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5화 〉15.블루팀 턴[골렘농장에서 골렘을 구출하라]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조심조심드래곤의 해츨링을 따라가니…
아까 골렘들과 혈전을 벌인 3인방이 기다렸다는 듯 그를 맞이한다.
“오셨군요.”
“왔냐, 입니다.”
“기다렸다냥.”
“……?”
마법석이 미친듯 요동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미간을 찌푸린다.
주춤, 주춤 뒷걸음질 친다.
이, 이게 무슨?
그들 중 아까 가장 강해보이던 남성이 힐끗, 힐끗 주변을 살피더니 입을 연다.
“……여러분들의 탈출을 도와드리러 왔습니다.”
눈썹을 꿈틀거린다.
뭐? 갑자기 이건 무슨 전개야?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는다.
“저는 당최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말 그대롭니다. 골렘분들의 탈출을 도와드리겠다고요.”
불과 몇 시간, 아니 몇 분전까지만 해도우리 골렘이랑 싸우던 인간들이 우리의 탈출을 도와주겠다고 나선다고?
피식, 한쪽 입꼬리를 올린다.
머리칼을 쓸어넘긴다.
어떻게, 어떻게 내가 탈출을 간절히 원한다는 사실을 알고 찾아왔나본데…
어림도 없을 거다.
놈의 눈을 빤-히 노려본다.
“…...”
“……”
한동안 적막이 흐르다가, 골렘이 입을 연다.
“설마 제가 믿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죠?”
“믿으셔야 합니다.”
“댁 같으면 당신의 친구를 죽인 작자들이 갑자기 와서 탈출을 도와주겠다 하면 아이구, 감사합니다 하면서 따라가실 겁니까?”
그러자 남자는 허리를 90도로 푹, 숙이며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취한다.
“그거에 대해서는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최대한 마법사만 공격하려 했는데…”
“……!”
마법석이 두방망이질 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동공이 확장된다.
호흡이 가빠져온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른다.
아까 못봤어? 마법사고 나발이고 다 죽이는 거?
입술을 잘근잘근 씹는다.
만약에 실수였다면?
주먹을 꽉, 쥔다.
이를 까득, 악문다.
“이런제길…!”
그가 아까 눈앞의 남자를 중심으로 골렘들을 공격하던, 마법사를공격하던 슬라임과 드래곤 해츨링을 떠올린다.
한 가지만큼은 확실하다.
저 작자들이 도와준다면, 탈출이 훨씬 수월해질 거라는 거.
일단 확인해보면 된다.
스윽, 뒤를 돌아본다.
어느정도 싸움은 멎어가는 상태.
그러나몇몇 골렘들은 아직 고블린들은 혈투 중이다.
“키-에에에에에에엑!”
“저리 꺼지라고!”
조금 있으면 끝나겠네.
다시금 고개를 원워치 시켜 세 명의 인간들을 응시한다.
이 인간들은 어떻게 저 많고 많은 골렘들 중에서 딱 내가 탈출이 필요한 골렘이라는 걸 알아냈을까.
어쩌면 이 인간들은 내가 자아가 발아한 골렘이라는 것까지 알고 있는 거 아닐까.
“……어떻게 제가 탈출을 원하는 골렘이라는 걸 아셨습니까?”
“……”
역시, 우연인가.
“대답해 보십시오. 어떻게 제가 탈출하고 싶은골렘이라는 걸 알고 접근하셨냐, 이 말입니다.”
“……욕설로 알았습니다.”
뭐, 뭐라고?
“예?”
“제가 알기로…대부분 대저택에서 탈출을 꾀하시는 분들은 자아가 생기신 분들이라고 들었는데, 아닌가요?”
“……!”
저, 정확하잖아!
“그, 그런데…그게 욕이랑 무슨…”
“자아가 생겼다는 건 마법사들의 노예에서 벗어났다는 거고, 어느정도’반항’이란 걸 할 수 있게 됐다는 걸 뜻하죠. 그래서…”
아…이렇게 되면 안 믿을 수가 없는데.
하지만 아무리 눈앞의 남자가 믿을만하다 한들…
제인에게는 물어보고 결정해야만한다.
“저어…”
“……?”
“그럼, 잠시 상의해보고 와도 되겠습니까?”
“아, 마음대로 하십시오.”
