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6화 〉14.레드팀 턴[개미굴에서 채광을!] (66/87)



〈 66화 〉14.레드팀 턴[개미굴에서 채광을!]

주위를 두리번, 두리번 거린다.
고요하고, 사위가 어둡다.

보이는 거라곤 오직 그들과 덩치가 비슷한, 각자 무언가를 들고 어디론가로 향하는 개미로 추정되는 생물체들 뿐이다.

헛웃음이 흘러나온다.
머리를 쓸어넘긴다.

식인 식물에, 설인에, 도마뱀 인간에...
이제는 개미굴이라고?

누구 머리에서 나온 건지는 몰라도,  허접하다, 허접해.

"하아...이번엔 또 개미굴이여?"
"이러고있는다 해서 달라지는  없잖아? 출발하자고."

하기야, 그렇긴 하지.
촉각을 곤두세운 채, 한 발자국, 한 발자국을 뗀다.

심장이 두방망이질 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머리가 쭈뼛, 선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른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저벅.

"......"
"......"

고요와 적막 속에서 들리는 소리라곤 그들의 발자국 소리와 숨소리뿐.


동공을 굴린다.


가뜩이나 지하라는 어둡고 까만 지형과 개미의 까만 몸이 겹쳐져, 그야말로 어둡고, 까맣다. 외국인이'암흑'이란 단어가 구체적으로 무얼 가르키냐는 질문을 받으면 사진이라도 찍어서 보여주고 싶을 정도로.


미간을 찌푸린다.
코를 쓱, 쓱 문질거린다.


불쾌하고 퀘퀘한 냄새가 코끝을 찌르는 탓이다.
"에이,씨."


가끔가다 어떠한 형체가 일렁이는게 보인다.

저, 저게 뭐지?
저게 설마 브라마석인지, 뭔지인가?

눈을 찌푸려, 자세히 형체를 확인해 본다.
어둠에 적응한 눈은 갖가지 실루엣을, 상을 비춘다.

눈앞의 실루엣은, 상은 개미가 무기를 이고 가는 모습을 비추고 있다.
그것도, 꽤나 많은 개미가 말이다.

"......?"

고개를 갸웃거린다.
눈을 꿈뻑인다.


다들 무슨 무기들을 저렇게 짊어지고 어딜 가는 거지?
설마 저 많은 개미들이 전부 병정 개미인가?


침을 꿀꺽, 삼키며 놈들을 쳐다본다.
몇몇은 검을, 몇몇은 곡괭이 등을  채 바삐 뛰어가고 있다.

"#@$!^%#아-라!"
"찾아라! 빨리 찾아!"


딱 보기에도 뭔가 심상치않은 분위기.


대체 무슨 일이지...?

불현듯, 쓴웃음이 올라온다.

아마 우리가 그 괴물들을 쳐다보는 시선과 공포심이, 개미들이 평소에 우리 인간들을 쳐다보는 시선과 감정이 비슷하지 않았을까.

저 개미들에게 우리 인간들은 그 두 마리의 윷놀이꾼과도 같았겠지.
저 개미들을 평소라면 나는 늘상 그렇듯 아무렇지 않게 밟고 다녔겠지.


옆에서 이삭이 중얼거린다.

"뭐야, 다들 어딜 저렇게 바쁘게 걸어가는 거야?"
"그러게나 말여."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그들의 눈앞에 펼쳐져 있는 건  세갈래길이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내쉰다.


"하아..."

그럼 그렇지. 그렇게 쉬울 리가 없지.
난이도도 어려움이더만.


세혁이입을 연다.


"흩어져야제."
"......!"

심장이 요동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입이 바짝바짝 마른다.
확장된 동공으로 둘의 눈치를 살핀다.


그들 또한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이다.
이를 까득, 악문다.

하아, 여기 이 상황이 안 무서운 사람 어딨고 싫지 않은 사람 어딨겠어.
그녀가 가운데길을 가리키며 말한다.

