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8화 〉14.레드팀 턴[개미굴에서 채광을!]
심장이 두방망이질 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온몸이 경직된다.
동공이 확장된다.
호흡이 가빠진다.
입이 바짝바짝 마른다.
제, 제길! 들킨건가?
동공을 굴려본다.
그러나 시야에 들어오는 거라고는 끝없는 암흑뿐.
대체 어디있는 거야? 어디 숨어있는 거냐고!
무작정 386301호에게 전음을 시도해본다.
“3, 386301호에게 전음.”
그러나 아무리 전음을 시도하고, 시도해도 전음은 연결되지 않는다.
당연하다. 메디석인지, 나발인지에 손을 대지 않고 전음을 시도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
콧잔등이 시큰해진다.
입술이 파르르, 떨린다.
애초에개미따위에게 기대한 내가 잘못인가.
양쪽 주머니를 힐끗, 쳐다본다.
현재 무기로 쓸 수 있는 건 가위와 토템.
그러나 아무리 팔을 움직이려 해도, 놈들에게 붙들려 있어 움직일 수 없는 상황.
입술을 잘근잘근 씹는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해야…
그러나 아무리 머리를 굴리고, 굴려봐도 이렇다 할 방도가 떠오르지 않는다.
“제길…”
그렇게 얼마나 놈들에게 끌려갔을까.
어둠 속에서 웬 철문이 하나 눈에 들어온다.
“도착했군.”
“준비됐겠지?”
끼-이익.
밧줄과 의자가 그녀를 반긴다.
“……!”
온몸이 경직되며 소름이 쫙, 돋고 오한이 서린다.
머리카락이 쭈뼛, 서고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른다.
아, 안 돼.
진짜이대로 죽는 거야?
눈물이 주륵, 흐른다.
고개를 미친듯이 가로젓는다.
“이, 이건…아냐. 아니라고…”
살려…줘…요, 아저씨…
그때였다.
-들리십니까? 들리세요?
“……!”
-들리시면 한 번 저항해 보십시오.
“이 시발! 놓으라고!”
그러자 양쪽에서 그녀의 팔을 꾸-욱, 조이며 표정 변화하나없이 말한다.
“괜히 힘 뺴지 말자.”
“어딜! 탈출은 꿈도 꾸지마, 이년아.”
-들리시는군요. 다행입니다.
-아무래도 들킨 거 같은데, 괜찮은 거죠?
-걱정 마십시오. 숙청 시도 이후 하루이틀 일이 아니거든요.
아…
-저희는 지금 타이밍을 노리는 중입니다.
웬 타이밍?
-그게 무슨 소리예요! 당장 구해줄 것이지!
-죄송합니다. 조금 있으면 여기에 저희 여왕님을 몰아내고 여왕개미가 되려 하는 일개미가 나타날 겁니다.그 일개미를 잡기 위한 일이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건 또…무슨 소리야?
일개미가 여왕개미가 되는 게 가능해?
그때 저 멀리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온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그리고 이내 개미 한 마리가 수십 마리의 병정 개미를동원한 채 모습을 드러낸다.
“이 녀석이로구나.”
“오셨습니까.”
“예! 이 녀석이 브라마석을 노렸습니다.”
“난 첩자도, 뭣도 아니라니…”
미간을 찌푸린다.
깊은 한숨을 내쉰다.
하아, 말을 말자.
아주 꼴값을 떨어요. 누가 보면 자기가 벌써 여왕개미 된 줄 알겠네.
하기야, 뒤가 구린데 암살이 무서워서라도 저렇게 경호원들을 동원하고 다녀야지.
그때였다.
어느 누군가에게 1호이고싶고 어느 누군가에게는 1호였을 386301호가 전음한다.
-……그럼 슬슬 시작하겠습니다.
-아니, 그런데 저 많은 인원을 죽일 수 있어요?
-우리 목표는 저 일개미 하나이니까요.
흐음…그래도 힘들 거 같은데.
교도관 개미들이 날카로운 말투로 말한다.
“자, 빨리빨리 올라가라!”
“우리가 그렇게 시간이 남아도는 줄알아?”
의자와 밧줄을 번갈아가며 쳐다본 뒤, 그녀가 발을 떼어 의자에 올라가며 동공을 굴려본다.
어디 숨어있는 거…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사방에서 개미들이 튀어나온다.
“주제를 알아라!”
“여왕 폐하를 위하여!”
“잘도 숨어있었겠다!”
“그 여자의 시대는 지났다!”
“여왕님을 지켜라!”
“호위해라! 호위하라!”
“……!”
푸-욱! 퍽, 퍽!
심장이 미친듯 요동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동공이 확장된다.
온몸이 경직된다.
쿠데타를 도모하는 개미들은 어떻게든 자기들이 밀어주는 일개미, 그러니까 신 여왕개미를 지키는 중이고 구 여왕 개미 측 병정개미들은 그런 그녀를 죽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초록빛 선혈이 허공에 흩날린다.
개미들의 비명이 메아리친다.
이걸…세대 교체라고 봐야 하나?
나도 싸워야 하는 건가?
어느새 바닥에는 개미들의 시체들이 쌓여간다.
혜정의 크기만한, 개미들의사체가.
눈쌀이 찌푸려진다.
구역지기가 올라온다.
“우, 우웁…”
안타깝게도 386301호가 애초부터 계획했던, 여왕개미 자리를 노리는 일개미는 암살하지 못한 듯 하다.
그때, 그녀의 시선에 바닥에 나뒹구는 몇 개의 곡괭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
한쪽 입꼬리가 올라간다.
혀로 쓰읍, 입술을 핥는다.
오, 이게 웬 떡?
