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화 〉3.각성의 시련과 칭호
어머니가 아버지를 깨우시는 소리가 들린 뒤 나도 집안으로 들어갔다.
익숙한 향기 소나무 냄새가 풍겨오자 부모님 집에 도착했다는 실감이 났다.
어머니가 좋아하셔서 아버지가 늘 사오시던 스프레이 냄새, 원래 향기를 퍼트리는 용도는 아니고 화장실 같은 곳에 뿌리는 건데 어머니가 유독 좋아하셔서 가득 사서 집안 곳곳에 뿌리곤 하셨다.
오랜만에 이 향기를 맡으니 마음이 편해져 마음이 놓여서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 생각에 잠겨 거실 소파에 앉아있으니 방에서 부스스한 머리를 한 아버지를 끌고 어머니가 나오신다.
"어이~ 아들내미! 얼굴 보기 힘들다 진짜 아빠 섭섭해."
어느새 하얗게 샌 머리, 늙어서 주름진 피부에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피부에 조금씩 생기기 시작한 검은 점들을 보니 아버지가 늙으셨다는 게 확 체감이 됐다.
그간 왜 한번을 안 왔을까?
이렇게 차만 돌려서 조금만 가면 금방 올 수 있는 것을.
이러한 행동 하나에 이렇게 기뻐하는 부모님을 왜 한 순간이라도 원망 했을까.
마음속에 죄송한 마음이 점점 커져만 갔다.
"죄송해요. 그동안 회사 일이 너무 바빠서...그래도 이젠 조금 여유가 생겼으니 자주 찾아뵐게요."
"오, 정말이냐? 그럼 이 아버지랑 주말에 축구 동호회 하는 거 같이 하러 갈래?"
"네, 오늘은 완전히 프리하니까 같이 하러 가죠. 아버지."
"여보, 이 녀석 우리 아들 맞는지 확인 좀 해봐 얘가 이럴 놈이 아닌데...너 뭐 좋은 일 있냐?"
아버지는 반장난 식으로 하는 말이지만 그 말조차 나에게는 너무 나도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서 가슴을 찔렀다.
"아뇨, 그냥 아버지 어머니 생각나서 내려왔어요. 그동안 너무 못 찾아 뵌 것 같아서."
그렇게 아버지와 이것저것 이야기 하고 있었는데
"여보~ 아들~ 와서 밥 먹어~"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가 나더니 어머니가 밥 먹으라고 외친다.
"아들, 갑자기 와서 뭐 맛있는 걸 못 해놨네...미안한데 이걸로 참아? 엄마가 이따가 장 봐서 맛있는 거 해줄게."
"아뇨, 괜찮아요. 오랜만에 집밥이 먹고 싶었어요."
어머니가 차려주신 밥상.
너무 오랜만이다.
어머니의 손맛이 담긴 된장찌개, 아버지랑 어머니가 항상 투탁 거리면서 만들던 김치, 특이하게 케챱을 뿌려주시는 어머니표 계란후라이, 검은 콩자반과 직접 파래김을 사다 간을 해서 만든 양념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흑미밥.
이 모든 소소한 것들이 이렇게나 소중하단 것을 왜 나는 진즉에 깨닫지 못했을까.
밥을 먹으면서 울컥 쏟아져 내릴 것만 같은 눈물을 애써 삼키고 꾸역꾸역 목 구멍에 밥을 밀어 넣는다.
그렇게 식탁에서 한참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다가 결국 식사 시간이 끝났다.
'아...'
왜 이렇게 아쉬운 걸까.
이 식사 시간이, 어머니와 아버지와 함께하는 이 시간이.
시련을 깨고나면 사라질 허상이라 그런 것일까.
"아들, 축구 동호회 같이 가자고 했지? 옷은...너 예전에 입던 거 아직 집에 있는데 사이즈 맞을려나 모르겠다. 양복 입고 뛸 순 없잖냐. 여보 성원이 고등학생 때 입었던 옷 있어?"
"그거...아마 내가 어디 상자에 넣어서 챙겨 뒀을 꺼야. 기다려봐 성원아 엄마가 금방 가져올게."
어머니는 그렇게 말하고 서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힐끔
아버지는 어머니가 가신 걸 곁눈질로 확인하고 서는 나를 보며 말했다.
"아들, 아빠랑 이야기 좀 할까?"
"네."
아버지는 그렇게 말한 후 나를 데리고 마당으로 나오셨다.