"그럼, 저는 여기 갈래요."
"뭐여, 나도 거기 가려고 했는디..."

이에 이삭이 미간을 찌푸리며 웬 돌을 하나씩 건넨다.


"......각자 이거 하나씩 가져가."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묻는다.


"......? 웬?"
"뭐여?"

"오올, 다들 한번에 길 잃지않고 그 브라마석인지 나발인지 찾을 자신 있나봐? 나는 한 수십  헤맨 다음에도 찾을 자신이 없는데."

"아, 그러니께. 이걸로 간 곳은 표시하면서 가라?"


"형씨는 보면 나랑 뭔가 통하는 게 있어. 이런 걸 보면남자랑 여자의 차이인지, 세대 차이인지 모르겠단 말야. 형씨 말이 정확해."

미간을 찌푸린다.
이를 까득, 갈며 주머니에 있는 가위를 만지작거린다.

'......'


'그런 년'이나 빠는 주제에 말이 많네?


어느새 돌을 쥔 손에는 식은땀이 흥건하다.

"후우..."

정면을, 완전한 암흑을 응시한다.
이제부터는  따로 활동한다.


아힘사카도, 저 새끼도 나를 지켜주지 못해.

"살아서 보자고."
"재수없는 소리는 제발 넣어둬."
"다들 조심해요."

그렇게 그녀는 중앙길에 발을 내딛는다.

저벅, 저벅...


***


심장이 미친듯 요동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입술이 파르르, 떨린다.
바닥으로 눈물이 뚝, 뚝 떨어진다.

머리를 쓸어넘긴다.
육두문자를 뇌까린다.


"시발, 대체 뭐야? 뭐냐고!"

이를 까득, 악물고 괜스레 벽에다가 연신 자신이 그려놓은 X자에다가 X를 덧칠한다.

X를 그리고,  그리고,  그린다.

x
xX

"이 씨! 시발! 시발!"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자신이 벽에 표시해놓은 X자를 응시하며 머릿속을 정리해본다.

벌써 같은 곳을 돌기만 벌써 세 번쨰.
계속 빙빙 돌고있어. 대체 뭐지? 귀신에 홀리기라도  거야, 뭐야?

돌을 바닥에 집어던지며 육두문자를 게워낸다.


퍼-억!

"난장맞을!"

거친 숨을 몰아쉰다.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심호흡을 한다.

"......"

그리고 돌을 주운 후, 여느때처럼 X자가 그려지지 않은 쪽으로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뗀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돌 거란 생각부터 들어버리니 말이다.

"시발."


설마 지금 나만 이러고 있는 건가?


아힘사카에게 전음을 해본다.

"전음모드 온, 아힘사카."


-저...아저씨.
-브라마석 찾은겨?

-아, 아니요. 계속 한 자리를 돌고 있어요.
-나도 마찬가지여. 돌아버리겠구먼.

다, 다행이다.
나만 이러고 있는 건 아냐.


아, 아닌가?
팀원 모두가 뻘짓하고 있는 거면 더 큰 일인가?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면 놈들, 그러니까 개미들과는 마주치지 않았다는 점일까.


그렇게 얼마나 터덜, 터덜 걸었을까.


그녀의 눈에 꽤나 고급져보이는, 보라색의 광석 하나가 들어온다.


"......!"

서, 설마 이게 브라마석?

그녀가 광석 가까이에 얼굴을 갖다대본 후, 가위로 해당 광석을 내리쳐본다. 그러자...

&&&&&&&&&&&&&&&&&&&&&&&&&
&&&&&&&&& Warning! &&&&&&&&&
&&& 브라마석 채굴 시 곡괭이 필요! &&
&&&&&&&& 곡괭이 (0/1) &&&&&&&&
&&&&&&&&&&&&&&&&&&&&&&&&&


라는 상태창이 뜬다.


"......!"


빙고!
브라마석은 맞다, 이거지.

