 크기였다.
"그래도 좌표는 제대로 가르쳐 줬나 보네, 황성 한복판에 떨어지지는 않았으니까. 이번에는 조금 더 은밀하게 움직일 수 있겠어."
하긴 굳이 우리가 왜 이곳에 왔는지 엘븐가드에서의 일처럼 말하고 다닐 이유는 없었다.
"성원. 내 말 잘 들어."
하련은 나를 보며 말했다.
"지금부터 우리가 할 것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평가야. 엘븐가드의 평가는 이미 내가 어젯밤에 전부 끝내놨어. 엘븐가드는...통과야. 이번에 너는 처음이니까 엘븐가드의 평가만 내 평가를 대리평가로 삼는게 좋겠어."
엘븐가드는 통과라고? 하지만 분명 세계를 전부 돌아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아.'
내가 놓치고 있는 점이 떠올랐다.
그래, 우리는 '행성'을 평가 하는게 아니라 '문명'을 평가 하는거다.
그 왜 현대에서도 메소포타미아 '문명', 이집트 '문명' 이렇게 부르지 않았는가.
이렇게 다양한 국가가 존재하는 문명은 각 국가 마다 평가를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평가 기준에 부합하는 국가가 있어도 다른 국가에 평가 미달 때문에 연좌제 마냥 쓸려 나가면 그건 그냥 대량 학살 일테니.
"아 그러네요? 생각해보니 저희는 '문명'을 평가하는 거였군요. 이렇게 다양한 국가가 있는 행성이면 국가마다 따로 평가를 내려야 하는 거군요."
"그래, 몰랐다면 기억 해두는 편이 좋아. 사실 어제도 너와 밤에 돌아다니면서 평가를 마칠 생각 이였는데, 그냥 나 혼자...했어."
말끝을 흐리는게 이건 백퍼센트 어젯밤 일을 의식 하는거다...
'흠... 그건 그렇고 평가라...'
"그렇다면 이번 제국에 대한 평가는 제가 내려봐도 될까요? 제가 잘못 생각하거나 놓치는 것이 있다면 옆에서 정정해주세요."
"아니, 나는 관여하지 않아."
그녀는 숨을 가다듬고 말을 이었다.
"설명 들었겠지만 우리의 평가는 '객관적'인 거야. 그러므로 같은 문명을 보고도 서로 다른 답이 나오는 경우도 빈번하지. 그래서 보통 여러명이 한 문명을 갔을 경우는 다수결로 정하는데 짝수일 경우 라시르를 호출해서 투표를 진행해."
"너는 너만의 기준을 확립 해야해. 너가 생각하는 마지노선, 그 것을 넘었는가 안 넘었는가를 생각하고, 과연 이게 옳은 선택인가 계속해서 고민 해야해."
"너는 이게 처음이니 한동안은 힘들거야. 정확한 판단이 서지 않고, 판단을 내려 집행을 하건 구원을 하건 후회하는 일도 생기겠지."
"그리고 그 모든 게 경험으로써 너가 생각하는 평가의 기준을 확립 시킬거야."
-그렇구나...'
내가 생각하는 마지노선이라니.
역시 직접 경험해봐야 할 것 같다.
뒷골목에서 나와 거리로 나온다.
수많은 사람들이 각기 바쁘게 움직이며 거리를 오가고 있었다.
아마 이곳이 제국의 수도겠지, 황성도 이곳에 있으니.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요?"
"우리는 이 곳의 뒷세계로 들어 가본다."
뒷세계.
어느 문명이든 항상 존재 해왔던 세계의 어두운 일면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먼저 보겠다 이 말이다.
그건 그렇고 제국의 모습은 내가 생각한 판타지 세계와는 살짝 달랐다.
"상당히 발전된 것 같네요?"
보통의 판타지 세계는 중세시대와 비슷한 정도의 문명에 마법의 발전이 문명의 발전도를 좌우했다.
'그런데 이곳은 마치...'
1차 산업혁명이 일어났던 18세기 영국을 보는 것만 같은 건축 양식과 거리였다.
거리에는 마차들이 바쁘게 지나가고 있엇고 공기는 무언가 우중충 했다.
"읍...공기가 영 좋지 않군."
확실히 맑은 공기가 가득한 엘븐가드에서 제국으로 바로 오니 체감이 더 심했다.
