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화 〉6.첫번째 임무 (7/99)



〈 7화 〉6.첫번째 임무

아, 맞아.

훈련이 끝나면 라시르가 찾아오라 했는데.

"라시르가 어디에 있다고 했엇지...?"

그때 마침 저쪽에서 머리를 부여잡고 걸어오고 있는 라프키르가 보인다.
라프키르는 무언가를 고민하듯이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으으...어떻게 하지... 진짜 가기 싫은데..."

혼자서 중얼거리고 있는 라프키르에게 살며시 다가가서 옆 볼을 손가락으로 찌른다.

"으왁 뭐야 성원! 언제 왔어?"

그녀는 진심으로 몰랐는지 깜짝 놀라며 내게 물었다.

"방금 스퀴르씨 방에 갔다가 나오는 길에 복도에서 보이시길래 온 겁니다만...혹시 라시르님이 어디 있는지 아시나요?"

"어...라시르? 모르겠는데 일단 여기 라시르한테 가는 텔레포트 장치 만들어줄게 라시르 앞으로 데려다 줄거야."

이야, 역시 편리하다 창조.
이건  많이 부러운 능력이다.
나는 라시르를 감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무슨 고민인지 몰라도 해결됬으면 좋겠네요."

물론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기에 그녀가 스퀴르의 일을 대신 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내가 참견할 일은 아니기에 모른  말했다.

"어...그래...아니 잠깐만 너 지금 라시르 보러 가는 게 훈련이 끝나서 그런거야?"

내 말을 들은 라프키르는 기대감에 찬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그 정도로 싫은 거냐고...

"네 그런데요?"

긍정을 하자 라프키르는 함박 웃음을 지으며 폴짝폴짝 뛰었다.

"아싸! 이제 스퀴르 뒤치닥거리 안해도 된다! 에헤헤헤 재미없어서 죽는 줄 알았단 말이야."

스퀴르가 가는 문명이 대체 어떤 곳이길래 라프키르가 이 정도의 반응을 보이는 걸까.

"스퀴르씨가 가는 곳이 그렇게 재미없어요?"

"응! 백날 평화로운 곳만 골라간다고~ 특히 식문화만 발달된 곳으로 말이야!"

사실 이즈음되면 본업이 요리사 인게 아닐까.
아니, 무엇보다도 평화로운 곳만 가는 거면 좋은 거 아니야?
나는 라프키르가 좋아하는 문명은 어디일까 궁금해졌지만 라시르를 만나야 하기에 시간을 더 끌 수는 없어서 물어보지 않았다.

"음....전부 그런 건 아니긴 한데... 약 70퍼센트가 그런 곳이야. 하여간 애처가 녀석은  말린다고~ 에릴에게 먹일 새로운 음식 구한다고 사방팔방 돌아다니는 거 보면 정말 독하다니까?"

그건 진짜 대단하긴 하다.
저게 순애고 저게 일편단심이지.
왠지 모르게 흐뭇해지는 기분이다.

"어쨋든 그럼 난 스퀴르한테 가서 다시 일 떠넘기고 올게 너는 라시르한테 가봐! 이 텔레포트 기계는 네가 사용 후 사라지게 만들어 놓을게~ 그럼 다음에 봐!"

그 말을 마지막으로 라프키르는 신이 난  스퀴르의 방 쪽으로 달려갔다.

그럼 나도 가볼까.

그렇게 창조로 만들어진 텔레포트 기계를 타고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텔레포트가 끝나자 눈앞에는...

"수증기...?"

눈앞에 뿌연 수증기가 있었다.
여기는...목욕탕인가?

찰방 찰방

뒤에서 물이 튀기는 소리가 났다.
소리의 근원지로 눈을 돌리니, 그곳에는 커다란 욕탕 안에 몸을   담군 채 물에 젖은 머리카락을 가다듬고 있는 라시르가 있었다.
라시르는 나를 보며 살며시 웃고 있었다.

'라프키르!!! 어디다가 보낸거야!!!!'

나는 순간  상황에 뇌정지가 와서 급하게 자기변명을 횡설수설 늘어놓았다.

"그...안녕하세요? 훈련이 끝나면 오시라길래...라프키르 님이 만든 텔레포트 기계를 탔더니...하..하..하..."

