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2화 〉12.레드팀 턴[사스쿼치와 이누이트의 시간]
사위가 고요하고 어둡다. 그야말로 암흑 그 자체.
당장이라도 적막을, 암흑을 뚫고 무언가가 튀어나올 것만 같은 분위기.
“……”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진짜 없는 건지 아니면 어두운 탓에 보이지 않는 건지, 세 명 외에는 개미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는다.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상태창을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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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水계 걸칸 3인 미션 &&&&&&&&
&& 조각가가 이누이트의 힘, 이눅슈크를 &&&
&&& 복구할 때까지 사스쿼치들로부터 &&&&
&&&&&&&&& 그를 지켜라 &&&&&&&&&&
&& 난이도:[어려움] 보상:[복주머니 3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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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눅슈크를 복구하는 조각가를 지키는게 미션인만큼…
일단 이눅슈크인지 뭔지를 찾는게 우선이다.
“일단 갑시다.”
”그러지.”
“그러죠.”
적막 속에서 그들의 걸음 소리만 울린다.
걸을 때마다 기분 좋은 소리가 난다.
빠득, 빠드득.
뽀드득, 뽀드득.
뽀득, 뽀드득.
호흡을 할 때마다 서리가 뿜어져 나온다.
힐끗, 곁눈질로 혜정을 쳐다본다.
어지간히도 추운지, 양손을 비비며 입김을 내뿜고 있다.
“엄청 춥네요.”
“허벌나게 추워불구마.”
“근데 형씨는 혼자 출발칸에서 뭐하셨어? 난 혼자 있을때 운동했는데.”
미간을 찌푸린다.
눈썹이 꿈틀, 거린다.
왜 다짜고짜 반말이지?
“그짝은 쇳바닥이 반타작 나셨소? 왜 다짜고짜 반말이여?”
“……꼬우면 그쪽도 반말 하시든지.”
깊이 숨을 들이켰다가 내쉰다.
이를 까득, 간다.
체육 계열에서 꽤나 오랜 시간 몸을 담아와서 그런지, 존대말 따위에 유독 민감한 그였다.
주먹을 꽈-악, 쥐며 계약 조건을 상기시킨다.
‘자신이 맞기 전까지는 떄리지 않기’
그래. 참자, 참아.
그러나 아무리 걷고 걸어도 이눅슈크도, 이누이트도, 사스쿼치인지 뭔지도 나오지 않는다.
단지 눈에 들어오는 거라고는 눈에 박혀있는 웬 돌들뿐.
뭔 돌들이 이렇게 많은겨?
입이바짝바짝 마른다.
입술을 잘근잘근 씹는다.
뭐, 주변에 기물 하나라도 있어야 추측이라도 하는디 이건 뭐 저런 돌들 빼고는 완전 허허벌판이라서.
이삭이 인상을 찡그린 채 중얼거린다.
“대체 뭐야? 슬슬 뭔가 나올 때도 된 거 같은데…”
“우, 우리…길 잘못 든 거 아녜요?”
“그러니까 말여. 골치아프게됐네잉.”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돌에 가까이 가서 돌을 살펴본다. 하지만…
돌에는 그 어떤 힌트조차 나와있지 않다.
그때였다.
이삭이 어딘가를 가리키며 말한다.
“저기, 뭔가 반짝이는게 있는데…?”
아닌 게 아니라, 저 멀리서 허공에서 무언가 두 개가 반짝인다.
미간을 찌푸리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저, 저게 뭐여?
이삭과 세혁이 가까이 가려하자,혜정이 그의 팔을 잡으며 만류한다.
“부, 불안해요! 가까이 가지 마!”
“그럼 어쩌자고? 계속 이렇게 맴돌자는겨?”
“그, 그건 아니지만…”
“일단 가보자고.”
뽀드득, 뽀드득.
그런데 허공에서 일렁이는 두 개의 불빛이 점점 다가오고, 이내 놈의 형체가 드러난다.
하얀털이 수북한, 뿔이 달린 괴…
움찔!
쿵, 쾅. 쿵, 쾅. 쿵, 쾅. 쿵, 쾅…
심장이 귓전에 대고 비명을 지른다.
온몸이 경직된다.
동공이 확장되며 부르튼 입술을 질끈 깨문다.