그래도 현대인으로써 살았던 나에게는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았다.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습니다."
자동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연 냄새 가득한 도로를 옆에 두고 걷는거보다야 나은 편 이였다.
좀 더 살펴봐야 겠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환경 면에서는 아직 그렇게 까지 더럽혀지지 않은 걸로 보인다.
'일단 환경은 보류.'
그렇게 살짝 인상을 찌뿌린 하련의 뒤를 따라 뒷골목을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늘 존재하는 뒷골목의 인간이 나타나 우리에게 시비를 걸어주길 바라며.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뒷 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귀족이다...! 여기 귀족이 있다!!!"
뒤돌아보니 거지꼴의 행색을 한 중년의 남성이 곡괭이를 들고 우리를 노려보며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갑자기 수많은 인기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귀족...?"
"더러운 부르주아 놈들...!"
"우리 애는 지금 굶어 죽기 직전인데!"
광기에 휩쌓인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상황을 보아하니 우리를 귀족이라고 착각한 듯 보인다.
확실히 우리가 입고 있는 깔끔한 옷.
더럽지 않고 깨끗한 행색.
누가 봐도 귀족이라고 착각 할 수 있을 만한 모습이었다.
"어떡하죠, 하련님? 이대로 제압할까요?"
"아니, 기다려봐. 이런 상황이면...곧 누군가 나타날꺼다."
하련의 말이 끝나자마자 군중들 사이로 누군가 앞으로 나왔다.
거지꼴을 한 비쩍 마르고 늙은 노인.
그는 우리를 향해 말했다.
"귀족놈들이 어찌 이곳에 왔는가? 당신네들이 데려간 사람들로는 부족했던가?"
'데려갔다고?'
생각해보니 제국은 전쟁 중 이였다.
아마 노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남성, 여성 안 가리고 멀쩡한 자라면 전부 끌고 간 듯 보인다.
"당신들이 데려간 것처럼 손발 멀쩡한 자는 더 이상 이 지역에는 존재하지 않아. 썩 꺼져!"
그러더니 노인은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물론...몸 성히 가고 싶으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될것이야."
그러더니 갑자기 노인 뒤에 서있던 두 명의 건장한 사내가 앞으로 나왔다.
'아니, 손발 멀쩡한 놈은 다 데려갔다며 얘내 둘은 손발이 없나?'
그런 생각을 하던 중, 하련이 입을 열었다.
"너 구나."
쉬이이이익
그녀는 말이 끝나자마자 자리에서 사라졌고 어느새 그녀의 손에는 두 개의 머리가 들려져 있었다.
방금까지 몽둥이를 들며 노인 앞에서 우리를 위협하려 했던 남성들 이였다.
나야 놀랍지 않았지만 저들에게는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일 순간 '죽여!', '내 아들을 살려내!' 등등 증오의 말을 내뱉던 군중들이 모두 조용해졌다.
눈 앞에서 벌어진 일이 어떠한 과정을 통해 일어났는지 뇌가 논리적으로 이해하지 못하였기 때문 이였다.
쿵! 쿵!
머리가 없어 그저 고깃덩어리가 되어버린 두 개의 몸이 바닥을 향해 힘 없이 쓰러졌고, 그걸 눈앞에서 보고 있던 노인은 순간 공포에 휩싸여 몸을 덜덜 떨기 시작했다.
하련은 그런 모습을 한심하다는 듯이 보더니 그 노인에게 말했다.
"이봐."
거지는 마치 괴물이라도 본 듯한 얼굴로 벌벌 떨며 그녀를 향해 바짝 엎드려 대답했다.
"네! 네! 무엇이든 물어보십쇼! 제가 이래 봬도 이 골목의 정보통 입니다요!"
하련의 예상대로 이 노인은 평범한 분노한 군중이 아니였다.
어느 문명에도 항상 이런 놈들은 있었다.
불합리한 상황 속 분노한 사람들을 모아 하나의 군중으로 만들어 선동하고 자기는 그 사이에서 떨어지는 콩고물을 얻어 먹는 놈들.
더럽는 생각이 들었다.
이 노인은 쓰레기같은 족속 이었다.
'남에게 기생해서 살아가는 기생충 같은 놈들...'