아까 병정개미가 들고 있던 곡괭이를 떠올린다.


아까 그래서 무기라기엔 조금 생뚱맞던 곡괭이를 들고 있었던 거였구만.
그럼...일단 곡괭이를 들고 있는 개미들한테 빼앗아야겠네.

"전음모드 온, 아힘사카."


-아저씨.
-응, 그려.

-저, 브라마석 찾았어요.
-......! 어디여?

-정확한 위치는 모르겠고, 생김새를 알려드릴게요. 하나는 아닌 거 같으니. 보라색이고...

-보라색에...

그때였다.
인기척이 느껴진다.

"......%야!"
"[email protected]#어?"
"......라!"

"......!"


심장이 두방망이질 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온몸이 경직된다.
동공이 확장된다.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채 호흡을 참는다.
제, 제길! 설마 여기서 걸린다고?

어느새 온몸은 식은땀 범벅인상태.


동공을 굴려 사위를 살펴본다.
뭐, 뭐야? 어디야? 어디냐고!


저벅, 저벅, 저벅...
인기척은 그녀를 빠르게 옥죄어온다.

"여기였어!"
"여기다!"


놈들이다! 대체 어떻게 안 거야?


입술이 파르르, 떨린다.
이를 까드득, 간다.

시발!

주머니에서 가위를 꺼내 꽉, 쥔다.
마른 침을 꿀꺽 삼킨다.

여차하면 부딪혀야 지도 모른다.
그래봤자 개미야. 설마 죽기야 하겠...

"흐음...여기 근처인 같은데."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


점점, 점점녀석들과의 거리가 좁혀진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발자국...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른다.

뭔가 이상한데?
개미들은 눈이 안 좋지 않나?


그때였다.


"까-꾸..."
"까꿍은 지랄!"


푸-욱!

초록빛 선혈이 허공에 흩날리고, 개미가  자리에서 쓰러진다.

쿠-웅!


가쁜 숨을 몰아쉰다.
손이 파르르, 떨린다.

"까꿍은 지랄! 허억...헉..."

순전히 본능이었다.
살고자 하는, 본능.

그리고 뒤이어 그녀에게 닥친 시련.

수십 마리는 될법한, 저마다의 무기를 들고있는 개미뗴.

"뭐냐? 침입자냐?"
"침입자, 죽인다."
"침입자는 그 여자를 죽이는데 방해될 뿐이다."

심장이 두방망이질 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호흡이 가빠져온다.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 여자'를...죽여?
저건 무슨 소리지?


고개를 가로젓는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눈앞의 개미떼들을 응시한다.
현재 개미굴 통로는 녀석들이 무리 지어서 그를 공격할 만큼 넓지 못하다.

즉, 최대  마리 정도만이 한꺼번에 공격할 수 있단 소리.


자기 최면을 건다.


괜찮아, 괜찮아.
나쁘지 않아.

차레대로, 순서대로 죽이면 돼.
그러면 못할 것도 없어.

가위를 꽉 쥔다.
손에는 땀이 흥건하다.

그리고 이내 녀석들이 그녀에게 달려들고 그녀는 가위를 휘둘러 놈들을 차례차례 찌른다.

한 마리에겐 머리를,  마리에겐 가슴을, 한 마리에겐 배를 찌른다.


"하압! 머리, 가슴, 배!"


푸-욱! 푹! 푹!


이질적인 초록빛 선혈과 그들의 비명이 허공을 흩날린다.


"으-아아아아악!"
"으악!"
"으아악!"

그리고 가위로 또 한 마리를 찌르려 하는데,  녀석은 자기는 쉽게 당하지 않을 거라는 듯 곡괭이를 치켜든다.

"......!"

고, 곡괭이!
 녀석에게 빼앗으면 되겠...

그리고 혜정의 머리를 향해 내려찍는다.

푸-욱!

"커헑!"

눈앞이 어질, 어질거린다.
의식의 끈이 뚝-끊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