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7화 〉11.블루팀 턴[눈 뜬 소경은 앉은뱅이의 복수를 위해 살아간다] (47/87)



〈 47화 〉11.블루팀 턴[눈 뜬 소경은 앉은뱅이의 복수를 위해 살아간다]

#4

장애인에게든, 어떤 인간에게든 타인에게 다가가는 가장 쉬운 방법 1순위는 단연코…
‘호의를 베푸는 것’이 아닐까.


부용이 그에게 다가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한다.


“저…제가 도와드릴까요?”
“……”

선글라스를  그는 고개를 가로젓더니 싱긋, 웃으며 정중히 사양한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아…저…”

우리가 안 괜찮은데?


그는 그 말을 끝으로 지팡이를 바닥에 탁, 탁 내리치며 묵묵히 걸어갔다.
제기랄! 이렇게 되면…


그가 뒤에서 소리를 지른다.


“저, 그러면…귀찮게 해서 죄송한데,  하나만여쭤봐도 될까요?”
“……뭡니까?”


“그…좀비 현상이 나타난지 얼마나 됐나요?”
“……?”


이때까지 단 한 번도부용 일행에게 이렇다  반응을 보이지 않던 그가 뒤를 돌아본다.
물론 뒤로 돌아봤자 보이지도 않을 테지만 말이다.

“당신들, 뭡니까?뭔데…”
“아, 저…그게…”


이때를 대비해서 일부러 대답을 생각해놨지.

“제 친한 친구가 여기로 관광 왔다가 실종이되어서…”
“……!”

선글라스를 꼈음에도, 영혼의  눈이 보이지 않음에도 그의떨리는 입술은 그가 당황하고 있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입을 연다.

“그쪽 사정은 굉장히 유감입니다만…다른 데 가서 알아보시겠습니까? 보시다시피 저는 맹인이고…”
“아, 그렇습니까.”


역시 발뺌인가.
그러면 의심을  받고 쟈쿰을 찾기가 굉장히 곤란해지는데…

남자가 헛기침을 하며 말한다.

“흠, 흠. 죄송합니다. 도움이  되어드려서.”
“아, 아닙니다. 저…그럼 혹시.”

“……?”
“마을의 정승이나 수호목은 어딨는지   있을까요?”


그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지팡이를  손이 파르르, 떨린다.


저 반응은 마치 저 인간이 왜 저런 걸 물어보나, 이런 느낌인데…

그가 살짝 언성을 높이며 묻는다.
“그런  또 왜 물어보십니까?”

마른 침을 꿀-꺽, 삼킨다.
개소리임을알면서도 일단 내지르고 본다.


“친구랑 마지막 통화했을 때 친구가 보고 있다고 한 게 수호목이어서…혹시 또 뭔가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

그가 한동안 말없이 허공을 응시하다가 이내 입을 연다.
“가는길인데, 따라오시든지 말든지 알아서하십시오.”


다행이다.


가면서 소유가 묻는다.

“그…사람들을 좀비로 만드는 게 수호목이냥?”
“확실히는 모르겠는데…일단 가보죠.”

힐끗, 힐끗 동공을굴린다.

최대한 의심을 덜 받으면서, 의심을 받지 않으면서 [空계 반지]를 얻는 것.
이번 턴에서는 그게 나의 최종 목표다.

그들이 장님 남성의 뒤를 따라 수호목으로 향할 때였다.
꽤 멀리 걸어가고 있던 노부부들이 갑자기소리를 꽥꽥 질러댄다.

“여, 여기 아무도 없나! 왜 그래, 왜 그러냐고!”
“이, 이게 왜…으아아아악! 악!”

“……?!”

휙, 고개를 돌리니…
아까 본 노부인이 그들을 향해 달려온다.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훼까닥 뒤집힌 눈과 주체 못하는 듯한 고갯짓은…
영화 속 엑스트라 좀비들의 클리셰들을 떄려박은 것만 같다.

심장이 두방망이질 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동공이 확장된다.
입술이 파르르 떨린다.

역시 좀비였어. 좀비였다고!
이를 까득, 악물고 외친다.

“얼세이, 테드!”

그러자 슬라임 한 마리가 나타나며


&&&&&&&&&&&&&&&&&&&&&&&
&&&&&&& HP:300/300 &&&&&&&
&&&&&&&& 닉네임:테드 &&&&&&&&
&&&& 심해슬라임(水) 등급:D급 &&&&
&&&&&&&& 속성:없음 &&&&&&&&&&
&&&&&&&& 공격력:45 &&&&&&&&&&
&&&&&&&& 방어력:8% &&&&&&&&&
&&&&& 업그레이드 경험치:8% &&&&&
&&&&&&& 봉인까지 00:59 &&&&&&&
&&&&&&&&&&&&&&&&&&&&&&&&&


라는 상태창이 나타난다.

