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4화 〉12.레드팀 턴[사스쿼치와 이누이트의 시간] (54/87)



〈 54화 〉12.레드팀 턴[사스쿼치와 이누이트의 시간]

그렇게 그가 남몰래 한쪽 입꼬리를 씰룩이며 한참 망치질을 하고 있을 때였다.
에이든이 커피를 들고 그에게 다가와 조심스레 묻는다.

“저…마루씨, 며칠 정도나 더 걸립니까?”
“흐음…글쎄. 어림 잡아 이틀, 삼일이면 끝날  같은데?”

어차피 대충 마무리할 거니 말이야.

“최대한 빨리  해주십시오. 다른 사람들도 지쳐가고 있습니다. 게다가 사스쿼치와 이누이트의 시간이라 그런지 유독 부쩍 순록들이 없어지는 것 같은느낌도 들구요.”
“……알겠어, 알겠다고. 재촉  하지마.”


사스쿼치와 이누이트의 시간.
극야 때는 빛한줄기가 없어 이누이트들의 피아식별이 힘들어진다. 하얀 털로 수북이 덮인 사스쿼치와 털옷을 입고 있는 이누이트가 꽤나 닮았기 때문이다.
하여 극야를 이누이트들은 개와 늑대의 시간을 차용하여’사스쿼치와 이누이트의 시간’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런데  걸리적거리는  있단 말이지.
저 세 명은 뭐야?


그가 에이든에게 묻는다.


“에이든, 뭐 하나만 묻지.”
“뭡니까?”

“저 세 사람은 뭔가?”
“아, 아까 순록을 사스쿼치로 착각하고 도망치고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모시고 왔습니다. 조금 쉬다가 가시라고.”
“……”


그냥 꺼벙한 인간들인가?

그가 커피를 홀짝, 마시면서 말을 이어간다.

“한 분은 크레바스에 빠지셔서…하마터면 위험할 뻔 했습니다. 그런데 크레바스에 사스쿼치의 시체가 있더군요.”
“사스쿼치…시체라고?”


“예. 벌거숭이 사스쿼치였는데…이때까지살면서 그런 사스쿼치는 단  번도  적이 없었던 거 같은데 말이죠.”
“……?!”


심장이 미친듯 요동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온몸이 경직된다.
호흡이 거칠어진다.

동공이 확장되고, 눈이 뻑뻑해진다.
입술이 파르르, 떨린다.


부, 분명하다. 분명해. 내가 지난번에 사스쿼치 행세를 하느라 죽인  사스쿼치야!
일부러 깊게, 깊게 눈 속에 파묻었었는데…!


입이 바짝바짝 마른다.
마른 침을 꿀-꺽, 삼킨다.

입술을 잘근잘근 씹는다.
어느새 망치를 쥔 손에는 식은땀이흥건하다.

가봐야 하나?
아냐, 현장에는 반드시 범인이 나타난다고 괜히 다시 갔다가 의심을 살 수도 있어.

괜히 사서 의심 사지 말고, 빨리 만들기나 하자.
하루 뒤면…극야가 끝난다고.

그가 불안에 떨며 망치질을 할 때였다. 저 멀리서 익숙한 실루엣이 점점 가까워진다.
다름 아닌, 사스쿼치들이다.

“……!”


흠칫!

저, 저게  마리야? 대체?

미세하게 땅이 울린다.

“비상! 비상! 사스쿼치들이 오고 있습니다!”
“뭐, 뭐라고!”

“이, 이런 제기랄!”
“시발!”

뭐야, 뭐가 어떻게 된 거냐고? 벌거숭이 사스쿼치에 대한 복수때문이라면…이런 식으로는 하지 않을 텐데?


“복수다! 동료의 복수!”
“나쁘다! 인간! 이누이트!”

에이든이 급히 강마루를 향해 말한다.


“가, 강마루씨! 대피하십시오!”
“뭐, 뭐?”
“이눅슈크야 부숴져도 복구하면 되지만 강마루씨는 아니잖습니까! 다들 강마루씨를 집중 경호해라! 순록을 중심으로 막으라고!”

“옙!”
“아, 알겠습니다!”


그와 동시에 순식간에 그의 주변에 이누이트들이 모여든다.
이누이트들이 작살을 꽉  채주위를 두리번, 두리번거리며 말한다.

“따라오십시오.”
“아, 고…고맙네.”


이거, 조금 죄책감 드는데.

아무래도 그가 여기 족장이어서 그런지, 그의 말이라면 다들 꼼짝도 못하는 눈치다.

뒤에서 선봉장이자 족장, 에이든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너희는 선빵을 치고도 뭐가 잘나서 또 여길 기어들어오냐? 어?”
“인간, 무슨 소리냐! 먼저 공격한 건 너희다!”