"본거지로 안내해라. 제일 높은 놈을 내 앞에 데려다가 무릎 꿇게 만들어. 만약 그렇지 못한다면..."
그녀는 손을 살짝 뻣더니 노인의 몸을 손가락으로 툭툭 찔렀다.
노인은 순간 자신이 무엇을 당했는지 몰라 그녀가 툭 찌른 부분들을 손으로 더듬었다.
아무런 이상이 없는 걸 안심 하려던 찰나.
몸의 내부와 외부를 날카로운 쇠붙이로 갈기갈기 헤집는 듯한 감각이 노인의 몸을 덮쳤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아악!!!!아아아아악!!!"
노인은 미친 듯이 소리 질렀으나 그 소리는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녀가 무슨 짓을 한 것인지는 몰라도 노인의 목소리가 사라져 버렸다.
노인이 바닥을 뒹굴며 고통스러워 하던 걸 지켜본 하련은 이제 됬다고 생각한건지 다시 노인의 몸을 손으로 툭툭 찔렀다.
그러자 노인은 고통이 사라져 가는 걸 느끼며 숨을 가쁘게 몰아쉬었다.
"허억...허억...허억...대체...당신은...누구십니까...허억...?
"너 따위가 알 필요 없어, 내가 방금 한 말 못 들었나? 당장 내 앞에 데려와 무릎 꿇려라."
"알...알겠습니다...대신 같이 가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저 같은 말단이 그런 말을 해도 미친놈으로 몰려 맞아 죽을 뿐입니다...부디 자비를..."
그 말을 들은 하련은 순간 고민하더니 흔쾌히 대답했다.
"좋아, 대신 이번에 만약 같잖은 꼼수를 부리면..."
그러더니 이번엔 칼을 꺼내서 노인의 심장 부위에 가져다 대고 말했다.
"너 뿐만 아니라 그 떨거지들 까지 한꺼번에 쓸어 버려주지."
노인은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걸 확인한 하련은 칼을 칼집에 집어넣었다.
어느새 모였던 군중은 흩어지고 있었다.
군중이란 본래 일반적으로 정서적이고 비합리적인 동기에 의해서 움직이기 쉬운 사람들이 뭉친 집단을 말한다.
그렇기에 군중심리 라는건 이렇게나 연약하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면서 모이면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 조차도 자신들이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면 책임을 전가 하고 도망치기 바쁘다.
물론 이들의 분노는 절절히 느껴졌다.
억울하고 원통 했을 것이다.
원래 이렇게 다수의 숫자로 소수를 핍박하는 악한 인간들이 아니었을 것이다.
단지 너무나도 불합리하고 무력한 상황 속에서 분노를 표출한 수단을 찾고 있었을 뿐.
그렇게 생각하니 절로 씁쓸한 웃음 나온다.
그때 노인이 말했다.
"그럼 절 따라 오시면 됩니다. 그...앞을 막는 것들이 몇 명 있을텐데 제가 말로는 해보겠으나 혹시 통과가 안되면...나으리께서 어떻게 해주십쇼. 거기까지는 제 능력 밖 입니다요..."
"알겠으니 빨리 안내나 해라 시간이 아깝군."
하련은 싸늘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렇게 우리는 노인을 따라 좀 더 깊숙하고 어두운 골목을 따라 걸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드디어 인기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때 앞에서 거대한 덩치를 가진 험악한 인상의 사내가 나와 우리를 가로막았다.
"정지."
그러자 노인은 바로 그를 향해 말했다.
"선동자 브릭입니다요...올리버 나으리. 이 분들은 굉장히 귀하신 분들인데 보스를 만나고 싶다고 하셔서 헤헤..."
굉장히 비굴한 자세로 올리버라는 거한에게 말을 마친 노인은 우리를 처다 보며 말을 맞춰주길 바라는 듯이 쳐다 봤다.
그러자 하련은 고개를 떨구고는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역시 이런 건 내 스타일이 아니야."
사실 하련은 성원에게 폭력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다.
'그런 모습을 보면...프레이야와 나를 비교할 것 같을걸...'
항상 나긋나긋 웃으며 성원을 대하는 프레이야
하련은 절때 그런 행동은 못할 것만 같았다.
그녀는 본래 굉장히 포악한 성정이다.