“테드,  녀석 좀 맡아줘! 우리는 저 사람 쫓아가자고요!”
“아, 알겠다 입니다.”
“그러자냥.”


#5


쿵, 쾅. 쿵, 쾅. 쿵, 쾅. 쿵, 쾅…
심장이 귓전에서 울린다.

온몸이 경직된다.
호흡이 가빠져온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른다.
마른 침을 꿀-꺽, 삼킨다.

거기에그 여자가 있었길 망정이지.

미간을 찌푸린다.
입술을 잘근잘근 씹는다.


아무래도 그 친구 어쩌고 저쩌고는 거짓말 같은데…

관자놀이가 욱씬거린다.
억울한 원귀들의 한이 서린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흐, 흐흐흐흑…왜 그랬어, 왜 그랬냐고!
아, 아흑…흑…제발 그만해요…
밥  끼만 주세요…밥 좀, 제발 밥…좀…


연신 심호흡을 하며 지팡이를 탁, 탁 내리치며 수호목으로 향한다.

눈이 보이지 않는  연기하는 건, 장님인 척 연기하는  누워서 떡 먹기보다 쉬웠다.
그저 몸에 밴 습관대로 지팡이를 내리치며 걷고, 가끔 넘어져주기만 하면 됐기에 의심하는 이는  명도 없었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아직 지민이를 그렇게 만든 새끼는, 년놈들은 찾지도 못했다. 억울하게 죽은, 그에게만 보이는 마을 사람들의 증언에 의하면 죽고 나서 49일이 지나면 수호목에 나타난다고 한다.

어서 빨리 지민이의 목소리를 들을  있게 49일이 지났으면 좋겠다.
그래야 그녀의 원을 풀어줄 수 있을 테니.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어느새 그의 몸은 수호목 근처에 도착해 있다.


콧잔등이 시큰하다.
입술이 파르르, 떨린다.

목이 메고, 입 안에서’지민아’라는 말이 공회전한다.
“……”


유독 등이 허전하다.
매일매일’앞에 조심!’, ‘두 발자국 앞에 돌맹이!’라며 길라잡이 역할을 해주던,  줄기 빛과도 같던 지민이의 얼굴이 아른거린다.

수호목에 다다르니 여전히 수십, 수백여 명의 사람들의 목이 매달려 있다.
그들의 목소리가 머리에서 웅웅 울린다.

-나,나 먼저야!
-나 부터!
-어차피 랜덤인데 나 먼저는!


이를 까득, 악물고 두 손으로 지팡이를 쥔 채 땅에 푸욱, 꼳고 눈을 질끈 감는다. 그러자…


심장이 두방망이질 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호흡이 거칠어진다.
온몸이 파르르,떨린다.

관자놀이가 욱씬거리고, 눈이 빡빡하다.
눈물이 뚝,  흐른다.

수호목에서 피해자들이 앞다투어 그의 몸에 빙의를 시도하는중이다.


-나라고!
-내-가-먼저!
-이번에-는 나야!


이빨이 딱, 딱, 딱 부딪힌다.
마른 침을 꿀꺽 삼킨다.


이마에 핏대가 선다.

옅은 신음소리가 새나온다.
이를 까득! 악문다.

“으, 으으으…!”

구역지기가 올라온다.
휘청이는 몸을 지팡이를 붙든 채 간신히 중심잡는다.

“끄윽…”

이들의 복수를 돕는 것은, 그들을 벌하는 것은…
내가 마땅히 짊어져야 할 업이요, 소명이다.

그리고 이내 의식이 끝나고 피해자들 중  명이 그에게 빙의를 끝낸다.


털-썩, 주저앉는다.
거친 숨을 몰아쉰다.

“허-억…헉…”


그가 걱정스러운 말투로 묻는다.

-괘, 괜찮아요?
힘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에게 빙의를  사람은 마을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부지런하고, 성실한 청년이었다.
재혁 또한 눈 먼 장님이었지, 귀머거리는 아니었기에 알음알음 그의 존재는 알고 있었다. 다만 딱 그뿐, 직접적인 접점은 없는 사람이었다.


일단 수호목으로부터 걸어나온 뒤, 재혁이 지친 말투로 묻는다.

“누구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제게 도움을 요청하신 겁니까.”
-하아, 저는 경…

“……? 뭡니까?”
경…? 설마?

“경찰이요?”
-예. 조금…어렵겠죠?


