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화 〉11.블루팀 턴[눈 뜬 소경은 앉은뱅이의 복수를 위해 살아간다]
눈앞에 뿌옇게 피어오른 안개를 응시한다.
소유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다.
“저 지, 집사. 이번에는 좀비냥?”
“그렇다고 쓰여있네요.”
이번 배경은 다름 아닌 섬마을이다.
닫힌 사회들 중에서도 가장 닫힌 사회이지 않을까, 싶다.
맹공이 주위를 두리번 거리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으, 음산하다 입니다. 좀비 무섭다, 입니다.”
“미션 깨려면 어쩔 수 없잖아요? 갑시다.”
사위는 고요하다. 쥐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는게, 당장이라도 무엇 하나 튀어나올 거 같은 분위기.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른다.
호흡이 거칠어진다.
입이 바짝바짝 마른다.
마른 침을 꿀-꺽, 삼킨다.
“……”
맷의 말 마따나, 음산하기 그지 없다.
어느새 손에는 식은땀 범벅이다.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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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슈누를 따르는 야차(님)이 &&&&&
&&&당신에게 [신기하네. 유독 운이 좋은 &&
&&&&& 거 같아?] 라고 하며 복주머니 &&&&
&&&&&&&&& 1개를 선물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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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쿵, 쾅. 쿵, 쾅. 쿵, 쾅. 쿵, 쾅…
심장이 귓전에서 요동친다.
온몸이 경직된다.
호흡이 가빠진다.
동공이 지진한다.
입술이 파르르, 떨린다.
제길, 제길, 제길!
벌써 의심하기 시작했다고?
아냐, 아냐. 놀랄 거 없어.
그렇게 연속으로 반지를 얻고, 야차들을 수집했는데 의심을 안 받는 게 이상한 거야.
마른 침을 꿀-꺽, 삼킨다.
주먹을 꽈-악 쥔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어떻게 의심을 안 받느냐가 관건이야.
[空계 반지]를 얻으려면 일단 빨리빨리 움직어야 한다.
마을 주민들 중 쟈쿰으로 인해 좀비가 된 인원보다 멀쩡한 인원이 더 많이 남아있을 때까지미션을 끝내야 반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가 복주머니를 개봉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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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낡은 창] 등급:D급 &&&&&&
&&&&&& 속성:없음 &&&&&&&&&&&&
&&&&&& 공격력:50 &&&&&&&&&&&&
&&&&&& 내구도:80/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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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상태창과 함께 창 하나가 나온다.
오케이. 이따가 빈이 빙의시키면 되고.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저 멀리서 사람의 형체가 일렁인다.
“……! 지, 집사! 사람!”
“알아요, 저도.”
미간을 찌푸린다.
가자미눈을 뜨고 안개 속 사람 형체를 응시한다.
사람이 맞을까?
호, 혹시…좀비 아닐까?
여기 좀비들은 죽일 수 없다.
쟈쿰을 부수고, 태우기 전까지는.
그렇다면…
그리고 이내 뿌연 연기 속에서 사람의 형체가 나타난다.
붉게 충혈된 눈.
헝클어진 머리칼.
비틀거리는 걸음걸이.
누가 봐도 좀비였다.
녀석은 이빨을 드러내며 셋에게 달려든다.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이에 부용이 본능적으로 외친다.
“올케이, 빈이!”
그러자 검이 허공에 부유하고, 검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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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P:- &&&&&&&&&&
&&&&&&&&&& 닉네임:빈이 &&&&&&&&&
&&&& 아이템 빙의 요괴(識) 등급:D급 &&&&
&&&&&&& [낡은 장창]에 빙의 중 &&&&&
&&&&&&& 업그레이드 경험치: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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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이] ‘낡은 창’(으)로 소환성공! &&&&
&&&&&&&&& 봉인까지 00: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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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두 개의 상태창이뜬다.
“빈이, 저 녀석 좀 붙잡고 있어! 뛰어요!”
“……! 도, 도망가자 입니다!”
심장이 두방망이질 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이를 까득, 악문 채 온 정신을 달리기에만 집중한다.
강한 마파람이 그의 얼굴을 때린다.
눈앞이 뿌옇다. 안개에 진입한 탓이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고, 마른 침을 꼴깍꼴깍 삼킨다.
