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9화 〉16.블루팀vs.레드팀[게이트를 막아라] (79/87)



〈 79화 〉16.블루팀vs.레드팀[게이트를 막아라]

#1

눈이 뻐근하다.
몸이 나른하다.

아마 몸의 긴장이 한순간에 이완된 탓이리라.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차례 크게 하품을 한다.

“하아아암…”

두 남정네의 눈치를 보니, 아직 쌩쌩한 듯 싶다.


부용은 열심히 작전을 설명 중이다.

“지도를 보면 아시겠지만, 저쪽 팀이 무사히 미션을 깨면 저희는 저쪽 팀과 싸우게 됩니다. 그리고 그때 그들과 겨루게 될 미션은 아마도 게이트 막기가 아닐까, 싶어요.”

게이트…막기? 그건 또 뭐야?

“게이트 막기가 뭐냥?”
“게이트 막기가뭐냐, 입니다.”

“두 팀이 나뉘어서 3:3으로 게이트를 막는, 정확히 말하면 부수는 거예요. 게이트에서 나오는 몬스터들을 죽이면서 일정시간 내에 게이트를 부수는 거죠.”
“그럼 그렇게 하면 되지, 뭐가 문제냐 입니다.”
“게이트를 부술 사람과 몬스터를 죽일 사람, 이렇게 역할 분배를 해야 해서요. 혹시 게이트를 부수실 분?”

“……”
“……”

당연하다면 당연하다고 해야할지, 셋 다 서로 눈치만 살핀다.


그때 맹공이 입을 연다.


“……부용, 자세히 얘기해봐라 입니다. 게이트는 몇  안에 부숴야 하냐입니다. 몬스터는  마리 나오냐 입니다.”
“아, 그걸 말씀 안 드렸네요. 우선…처음에 게이트를 부술 수 있는 시간은 10초예요.”

두 눈이 휘둥그래진다.
입술이 턱, 벌어진다.


“10, 10초 안에 게이트를 어떻게 부수냥?”
“그, 그건 가능충도 불가능이다, 입니다.”

가능충이란 말은 어떻게 아는거야?


“끝까지 들어보세요.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게이트에서는 많은 몬스터들이 나오는데…몬스터들을 죽이면 게이트를 부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요. 그리고 늘어나는 시간은 몬스터 한 마리당 3초구요.”


미간을 찌푸린다.
고개를 갸웃거린다.

몬스터 한 마리 죽이는 것도 힘든데…고작 늘어나는 시간은 3초?


“너무 힘들 거 같다냥.”
“대신,  여기 몬스터들은 방어력이 0이예요. 훨씬 죽이기 수월한 거죠. 그러니  분이 먼저 정해보세요. 게이트 부수는 것과 몬스터를 죽이는 것, 어떤  하실래요?”


 밑을 문질거린다.
침음을 흘린다.

“흐음…”


뭐가 좋을까.


어차피 부용 오빠는 혼자가 아니라고 보는 게 맞아. 테드와 빈이, 그리고 그 용용이까지 있으니까.
그러면…오빠가 잽싸게 게이트를 부숴버리는 게 낫지 않나?


“오빠 혼자게이트를 맡는 게 낫지 않겠어요?”
“나도 찬성이다, 입니다. 부용이 우리 중에 제일 강하니 게이트를 빨리 부술 있다 입니다.”

“흐음, 아무래도 그게 낫겠죠? 그리고 승패는 예상하셨다시피 어느 팀이 게이트를 빨리 부수느냐로 결정나요. 그러니, 초반에 시간을 많이 모아두고, 도중에  명이 합류하는 게 좋을  같아요.”


“아, 알아들었다냥.”
“알겠다 입니다.”

“아, 그리고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 건데요. 이번 미션에서는 미션 도중,적팀의 상황과 심리 등등을 다 알 수 있으니…심리전에 휘말리지 마시라고요.”


 걱정도 많다니까.


“걱정말라냥.”
“알았다 입니다.”


그때였다. 따스한 손이 그녀의 손을 감싼다.
다름 아닌, 부용의 손이다.


“……!”

뺨이 불그스레해진다.
양쪽 입꼬리가 주체를 못하고 씰룩인다.



부용이 그녀의 손에 깍지를 끼며 묻는다.

“소유씨, 졸려요? 눈이…”
“아, 저…그게 사실…조금 피곤하다냥.”

“아, 그래요? 그러면 잠깐 눈 붙여요. 어차피 저쪽 팀 미션 깨려면시간  걸리니까.”
“이 허허벌판에서 어떻게 자란 소리냥?”

그러자 그가 싱긋 웃더니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아 자신의 무릎을 툭툭 치며 말한다.