마당으로 나오니 건아가 다시 나를 보고 반갑다는 듯이 꼬리를 흔든다.
그리고 아버지는 익숙하게 바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서 입에 물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아들아 아빠 불 좀."
"아버지, 저 담배 안 피는데요?"
"야 이럴 땐 네 알겠습니다 하고 붙혀 주는거야. 짜식이 눈치가 없어서는..."
아버지는 그렇게 말한 후 나에게 라이터를 내밀었고 나는 그 라이터로 아버지의 담뱃불을 붙여드렸다.
"후우...성원아..."
"네, 아버지."
"아빠는 너가 자랑스럽다."
"네?"
뜬금없는 소리에 나는 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요즘 축구 동호회 나가서 나랑 비슷한 나이 뻘이나 나보다 젊거나 늙은 양반들이랑 이야기를 하다 보면 너 만한 아들이 없더라."
이게 무슨 소리인가
내가 부모님께 무얼 해드렸다고.
"뭘 그리 놀란 표정을 짓냐. 임마, 너는 너가 우리에게 아무것도 안 해준 것 같냐?"
사실 아무것도 해준 게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더욱 놀랐고 아버지는 내가 무얼 했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아버지는 담배를 입에 물고는 두 손으로 내 몸을 주물럭거렸다.
"음 튼튼하구만. 어디 아픈 데는 없고?"
"네...건강 검진은 주기적으로 받는데 어디 아픈 곳은 없습니다."
"그려? 거 봐라 이게 다 해준거다."
"네?"
"너가 튼튼하게 자라서 이렇게 한 명의 성인으로써 당당하게 살아 가는게 우리에게는 너무 나도 큰 효도다 이 말이야."
아버지는 그렇게 말하고 서는 부끄러운듯 시선을 확 돌렸다.
나는...
그냥...그냥...
"임마, 너 우냐?"
어느새 내 두 눈에는 눈물이 뚝뚝 흐르고 있었다.
"성원아 울지마라. 너가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지만 니 애미 애비는 이 세상 누구보다도 너가 자랑스럽다."
아버지는 그리 말하면서 담배를 바닥에 던지고 발로 지져 끄고 서는 나를 껴안았다.
나는 낼 모레 현대에서 살아간 시간만 따져도 곧 30이라는 나이 임에도 마치 어린애가 울듯이 아버지 품에서 울었다.
하염없이 울기만 했다.
그리고 잠시 뒤 눈물이 그치고 나서 아버지를 보았다.
아버지는 씨익 웃으시더니 내게 말했다.
"새끼 맘 고생 좀 했나 보네 너도 니가 뭘 잘못했는지는 아나 보구나. 니 엄마가 널 얼마나 보고 싶어했는지 아냐? 이제부턴 좀 자주 다녀라. 올 때 그 뭐냐 맛있는 거 한 두개 사오고 이 아빠도 하나 주고. 으이?"
하하...
그래, 아버지는 원래 이런 사람 이였다.
가부장적인 분위기로 집안을 통솔하는 가장이 아닌 마치 나의 친구 같은 존재
항상 나를 믿어주고 응원해왔다.
어째서 나는 부모님이 나를 미워할 것 이라고 생각했을까.
그런 한심하기 그지없는 나를 한대 때려주고 싶은 심정이 들었다.
그 뒤 아버지를 따라 축구 동호회에 따라갔다.
아버지는 다양한 아저씨들과 형님 아우 하면서 친하게 지내시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나를 데리고 다니며 자기 아들이라고 자랑하고 다니시는데 솔직히 조금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그 후 아버지와 함께 시련인 것도 까먹고 신나서 축구를 하였고 그 속에서 점점 속이 후련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축구 동호회를 마치고 저녁노을이 비추는 부모님 집으로 가는 거리.
아버지와 같이 걸으며 집을 향해 걷고 있었다.
"아들아."
"네, 아버지."
"어떠냐?"
"뭘 말 하시는 건지...?"
"동호회 사람들 말이다."
동호회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각기 살아온 환경도 다르고 생각하는 바도 다르고 경제 사정도 다르지만 그들은 모두 나이도 잊은 것처럼 신나게 공을 찼다.
"그냥...다들 건강하신 것 같던데요?"
"그게 아니고 말이다."
"그럼 어떤 걸...?"
"그 양반들이 어떻게 보이냐고."
그거야...
다들 행복해 보였다.
모두 그때는 자신의 걱정거리나 고민 따위는 잊어 버린 채 행복하게 공을 차고 놀았다.