온몸에 식은땀이 흐른다.
마른 침을 꿀-꺽, 삼킨다.

아, 안 돼.
몇 번  핑퐁이 오갔다간…!


에이든이 70%정도 완성된 이눅슈크를 가리키며 말한다.

“무슨 소리냐! 너희가 부숴서 저렇게 다시 만들고 있는 이눅슈크를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는 거냐!”
“진짜 우리 종족은 저거, 안 부쉈다!”
“끝까지 지랄하고 자빠졌네!”


그나마 에이든이  믿어서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그렇게 강마루는 그들의 경호를 받아 자신의 이글루로 도착했다.

“쉬십시오.”
“아, 고…고맙네.”


그들이 시야에서사라지자, 털-썩 주저앉는다.

심장이 두방망이질 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가쁜 숨을 몰아쉰다.
“후욱…훅…훅…”

눈앞에는 모닥불이 타닥, 타닥 타고 있다.

망치와 못을 내려다본다.

확실하게 사스쿼치들을 이누이트들의적으로 돌려놔야해. 그렇다면…


이를 까득, 악문다.
망치는 내려놓고, 못만  쥔다.

지금이 적기다. 지금, 순록 몇 마리와 순록치기만 죽이면 놈들의 전쟁에 도화선에 불을 붙일  있을 것이다.
순록치기까지 죽이면 증인이 없어지는 셈이니 놈들은 나보다는 사스쿼치들을 의심할 확률이 높다.
그럼 나는 안정적으로 이누이트들에게는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될 것이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바깥을 슬쩍, 보니 아직 싸우는 중이다.

지금이다. 지금이라고.


 발자국,

한 발자국,


한 발자국…내딛는다.

아주 작은 뽀드득, 뽀득, 뽀득 소리임에도 숨이 멎을 것 같다.


심장이 두방망이질 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호흡이 가빠져온다.
입이 바짝바짝 마른다.


동공을 굴리며 동향을 살핀다.
아직 그의 움직임을 눈치챈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못을 꽉, 쥔다.
어느새 양손에는 식은땀이 흥건하다.


살금, 살금 순록들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그곳에 다다르니, 여느때처럼 순록치기가 순록을 돌보는 중이다.
행여 사스쿼치들이 들이닥치지는 않을까, 불안에 떨며 말이다.

“……”


순록들은 순록치기의 말을 잘 듣기 때문에, 순록을 먼저 몇 마리 죽이고, 순록치기를 죽여야한다.
순록치기가 그의 정체를 눈치채고는, 깜짝 놀라며 묻는다.

“여기서 뭐하십니까? 위험하게.”
“……”

순록이 몇 마리인지 가늠해본다.
아무리  해도 서른 마리는 거뜬히 넘을 듯 하다.


마음 굳게 먹자. 어차피 한 번 시작한 거.

눈을 질끈, 감고 순록 한 마리를 향해 못을 휘두른다.

퍼-억!


“……! 지, 지금 뭐하…”

그리고 못을 뽑아 순록치기를 향해 휘두른다.

푸-욱!

“헉!”

그는 그야말로 비명조차 못 지르고 그 자리에 비명횡사한다.


털-썩!

순록들은 특유의 울음소리를 내며 도움을 요청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는 사스쿼치가 순록을 죽였을때 남은 자국을 생각하며 순록과 순록치기에게 몇 번 더 못자국을 낸다.


놈의 손톱자국과 비슷하게 말이다.


이 정도면…이걸로는 구분 못할 거다.


그리고는 그들을 뒤로하고 그 자리를 유유히 빠져나온다.

#4

이삭을 필두로 한 세 명, 그리고 이누이트들과 사스쿼치들이 한참을 싸울 때였다.

쩌-저적!

푸-욱!

심장이 미친듯 요동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머릿속이 하얘진다.

또, 또야…?

동공이 확장된다.
입술이파르르, 떨린다.


“으, 으아아악!”
“시발!”
“갑자기 크레바스?”


온몸이 경직된다.
호흡이 가빠져온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몇몇 사스쿼치와 이누이트들이 빠지지 않은 상황.
빠지지 않은 사스쿼치와 이누이트들은 으르렁거리며 같이 싸운 전우들만 꺼내주려고 애를 쓰고 있다.

애새끼들도 아니고, 뭐하는 짓들이야?

이에 이삭이 버럭, 소리를 지른다.


“그냥 잠깐 휴전하면 되잖아!  그렇게 쪼잔하게 굴어?”
“어…음…”


잠시 망설이던그들은 결국 말없이 묵묵히 크레바스에 빠진 사람들을, 사스쿼치들을 구해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크레바스에서 모든 사람들을, 사스쿼치들을 구했을 즈음 사스쿼치가 입을 연다.