부, 분명하다. 놈이여. 사스쿼치인지 뭔지여.
녀석은 안광을 번뜩이며 셋에게 다가온다.
“……”
주먹을 꽉, 쥐며 뒤를 돌아본다.
당연하지만, 보이는 거라고는 그들이 이때까지 걸어온 발자국들뿐.
셋이서 하나를 상대하면…
이길 수야 있을 터.
그가둘에게 묻는다.
“붙으까?”
“그냥 도망치죠.”
“뭘 붙을까야, 붙을까는. 우리 목표는 쟤를 죽이는 게 아니잖아.”
이를 까득, 악문다.
머리를 쓸어넘기며 깊이 한숨을 내쉰다.
말투 진짜 ㅈ같네.
“……”
혜정이 손가락으로 뒤를 가리키며 제안한다.
“아무래도 우리, 길을 잘못 들어선 거 같은데…저쪽으로 가보죠.”
“그럽시다. 하나, 둘…”
“하나둘셋은 지랄! 그냥 뛰어!”
세 명이 달리기 시작함과 동시에, 사스쿼치로 추정되는 괴물이 그들을 쫓아온다.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심장이 미친듯 요동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호흡이 가빠져온다.
입이 바짝바짝 마른다.
왜 이렇게 속도가 빠른겨?
이를 까득, 악물고 달리고 또 달린다.
엄청난 세기의 마파람이 얼굴을 때린다.
“으윽!”
마른 침을 꼴깍꼴깍 삼킨다.
턱밑까지 숨이 차올라도, 쉼없이 달리고 또 달린다.
얼굴이, 손이 찢어질 것만 같다.
시이발…!
곁눈질로 혜정을 쳐다보니, 그녀의 앵두같던 입술은 어느새 포도를 먹은 것 마냥 새파랗게 변해있다.
사스쿼치 떄문이 아니라, 동상 때문에 죽을 수도 있겠는데…?
점점 속도가 느려진다.
이대로라면 따라잡히…
그때였다.
암흑 저 너머에 몇몇 사람 형체가 보인다. 이누이트로 추정되는 사람이 말이다.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그는 추위에 대비해 완전 무장을 하고 있는 상태.
세혁이 사스쿼치를 가리키며 말한다.
“……! 저, 저거 좀 어떻게 해주쇼잉!”
“사, 살려주세요!”
그러자 그는 잠시 당황하더니 이내 풉, 웃는다.
“다들 코미디 찍으십니까?”
“뭐, 뭐여?”
“뭐라고요?”
그가 들고있던 작살을 던지며
휘-이이이익! 퍽!
말한다.
“저 녀석한테 굳이 도망쳐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세혁이 당황하며 뒤를 돌아보니…
웬 하얀 털을 가진 순록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다.
“……!”
“아, 뭐야!”
얼굴이 뜨거워지고, 고개를 푹 숙인다.
조그맣게 육두문자를 뇌까린다.
시, 시발 꺼. 잘못 볼 수도 있지.
이누이트가 키득거고는 순록을 들쳐업으며 말한다.
“그래도 어찌됐든 잘하셨습니다. 주변에 괴물들이 출몰하긴 하니까요. 저를 따라오세요.”
“네.”
“그럽시다.”
그를 따라가다 보니 [이눅슈크]로 추정되는, 거대한 얼음 동상을 한 남성이 조각하고 있고 뒤이어 여기저기 산발적으로 지어져있는 이글루들이 눈에 들어온다. 더불어…
수십 마리는 될 법한 순록들이 눈에 들어온다.
세혁이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는다.
“와, 와우…다 식량이요?”
“뭐, 그런 셈이죠. 근데 요즘 이것때문에 걱정입니다. 사스쿼치 녀석들이 자꾸 순록들을 낚아채가는 바람에…”
그런데 혜정의 낯빛이 창백하다.
그녀가 미친듯이 주위를 두리번, 두리번거린다.
“왜, 왜 그려?”
“이, 이삭. 그 인간 어디갔어요? 뒤에서 따라오는 것도 아닌데?”
“……?!”
심장이 미친듯 요동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온몸이 경직된다.
입이 바짝바짝 마른다.
이럴 떄 쓰라고 전음모드인지 뭔지가 있는 거구마.
