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화 〉9.블루팀 턴[괴물의 뱃속에서 마도서를 찾아라]
바닥은 물로 흥건하고 천장에서는 물이 한 방울, 한 방울꾸준히 떨어지는 중이다.
폐쇄된 공간이라 그런지, 물방울이 떨어질 때마다 미세하게 메아리가 울린다.
뚜-우욱… 뚜-우욱… 뚜-우욱…
그 마도서를 찾기 위해서는 더 깊숙이, 즉 놈의’장’까지 가야만 한다.
연신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소유가 묻는다.
“어디로 가야하냥?”
“소유씨도 참. 저도 소유씨랑 똑같은 처진데 그걸 왜 물어봐요?”
“뻥치지 말라냥. 집사는 다 알잖냥.”
“……”
맹공 또한 부용을 빤히 쳐다본다. 자신도 궁금했다는 듯.
일순 분위기가 묘하게 흐른다.
맹공이 부용의 손가락에 있는 반지들을 가리키며 말한다.
“맞다, 입니다.부용, 지난번에 나랑 있을 때 혼자 반지 얻었다 입니다.”
“……!”
그, 그걸 알고 있었어?
거짓말은 해선 안 돼. 그렇다면…
“하, 하하…제가 게임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가봐요.”
“……”
“……”
“그, 그러면 제가 막 트롤링했으면 좋겠다, 이거예요?”
“……아니다, 입니다.”
“에휴, 됐다냥. 어쨌든 집사는 어디로 갔으면 좋겠냥?”
마른 침을 꿀-꺽, 삼킨다.
입술을 잘근잘근 씹는다.
이거, 조심해야겠는걸.
“……아, 아무래도 어려움 미션이니…조금 깊게 들어가봐야 하지 않을까요?”
“일리 있다, 입니다.”
“그러자냥.”
부용이 힐끗, 힐끗 소유와 맷을 번갈아가며 쳐다본다.
골치아픈데. 둘 다 나를 서서히 의심하는 눈치인데…
그럼 이 둘한테 어떻게 여기가 괴물의 뱃속이란 걸 말한다?
“하아…”
그가 한참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걷는데, 한 가지 좋은 생각이 그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아, 맞아. 여기는 녀석의 뱃속이니…
어딘가 한 곳을 찢든, 찌르든 해서 피가 나는 걸 보여주면 믿지않을까?
그때였다.
한동안 안색이 창백한채 주위를 두리번, 두리번거리며 걷던 맹공이 입을 연다.
“부용.”
“……? 왜 그래요?”
“여기 확실히 동굴 맞냐, 입니다.”
“……?!”
뭐, 뭐지? 그냥 물어보는 건가? 아니면 다른 뭔가가 짚이는 게 있어서 저러나?
아냐. 여기서 나는 우물쭈물거릴 게 아니라 맞장구를 쳐야해.
그가 일부러 물컹물컹한 벽을 만지작거리고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한다.
“그러게요. 뭔가 딱딱하지도 않고…”
그리고는 녀석의 위벽을 아주 살짝 찢는다. 그러자 그곳에서는 붉은색 액체가, 피가 흐른다.
이를 본 맹공과 소유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외친다.
“……! 뭐냥?”
“……?! 뭐, 뭐냐 입니다!”
“저,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근데 여기서 피가 난다는 건 설마…”
“여기가 동굴이 아니…”
그녀는 말을 하다말고 그 자리에 딱 멈춰선다.
응? 왜 저러지?
“왜 그래요, 소유씨?”
“뭔가가 발에 거, 걸려…서…뭐,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녀는 귓청이 찢어져라 소리를 지르며 그의 품에 안긴다.
“……?! 뭐, 뭐냐! 입니다!”
“소유씨, 왜 그래요?”
그녀가 울먹이며 말한다.
“해, 해…해골…해골이다냥…”
“괘, 괜찮아요?”
일순 부용의 품에 안겼던 그녀는 맷의 시선을 의식하는 건지 볼이 빨개져서는 헛기침을 하며 말한다.