나는 양 손으로 눈을 가린 뒤 그녀에게서 등을 돌리고 말했다.
근데 이상하게도 라시르는 별로 나를 다그치거나 나가라고 하지 않았다.

"라프키르가 그랬군요. 그 애는 항상 그렇게 저를 찾아오곤 하니까요. 무의식 중에 자연스레 그렇게 만들었나 보네요."

이상하게도 평온하다.

문제는 내가 안 평온한데.

방금 남자의 본능으로 빠르게 스캐닝한 라시르의 알몸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더 있다가는 못  꼴을 보여줄 것만 같아서 나는 그 상태로 저 멀리 보이는 입구를 향해 방향을 돌리고 말했다.
물론 손은 그대로 두 눈을 가린 채로 말이다.

"죄송합니다. 빠르게 나가볼게요!"

그리 말하고는 나에게 가속을 걸고 바로 뛰쳐나갔다.
그렇게 뛰어서 욕탕 밖으로 나와서 방금 봤던 장면을 되새긴다.
만약 여신이 현신하면 그런 모습일까.
찰랑거리며 물방울이 똑 똑 떨어지던 아름다운 금발.
빠져들 것만 같은 깊은 녹색의 눈동자.
그리고...아름다운 여체의 곡선.
그 아름다운 장면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하반신의 피가 끓어오르는  느꼈다.

"워워 진정해 아들. 그러면 안돼."

휴...

겨우 아들내미를 진정 시키고 나니 머리가 한결 차가워졌다.

'어떻게 하지 미안하다고 다시 사과해야 하나.'

아니면 아까 사과한 걸로 없었던 일이   마냥 모른 척 할까.
그렇게 고민하던 도중 욕탕에 나와 옷까지 전부 갈아입은 라시르가 나왔다.
그녀는 옷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머릿 속에는 방금 전의 봤던 라시르의 알몸과 겹쳐보이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었다.

'아들내미는 나가 있어 뒤지기 싫으면.'

다시 한번 고개를 꺼떡꺼떡 거리는 아들내미를 진정 시키기 위해 최대한 예쁘고 청렴한 생각을 하자 아들내미도 지금이 타이밍이 아니란 것을 이해해줬는지 빠르게 가라앉았다.

'고맙다...'

그런 나를 라시르는 웃으면서 쳐다보더니 말했다.

"훈련이 끝나셨다 했죠?"

"아 네...네! 전부 끝났습니다! 시공간 동결, 부분 동결, 가속 등의 능력을 전부 완벽하게 통제 가능합니다!"

당황한 탓에 마치 군대에서 선임에게 보고하듯이 말해버렸다.
으으...
이상하게 보면 어쩌지?
하지만 라시르는  상관하지 않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렇다면 이제 슬슬  번째 일을 시작하실 때가 되셨네요."

아!

라시르의 말을 듣고 떠올리게 된 사실에 다시 한번 가슴이 두근거린다.
가상세계에서도 수많은 사람을 만나는 건 굉장히 기분 좋은 일 이였다.
이번에는 가짜가 아닌 진짜 사람들과 만난다고 생각하니 더욱 기분이 좋았다.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느끼며 라시르를 향해 물었다.

"제가 잘할  있을까요?"

혹여나 실수를 해서 민폐가 되진 않을까.
잘못해서  좋은 인상을 심어주지는 않을까.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가에 대한 두려움이 들어 라시르에게 물었다.
그러자 라시르는 방긋 웃으며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말했다.

"처음이니 그렇게 위험도가 높은 곳에는 보내지 않을 거에요. 그리고 혹시 모르니 파트너도 붙여 드릴 겁니다."

파트너!
혼자서 가는 게 아니라면 그래도 부담이 줄어든다!

"스퀴르씨가 저 보고 서포터형 이라고 하던데 그럼 공격형을 붙여주시는 건가요?"

"네, 아마 그럴 거에요. 무엇보다 지금 하련님이 대기 중인 상태거든요."

하련이라...

하련은 사실 몇 번 마주쳤는데 날 아는 채도 하지 않고 무시하고 지나가길래 분위기 상 말을 못 걸었던 사람 이였다.

과연 괜찮을까...

"괜찮을까요...? 하련님과는 말을 섞어  적도 없는데..."