어려울 거야 없다. 그가 직접적으로 손을더럽혀야 하는 일도 아니고, 재혁은  피해자들을 가해자들의 몸에 빙의만 시켜주는 역할까지만 하는 것이니.

“어려울 거야 없긴 한데…근데 이유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아시겠지만, 이 마을에는 답이 없습니다.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런데요?”
-저는 이 마을을 나가려고 했습니다. 물론 좋게좋게나가려고 했죠.

“그런데요?”
-……하나같이 뜯어말리더군요. 그야말로 복날  패듯이요. 그런데 경찰은 그걸 또 말리는  아니라…

그가 쓴웃음 지으며 고개를 주억거린다.
“……알아들었습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이 마을의 경찰은…법치보다는 마을 내의 관습을 따르는 지극히 인간적인 경찰이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약 마을의 관습이 아닌 법치에 따라 행동하게 되면…
언제 어느때에 본인이 변사체로 발견될  모를 테니 말이다.


그렇게 재혁이 경찰들 중 누구냐고 물어보려  때였다.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여기야?”
“드디어 찾았다, 입니다.”
“……!”

다름 아닌, 아까 마주친 세 명의 남녀이다.

미간을 찌푸린다.
육두문자를 뇌까린다.

진짜 끈질긴 새끼들이네. 기어코 쫓아온 거야?

그가 지팡이를 푸욱! 땅에 꽂고는 눈을 감은 채 마을사람들에게, 좀비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여기 수호목으로  모여주십시오.’


#6


맹공의 심장이 두방망이질 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동공이 확장된다.
입술이 파르르, 떨린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른다.
머리가 쭈뼛쭈뼛 선다.


악의 결정체이자 한의 결정체인 남성과  사람의 머리들이 매달려있는 나무.
아무리 그가 무당이라지만, 평생 보기 힘든 광경이다.

관자놀이가 욱씬거린다.


수호목에 매달린 사람들의 것으로 추정되는, 한이 서린 목소리들이 맴돈다.
왜, 왜 나였어? 왜—! 제발…제발 그만해…허억…어흑…밥 좀 주세요…한 끼만…죽을 같아…요…저 조금만 자고 하면 안…될…까…


자신도 모르게 귀를 틀어막는다.

콧잔등이 시큰해진다.
입술이 파르르,떨린다.

“이, 이게 뭐냐…입니다.”

장님 남성이 지팡이를 땅에 박은 채 그들에게 묻는다.


“빈말을 진심으로 알아들으셨군요. 뭡니까?”
“아까 말씀드렸다, 입니다. 친구 때문에 온 거라고…”
“하아…보다 가십시오.”

장님 남성은 그 말을 끝으로 지팡이를 짚으며 그들과 멀어진다.
마른 침을 꿀-꺽 삼키고 힐끗, 곁눈질로 부용과 소유의 반응을 살핀다.


둘도 그 못지 않게 안색이 좋지 않다.
그들 또한 이 수호목이 여타 나무들과는 달리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 챈 듯 하다.

부용이 천천히 입을 연다.


“준비 됐죠?”
“이 나무를 공격하면 된다, 이거냥?”
“그렇다, 입니다.”


그때였다.

저 멀리서 괴성이 들려오고, 좀비떼가 달려온다.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 부용, 방어막!”
“아, 알아요! 오웨어페이 오텍트프레이 옐드샤이, 티온레이!”


심장이 두방망이질 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호흡이 거칠어진다.
족히 열댓명은 넘어보이는 좀비들과 그들의 몸에 겹쳐보이는 두 명의 영혼들.
뭐가 뭔지…

이를 까득, 악문  부용에게 말한다.

“내가 능력 쓰면 공격해라, 입니다.”
“아니,  생각에는 아무래도 먼저 아까 그 장님부터 어떻게 해야할 거 같아요. 그러니까…제가 뛰라고 하면 뛰세요.”

 그래도 맹공은  생각이 들던 찰나이긴 했다.
악의 결정체이자 한의 결정체이던 그, 수호목과 기운이 매우 닮아있던 그는 툭,  지팡이를 짚고 가는 중이다.

그런데 일반인이 그렇게 생각할 이유는 없을 거 같은데…?

“왜 그렇게 생각하냐, 입니다.”
“방금 보셨잖아요? 뻔히 눈앞에 장님 남성이 있는데 지나치는거?”

“……!”
“……!”

“일단 손해볼 건 없잖아요? 쫓아가자고요. ”
“알았다, 입니다.”


그가 테드를 소환하여 좀비들의 이목을 끈 후, 달리며 외친다.


“지금!"


"안다냥!"
"안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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