“아, 음…미, 미안하다냥.”
“아…놀라면 그러실 수 있죠.”
그러나 맷은 그들은 신경쓰지도 않은 채, 한동안 유골을 빤-히 응시한다.
“……”
점점 깊이 들어갈수록 습한 공기와 역한 냄새가 섞어찌개마냥 섞여서 짜증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셋에게서 웃음기는 묘하게 사라지고, 입꼬리는 축 처진다.
어느새 셋은 말없이 걷기만 한다.
“……”
“……”
“……”
침묵 속에서 거친 숨소리와 발자국소리만이 울려퍼진다.
그런데 가면 갈수록 첨벙,첨벙 소리가 미세하게 커지는 게 아닌가.
그가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발아래를 쳐다보니 점점, 점점 물이 차오르고 있다.
다름 아닌, 놈의 소화가 시작됐다는 소리다.
버, 벌써?
그때였다.
&&&&&&&&&&&&&&&&&&&&&&&&&&
&&&&& 시바신을 따르는 야차(님)이 &&&&&
&&&&& 당신에게 시련을 내립니다! &&&&&
&&&& 남아있는 생존자 한 명 구하기 &&&&&
&&&&&&&& 보상:복주머니 2개 &&&&&&&
&&&&&&&&&&&&&&&&&&&&&&&&&&
“……!”
그의 심장이 두방망이질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호흡이 가빠져온다.
마른 침을 꿀-꺽, 삼킨다.
입술을 잘근잘근 씹는다.
이 양반이 내리는 시련이라면…내 입장에서는 반드시 깨야한다.
D급 아이템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러면 빈이를 소환해 생존자의 위치를 알아내면 되니까.
#2
그녀의 심장박동이 좀처럼 가라앉을 생각을 않는다.
두근,두근,두근,두근…
스멀스멀 올라오는 냄새가 방금 본 해골로 인해 시취로 느껴진다.
“우, 우웁…”
이맛살을 구기며 코를 움켜쥔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옷소매로 닦는다.
자꾸만 눈길이 바닥에 황망히 널브러져 있는 유골로 향한다.
“……”
여기가 그럼…
괴물의 뱃속이다, 이 소리야 지금?
이를 까득, 악물고 주먹을 꽉-쥔다.
터져나올 것 같은 울음을 간신히, 간신히 참아낸다.
빨리 마도서를 찾아서 나가지 않으면…
나도, 맹공씨도, 그리고 부용 오빠도 저렇게 될 수 있단 소리 아냐?
발걸음이 무겁다.
너무나 무섭고, 힘들고, 짜증나고…
그냥 포기하고 싶다.
그러나 그녀는곧바로 고개를 세차게 가로젓는다.
안 돼. 나 하나 때문에 팀에 민폐를, 오빠까지 피해를 입게할 수는 없어.
그때였다.
&&&&&&&&&&&&&&&&&&&&&&&&&&
&&&&& 비슈누를 따르는 야차(님)이 &&&&
&&&&& [포기는 아직 일러]라고 하며 &&&&
&&&&&&& 복주머니 선물합니다 &&&&&&
&&&&&&&&&&&&&&&&&&&&&&&&&&
“……!”
그녀가 힘없이 웃으면서 복주머니를 받은 채 복주머니를 개봉한다.
그러자 상태창이 하나 뜨며
&&&&&&&&&&&&&&&&&&&&&&&&
&&&&&& [녹슨 검] 등급:D급 &&&&&&
&&&&&& 속성:없음 &&&&&&&&&&&&
&&&&&& 공격력:120 &&&&&&&&&&&
&&&&&& 내구도:80/100 &&&&&&&&&
&&&&&&&&&&&&&&&&&&&&&&&&&
검 하나가 그녀의 손에 쥐어진다.
뭐, 없는 것보다야 낫겠지.
힐끗, 부용의 눈치를 살핀다.
그는 힘들지도 않은지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으며 묵묵히 걷고 있다.