이를 까득, 악물고 나지막이 중얼거린다.
“전음모드 온, 이삭.”
그러자 그의 눈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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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버프가 활성화되지 않아 &&&&
&&&&&&& 전음모드 사용불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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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상태창이 뜨며, 전음은 가지 않는다.
“……!”
이, 이 시발!
이누이트가 미간을 찌푸리며 묻는다.
“왜 그러십니까?”
“우리가 세 명이었는데, 한 명이 지금 없어요!”
“예? 하아…”
그가 이를 까득, 악물더니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한다.
“확실히 사스쿼치에게당하신 건 아니죠?”
“그, 그려. 올 때까지만 해도 살아있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봤으니께. 그런디 어느순간부터…”
“아무래도 크레바스에 빠지신 거 같군요.”
“크, 크레바스요?”
“예. 아무래도 다시 왔던 길로 돌아가봐야 할 거 같군요.”
#2
쿵, 쾅. 쿵, 쾅. 쿵, 쾅. 쿵, 쾅…
심장이 귓전에 대고 살려달라 소리지른다.
온몸이 연신 파르르, 떨린다.
이빨이 딱, 딱, 딱 부딪힌다.
그처럼 크레바스에 빠졌다가 나오지 못해 죽은 사스쿼치가 냉동시체가 되어 그를 마주보고 있다.
전음모드로 도움을 요청하려던 그는 눈앞의 상태창을 응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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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버프가 활성화되지 않아 &&&&
&&&&&&& 전음모드 사용불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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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잔등이 시큰해진다.
눈물이 핑, 돌며 쓴웃음이 흘러나온다.
산전수전 다 겪어온 내가…고작 크레바스 때문에 죽어야 한다고? 고작 이런 데에서?
생각해보면 정말 순식간에, 찰나에 벌어진 일이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스쿼치로부터 도망치는데 푸욱, 땅이 꺼지는 게 아닌가.
아무리 살려달라 외쳐봐도 그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저 도망치기에 급급했다.
들리지 않는 건지, 본인들 살겠다고 무시하는 건지…
그때였다.
손 하나가, 구원의 손길 하나가 크레바스 사이로 내려온다.
그런데 문제라면…
그 손이 털에 잔뜩 덮인, 순록을 한쪽 어깨에 짊어진 사스쿼치의 손이라는 게 문제일 뿐.
“……!”
심장이 두방망이질 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른다.
동공이 확장되고, 호흡이 거칠어진다.
녀석의 손을, 사스쿼치의 번뜩이는 안광을 쳐다본다.
일단 놈의 얼굴에서 적의는 찾아볼 수 없는 상황.
마른 침을 꿀-꺽, 삼킨다.
이를 까득, 악물고 주먹을 꽉 쥔다.
전음도 안 되고, 그 인간들도 언제 올 지 모르는 상황.
그렇다고…호랑이 굴에 들어가자고?
“……”
뭘고민하는 거야? 일단 살고 봐야하지 않겠어?
그리고 여차하면 올라가서 놈을 죽이면 되잖아.
녀석의 까끌까글한 손을 잡자 녀석은 단숨에 그를 꺼내준다.
콰-앙!
“……!”
“……안 다쳤냐, 인간.”
주춤, 주춤 뒷걸음질 친다.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도, 도망쳐야 하나?
“안 도망쳐도 된다. 우리는 이누이트같이 무뢰한 아니다.”
“……?”
그가 눈 위에 순록을 떨구며 말한다.
“이누이트,먼저 우리 동족 죽이고 먹었다. 우리, 복수한다. 순록 모두 먹어서.”
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상태창을 응시한다.
&&&&&&&&&&&&&&&&&&&&&&&&&&
&&&&&&& 水계 걸칸 3인 미션 &&&&&&&&
&& 조각가가 이누이트의 힘, 이눅슈크를 &&&
&&& 복구할 때까지 사스쿼치들로부터 &&&&
&&&&&&&&& 그를 지켜라 &&&&&&&&&&
&& 난이도:[어려움] 보상:[복주머니 3개] &&&
&&&&&&&&&&&&&&&&&&&&&&&&&&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미션은 분명 이누이트들의 편에 서서 그들을 지켜라, 그런 뉘앙스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