어렸을 적의 트라우마와 검을 갈고 닦으며 억눌러왔던 욕망이 해방되면서 꾹꾹 눌러왔던 포악성이 겉으로 드러났다.
말을 돌려하거나 자신을 비꼬는 자가 있으면 참지 않는다.
일단 베고 힘으로 찍어 누른 후 그 뒤에 말을 듣는 스타일 이였다.
사실 하련 혼자 이 상황에 있엇으면 저 노인이고 거한이고 모두 순식간에 죽여버리고, 보스라는 놈이 나올 때까지 온갖 뒷골목을 헤집고 다닐 생각 이였다.
'그렇게 까지 해버리면...비교가 아니라 경멸까지 할 수도 있어.'
성원과 상당한 시간을 보낸 결과.
그는 아직 정의로운 편에 속하며 의미 없는 살인을 꺼리는 성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분명 자신을 경멸할 것이 분명했다.
그 시선을 받으면 너무 상처 받을 자신의 마음이 두려웠다.
하지만 더 이상은 참기가 힘들었다.
노인의 행동은 자신이 기억하는 '그 남자' 를 닮았고, 그것 때문에 더욱 더 역겹게 느껴졌다.
사실 처음 만나자마자 죽여버리고 싶었다.
'그래 이 정도면 많이 참았어.'
그렇게 생각을 마친 하련은 검을 뽑았다.
그때였다.
성원이 앞으로 나와 목소리를 낮게 깔며 말했다.
"요즘은 이런 말단들도 자기 보스의 지인을 보고 이딴 식으로 대하나? 아주 기강이 땅에 떨어졌군."
그렇게 말한 성원의 오른손에는 타오르는 듯한 불길이 일렁거렸다.
"자 비키던가 죽던가 둘 중에 하나 정해라. 더 이상 지체 되기 귀찮으니 5초를 세겠다.
그렇게 말하고 서는 왼손을 들더니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며 조용히 읊조렸다.
"하나"
엄지가 접혔다.
노인은 식은 땀을 흘리기 시작했고 거한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우리 보스께서는 만날 사람이 있다면 미리 명령을 내려주신다. 그리고 오늘 귀한 분이 올 것이라는 말은 없었다."
"둘'
검지가 접혔다.
"죽고 싶은가 보군."
거한은 앞으로 걸어 나오며 말했고 노인은 눈을 질끔 감았다.
"셋"
거한은 손을 크게 뒤로 뺀 다음 성원을 향해 빠르게 주먹을 날렸다.
깡!
거한의 주먹은 성원을 감싸고 있는 무언가에 의해 막혔다.
거한은 자신의 주먹이 무언가에 막힌 걸 느끼고는 곧바로 반대쪽 손으로 다시금 주먹을 날렸다.
깡!
"넷"
그쯤 되자 거한도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자...잠깐 내가 지금 보스에게 확인하고 오겠다!"
그렇게 말한 거한은 서서히 뒷걸음 쳤다.
나는 그렇게 도망갈려 하는 거한을 향해 말했다
"다섯, 나는 분명 기회를 주었다."
5초 국룰 대로 시간을 줬지만 도망가지 않은 것은 거한이였다.
"플레임 오브 디스트럭션(Flame of destruction)."
그렇게 말한 성원의 오른손에서 타오르던 불길이 거한의 몸을 덮쳤다.
불길에 휩싸인 거한의 몸은 삽시간에 불타 되어 사라졌다.
그곳에는 마치 아무것도 없었다는 듯이 재조차 남기지 않고 한 사람이 소멸 되었다.
나는 손을 탈탈 털면서 작게 읊조렸다.
"쯧, 기회를 줬을 때 도망쳤어야지."
사실 죽일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어찌 된 건지 하련은 지금 이 상황에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그녀의 안에서 무언가 터지기 전에 먼저 손을 썼다.
'차라리 내가 죽이는 게 낫지.'
성원은 딱히 정의롭거나 살인을 꺼려 하는게 아니었다.
가상 세계에서 수많은 인간을 죽이거나 고문까지도 해왔던 그였다.
이제 와서 사람 한둘 죽인다고 하여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성원은 정의로운 것도 아니었다.
쓰레기처럼 살아본 적도 있었다.
단지 그러한 삶이 취향에 맞지 않았을 뿐.
고작 그것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