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화 〉10.레드팀 턴[접선하다]
둘은 한동안 아무런 말도 없이 걷기만 했다.
“……”
“……”
바다내음이 그녀의 코끝을 찌르고, 강풍 소리가그녀의 귓방맹이를때린다.
휘-이이이이이잉!
아직사위는 깜깜하기 그지 없는 상황.
어색한 침묵 속, 혜정의 머릿속에는 그저 그의 지갑에서 본 소유의 사진 뿐이다.
미간을 찌푸린다.
이를 까득, 간다.
얼마나 그 년의 덕질을 해댄 걸까.
그 년을 죽이는데 어떤 식으로 방해가 될까.
눈앞의 두 개의 상태창을 응시한다.
리자드맨으로 변신하고 약 15분이 흐른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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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자드맨으로 변신 중 &&&&&
&&&&&&&& (14분/30분) &&&&&&&
&&&&&&&&&& (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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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용가능 스킬 &&&&&&&
&&&&&&&& 1)꼬리자르기 &&&&&&&
&&&&&&&& 2) 위장술 &&&&&&&&&&
&&&&&&&&&&&&&&&&&&&&&&&&
한 번 변신하면 30분이 주어진다. 이제 그녀에게 남은 변신 기회는 한 번뿐. 이삭의 2번 까지 합치면 90분, 즉 1시간 30분이 남은 셈.
90분 가지고 그 헬나가인지 뭔지를 죽일 수 있을까.
아까 그 리자드맨에게 들은 헬나가의 특징들과 리자드맨의 특징을 곱씹는다.
헬나가의 궁전에서 헬나가가 거주하는 곳은 3층이다.
3층까지 가는 곳곳에 경비병 나가들이주둔하고 있을 것이다.
헬나가는 능력을 쓰는 자들의 능력을 봉인한다.
단, 리자드맨은 제외다.
리자드맨들은 서로 근처에 있는지 알아챌 수 있다.
꼬리 자르기는 한 번 변신당 한 번만 가능하다.
마른 침을 꿀-꺽,삼킨다.
촉각을 곤두세운 채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아까 그 리자드맨의 말대로라면 지금 이 시간에는 나가들이 없기야 하겠지만…
이 세상은’설마가 사람잡는’경우로 가득차있지 않던가?
온몸이 욱씬거린다.
머리를 쓸어넘기고, 깊은 한숨을 내쉬며 나지막이 중얼거린다.
“하아…스탯창.”
&&&&&&&&&&&&&&&&&&&&&&&&&
&&&&&&&& HP:440/440 &&&&&&&&
&&&&&&& 다루마 Main $tat &&&&&&&
&&&&&& 컨디션: 51%/100% &&&&&&&
&&&&&& 근력:8 [01%/100%] &&&&&&
&&&&&& 민첩:9 [03%/100%] &&&&&&
&&&&& 시야:12 [04%/100%] &&&&&&
&&&&&& 행운:5 [02%/100%] &&&&&&
&&&& 방어력:8% [03%/100%] &&&&&&
&&&&&&& 상태:리자드맨 변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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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는모두 회복되었는데…컨디션이 상당히 안 좋네.
조금 쉬었다 가자고 할까.
그때였다.
지난 번과 같이 이삭이 먼저 침묵을 깬다.
“이봐.”
“……! 아, 아 예.”
입에서 흘러나오는 낯선 목소리가 아직 적응이 안 된다.
“당신은 한 번 남은 거지?그…변신 기회.”
“그런 셈이죠.”
“뭐, 특징같은 거 없어?”
그녀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한다.
“아까 다 들으셨잖아요?”
“……그게 끝? 리자드맨은 주변 동료들을 눈치챌 수 있다?”
“한 번 변신당 삼십 분 지속, 스킬은 위장하고 꼬리 자르기가 있고, 꼬리 자르기는 한 번 변신할 때마다 한 번 가능하고…회복 속도는 인간일 때보다 조금 빨라지고. 딱 이정도예요.”
“……알맹이가 없군.”
“거봐요!”
그런데 그는 이맛살을 찌푸리고, 턱 밑을 문질거리며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는 눈치다.
뭘 저렇게 생각하는 거야?
그가 서서히, 서서히 입을 뗀다.
“일단 상식적으로, 헬나가인지 뭔지가 놈들의 왕이라면.”
“왕이면 뭐요?”
“궁전에 들어가서도 엄청 힘들 거야. 놈을 암살하기까지.”
“당연하죠. 그건.”
