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6화 〉2부(1)블루팀 턴[최후의 장산범을 사냥해라]
(장산범 시리즈 리메이크중.)
#5
소유가 남자에게 말을 걸자, 그는 깜짝 놀라며 휙, 뒤를 돌아본다.
그러더니 이내 그가 안도했다는 듯, 미소가 번진다.
충혈된 눈을 비비며 말한다.
“아,자매님이셨습니까.”
“……?”
뭐? 자매님? 설마 종교와 관련된 미션인가?
저쪽에서는 여전히 고깔두건을 쓴 사람들이 한 여인을 둘러싼 채 양팔을 벌리고는 무언가 중얼거리고 있다.
당최 알아듣지를 못할 괴상한 말들을, 주문같은 것들을 말이다.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
“%[email protected]#%$&%^(&^%^$%@^$%@#%$#@^”
대체 저게 뭐하는 거지?
그때였다.
옆에서 남성이 모아이 석상에 기댄 채로 털썩, 주저 앉더니 흐느끼며 말한다.
“저는, 저는…크흡…결단코 일부러 그러지 않았습니다. 결단코…몰랐단 말입니다…”
“……”
일부러 그러지 않았다고? 몰랐다고?
그러니까 뭘?
힐끗, 남자의 상태를 본다.
그는 감정을 배설중인 상태.
일단, 위로부터 해줘야겠다.
어쩌면, 감정을 배설하다보면 자신의 속얘기까지 할 가능성이 커.
그가 눈물을 닦으며 말을 잇는다.
“킁…저 인간들이 자기네들이 모시는 신을 부활시키겠답시고 신도들을 저렇게 만드는 건지, 제가 어떻게 알았답니까? 저는 ‘진짜’ 영생을 추구하는 줄로만…”
“……?!”
심장이 두방망이질 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동공이 확장된다.
모골이 송연해진다.
입술이파르르, 떨린다.
구역지기가 올라온다.
“우, 우웁…”
뭐, 뭐라고?
그러면 자기네들이 모시는 신들을 살리자고…
사람들을 이 석상들로 만들었다는 거야?
괜스레 뒤를 돌아본다.
그럼 이, 이것도…인간이었다고?
눈을 질끈, 감고 다시 한 번 명심한다.
비상식에서, 상식을 바라지 말자.
비상식에서는 상식이 비상식이다.
“이, 이봐요! 그럼 이 석상도…?”
그런데 남자는 머리칼을 움켜쥔 채 혼자 무언가 궁시렁거리고 있다.
“그래, 너희…거짓말 안 했어. 안 했다고. 모아이 석상으로는 영생을 하고 있으니까. 그런데…그게 영생이냐…”
“……!”
어처구니가 없어 헛웃음이 흘러나온다.
뭐, 뭐?
저 상태로 영생?
그건 영생이 아니라, 영원한 고통이잖아!
이를 까드득, 간다.
미간을 찌푸린다.
그의 양팔을 붙들며 몇 번이고 묻는다.
“이 씹! 이봐요! 몰랐다면 다야?몰랐다는게 면벌부냐고!”
그러자 남자가 팔을 뿌리치며 소리친다.
타-앗!
“이거 놔!그, 그래서 나도 지금 그 책, 찾아보려고 노력 중이잖아!”
아, 하마터면 잊어버릴 뻔 했다.
“마, 맞다. 그 책 어딨어요? 말,말…피카피…”
이름이 뭐였더라? 이름이 참…
“말레우스 말레피카룸이요?”
“예, 예!”
“그거 찾으려고 저한테 접근하신 거면 잘못 찾아오셨네요. 제가 지금 그거 찾고 있는 겁니다.”
“하아…”
“거기에 희생자들을 다시 사람으로 돌려놓을 수 있는 주문이 적혀있어요. 그리고 다음 희생자의 이름이 적혀있기도 하죠.”
입술을 잘근잘근 씹는다.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렇다면…
“교주를 인질 삼아서 책을 구합시다.”
남자가 인상을 쓰며 되묻는다.
“예? 뭐라고요?”
“그 어떤것도, 목숨보다 소중할 수 없죠. 특히, 이기적인 인간들일 수록.”
그녀의 말을 들은 남자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아, 그러니까…교주의 목숨을 인질잡아서…”
“예. 그 책을 구하자구요.”