"네, 그래서 하련님과 보내드리는 거에요. 둘 이 친해졌으면 좋겠어서 고향도 같잖아요? 고유 번호는 다르겠지만."

하기야 이 구원자들 중 나와 같은 지구 출신은 하련뿐 일거다.
친해지기야 하면 좋겠다.

"그럼 제가 하련님에게 연락을 드릴테니 차원이동방으로 미리 이동해주세요."

"어...이렇게 바로 갑니까?"

"혹시 뭐 더 볼일이 있으신가요?"

사실 없다.

긴장감, 설레임, 두려움 등의 복합적인 마음에 예의  해본 말일 뿐이다.

"아닙니다. 그럼 바로 가있을게요!"

그렇게 말을 한 후 나는 즉시 텔레포트 기계를 통해 차원 이동방으로 향했다.

"이게...차원 이동 장치?"

차원 이동 이라길래 마법 기술로 만든 것만 같았는데 이제 보니 과학 기술도 섞여 있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차원 이동 장치를 살펴보던 도중 뒤에서 텔레포트 기계가 작동한 소리가 들렀다.

뚜벅 뚜벅

가지런히 정리된 긴생머리의 검은색 머리카락, 칠흑같이 어두운 검은색 눈동자, 흰색 바탕에 연녹색의 어떤 문양들이 그려진 도복 같은 것을 입은 하련.
그녀가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는 내 앞에 다가와 머리를 한번 가볍게 흔들더니 말했다.

"안녕?"

초면부터 반말 하기냐...
근데  나이로만 봐도 내가 훨씬 어릴테니 당연한 것이겠지 직장 선배기도 하고.
음! 어떤 방면으로 생각해도 그녀가 내게 반말하는게 당연하다!

"안녕하십니까. 하련님 이셨죠?"

최대한 예의 바른 태도로 그녀를 향해 손을 내민다.
그녀는 내가 내민 손을 빤히 보더니만 이윽고 자신의 손도 내밀어 마주 잡아주었다.
살짝 높으신 분들과의 미팅 때 느껴졌던 압박감이 있다.
하지만  와중에도 내가 생각하는 것은...

'굉장히 부드러운 손...'

역시 여자 손은 꼬추새끼들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다.

물론 당연한 것이 겠지만.

"맞아, 나는 8번째 멤버, 이름은 하련."

"칭호는 검, 검의 하련이야."

보통 소개할 때 다 저렇게 자기 칭호와 구원자 의회에 들어온 순서를 말하더라.
나도 앞으로 그렇게 해야겠다.
나는 그러면 앞으로 13번째 멤버, 동결의 이성원입니다! 이러고 다니면 되나?"

시답지 않은 생각을 하며 그녀를 향해 말했다.

"첫 임무 잘 부탁 드립니다!"

90도 각도로 꾸벅 허리를 굽히며 손은 놓지 않고 인사하기!

직장을 다니며 단련된 나의 인사 스킬 이였다.
그런 나를 보며 그녀는 살며시 미소 지으며 말했다.

"부담 가지지 마 결국 우리가 하는 일은 숭고한 일이니까."

숭고한 일...이라
그녀는 구원자 일에 굉장한 자부심이 있는 것 같다.
하기야 그렇지, 모든 업보를 자신이 짊어지고 문명을 구하거나 없애는 건데.
그러고 보니 나는 우리가 이 일을 하고 있는 이유를 물어본 적이 없었다.
궁금한 건 바로바로 물어서 풀어내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는 나는 바로 하련에게 물었다.

"하련님. 저희가  일을 하는 이유가 뭔가요?"

'궁금하면 바로 물어보라고 스퀴르 또한 말했었으니.'

 말을 들은 하련은 팔짱을 끼고는 손가락을 까딱까딱 거리기 시작했다.
고민하는 자세인가...?
잠시 뒤 하련은 나를 보며 물었다.

"성원, 너는 이 우주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아니?"

우주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빅뱅 이론 말고는 모른다.
애초에 그거 말고 알 수가 있겠냐고.
가상 세계를 돌아다니며 뭐 각자의 신이 만들었니 뭐니 하는 소리는 수없이 많이 들어왔지만 매번 창조신의 이름이 바뀌었기에 당연히 개소리로 치부했었다.

"빅뱅이라는 거대한 폭발로 우주가 만들어진  아닌가요?"