“여기,주인님 전용 베개 있잖아요?”
“……!”


배시시, 웃음이 흘러나온다.
괜스레 콧잔등이 시큰해지고 눈물이 핑, 돈다.

“고, 고맙다냥.”
“나중에 소유씨도 무릎베개 해주면 되죠. 서비스로 요즘 한쪽 귀 답답한데, 귀청소도 해주시면…”
“으이구, 알았다냥.”

그의 무릎을 베고 눕는다.


편안하다.
기분좋은 바람이 선선하게 피부를 간질거린다.

“하아아암…”

잠이 솔솔 온다.


힐끗, 맹공의 눈치를 살핀다.

그는 서구식 마인드로 모르는 척 해주는 건지, 아니면 그냥 신경쓰지 않는 건지…
그저 위습을 쳐다보고 있을 뿐이다.


부용과 맹공의 대화가 들렸다가, 안 들렸다가 하다가…


“……다 너무한다, 입니다. 나만 왕따다 입니다.”
“……”


어느 순간 까무룩, 잠이 든다.


#2

맹공이 눈에서 꿀이 뚝,  떨어지는 부용을 쳐다본다.
그는 드래곤의 영혼보다뚜렷한 영혼을 등에 달고서 자신의 무릎에서 잠들어있는 여인의 머리카락을 매만져주는 중이다.

영혼만놓고 보면 마치 사자의 품에서 사슴같은 초식 동물이 곤히 잠들어있는, 그런 언밸런스한 느낌이다.

“부용. 눈에서 꿀 떨어진다, 입니다.”
“아, 그래요?”

계약 내용을 복기해본다.
‘신내림 받은 걸 들키지 않기’

즉, 들키지만 않으면 된다는 소리.


아마 모르긴 몰라도, 외국인인 내가 신내림을 받았으리라 생각할 확률은 1에 수렴할 터.


미간을 찌푸린다.
입술을 잘근잘근 씹는다.


귀신을 보는 직업은 무당 말고도 매우 많다.
엑소시스트도 있도, 퇴마사도 있고, 구마사제도 있고…

그러면 귀신이 보인다고 하면서 다른 직업으로 둘러대면 아무런 문제 될 일이 없다.
서서히 입술을 뗀다.

“저…부용. 말해줄 게 있다, 입니다. 깜짝놀라지 말고 들어라, 입니다.”
“……? 뭔데요?”

심장이 두방망이질 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호흡이 가빠져온다.
입이 바짝바짝 마른다.

주먹을 꽈악, 쥔다.

“……”
“……? 뭔데요? 뭔데 그렇게 뜸을 들여요?”


그래, 이게 뭐라고…

“……지금 내 눈에, 부용의 등 뒤에 귀신이 보인…”

그때였다.

쩅그, 랑!


레드팀원들이 미션을 모두 클리어하고 그들의 눈앞에 나타난다.

“겁나 힘들어부네!”
“다 깼다…”


“……!”

심장이 미친듯 요동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동공이 확장된다.
온몸이 경직된다.


호흡이 가빠져온다.
입이 바짝바짝 마른다.

“뭐, 뭐냥…응? 버, 벌써!”
“시간 꽤 흘렀어요. 일어나요.”

마른 침을 꿀꺽, 삼킨다.
놈들을 응시한다.


주먹을 꽈악, 쥔다.
이를 까득,악문다.

다루마와 소유가 대치하고, 다루마가 거의 들릴락말락하게 말한다.

“……발년.”
“……뭐라고?”

“씨.발.년.이라고 했다. 이 씨팔년아.”
“이 썅년이 지난번부터 보자보자하니까!”

소유가 화를 참지 못하고 다루마와 맞붙으려 하자, 부용과 맹공이 그녀의 양팔을 붙잡는다.


“에, 에헤이! 소유씨!”
“소유, 왜 그러냐, 입니다! 당신,  그러냐 입니다!”
"……"

그녀가 머리를 쓸어넘기고, 크게 날숨을 내뱉으며 말한다.
“후! 저 년이 지난번부터! 아, 진짜!”


그러나 열받아 있는 소유와는 다르게, 다루마의 이죽이는 표정은 마치 그녀의 반응을 즐기는 듯한 반응이다.

무거운 침묵 속에서 이삭과 부용이 이를 악물고, 주먹을 꽉  채 대치한다.

“……”
“……”


그리고 이삭이 입을 연다.

“……만약  세계가 게임과 비슷하게 흘러간다면 그 반지들, 뭔가좋은 기능이 있을 거 같은데 말야.”
“……”


“나한테 꽤나 좋은 아이템이 하나 있는데, 그 반지랑 바꿀 생각이 없나?”
“……”

“대답을 좀…”
“뭡니까, 그 아이템이라는 게.”