“그러니까, 내 말은…한 명은 어그로를 끌자, 이거지. 한 명은 암살조, 한 명은 어그로조.”
그녀가 두 눈을휘둥그래 뜨며 그를 쳐다본다.
이 인간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러다가 둘 중 하나라도 잡히면…?”
“ㅈ되는 거지. 근데 그럴 일은 없을 거야. 당신만 잘 해준다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뜬구름 잡는 소리로밖에 안 들리는데?
“좀 자세히 얘기를 해봐요.”
“어그로는 내가 맡을 거야. 헬나가인지, 뭔지를 죽이는 건 당신이 해.”
“예? 거꾸로 아녜요? 당신이 그렇게 빠른…아!”
헬나가인지, 뭔지…인간의 능력을 통제할 수 있다고 했지?
“이제 이해했어? 어차피 헬나가인지, 뭔지한테는 능력이 잘 안 통하는 상황이야. 내 능력이 쓸모없다, 이거지. 그러니까…나는 밖에서 능력을 쓰면서 어그로를 끌고 있을 테니 당신이 도마뱀이 되어서 놈을 암살하라고.”
입술을 질끈, 깨문다.
마른 침을 꿀-꺽, 삼킨다.
솔직히 말하면, 자신이 없다.
둘 다 리저드맨이 된다고 하지만, 이 남자가 능력을 못 쓴다고는 하지만…
힘이든 속도든 뭐든 이 이삭이란 작자가 조금이나마 나을 터.
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는 상황.
그녀가 고개를 주억거린다.
“……알았어요.”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그녀는 한동안 갈등하고, 또 갈등했다.
한지수에 대해 물어봐? 말아?
주먹을 꽉, 쥔다.
이를 까드득, 간다.
이성과 감정을 천칭질 해본다.
이성이 그녀의 귓볼을 잡아당기며 소리를 지른다.
굳이 지금할 필요가 있어? 생각을 해봐. 같은 팀이야. 같이 싸워야 할 동료고. 근데 서로 기분을 잡쳐야할까?
감정이 그녀의 귀에다 대고 속삭인다.
너의 최종적인 목적을 생각해봐. 그 여자를 죽이는 거잖아. 근데 팀이고 나발이고가 무슨상관인데?
“……”
난장맞을, 난장맞을, 난장맞을!
차라리 그 지갑 속 여자의 사진을 못 봤더라면 좋았을 텐데.
미간을 찌푸린 채 이성과 감정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아본다.
그냥 살짝, 살짝 떠보는 것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한지수, 그 여자 팬 아니냐고 살짝 떠보는 거 정도인데?
그때였다.
“저긴가보군.”
“……!”
그녀가 고개를 들어보니, 저 멀리 궁전이 보인다.
그리고 궁전 근처에는 수십 마리의 나가들이 서성이고 있다.
심장이 미친듯 요동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온몸이 경직된다.
호흡이 가빠져온다.
동공이 확장된다.
입술이 파르르, 떨린다.
막상 놈들을 마주하니 고민은 말끔히 해결된다.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그 년에 대한 건 우선 미션을 해결하고 생각해도 늦지 않아.
“저 수많은 녀석들 중 과연 라이미가 누굴까.”
“그러게요.”
#4
이삭이 한동안 궁전을 노려본다.
최우선 과제는 아무래도 라이미란 나가를 만나는 것.
우리가 갖고있는 정보는 라이미란 녀석이 경비병 나가이고, 리자드맨들에게 호의적일 거란 것 정도뿐이다.
갖고 있는 정보가 너무 적어.
대체 어떻게 해야…
그때였다. 한동안 헬나가의 궁전을 빤히 쳐다보고 있던, 어느새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온 고혜정이 입을 연다.
“그 라이미란 나가요.”
“어.”
“아무래도 리저드맨을 돕고 있으면서도 지금까지 나가들 편에 서서 경비를 서고 있다는 건…그누구보다 경비일을 훌륭히 해내고 있다는 거 아닐까요?”
“……! 그러니까 내가리저드맨이 되어서 저기를 공격하면…”
“그렇죠. 적어도, 적어도 어떻게든 라이미란 나가와 만날 수는 있지 않을까, 라는 거죠.”
일리 있다.
그렇다면 순서는…
내가 리저드맨이 되어 한 차례 이목을 끈 뒤 라이미와 접촉 후 어그로를 끌 계획을 세운 후, 다루마에게 전음을 해 계획을 알려주면…
그때 다루마가 움직이면 된다.
그가 그녀에게 대강 작전의큰 틀을 알려준 후 말한다.