“헉…헉…허억…”
뒤에서는 여전히 놈이 괴성을 내지르며 빈이와 싸우고 있는 상황.
“!#%$%&%$$%@#[email protected]%$*&%&”
“더 뛰어요, 더 멀리!”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셋 다 서서히 속도가 점점 줄어든다.
소유가숨을 헐떡이며 뒤를 보더니 말한다.
“후욱…후우…이제 그만 뛰어도 될 거 같은데…”
그때였다.
저 멀리 집들이 보인다.
“……! 저, 저기!”
“빨리 가보죠!”
그들이 집으로 향하는데, 늙은 노인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한 명은 여성, 한 명은 남성이다.
두 사람은 손을 잡은 채 이쪽으로 걸어온다.
손을 잡고 있는 걸로 봐서는 노부부로추정된다.
부용은 자신도 모르게 주춤, 주춤 뒷걸음질 친다.
일단 겉모습은 둘 다 사람인데 여성분은 상대가 굉장히 안 좋으시네.
마치, 마치 좀비가 되기 전 전조증상 같…
“……!”
주춤, 주춤 뒷걸음질 친다.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둘의 눈치를 살핀다.
이 에피소드의 설정상 마을의 수호목이 어떠한 연유로 인해 쟈쿰이 되고, 그 쟈쿰의 저주로 인해 마을사람들을 미치게 만드는, 즉 좀비로 만든다는 설정이다.
그러니까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수호목이 어디있냐를 알아내야 한다.
아주머니가 좀비가 되고 있다는 건 수호목, 즉 쟈쿰에게 다녀왔다는 건데…
아직 아주머니께서 의식이 있으시지.
그가 노부인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데, 늙은 남성이 미간을 찌푸린 채 입을 연다.
“뭐야? 당신들?”
“아, 저희는…”
“가뜩이나 머리도 아파 죽겠구만. 꺼져. 꺼지라고!”
“……”
일단 낯선 사람에게 질문을 하려면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부용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한다.
“오,올때 보니까…웬 미친 사람들이 쫓아오더라고요.”
“……! 아, 자네들도 봤나? 근데 어떻게 빠져나왔나?”
“젊은 게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뛰어서 빠져나왔죠. 그런데 언제부터 사람들이 그렇게 됐어요?”
“이 머리가 맛이 가서…확실히 기억은 안 나는데 얼마 안됐어. 하아, 바깥에도 못 나가고 참…”
그런데 자꾸 남성이 힐끗, 힐끗 소유를 곁눈질로 쳐다본다.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미간을 찌푸린다.
뭐지…?
“저, 소유씨한테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아, 아닐세. 흠.”
슬쩍, 고개를 돌려 노부인을 쳐다본 채 그녀에게 묻는다.
“저, 아주머니. 안색이 조금 안 좋으신데…괜찮으시죠?”
“……”
옆에서 노년의 남성이 대신 대답한다.
“며칠 전부터 저러는데…대체 왜 저러는지.”
“어디 다녀온 이후로 저러시지 않아요?”
“……? 글쎄,그건 모르겠…”
그때였다.
저 멀리 한 명의 남성이 걸어오는 게 보인다.
지팡이를 짚은 채 말이다.
탁. 탁. 탁…
아마 장님이지, 싶다.
이를 보며 노인이 혀를 쯧쯧 찬다.
“불쌍한 녀석…”
“저 양반들은 저게 일상인데 그걸 불쌍하다고하시면…”
“눈이 안 보여서 불쌍하다고 하는 게 아니라.”
“……?”
“최근에 자기가 어딜 가든 꼭, 데리고 다니던 앉은뱅이 여자애가 죽었어.”
“……!”
눈썹이 꿈틀, 거린다.
서, 설마…
이게 수호목이 쟈쿰이 된 원인인가?
#2
맹공의 심장이 두방망이질 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온몸이 경직되고, 소름이 쫙 돋는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른다.
온몸이 쭈뼛쭈뼛선다.
그들의 눈앞에 지나가는 맹인은, 소경은…
그야말로 악의 결정체, 한의 결정체라 불러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다.