“……헬나가의 비늘.”
“……!”

아주 잠깐이었지만, 맹공은  수 있었다.
그의  눈이 휘둥그래졌다가 원위치 됨을.

그가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가를 반복한다.
그의 울대가 출렁인다.


그리고, 익숙한 목소리가 머리에서 울린다.

-맹공씨. 제가 이제부터 저쪽 팀원들한테 내기를 하자고 할 건데…

동공이 확장된다.
고개를 갸웃거린다.


내…기라니?

-그게 무슨 말이냐, 입니다.
-마침 팀전이니, 아이템이나 돈을 걸고 팀 대 팀으로 내기를 하자는 거죠.

-아, 아…알아들었다 입니다.
-그래서 말인데 이번 미션,  하실 수 있죠? 아까 저한테 다 들었으니.

아, 그러니까…먼저 미션의 세부사항 등을 들었으니, 잘 할 수 있냐 물어보는 거야?

-못할 거야…없다 입니다.소유한테는 물어봤냐 입니다.
-당연히 물어봤죠. 그럼 진행하겠습니다.

“……그럼 아예 팀원 전원이 각자 아이템 등을 걸고 내기에 참여하는 건 어떻습니까?”
“오호…?”

이러한 분위기에 다루마가 미간을 찌푸리며말한다.

“왜 우리까지 참여해야 하는데?”
“참여 안 하셔도 됩니다. 물론 대신 보상도 없을 테구요.”
“하아…”


그녀는 어쩔  없다는 듯, 인벤토리창에서 복주머니를 꺼낸다.

그렇게 레드팀에서 건 아이템은’복주머니6개, 헬나가의 비늘’,
블루팀에서 건 아이템은’복주머니 6개, [水계 반지]’이다.

맹공이 걱정스런 말투로 부용에게 묻는다.


“부, 부용. 저 반지 괜찮냐, 입니다.”
“상관없어요. 행여나 저희가 패배해서 뺏기더라도, 다른 반지가 없으면 쓸모 없는 반지거든요.”


그 말을 끝으로 그들은 대련을 시작한다.

***

#3

부용의 눈앞에 게이트와 상태창이 나타난다.

&&&&&&&&&&&&&&&&&&&&&&&&&
&&& 地계 출발칸 2회차 3인 대련미션 &&
&&&&&& 게이트를 상대팀보다 &&&&&&
&&&&&&&& 먼저 격파하시오 &&&&&&&
&&&&&&&&&&&&&&&&&&&&&&&&&&

&&&&&&&&&&&&&&&&&&&&&&&&&&&&&&
&&&&&&& 비슈누를 따르는 야차(님)이 &&&&&&
&&&&& 당신에게 [나는’널’응원한다] 라며 &&&&&
&&&&&&& 복주머니두 개를 선물합니다 &&&&&&
&&&&&&&&&&&&&&&&&&&&&&&&&&&&&&&


&&&&&&&&&&&&&&&&&&&&&&&&&&&&&&&&
&&&&&&& '불을 잡아먹는 야차'(님)이 &&&&&&&&
&&&&&& [드디어 시작!] 이라고 말합니다. &&&&&&
&&&&&&&&&&&&&&&&&&&&&&&&&&&&&&&&&


&&&&&&&&&&&&&&&&&&&&&&&&&&&&
&&&&&& 시바신을 따르는 야차(님)이 &&&&&
&&& 당신에게[난 너희 팀에 걸었다?] 라며 &&&
&&&&&& 복주머니 한 개를 선물합니다 &&&&&
&&&&&&&&&&&&&&&&&&&&&&&&&&&&&&

&&&&&&&&&&&&&&&&&&&&&&&&&&
&&&& 수라도로 만드는 야차(님)이 &&&&&
&&&&& 당신에게 [가즈아 ㄱㄱㄱㄱ &&&&
&&&&& ㄱㄱㄱㄱㄱ] 라고 말합니다 &&&&&
&&&&&&&&&&&&&&&&&&&&&&&&&&&


“……!”


심장이 두방망이질 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호흡이 가빠져온다.
입이 바짝바짝 마른다.

마른 침을 꿀꺽, 삼킨다.
이, 이거…너무 관심받는데.


고갯짓을 하며 말한다.


“……한 분은 중간에서, 한 분은 끝에 가서 기다리세요.”
“……? 게이트 가까이에 있는게 낫지 않냐, 입니다.”
“아녜요. 어차피 몬스터들이 엄청 빨리빨리 나오기 때문에…소용 없어요.”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몬스터들이,구울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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