“아, 감사합니다. 잘 숨어계십시오.”
“염려 아십시오. 아, 저 그런데.”
뒤를 돌자, 어느새 고블린과 골렘들의 혈전은 끝난 상태다.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8할의 시체는 고블린이요, 2할의 시체만이 골렘이다.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시체들을 골렘들이 욕지기를 내뱉으며 치운다.
“아, ㅈㄹ 힘드네!”
“에이, 씨.”
저벅, 저벅 대저택으로 걸음을 옮긴다.
미간을 찌푸린다.
입술을 잘근잘근 씹는다.
제인, 네 혼란스러움 이해해. 하지만 이 절호의 기회, 놓지면 아깝잖아.
제발, 눈 딱 감고, 탈출하자.
제발…
끼익.
대저택에 들어서자 썩 보고싶지 않은 광경이 펼쳐져 있다.
다름 아닌, 제인이 마법사에게 무릎을 꿇꼬 입봉사를 하고 있는 장면이다.
“쯉, 츄룹…”
“실력이 늘었구나.”
“……!”
온몸이 경직된다.
동공이 확장된다.
쿵, 쾅. 쿵, 쾅. 쿵, 쾅. 쿵, 쾅…
마법석이 귓가에 대고 비명을 지른다.
입술이 파르르, 떨린다.
눈물이 핑, 돈다.
거친 숨을 몰아쉰다.
이내 눈물이 주륵, 흐른다.
아, 아…제, 제인…
그녀가 마법사들의 성처리를 한다는 건 소문으로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목격한 건 지금이 처음이다.
이를 까득, 악문다.
주먹을 꽉, 쥔다.
내가 죽더라도 가서 저 새끼를 죽일까?
‘그럴 수 있기는 하고?’
“다, 닥…닥쳐…”
쿠-웅.
이로써 한 번 더 확실해졌다.
어떻게 해서든, 제인을 이 지옥에서 탈출시켜야한다.
그때였다.
누군가가 문을 열고 나온다.
끼익, 꽝.
다름 아닌, 제인이다.
“어, 이얀? 네가 왜…응? 너 울었어?”
“……”
그녀에게 따져묻고 싶다.
대체 왜 저런짓을 당하면서까지 여기 있고싶은 거냐고.
“후우…”
하지만,세상 그 어떤 사람도, 골렘도 자신의 치부가 까발려지길 원치 않을 터.
“제인.”
“……왜?”
“……”
말하기가 꺼려진다.
상대측에서 거절했는데, 이런 식으로 재촉하는 건 반감만 키울 뿐이라는 걸, 모르는 바 아닌데.
머리칼을 쓸어넘긴다.
깊은 한숨을 내쉰다.
“후우…”
“말을 해. 무슨 일이야?”
”진짜 나가고 싶은 생각이 1도 없는 거야? 좋은 기회가 오더라도?”
“……”
이 침묵은 고민의 침묵일까, 아니면 예의상 하는 침묵일까.
그녀는 얼굴을 푹, 숙인 채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한다.
”미안해, 이안.”
“그래. 일단 네 마음알았다.”
미안해, 제인. 아까 그 모습을 본 이상…포기할 수 없어.
#3
부용의 심장이 두방망이질 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입이 바짝바짝 마른다.
마른 침을 꼴깍꼴깍 삼킨다.
흡, 숨을 들이마신 채 참는다.
“……”
“……”
“……”
다름 아닌, 골렘에게 인기척을 들킨 탓이다.
“아니라니까.”
“아냐, 내가 분명 느꼈다니까…”
그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부용 일행의 근처를 살피다가 돌아간다.
“없네.”
“봐봐. 뭐가 있다고.”
발자국 소리가 점점 멀어진다.
저벅저벅,저벅, 저벅…
그렇게 약 십 분뒤, 그들은 참으면서 얕게 쉬던 숨을 깊게 내뱉는다.
“휴우!”
“들키는 줄 알았네, 입니다!”
“깜짝 놀랐다냥!”
주위를 두리번, 두리번거려본다.
그나저나 언제 오는거야?
그때 저 멀리서 눈에 익숙한 골렘이 이쪽으로 걸어온다.
“저 왔습니다.”
“아, 오셨군요. 어떻게, 설득은 성…공하지 못하셨나보군요. 혼자 오시는 거 보니.”
“……예. 아쉽게도.”