"아버지가 하고 싶은 말은 너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거다."
아버지는 나를 보면서 말하셨다.
언제부터 아버지가 나보다 작게 보였을까.
언제부터 나는 아버지를 내려다 보았을까.
하지만 그런 말을 하는 아버지는 너무나도 거대해 보였다.
"일이 힘들고 지치고 후회가 들면 그만두어라. 너가 하고 싶은 일을 해라. 모든 걸 던져버리고 싶으면 던져도 돼. "
아버지는 내 가슴을 주먹으로 툭 치면서 말을 이었다.
"맨날 죽상인 얼굴로 화상 통화만 걸지 말고 이렇게 직접 와서 이 늙은 애비랑 한번 신나게 놀아주고 가라. 내가 바라는 건 그 뿐이다."
그 순간 마음이 뻥 뚫린 기분 이였다.
무언가 가로막고 있던 것이 사라진 기분 이였다.
나는 진심으로 활짝 웃으며 아버지를 향해 말했다.
"물론이죠, 아빠."
내 말을 듣자 아버지는 살짝 놀란 듯이 말했다.
"새애끼이...드디어 아빠라고 불러주네 맨날 아버지, 아버지 하더만."
그렇게 말하신 아버지는 다시 앞을 보고 걸으며 말했다.
"이제 가야 되는 거지?"
"네..."
"가라, 그리고 가서 하고 싶은 것 실컷 해라. 부장이 갈구면 때려 친다고 말해. 그리고 내려와서 니 엄마랑 아빠랑 재밌게 살자. 그래도 손자 손녀는 보고 싶으니 다음에 올 때는 여자친구도 데려오고."
아버지의 말씀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네! 다음에 올 때는...꼭 데리고 올게요. 아 그리고 일은...저 사실 새 직장 구했어요. 근데 여기가 저번 회사보다 괜찮은거 같아요. 다음에 직장 동료도 데리고 올게요."
그렇게 말한 후 나는 주변이 서서히 다시 어두워 지는 걸 느꼈다.
점점 아버지의 뒷모습이 사라지다 이윽고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다음에 꼭...다시...올게요...아빠,엄마..."
그리고 다시 한번 새까매진 주변이 밝게 빛났다.
잠시 후 들어왔을 때와 같이 눈꺼풀 밖에 빛이 서서히 사라지는 걸 느끼고 눈을 뜨니.
그곳에는 웃고 있는 라시르가 있었다.
"각성의 시련 통과하신 걸 축하 드려요. 성원님."
"네! 별거 아니던데요."
그러자 뒤에서 라프키르가 킥킥 거리는 소리가 들렀다.
"야 너 방금 까지 질질 울고 있던 거 알아? 아 완전 웃겨 이놈 말하는 거 봤어? 별거 아니래! 킥킥."
아이 씹 그게 현실에서도 눈물 흘린 걸로 보였다고?
존나 쪽팔려...
"그럼 이제 칭호를 확인해봐야겠죠."
라시르가 그 모습을 보며 작게 웃고는 그 기괴하게 요동치고 있는 도형에 손을 가져다 댔다.
"이건..."
뭐지? 뭘까 내 칭호는
"받으세요 성원님."
그렇게 말한 라시르는 나에게 무언가를 내밀었고 그걸 손에 받자마자 내 몸 안으로 흘러 들어왔고 나는 자연스레 깨달을 수 있었다.
'내 칭호는...'
"성원님의 칭호는 '동결'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이 힘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자연스레 깨닫게 되었다.
"모든것을...동결 시킬수 있는 힘이군요..."
"그럼 칭호 수여식도 끝났으니 잠시 대련장으로 가서 칭호를 테스트 해볼까요? 금색 칭호는 처음이라 신기하네요."
"금색 칭호요?"
내가 봤을 때는 아무런 색깔도 없는데 금색이라니
"칭호는 각기 색깔이 있답니다. 이건 저와 같은 샤...일족만 볼 수 있어요."
그렇구만, 근데 샤 일족은 뭐지? 라시르의 종족인가?
아무튼 한번도 본 적 없다니 좋은 거겠지.
"칭호는 색깔이 부여 받는 힘의 척도에요. 금색은...제 기억에는 없는 것 같아요. 보통 청색, 녹색, 흑색, 적색이 주로 나와서..."
오우, 유니크라는 건가?
금색이 얼마나 강한지 모르겠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다시 문밖으로 나와 문을 다시 여니 대련장처럼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대련장이라 해도 딱 봐도 엄청 튼튼해 보이는 물체로 이루어진 직사각형 모양에 거대한 공간이 전부였다.
