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화 〉11.블루팀 턴[눈만 떴던 소경, 진실의 눈을 뜨다]
여전히 도끼는 날아다니며 수호목의 나뭇가지들을 자르는 중이다.
수호목에 매달려 있던 머리들이 바닥에 굴러다니며 곤란해하고 있다.
-이, 이거…참…
-저거, 갑자기 뭐야?
-몰라. 하아…
얼굴 근육이 굳는다.
이를 까드득, 간다.
민지도 그렇게 떠나보냈는데…저 마을 사람들도 떠나보내야 하는가?
아니, 그럴 수 없다.
지팡이를 꽈-악, 쥐고 정신을 집중한 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좀비들에게, 마을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수호목으로 빨리 좀 와주십시오. 지금 수호목이…’
불현듯, 콧잔등이 시큰해진다.
눈물이 핑, 돈다.
내 자신이 너무나도 무력하고, 비참하다.
사랑하는 여인을, 내 몸의 일부와 같던 여인을 떠나보내고도…
타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내 자신이 너무나도 비참하고, 비루하다.
그때였다.
머릿속에서 거대한 진동이 울린다.
[겨우 이 정도인가? 네 절실함이, 네 간절함이, 복수심이 이 정도밖에안 되었어?]
“……!”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심장이 귓가에 대고 비명을 지른다.
온몸이 경직되고, 파르르 떨린다.
호흡이 가빠져온다.
관자놀이가 욱씬거린다.
눈앞이 어질어질 거린다.
구역지기가 올라온다.
“우, 우웁…”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이 목소리는 수호목이다.
이때까지 일부러 회피해왔던 물음표들이, 질문들이 머릿속에서 두둥실부유한다.
왜 하고많은 마을 사람들 중 나에게만 이 나무의 정체가 보일까.
왜 하고많은 날들 중 내가 눈을 뜬 날, 그녀가 죽어야만 했을까.
내가 정신병에 걸리기라도 한걸까.
그저 우연의 일치일까.
혼자 뇌까리듯 수호목에 대고 묻는다.
“왜, 왜 그 많은 마을사람들 중 저였습니까?”
[……]
“대, 대답해 주십시오.”
[……자네가 필요했네.]
필요…했다고? 왜 하필 내가?
“뭐가…말입니까?”
[자네의 눈 먼 욕망이, 증오와 분노가 필요했다는 말일세.]
“……!”
허탈함에 입꼬리가 처진다.
그러니까 결국 나를 이용했다, 이거지?
미간을 찌푸리고, 주먹을 꽉 쥔채 묻는다.
“두루뭉술하게 넘길 생각 말고 제대로 말씀하십시오. 제가 왜 필요하셨는데요? 설마 지민이가 죽은 것도…”
[……난 이 마을의 수호목일세.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마을 사람들이 점점 괴물이 되어가더군. 같은 마을 사람들을 노예로 부리고, 죽이는 등등.]
“닥치시고,이것만 답하십시오. 지민이, 당신이 죽였냐고요!”
[……그리고 억울하게 죽은 주민들의 한은 쌓이고 쌓여 더 이상방치할 수 없을 정도로 비대해졌네. 그래서 나는 마을을 살리기 위해, 더 이상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내 아바타를 만들기로 하였고, 아바타로 자네를 선택했네. 그러나 나의 아바타에 맞는 사람은 자네밖에 없었…]
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
심장이 폭주기관차마냥 미친듯 요동친다.
동공이 확장된다.
눈이 뻑뻑하다.
그렇다면 내 눈이…지민이의 목숨값이었단 소리야?
귓가에는 웅웅 진동이 울린다.
구역지기가 올라온다.
“웁, 우욱…”
주먹을 꽉,쥔다.
이가 갈린다.
[……래서, 그 여자를 희생양 삼아 자네를 각성시킨 걸세. 미안하게 됐군.]
그녀가 싸늘히 식어가던 순간이 떠오른다.
일순 얽혀있던 실타래가 풀리듯, 풀리지 않는다.
그날 분명 그녀는 남성들에게 성폭행 당한 후죽은 듯한 외양이었다.
그렇다는 건 설마…?
그는 제발 아니기를, 제발 아니기를 바라는 목소리로 입을연다.