대체 어떻게 해야 저렇게 악으로만, 한으로만 똘똘 사람이 뭉쳐져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마른 침을 꿀-꺽, 삼킨다.
아마 미션을 꺠려면 저 남자를 쫓아가야 할 거 같은데…
그가 부용의 옆구리를 툭, 툭 친다.
이에 부용이 인상을 찌푸리며 맹공을 쳐다본다.
그가 입술을 끔뻑이며 묻는다.
왜 그래요.
아무래도 저 남자 쫓아가야 할 거 같다, 입니다.
저도 알아요.
부용이 싱긋, 웃으며 말한다.
“저…실례했습니다.”
그러자 그가 힐끗, 힐끗 소유를 곁눈질로쳐다보며 말한다.
“참나. 우리가 뭘 해줬다고 실례했습니다야, 실례했습니다는. 혹시라도 묵을 곳이 필요하면 언제라도 오게나.”
그렇게 그들은 재빨리 장님 남성을 쫓아간다.
“저, 저기요!”
“저기…!”
“……”
#3
십수년간 암전 속에서 조롱과 멸시를 받으며 살아왔다.
그럼에도 그녀란 작은 불빛이 있었기에 살 수 있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그녀의 목소리를 길라잡이 삼아 수호목에 가서 빌고 또 빌었다.
안 될 걸 알면서도 빌고 또 빌었다.
신님, 제발 제 눈을 좀 뜨게 해주세요.
신님, 제발 하루라도 세상을 볼 수 있게 해주세요.
빌 때마다 그녀는 장난스레 나를 위해 빌어주었다.
자기는 너란 다리가 있으니 괜찮다며 자신의 다리를 위한 기도가 아닌 나의 눈을 위해, 나를 위해 기도해주었다.
그런데수호목이 그녀의 간절한 기도를, 갸륵한 마음을 기특해하시기라도한걸까.
정말 눈이 떠지고, 앞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조롱받지 않아도 된다.
이제 멸시받지 않아도 된다.
눈물을 삼키고 가장 먼저 그녀에게 달려갔다.
당장이라도 그녀를 안고 수호목에 가서 감사하다, 절이라도 하고 싶었다.
그런데 눈을 뜬 내가 가장 먼저 마주한 건…
옷이 벗겨진 채 허망하게 식어가던 그녀의 사체였다.
눈을 뜨면 세상은 아름다울거라 했다.
눈을 뜨면 세상은 알록달록할 거라 했다.
그런데…
눈을 뜨니 세상은 역겹고, 증오스러울 뿐이었다.
눈을 뜨니 세상은 여전히 무채색일 뿐이었다.
이럴 거면 차라리 눈을 뜨게 해달라 빌지 말 걸.
이럴 거면 차라리 이 아이의 다리를 낫게 해달라고 빌 걸.
그녀를 껴안고 울부짖으며 혹시나, 혹시나라는 생각을 하며 수호목을 향해 달렸다.
나의 눈을 뜨게 해주셨으니 이 아이도 살릴 수 있지 않을까.
나의 눈을 뜨게 해주셨으니 이 아이를 이렇게 만든 인간들도 죽여주실 수 있지 않을까.
하루종일 수호목 앞에서 울부짖으며 빌고 또 빌었다.
차라리 나를 다시 맹인으로 만들어도 좋으니, 죽여도 좋으니 이 아이를 살려달라고.
나는 어떻게 되도 좋으니 그녀를 죽게끔 한 사람들만큼은 죽여달라고.
그러나 그녀는 싸늘하게 식어만 갈 뿐, 결코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 내가 울다가 지쳐 그녀의 시체에서 잠이 들 즈음, 수호목이 변하기 시작했다.
이때까지 마을에서 실종되고, 변사체로 발견되었던 사람들의 얼굴이 가지에서 피어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이 현상은 오직 나에게만 보이는 듯 했다.
그들은, 희생자들은 수호목에 기댄 채 나에게 애원하고 있었다.
-마을사람들을 제발 죽여줘.
-나의 억울함을 풀어줘.
그날로 그녀의 복수와 마을 사람들의 한을 풀어주는 것은 나의 업이요, 소명이 되었다.
그가 고개를 돌리고, 무뚝뚝하게 답한다.
"무슨 일이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