"그래 그런 거대한 폭발이 아무런 힘도 없이 이루어질 것 같니?"

과학자들은 빅뱅이 그저 엄청나게 낮은 확률로 일어난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고 하였다.
기적...그래, 기적이다.

"그 폭발은 단지 시작에 불과하지, 그리고  폭발을 일으킨 것은 의장이 말하는 '신'이란 존재야."

여기서도 신이 나오네.
신이란 게 정말 존재하는 건가?
라시르가 말하는 신이라는 존재는 조금 더 믿음이 가긴 하네.

"그녀는 항상 그렇게 말했지. 내가 믿고 있는 신은 문명에서 만들어낸 편린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신이라고."

"신은 처음에 최초의 우주를 만들었다고해. 그 우주는 단 하나였지. 그리고 그 우주에서 최초의 지능체가 '샤' 종족이 이룩한 샤 문명이 탄생해."

샤 종족!

분명 라시르의 종족인 것으로 안다.
그녀가 최초의 문명인 이라니...

'생긴 거는 20대 초반인데 도대체 나이가 몇 인거지?'

최초의 우주에서 탄생한 종족이면 사실 상 셀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
하련은 잠시 목을 가다듬더니 손자에게 옛날 이야기를 해주는 할머니처럼 손짓을 해나가면서 까지 내게 자세히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샤 종족은 최초로 탄생한 문명. 그렇기에 신은  종족을 굉장히 예뻐했지. 그렇기에 그들에게 학문, 기술, 문화, 마법 등등 여러가지 지식을 알려주었어."

"신과의 교류를 통해  종족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문명을 쌓아 올렸어. 하지만 거기서 신이 간과한 게 있었지."

"바로 정신적 성장의 속도는 문명의 성장 속도를 따라 잡을  없던 거야. 모든 문명은 문명의 발전과 동일하게 정신적인 성장도 해나가게 만들어야 했지만..."

"처음으로 만들어진 문명에 너무나도 큰 애정을 가진 신은 그들에게 주어서는 안될 정도의 지식을 계속해서 주었지."

"그들은 이윽고 신과 자신들이 대등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어. 그럼에도 신은 그들을 친우라고 부르면서 까지 아꼈지."

"그러던 중 그들의 오만은 결국 신조차 자신들의 밑으로 보는 지경에 이르렀고 신의 자리에 도전하기 시작했어."

"그리하여 생명체를 탄생시키고 기술을 더욱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샤 종족의 행성은 황폐해져만 가고 인권은 바닥을 치기 시작했지."

"그 모습을 보며 슬퍼하던 신은 마침내 결정을 내렸고 자신의 손으로 사랑스러운 첫 번째 문명을 멸망 시킬  밖에 없었지."

어우, 너무 길다.
그래도 재미가 있으니 들어줄 만하다.
어디 가서 이런 진실 된 신화를 들어보겠어?

"자신이 만든 최초의 문명을 스스로 멸망시킨 신은 크나큰 슬픔에 빠졌고 그와 동시에 이러한 일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았지."

"그래서 신은 샤 종족의 마지막 황녀 라시르를 구했어."

범상치 않을 거라고 생각하긴 했는데 첫 번째 문명의 황녀였다니...
나는 그럼 황녀님의 알몸을 본건가?
헤으으응....황녀 눈나....

"그녀와 신은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지."

"신은 그녀를 딸처럼 길렀고, 라시르는 신이 새로 자신의 일부를 때어내 직접 만든 범우주적 존재들과 함께 자랐지."

"같이 자란 범우주적 존재들은...지금  설명하기에는 너무 기니까 다음에 설명해줄게."

잠깐 근데 이거 들으면 들을수록 뭔가 묘한데?
나는 이번에도 궁금한 것은 바로 물어보았다.

"하련님, 말하시는 도중 죄송한데 그 이야기를 들으면 마치 신이 인간처럼 느껴지네요."

그래, 마치 인간같았다.

슬픔을 느끼고, 연민을 품고, 자식을 길렀다.

인간과 다를 바가 없잖아?

내가 그러한 의문을 품은 것을 눈치 챈 하련이 그것이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연한 소리야. 너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감정이 자연스레 만들어  것이라고 생각해? 만일 신이 무감정한 존재였다고 생각해봐."