“그럼 지금 몇 명이 탈출을 계획하고 계시는 상태입니까?”
이안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한다.
“그건 저도 확실히 모릅니다. 제가 확실히 아는 건 저하나뿐입니다.”
“아, 이거 곤란하군요. 최소한 세 명은 모여야 저희도 뭔가 도와드릴 수 있을 거 같은데…”
“세 명이 있을까요?”
“왜 없겠습니까? 이안씨와 이안씨가 설득하러가신분. 이렇게 해도 두 분인데, 설마 저 많은 골렘들 중에 자아가 생긴 골렘이 없을까요?”
“……”
얘기를 듣는 이안의 표정이좋지 않다.
그가 불안한 듯, 연신 손가락을 꼼지락, 꼼지락거린다.
이에 부용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는다.
“저…무슨 일 있으십니까? 대체 왜…”
“사실, 저는 방금 제가 설득하러 간 골렘 여인이 정 탈출하지 않겠다고 하면…탈출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
심장이 두방망이질 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동공이확장된다.
호흡이 가빠져온다.
입이 바짝바짝 마른다.
마른 침을 꿀꺽, 삼킨다.
제, 제길! 뭐, 뭐라고?
이게 무슨…?
“가,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문자 그대로입니다. 사랑하는 여인의 뒤를 따르겠다는 겁니다.”
머리칼을 쓸어넘긴다.
깊은 한숨을 내쉰다.
“후우…”
어쩐지,너무 쉽다 했지.
그러면 우리가 지금 해야할 일은 이 남자가 상사병 걸린 여자를 설득해야 하는 거네.
“그러면, 우리가 그 여성분을 설득시키면 되는 거죠?”
“……! 예? 그게 가능합니까?”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다, 또우리의 모토죠. 이안, 언제 골렘들이 자죠?”
“아, 마법사들이 골렘들의 마법석을 꺼주는 시간이요? 당연히 밤이죠.”
“그때 이얀의 마법석, 아니 자아가 생긴 골렘들의 마법석도 꺼집니까?”
“네. 조금 있으면 꺼질 시간이네요.”
“흐음…그럼 오늘은 쉬시고, 내일 낮에 여친분 모시고 와요. 우리랑 같이 설득해보자고요.”
옆에서 소유가 걱정스러운 말투로 묻는다.
“어, 어떻게 하려고 그러냥?”
“미션 깨려면 어쩔 수 없어요. 저, 이안씨? 혹시 여성분이 왜 여기서 탈출하지 않겠다고 하시던가요?”
“그야, 뻔하죠. 무서운 거예요. 여기서 쭉살아왔으니 낯선 타지가, 외지인이 무서운 거죠. 이해는 되는데, 하아…”
아마 모르긴 몰라도 그 여자의 공포는 미지에서, 무지에서 나오는 공포인 거 같은데 그러면…
우리가 직접 보여주면 되잖아. 인간이런 존재이니, 겁 먹을 거 없노라고.
한쪽 입꼬리를 씰룩이고 어깨를 으쓱이며 말한다.
“아마…우리를보면, 우리의 얘기를 들으면 조금은 마음을 달리 하시지 않을까, 싶네요.”
그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럼…다녀오겠습니다.”
“아, 예. 내일 뵙겠습니다.”
“예. 잘 숨어계십시오. 새벽 상간에 정찰 골렘이 돌아다니니까요.”
“예. 염려마십시오.”
그렇게 그는 그들의 시야에서 멀어지고, 대부분의 골렘들 또한 대저택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새벽이 오자, 부용이 입을 연다.
“세명이서 번갈아가며 보초를 서죠.”
“아, 그러자 입니다.”
“그러자냥.”
가장 먼저 부용 차례.
눈꺼풀이 무겁다.
그냥 잘까…
하-품.
“……”
정신을 놓으니 금…
꾸-벅!
고개를 미칠듯 가로젓는다.
“으, 으음! 아, 안 돼!”
꾸벅, 꾸벅…
그때였다.
저벅, 저벅, 저벅…
“……!”
심장이 두방망이질 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동공이 확장된다.
호흡이 가빠져온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른다.
입이 바짝바짝 마른다.
마른 침을 꿀꺽, 삼킨다.
“여기서…어떤 소리 들린 거 같지 않냐?”
“잘 찾아봐!”
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