"그럼 대련 상대는 누가 해주실 건가요?"
그렇게 말하며 라시르가 뒤를 돌아서 구원자들을 향해 말하니 스퀴르가 손을 들었다.
"내가 하지."
"스퀴르님이 해주실 건가요?"
"그래, 내가 데려왔으니 내가 확인하겠다."
뭐지 이 분위기는 마치 뭔가 위험한 일을 하는 거 같은...
그때 라프키르가 말했다.
"칭호를 처음 부여 받았을 때는 힘의 컨트롤이 안되거든. 그래서 자칫 잘못하면 크게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어서 그러는 거야. 그래도 스퀴르면...괜찮겠네!"
그러고 보니 스퀴르의 칭호는 뭐지?
그런 생각을 하며 스퀴르와 나를 제외한 모든 구원자 멤버들에게 빛의 구체가 감싸졌다.
아마 보호막 이겠지.
"그럼 시작해주세요 스퀴르님. 공격 하시는 건 방어형 칭호라고 느껴지면 해주세요."
"알겠다. 그럼 시작하지."
후우...긴장된다.
스퀴르는 나보고 동업 할만큼 강해지면 좋겠다 했다.
그 기대를 져버리고 싶진 않아.
"그럼...갑니다!"
말과 동시에 '동결'을 사용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스퀴르는 '멈췄다'.
말 그대로 멈췄다.
마치 스퀴르 만이 시간에서 격리 된 것처럼 멈춰버렸다.
"이건..."
"뭐라고 해야 되지?"
"공격형 이라고 봐야 되나?"
"아냐 밸런스형 일수도 있어."
뒤에서 구원자 멤버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그때 스퀴르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다.
"스퀴르가 칭호를 썼네."
"확실한 저 저지력은 스퀴르의 능력으로 받아쳐야 될 정도라는 거구만."
"오 그러면 엄청 강한 거 아닌가? 스퀴르의 칭호는 '존재' 잖아."
존재? 존재가 뭐지
그 사이에 스퀴르는 완전히 움직일 수 있게 됐다.
그리고 표정이...
음..뭐라 해야 되나?
그래, 아주 썩어있었다.
"이건 좀...특이하군."
"어떤 기분이십니까?"
나는 궁금해서 물어봤다.
"마치 내가 세상에서 격리된 느낌 이였다. 모두가 나를 제외하고는 움직이더군...세상의 파편이 떨어져 나오고 나는 거기에 갇혀있던 기분 이였다."
오, 신기하네?
나는 신기한 마음이 들어서 내 손을 쳐다봤다.
"이건 내 칭호가 존재라서 빠져 나올 수 있던 거야. 다른 녀석들은...아마 못 나올 수도 있겠군."
"혹시 존재가 무슨 칭호인지 설명 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궁금한 건 못 참지.
"내가 가지고 있는 칭호는 존재. 즉 어떤 상황에서도 나는 나로써 '존재'한다. 죽음에 달하는 일격에도 나는 존재하기에 죽지 않고. 어떠한 극한 상황에서도 나는 존재하지. 마치...그래 불멸과도 같다."
와 이것도 진짜 개사기 능력이네
"아마 너가 동결한 나라는 존재가 너희가 있는 곳에 존재한다는 가정 하에 능력을 사용해서 빠져 나온 거 같다."
완전 카운터 능력이라는 뜻인가.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닐텐데. 이건 기본 능력 같군."
"네...근데 이거 사용해도 될까요?"
"물론 너의 능력을 당해보니 나 말고 다른 놈이 맞으면 큰일 날 것만 같군."
스퀴르는 그렇게 말하고 서는 자세를 잡더니 말했다.
"다시 써봐라."
"그럼...조심하십쇼."
그리고 나서는 동결을 조금 더 응용했다.
그러자 마치 유리가 깨지듯이 스퀴르 주변의 공간이 깨져 나갔다.
"이건..."
"호오 시공간을 동결 시킨 건가?"
"저 정도의 저지력이면 상당한데? 우리 중에 가장 저지력이 강하겠어."
"앞으로 행성 소멸 작업은 걱정이 없겠군 행성의 부피만큼 동결 시켜서 던져버리면 되니까."
"오 완전 소멸 기계 같은 느낌이네."
뭐라는 거야... 웬만하면 그런 일 없길 바라고 있는데...
내 마음은 아무도 몰라 주는 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