“……우리는 진짜 안 부쉈다. 이눅슈크.”
“……지랄 마시구요. 우리야말로 댁들 동료  먹었어요.”

“진짜다.우리 진짜  부쉈…”
“그래, 그래. 너희도 진짜고 우리도 진짜라고. 우리도 안 먹었어, 안 먹었다고!”


그러자 가만히 듣고만 있던 아힘사카가 입을 연다.
“아니, 듣고 있다보니께…진짜 둘이서 뭔가 오해가 있는  아녀?”

이삭의 눈썹이 꿈틀, 거린다.

아니, 왜 그 얘기를 굳이 꺼내? 우리 미션은 그냥 조용히 조각가만 지켜주다가 가면 되잖아!


그의 말에 에이든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는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까 들은 것 좀 얘기해보쇼잉.”
“하아…얘기하는 게 아니었구만. 아니, 그게…”


그가 아까 그 사스쿼치에게 들은 얘기를 말하자, 에이든이 피식, 웃으며 말한다.

“그렇게만 얘기하던가요?”
“그래.”
“진짜, 진짜 진실이라곤 1도 없군요. 끝까지 이눅슈크를 부쉈다는 말은 1도 없는 거 보면. 더구나  동족을 먹었단 소리도 틀렸습니다. 저희가 먹지도 않았으니까요.”

그의 눈에 아까 크레바스에서  벌거숭이 사스쿼치가 눈에 밟힌다.
분명하다. 뭔가 서로 오해가 있어. 그렇지 않고서야…이렇게 고르디우스 매듭마냥 꼬여있을대로 꼬여있을 수가 없어.

이 정도면 매듭을   아니라, 끊어야 한다.


하아…근데 내가 왜 이걸 신경쓰고 앉아있어야…

그때였다.
 사내가 급히 달려온다.

“에, 에이든 족장님! 족장님! 큰일났습니다!”
“……? 무슨 일이냐?”


“허억…헉…수, 순록치기하고 순록 한 마리가…흐, 흐흑…”
“……?!”


그가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사스쿼치들을 노려보자 이때까지 가만히 있던 사스쿼치들이 고개를 가로젓는다.

“아, 아니다. 인간. 가만히 있었다, 우리.”
“어, 억울하다.”


이삭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닌  아니라…나처럼 클락업같은 능력을 갖고있는  아닌 한,  찰나의 순간 순록하고 사람 한 명을 죽이고 온다고?

도저히 말이 안 되는데?
적어도 이 자리에 있던 사람은, 몬스터는 범인이 아니라고 봐야 해.

그러나 그는, 에이드는 이성적인 판단이  되는 상태다.

실핏줄이 드러난 눈.
까득, 악문 입.


핏줄이 드러나도록 꽉 쥔 주먹.
누가 봐도 최대한, 최대한 화를 참는 모습이다.

“가서 보면 알겠지.”

아냐, 안 돼.
저 상태로는 어떤 힌트가 있어도 정상적인 판단을 못할  있어. 그렇다면…


“옥클레이 어페이.”

&&&&&&&&&&&&&&&&&&&&&
&&&&&&&& 클락 업 &&&&&&&&
&&&& 15초간 시간 감각이 &&&&&
&&&&&&& 느려집니다 &&&&&&&
&&&&&&&&& 00:14 &&&&&&&&
&&&&&&&&&&&&&&&&&&&&&&


그는 아까 봐둔 순록들이 모여있던 장소로 향한다.
그리고 그가 도착하자마자 순록들이 느릿느릿하게 그를 맞이하고, 뒤이어 순록과 순록치기의 그를 맞이한다.


으, 으윽.

-뭐하는겨?

아, 이제 전음 되나보지?
-기다려봐.  보고 전음할 테니까.


그리고 그 다음으로 시야에 들어오는 건 수십 쌍의, 그러나 세 종류의 발자국들이다.

“……!”

하나는 셀  없이 많이 찍혀있고,  하나도 그 못지 않게 꽤 많이 찍혀있고, 마지막 하나는 꽤나 발자국이 순록치기가 누워있는 자리로 왔다가 나가는 방향으로 찍혀있다.


자, 잠깐.
사스쿼치의 발은 이보다 훨씬 컸는데?

동공을 굴린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사스쿼치의 발만한 발자국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적어도, 적어도 사스쿼치는 배재해야 한다는 소리.

그가 가장 수상한 마지막 발자국을 따라가 보니 나오는 장소는 다름 아닌…
이눅슈크 조각상이다.

“……!”

심장이 두방망이질 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동공이 확장된다.
입술이 파르르, 떨린다.


온몸이 경직된다.
호흡이 가빠져온다.


서, 설마…저 조각가가 범인이라고?
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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