“그, 그럼 설마 지민이 성폭행도…”
[……]
다리에힘이풀린다.
헛웃음이 흘러나온다.
“아, 하하…”
눈물이 뺨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린다.
“대체 나…뭐한 거야, 뭐한 거냐고!”
마을 사람들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린다.
-……그래도 여러 사람들의 한을 풀어줬잖아요.
-그러니까요. 너무 그러지…
하늘을 바라보며 꺽, 꺽 울음을 게워낸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맑다.
그저 맑은 하늘 아래 눈부신 태양이, 눈이멀어있었을 때는 몰랐을 눈부신 태양이 그를 쬐고 있을 뿐.
“……”
관자놀이가 욱씬거린다.
수호목은 못마땅하다는 듯 내게말한다.
[미처 말하지 못 한 건 미안하지만 마을 사람들을 살리기 위…그녀의 희생은 불…]
눈썹이 꿈-틀, 거리며 헛웃음이 흘러나온다.
이때까지 날 보며 얼마나 비웃었을까. 조롱했을까.
양손으로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쓸어넘긴다.
그리고 이내 미친듯이 눈을 할퀴고, 또 할퀴며 자학을 하고, 자해를 하고, 자책을 하며…
끊임없이 자문해본다.
이깟 눈깔이, 이깟 비장애인의 삶이…
그녀의 목숨과 맞바꿀 만큼 가치가 있었는가?
대체 이게 뭐라고!
“씨발!”
어느새 눈에는 피가,피눈물이 뚝뚝 흐르고 있다.
그렇게 얼마나 피눈물을 흘렸을까.
그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니 아까 그 세 사람이 그를 빤히 응시하고 있다.
이제 저들은 나랑 상관 없는, 아니…
어쩌면 같은 배를 탄 사이.
이를 까득, 악물고 주먹을 꽈-악, 쥐며 재혁과 대치하던 도끼를 집어든다.
이에 머리가 웅웅웅 울리며 놈의 목소리가 들린다.
[내 잘못도 있으니 기회를 주겠네. 그거 내려놓게.]
“닥쳐! 씨발! 으아아아아아!”
도끼로 미친듯이 수호목을 찍는다.
콰-앙! 쾅!
[……말 귀를 참 못알아 먹는군.]
그러나 빠르게 몸에서 힘이 빠진다.
“허억…헉…”
[경고했을 텐데. 그거 내려놓으라고.]
“닥…치라고…”
그때였다.
뒤에서 익숙한 괴성이 들려온다.
“$#%!#$^%$&@$#!#”
“……!”
그가 침을 삼키며 고개를 돌리니 어느새 그가 부른 좀비들이 도착한 상태.
그런데 그들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져 있다.
당장이라도 재혁을 덮칠 듯한 분위기.
심장이 두방망이질 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온몸이 경직된다.
호흡이 가빠져온다.
마른 침을 꿀-꺽, 삼킨다.
아마 수호목이 어떠한 수를 쓴 듯 하다.
주춤, 주춤 뒷걸음질 친다.
제, 제길! 어떻게 해야…!
“#@$%^%*$^&$#%!#$%”
“!$%^&(&$$%!#$%#$&”
“@#&^%(#^%#$%#@$%$%&^”
그가 좀비들을 응시한다.
마을 사람들에게, 피해자에게 조종당하고 있는 노예들을.
노예를 부리다가 노예가 된 비참한 자들을.
고작 이걸 위해 지민이가 죽어야만 했다고?
허탈함에 헛웃음이 흘러나온다.
***
#11
심장이 미친듯이 두방망이질 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호흡이 거칠어진다.
입이 바짝바짝 마른다.
눈앞에는 좀처럼 이해하기힘든 광경이펼쳐져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좀비떼와 장님 남성이, 아니 정확히 말하면’장님인 척 하던’남성이 대치 중인 것이다.
그가 역시는 역시라는 듯, 고개를 주억거린다.
역시…장님이 아니었군.
그나저나 대체 뭐가 어떻게된 거지? 분명 좀비들은 저 남자를 따르는 것 같았는데?
모르긴 몰라도, 한 가지 확실한 건 이제 저 남자는 우리와 같은 편이라는 거군.