"그렇다면 신은 세상을 만들 이유가 없었어 왜? 본인이 완전하고 자신을 제외한 누군가 있어야  욕망을 못 느낄 테니까."

"신이 만약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그저 무감정 하였다면 우리가 태어나지도 않았을 꺼야."

"신은 우리와 같아. 감정을 느끼고 행동하지. 그렇기에 그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랬고 인간에게 문명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일이 없어졌어."

"그리고 마치 실험을 하듯이 수많은 다중 우주를 만들었고, 그 수많은 우주에서 자신이 바라는 완전한 이상향이 나오길 바랬지."

"그렇기에 누군가 문명이 올바른 길로 걸어가는 것을 도와줄 필요가 있었고, 그것을 라시르가 한다고 했지."

"그렇기에 우리 구원자들은 문명이 올바른 길로 걸어가는 것을 도와줄 의무가 있는거야."

그렇게 긴 이야기의 끝을 맺은 하련은 나를 보며 말했다.

"어때? 더 궁금한 거 있어?"

자, 한번 정리해보자.
한마디로 라시르는 최초의 문명인  문명의 마지막 생존자고, 그녀가 살아남은 이유는 신의 연민 때문이다.
그녀는 신의 보살핌 아래 자라왔고, 그녀의 문명인  문명처럼 문명들이 잘못된 길을 걷지 않기 위해 구원자라는 단체를 만들고 행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정리가 머리 속에서 끝나자 처음 든 생각은...

"대단하네요..."

최초의 문명이 만들어지고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났을까  시간 동안 그녀는 수많은 문명을 돌아다니며 구원자 역할을 해왔다는 거다.
그런 그녀의 헌신은 진정한 의미의 구원자처럼 보였다.

"우리는 문명이 걸어가야 할 제대로  길을 제시하고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문명에게는 벌을 내리지."

"우리는 구원자며 또한 심판자이기도 하지."

모든 설명을 들으니 한층 더 각오가 단단해진다.
이래서야 자부심이 생길  밖에 없구나.

"저희가 하는 일은...자부심을 가질  하군요."

"그래, 그러니 너도 너 자신에게 자부심을 가져. 그건 너에게 있어서도 훌륭한 정신적 버팀목이 되어줄테니."

버팀목이라...그럴지도 모른다.
하련은 나를 처다보며 조금 당당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쨋든! 더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봐도 돼."

근데, 이 사람...

'생각보다 말이 많네.'

나는 속 마음을 필터링도 없이 하련에게 내뱉었다.

"생각 보다 말이 많으시네요? 항상  보고 말도 안 걸고 가시길래 미움 받는  알았습니다만..."

그렇게 말하자 그녀의 얼굴이 홍당무 처럼 새빨개진다.
그녀는 손사레를 치며 내게 변명했다.

"아 아 아 아니야! 그...그...그...그건 그냥! 어...내가 좀 내생적인편이라..."

왤캐 왤캐임...

나보다 훨씬 연상인데도 불구하고 저 부끄러워 하는 듯한 행동이 너무나도 귀엽다.

그녀는 화제를 돌리기 위해 일부러 큰소리로 말했다.

"자! 이제 물어볼 거 없으면 출발하자."

그래야겠지.

"근데 저희가 출발할 문명은 어딘가요?"

 문명이니 기념비적 이라고도 할  있다.

"너가 처음으로 갈 문명은 위험도 2짜리 39012 프로티아야."

그렇게 말하면 잘 모르는데?

"그...무슨 문명이죠?"

"어 대충 마법 쏘고 엘프랑 드워프 돌아다니는 전형적인 판타지 세계야 라프키르의 고향이기도 하지. 고유 번호는 다르지만."

라프키르의 고향!

궁금하긴 하다.
비록 고유 번호가 다를테니 진짜 고향과는 다르겠지만 그래도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들었으니까.

"그럼 이제 출발할게. 여기 서있으면  차원 좌표는 내가 입력할게."

그렇게 차원 이동 장치에 서있자 그녀가 눈앞에 보이는 홀로그램 화면에 무언가를 입력하기 시작했다.

띡띡띠디딕띡

무언가의 입력을 마친 그녀가 나를 향해 말했다.

"이제 출발할게!"

잠시 뒤, 푸른색의 빛이 우리를 덮었고 곳 차원 이동 방에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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