“그게…지금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왜불가능해요? 다들 가면도 쓰고 있는데?”
“왜 가능합니까? 그쪽부터가 가면을 안 쓰고 있는데?”
그녀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한다.
“그러니까 일단 그쪽이 가면을 구해다 주셔야죠.”
“하아…가능할 거 같기도 하고, 불가능할 거 같기도 하고…”
결국 그는 다른 방책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주억거린다.
“알았어요. 그러면…제가 가면을 구해올테니, 여기서 기다리세요.”
“예. 뭐…그러면 다녀오세요.”
그리고 남성은가다가 말고 휙, 돌아서서 말한다.
“아, 그리고 혹시나.”
“……?”
그는 여러명이 둘러싼 여성을 가리키며 말한다.
“저기 있죠? 혹시라도 절대 참견할생각 마세요. 엄한 꼴 당하기 싫으시면.”
“아, 아…예.”
그가 사라지가, 그녀는 한동안 고깔두건을 쓴 사람들이 한 여인을 둘러싸고 뭐라뭐라 주문을 외우는 걸 지켜본다.
그러면 저 여인이 저 석상이 된다는 소리…
그 순간이었다.
고깔두건을 쓴 사람들이 미친듯이 고개를 흔들기 시작한다.
“아-랄라라라라라라라라라-”
“탈룰-라라라라라라라랄라라라”
“알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랄라”
“……!”
쿵, 쾅. 쿵, 쾅. 쿵, 쾅. 쿵, 쾅…
심장이 귓전에 대고 비명을 질러댄다.
두 눈이 휘둥그래진다.
주춤, 주춤 뒷걸음질 친다.
뭐, 뭐야. 뭐냐고…?
그리고 이내 여인은 점점, 점점…
석상으로 변해간다.
“……!”
발을 동동 구른다.
콧잔등이 시큰해진다.
눈물이 핑, 돈다.
‘저기 있죠? 혹시라도 절대 참견할 생각 마세요. 엄한 꼴 당하기 싫으시면.’
그럼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씨발!
빨리 좀 와라, 빨리 조옴!
머리칼을 쓸어넘긴다.
빙빙, 빙빙 같은자리를 돌고 돈다.
그리고, 저 멀리 남성이 다가오는 게 보인다.
"......!"
심장이 두방망이질 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머리칼을 쓸어넘기며 나지막이 중얼거린다.
“앤도미제레이 옵드레이, 티온레이.”
남성이 다가오더니 소유에게 고깔두건을 건네며 묻는다.
“이거, 쓰십시오. 그런데 그거, 뭡니까?”
아마 그녀의 손에 들린 단검을 보며 하는 말이리라.
그녀가 그에게 고깔두건을 받아 쓰며 말한다.
“보면 몰라요? 무기잖아요. 무기.”
“누가무기인 거 몰라서 물어요? 어디서 났냐고요.”
“왜 이렇게 까칠해요? 무기 있으면 더 좋잖아요?”
“뭐, 그거야 그렇지만서도.”
그녀가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출발하기 전부터 힘 빼지 말고…갑시다.”
“그래요, 그럽시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남자가 앞서 걷고, 소유는 뒤따라 걷는다.
길을 모르기 때문에.
가는 길에 둘과 똑같은 고깔두건을 쓴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이 중에…교주가 있나? 교주라면 젊은 사람은 아닐텐데…얼굴을 모르니 나이도 짐작하기가힘드네.
그녀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끝을 흐린다.
“교주라면…?”
“아직 안 보이네요. 흐음…어딨는 건지.”
돌아다니고, 또 돌아다닌다.
교주를 찾을 때까지.
그렇게 얼마나 돌아다녔을까.
남성의 발걸음이 멈춤과 동시에 두 눈이 휘둥그래지더니,어딘가를 가리키며 말한다.
“저, 저기!”
“……!”
쿵, 쾅. 쿵, 쾅. 쿵, 쾅. 쿵, 쾅…
귓전에서 심장이 비명을 질러댄다.
동공이 확장된다.
온몸이 경직된다.
그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웬 고깔두건을 쓰지 않은, 50~60대쯤 되어보이는 남성이 한 여성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뺨이 상기된다.
호흡이 가빠져온다.
바싹바싹 타들어가는 목을 한 모금의 침으로 적신다.
단검을 꽈악 쥔 채 이를까득 악문다.