“오웨어페이 오텍트프레이 옐드샤이, 티온레이!”
그러자 위습이 모습을 변형하여
&&&&&&&&&&&&&&&&&&&&&&&
&&&&& 방어막 HP:500/500 &&&&&
&&&&&&&& 방어력:20% &&&&&&&
&&&&&&&&&&&&&&&&&&&&&&&
라는창을 띄운다.
그와 동시에 맷과 소유가 방어막 안으로 들어오고, 부용이 손짓을하며 외친다.
“이봐요! 여기로 들어와요!”
“……!”
한참 좀비와 대치 중이던 그는 방어막 안으로 들어온다.
좀비 녀석들은 방어막을 공격 중이다.
꽝-쾅! 쾅!
&&&&&&&&&&&&&&&&&&&&&&&&&
&&&&&&&&&& Warning! &&&&&&&&
&&&&& 방어막이 공격당하는 중! &&&&&
&&&&&&&&&&&&&&&&&&&&&&&&&
&&&&&&&&&&&&&&&&&&&&&&&
&&&&&&&&&&&& hp -72 &&&&&&
&&&&&&&&&&& hp -72 &&&&&&&
&&&&&&&&&& hp -72 &&&&&&&&
&&&&& 방어막 HP:284/500 &&&&&
&&&&&&&& 방어력:20% &&&&&&&
&&&&&&&&&&&&&&&&&&&&&&&
미간을 찌푸린다.
부르튼 입술을 잘근잘근 씹는다.
짱구를 굴려라, 짱구를…!
그는 머쓱한지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한다.
“고, 고맙습니다.”
“아녜요. 근데 갑자기 왜…?”
“……그건 아실 거 없구요. 저 나무 쓰러뜨리려 온 거 맞으시죠?”
“……!”
부용은 내심 놀란다.
다름 아닌, 그가 길달일 때만 해도 남자의 존재는, 쟈쿰의 존재를 아는 NPC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한다.
“네. 그런데 그쪽이 어떻게…”
“제가 뭘도와드리면 됩니까?”
“아, 그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렇게 쟈쿰을, 마을의 수호목을 보호하려던 남자가 그 나무를 베지 못해 안달일까.
일단 이 남성이 좀비를 조종하지 못하게 된 이상, 이 남성이 우리에게 도움을줄수 있는 거라고는…
“혹시 수호목의 약점이라거나, 좀비들을 유인하는…”
“그럼 제가 좀비들을 유인하겠습니다.”
“예, 예?”
“매일같이 제 또래 여자애를 업고 다녀서…체력은 자신 있습니다.”
어느새 그의 눈시울을 붉어져있다.
“……그럼 그러십시오.”
그와 동시에 놈들이 하도 방어막을 때린 탓에 방어막에는 —찌지, 직— 금이 간다.
그가 주먹을 꽉, 쥔다.
이를 꽈악, 악문다.
그가 나를 비롯한 세 사람에게 말한다.
“……부디 저 나무를, 아니 악마를 꼭 처단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걱정 말고, 가십시오.”
그렇게 그가 방어막 바깥으로 나가 소리를지른다.
“주민 여러분, 여깁니다! 여기라고요!”
그러자 좀비들이 형언할 수 없는 속도로 남자의 뒤를 쫓고, 소유와 맹공이 거의 동시에 말한다.
“집사, 지금이다냥!”
“빨리 돕자, 입니다! 에부페데이 웁블레베이!”
“알아요! 얼세이, 테드.”
&&&&&&&&&&&&&&&&&&&&&&&
&&&&&&& HP:300/300 &&&&&&&
&&&&&&&& 닉네임:테드 &&&&&&&&
&&&& 심해슬라임(水) 등급:D급 &&&&
&&&&&&&& 속성:없음&&&&&&&&&&
&&&&&&&& 공격력:45 &&&&&&&&&&
&&&&&&&& 방어력:8% &&&&&&&&&&
&&&&& 업그레이드 경험치:8% &&&&&
&&&&&&& 봉인까지 00:59 &&&&&&&
&&&&&&&&&&&&&&&&&&&&&&&&&
이제…쟈쿰만 죽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