곡괭이란 곡괭이를 죄다 주운 후, 인벤토리창으로 옮기는데 그녀의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그녀의 귓전을 울린다.
“여기서 뭐하시는 겁니까? 안 도망가고!”
“……!”
다름 아닌, 386301호다.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한다.
“아, 저 그게…경황이 없다보니…”
“하아, 진짜. 따라오세요!”
그가 그녀의 손을 낚아채고는, 미친듯이 달린다.
달리고, 또 달린다.
심장이 미친듯 요동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호흡이 거칠어진다.
입이 바짝바짝 마른다.
마른 침을 꿀꺽 삼킨다.
어느새 온몸은 식은땀으로 흥건하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는다.
지하라 그런지 유독 습하고, 불쾌하다.
턱밑까지 숨이 차올라도, 달리고 또달린다.
그런데…지금 어디 가는 거지? 일단 피신하는 건가?
“허억…헉…그런데 어디 가는 거예요?”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까 새벽에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여왕님이 계신 곳으로 간다고!”
아, 아차. 그랬지!
그때였다.
-이봐, 이봐!
이삭의 전음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울린다.
으, 응? 이삭? 이 인간이 왜…
-무슨 일이예요?
-으음…아힘사카, 그 양반한테 들었어. 네가 브라마석 처음으로 찾았는데, 색깔이 보라색이었다며?
아, 들었구나.
-그런데요?
-그런데 보라색 광석이 있길래 캐려고 했거든? 그런데 갑자기 개미들이 몰려오더라고. 그래서 싹 다 죽였어.
흐음…
같은 주사위를 던졌는데 다른 결과값이 나왔군.
일단 이 386301호한테 말해줘야겠다.
“저…”
“……? 왜 그러시죠?”
“제 친…그러니까 동료들이 두 명 더 있는데요. 브라마석을 볼 수 있는.”
그의 두 눈이 동그래진다.
격앙된 목소리로 내게 묻는다.
“저, 정말입니까?”
“예. 그래서 어려운 거 아는데, 혹시…동료들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나요?”
“흐음…혹시 동료분들께 위치를 묘사하실 수 있냐고 여쭤봐주시겠습니까?”
아직 브라마석이 CCTV 역할을 하는지, 다른 어떤 무엇이 여왕 개미를 감시하고 있는지는 몰라. 이런 건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해.
“그럼 한 가지만 정확하게 말씀해 주시겠어요?”
“뭐…죠?”
“그…브라마석이 무슨 역할을 하고 있는 거죠?”
“저쪽 녀석들이 저희 여왕님을 잡기 위해 곳곳에 설치해놓은 마법의 광석입니다. 그런데 저희는 그 브라마석을 다른 광석과 구분하지 못해 골치였는데…”
“우리는 구분할 수 있다?”
“그런 셈이지요.”
-저기요.
-……? 왜?
그녀는 이때까지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이삭에게 전음해줬다.
브라마석을 캤다가 감옥에 간 일, 감옥에 갔다가 386301호를 만나게 된 일, 그래서 여왕개미가 연루되었다는 사실, 브라마석은 여왕을 감시하고 잡기 위한 CCTV라는 사실까지.
-……그래서 저희가 그쪽으로 갔으면 하는데, 거기 어디예요? 묘사좀 해봐요.
-여기? 별다를 건 없고…특정할 거라곤 개미시체밖에 없어. 내가 죽인 개미시체들.
미간을 찌푸린다.
입술을 잘근잘근 씹는다.
이러면 곤란해지는데.
힐끗, 386301호의 눈치를 본다.
아무리 쿠데타가 났다고는 하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인간보다는 죽은 개미 편을 들지 않을까?
“뭐라고 하세요?”
“어, 음…그게…”
#2
이삭의 심장이 미친듯 요동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가쁜 숨을 몰아쉰다.
마른 침을 꿀꺽, 삼킨다.
눈앞의 상태창을 응시한다.
&&&&&&&&&&&&&&&&&&&
&&&&&& 클락 업이 &&&&&&&
&&&&&& 해제됩니다 &&&&&&
&&&&& 쿨타임(1:30) &&&&&
&&&&&&&&&&&&&&&&&&&&
땀으로 얼룩진 머리를 쓸어넘긴다.
“후우…”
개미 사체들과 손에 들린 브라마석을 번갈아가며 쳐다본다.
그러니까, 이게 CCTV 역할을 한다 이거지.
약 1분 정도 기다리니, 다루마가 전음한다.
-거기서 기다려요. 저희가 갈게요.
-뭐? 위치도 안 알려줬는데 무슨 소리야?
-386301호씨가 말하길, 개미들은 시체만 있으면 찾을 수 있다네요.
-뭐? 그게 무슨 사이코같은 소리야? 시체만 있으면 찾을 수 있다니?
-개미들은 죽으면 특정 호르몬을 내뿜는데, 시체를 따라가다보면 이삭씨가 나올 거라고…
-하아…진짜 별 그지같은.
조금 기다리니, 발소리가 들려온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
고개를 갸웃거린다.
발소리가…둘이 아닌데?
-야, 너 둘이서 오는 거 아냐?
-무슨 소리예요? 아직 출발도 안 했는데?
“……!”
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
심장이 귓전에 대고 비명을 지른다.
온몸에 소름이 쫙, 돋는다.
동공이 확장된다.
그, 그럼 저 많은 발자국 소리는 설마…
복수하기 위해 온 개미들?
제, 제길!
“옥클레이 어페이!”
&&&&&&&&&&&&&&&&&&&
&&&&& 쿨타임(00:58) &&&&&
&&&&&&&&&&&&&&&&&&&&
“……!”
“찾았다.”
“복수의 시간이다.”
시발! 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