이제 진짜, 시작이다.
그녀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묻는다.
“어떻게, 우리 둘 다 움직이는 게 나을까요? 아니면 저만?”
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잠시 망설인다.
“흐음…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자매님의 말씀을 듣고 따라오긴 따라왔는데, 뭘 어떻게 해야 좋을지.”
“일단저는 괜찮습니다. 그 책만 얻을 수 있다면,다른 사람들만 구할 수 있다면요.”
“아니, 자매님의 안위도 안위지만. 들키지 않을까가 문제죠.”
“설령 제가 교주를 인질잡는다 해도, 다들 하나같이 이 모자를 쓰고 있는데…제 아무리 교주라 해도 누가 자기를 인질 잡았는지는 모를 거 아녜요? 궁예도 아니고.”
“흐음, 그렇기야 하지만…”
미간을 찌푸리고, 팔을 꼰다.
입술을 잘근잘근 씹는다.
“……”
어떻게 해야 들키지 않고 말레우스 말레피카룸이란 책을 우리쪽으로 공수해올 수 있을까.
이런 일은…최소한의 인원만 움직여야하지 않을까.
인원이 많을수록들킬 확률도 높아지는데?
아니, 그런데 나혼자 인질극 하다가 혹시나 들켜서 신도들이 덤비면 어쩌려고?
“하아…”
단검을 내려다본다.
적어도, 교주의 위치에 있는작자라면 깡이 장난 아닐 거란 말이지.
그래, 두 명 정도는 움직이자.
“그러면, 우리 둘이 움직입시다.”
“예. 그게 맞다니까…셋 세면 덮칩시다.”
“네, 그러죠.”
“셋.”
심장이 미친듯 요동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두 눈이 뻑뻑해진다.
호흡이 가빠져온다.
“둘.”
입술을 잘근잘근 씹는다.
마른 침을 꿀꺽, 삼킨다.
연신 심호흡을 하며 교주란 작자를 응시한다.
어떤 남성과 줄곧 대화를 하던 그는 이제 막 홀로 떨어진 상태.
“하나, 지금!”
타-앗!
식은땀 범벅인 손으로 단검을 꽉, 쥐며 미친듯 달린다.
그리고 재빠르게 교주의 뒤로 돌아가 손으로 그의 입을 틀어막는다.
그의 몸이 떨리는 게 느껴진다.
그의 동공이 파르르, 떨린다.
“으, 으읍! 읍! 읍!”
그들은 교주를 구석진 곳으로 데려가 물을 때였다.
“말레우스 말레피카룸 어딨어. 어딨냐…”
그때였다.
“어, 어? 거기 뭐야?”
“……! 으으읍! 으읍!”
쿵, 쾅. 쿵, 쾅. 쿵, 쾅. 쿵, 쾅…
심장이 귓전에서 미친듯 요동친다.
동공이 확장된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른다.
온몸이 경직된다.
모골이 송연해진다.
미간을 찌푸린다.
제, 제기랄!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부분의 신도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본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상황의 심각성을 못 받아들이는 것 같다.
“저 새끼,지금 뭐하자는 거냐?”
“몰라.”
이를 까드득, 간다.
마른침을꿀꺽, 삼킨다.
이런다고 멈추면 안 된다.
계속 진행해야 해.
벌벌 떨리는, 식은땀이 흥건한 손으로 단검을 꽉 쥔채 교주를 가리키며 가리키며 말한다.
“꼬, 꼼짝 마! 너희 교주 살리고 싶으면, 말레우스 말레피카룸 어서 내놔!”
뒤늦게서야 단검을 본 신도들이 경악을 하더니, 점점 소유와 교주에게 가까이 다가오며 말한다.
“뭐하자는 거야, 지금? 당장 교주님 안 내려놔!”
“교주님 안 내려놔, 새꺄? 교, 교주님!”
그때였다.
소유에게 입이 막혀있던 교주가 팔꿈치를 뒤로 휘둘러 연신 소유의 얼굴을 가격한다.
“걱정, 할 거, 없어.”
퍼-억! 퍽, 퍽!
“웁, 웁, 읍!”
얼굴이 화끈거린다.
얼굴을 움켜쥐며 단검을 놓친다.
핑, 눈물이 돈다.
주륵, 코에서 피가 흐른다.
“이, 씹새끼!”