“……알아들었지? 그럼 당신은 이따가 내가 전음을 하면 움직여.”
“오케이.알겠어요.”
그의 심장이 미친듯 요동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호흡이가빠져온다.
온몸에 식은땀이 흐른다.
입이 바짝바짝 마른다.
마른 침을 꿀-꺽, 삼킨다.
이제 진짜 시작이다.
힐끗, 다루마를 쳐다보며 말한다.
“……살아서 보지.”
“재수없는 소리 말고 얼른 가시죠.”
“아브라카다브라.”
그러자 두 개의 상태창이 뜨며 그의 몸이 도마뱀 인간으로 변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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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자드맨으로 변신 중 &&&&&
&&&&&&&& (29분/30분) &&&&&&&
&&&&&&&&&& (1/2) &&&&&&&&&
&&&&&&&&&&&&&&&&&&&&&&&
&&&&&&&&&&&&&&&&&&&&&&&&
&&&&&&&& 사용가능 스킬 &&&&&&&
&&&&&&&& 1) 꼬리자르기 &&&&&&&
&&&&&&&& 2)위장술 &&&&&&&&&&
&&&&&&&&&&&&&&&&&&&&&&&&&
동시에 시야가 매우 넓어진다.
“……!”
동공을 굴려본다. 그야말로 신세계다.
이건 왜 얘기 안 해준 거야?
“이봐, 혹시…이 꼬리자르기하고 위장술 쓸 때 주문이 따로 있나?”
“그냥 꼬리자르기! 하시면 돼요.”
“오케이.”
점점 동이 트는, 새벽녘.
수십 마리의 경비병 나가들이 있다.
몇몇은 수다를 떨고 있으며, 몇몇 녀석들은 졸고 있고, 몇몇은 아예 궁전의 문에 기대 자고 있다.
“……”
다루마의 이론대로라면, 라이미라는 작자라는…
적어도, 적어도 수다를 떨거나, 졸거나, 자는 놈들은 아닐 터…
누구냐, 누가 라이미냐고!
그때였다.
그의 눈에 들어오는 한 명의 나가, 아니…안광이 번뜩이는 눈이 이삭을 빠-안히 응시한다.
“……!”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른다.
주춤, 주춤 물러선다.
마른 침을 꿀-꺽, 삼킨다.
서, 설마…저 작자가 리자드맨들을 도와주는 그 라이미라고?
저 피도 눈물도 없이 생긴 작자가?
그가 잠깐 움직이자, 일제히 나가들이 꺠어난다.
“저, 적이다!”
“쉬시, 시식! 어디! 어디!”
“으, 으음! 헬나가님, 저는 졸지 않았습니다!”
“어디냐, 어디!”
“……!”
제, 제기랄!
그는 이를 까득, 악물며 재빨리 궁전의 벽에 기대 위장술을 사용한다.
“위, 위장술!”
스스-슥!
그러자 그의 얼굴과 몸 등이 정말 감쪽같이 벽처럼 바뀐다.
흡! 숨을 참는다.
온몸이 경직된다.
제발, 제발 그냥 지나가라…
안광을 번뜩이는, 아마 경비병들 중 가장 강해보이는 녀석이 소리를 지른다.
“구석구석 찾아 놈을 색출해라!”
“시시, 시식…!”
“죽인다, 하등한 생물을 죽어야 한다…”
“헬나가님을 위하여.”
그리고 경비병들이 이삭을 찾으러 흩어지자, 경비병 나가들 중 가장 대가리로 보이는 그가 다가온다.
“……?!”
심장이 미친듯 요동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온몸이 경직된다.
호흡이 가빠져온다.
입이 바짝바짝 마른다.
뭐, 뭐야? 대체?
그가 다가오더니 벽에 대고, 아니 정확히는 이삭의 근처에서 허공에 대고 말한다.
“……도와주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쯤은 이해하겠지.”
“……라이…”
“……거기까지. 지금 가서 문 안의 경비병들을 전부 바깥으로 내보내줄까, 아니면 지하 감옥에 가서 암살을 노리겠느냐?”
그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게 무슨 소리야? 당연히 전자 아닌가?
그때였다. 불현듯 떠오르는, 아까만난 리저드맨의 한 마디.
‘잠입 이후 성공한 사람을 본 적이 없어서요.’
잠입 이후가 진짜 시작이라는 소리다. 즉 이작자는 잠입까지 딱 도와주는 징검다리 역할이란 소리.
그렇다면, 그렇다면 뭘 선택해야 하지?
"빨리 선택해라. 나도 도와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