그러자 그는 피식, 웃더니 소유가 쓰고 있는 고깔두건에 손을 옮기며 말한다.
“씹새끼? 씹새끼같은 소리하고 있네. 야, 너 면상좀 보자. 계집년 같은데.”
“……!”
심장이 미친듯 요동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입이 바짝바짝 마른다.
마른침을 꿀꺽, 삼킨다.
주춤, 주춤 뒷걸음질 친다.
아, 안 돼…안 된다…
그때였다.
“어딜!”
푸-욱!
“……!”
동공이 확장된다.
입술이 턱, 벌어진다.
처음 만났던 신도가 단검을 주워 교주를 찌른 후, 그를 덮친상태.
그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한다.
“그만 좀 해요, 그만좀 하라고!”
“쿨-럭…뭐, 이 개새끼야?”
그와 동시에 신도들이 달려든다.
“이, 이 개새끼!”
“감히 너따위가!”
“아, 안 돼!”
“아뇨, 괜찮아요!”
남자는 교주를 덮친 채 한 차례 단검으로 찌르고 꿋꿋이 신도들의 구타를 받아들인다.
이를 보며 교주가 어처구니 없다는 듯 묻는다.
“이, 이봐…왜 그러는 거야, 왜…”
“수십, 수백의 선량한 신도들을 속인 죄. 그리고 영생을 꿈꾸는 환자들의 꿈을 기만하여 이득을 취한 죄.”
시간이 흐를수록 바닥은 교주의 새빨간 피로물들어진다.
피비린내가 공기를 물들인다.
“사, 살려…주게…”
“……”
그가 고개를 돌려 신도들에게 묻는다.
“진짜 너희 교주가 죽어도 상관없다, 이거냐?”
“……”
“교, 교주님. 괜찮으십니까?”
“……”
그는 이마에 주름살을 접더니, 동공을 굴리며 입술을 잘근잘근 씹어댄다.
그가 계속 망설이자, 남자가 소유의 단검을 찌른 자리에 가져다대며 말한다.
“목숨이 두개인가봐?”
그러자 그는 정말 어쩔 수 없다는 듯 울며 겨자먹기 표정으로 말한다.
“아, 알았어! 얘, 얘들아!”
“예, 예?”
“가, 갖다줘…말레우스, 말레…피카룸.”
“……!”
“……!”
모르긴 몰라도, 신도들의 얼굴에 실망하는 기색들이 역력하다.
하기야, 이런 종교에서 교주란 존재는 거의 반쯤은 신이나 마찬가지일 테니까.
그리고 얼마 뒤, 저 멀리서 몇몇 고깔두건을 쓴 신도들이 지극히 평범해보이는 책 한 권을 가져온다.
다름 아닌, 말레우스 말레피카룸이다.
와, 저거구나.
남성 신도가 촤르르르륵, 책 내용물을 확인한다.
책 내용에는 모아이 석상으로 변해버린 주민들을 다시 인간으로 돌려놓는 주문과 다음 희생자 명단 등이 적혀있다.
남성신도가 맞다는 싸인이라도 하듯, 고개를 끄덕인다.
입술을 잘근잘근 씹는다.
마른침을 꿀꺽, 삼킨다.
여전히 교주를 인질잡은 채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를 보며 교주가 불쾌하다는 듯 손을 뿌리치며 말한다.
“이제 됐잖아! 당장 놔!”
“누구 좋으라고?”
그를 인질잡은 채, 고기방패 삼아 주춤, 주춤 뒷걸음질 친다.
그리고 교주에게 단검을 찌른 후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미친듯이, 미친듯이 달리기 시작한다.
“크, 크헑! 약, 약속…을 안지키다…”
“뛰어!”
“달려요!”
“교, 교주님!”
풀-썩!
저 멀리 사라지는 두 남녀를 보면서, 그가 피를 토해낸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한 글자, 한 글자 토해낸다.
“저 둘, 어떻게 해서…든…잡아와…!”
“예, 예?”
“책도 찾아…오고…”
“하, 하지만 다들 두건을 쓰고 있어서…”
“잡아오라면 잡아오는 거지, 무슨 쫑알쫑알 말이…많아?”
“아, 예…알겠습니다. 그런데 교주님은…괜찮으시겠습니까?”
“쿨-럭! 벌써 멀어졌잖냐…! 빨리 쫓아가!”
“아, 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