그저 마이페이스인 걸까, 아니면 진짜 안 힘든 걸까.
그에 반해 맹공은 어지간히 힘든지 거친 숨을 몰아쉬며 간신히, 간신히 발걸음을 옮기는 중이다.
동병상련이네.
그때였다.
일순 굉음이 일고, 땅이 흔들린다.
콰-과과과과과광!
“……! 도, 도망쳐라 입니다!”
“……!뭐, 뭐야!”
그녀가 중심을 잃는데, 부용이 그녀의 팔을 붙들고 외친다.
“뛰어요! 다들!”
“알겠다, 입니다!”
뒤에서는 쓰나미마냥 물이 밀려온다.
쏴-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녀의 심장이 다시금 미친듯 요동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호흡이 가빠져온다.
온몸에 식은땀이 흐른다.
공포가 이성을 마비시킨다.
부용의 손에 이끌린 채 달리고, 또 달린다.
콧잔등이 시큰해진다.
눈물이 핑, 돈다.
살아남을 수 있는 걸까.
세 명 모두 여기서 익사하는 거 아닐까.
물이 점점 가까워진다.
숨이 턱밑까지 차올라도, 달리고 또 달린다.
“헉…헉…허억…”
물이 그녀의 신발을 적신다.
물이 그녀의 양말까지 서서히 잠식한다.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가로젓는다.
아, 안 돼. 안 된다고!
그 순간이었다.
“어푸, 푸루구루구루구룱! 사, 살려달라 입니다아아아아아아아-!”
“맹공씨! 맹공씨!”
“……?!”
휙,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니 맹공이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가고 있다.
소유가 발을 동동 구르며 말한다.
“오, 오빠. 어떻게 해요? 맹공씨 어떻게…”
그러자 그가 그녀의 손에 들린 검을 빠-안히 쳐다보며 말한다.
“뭘 어떻게 해요. 구해야죠.”
“네…? 뭐, 뭐라고요?”
“……? 그럼 놓고 가려고 했어요?”
“아, 그…그건 아니지만…”
“소유씨, 그 검 줘봐요.”
“예? 이거, 줄 수도 있는 거예요?”
“소유씨, 게임 안 해봤어요?”
“아…그건 아니지만. 여기요.”
&&&&&&&&&&&&&&&&&&&&&&&&&&
&&&&& [녹슨 검]을 [로터스]에게 &&&&&
&&&&&&& 맡기시겠습니까? &&&&&&&&
&&&&&&&&&& Y/N &&&&&&&&&&&&
&&&&&&&&&&&&&&&&&&&&&&&&&
예스.
그녀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묻는다.
“그럼 거래는 어떻게 하냥?”
“지금은 일단 맹공씨 구하는게 급하니까,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
생각하면 할수록 이상해.
아무리 다른 게임을 많이 했다고 해도 여기는 원리가 다른데 이렇게 다 꿰차고 있다고?
#3
입술을 잘근잘근 씹는다.
머리칼을 쓸어넘기며 이를 까드득, 간다.
진짜 저번부터 가지가지 하네.
물이 차고 있어.
최대한 빨리 그를 찾아야 한다.
“전음모드 온,맹공.”
-맷, 맹공! 들려요? 맹공씨!
-……허억, 헉…우에에에엑!…들린다, 입니다…
-어디예요? 주변을 좀 묘사해봐요!
-……웬 남자가 한 명이 있고, 주변은 온통 웬 음식물 찌꺼기들이다, 입니다.
-……!
분명하다. 생존자가 있는 곳이야.
묘사로 봐선 식도까지 가신 거 같은데…
-맹공씨, 그 남자 상태 어때요?
-지금 동료 걱정이 아니라 생뚱맞은 사람 걱정하냐, 입니다…
지금 식도까지 갔다가 다시 장까지 가기엔 체력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터무니없이 부족해.
우리가 도착할 즈음이면 마도서도 완전히 소화가 된 상태일 테니.
그렇다면 내 미션을 맷에게 맡겨야한다는 결론이 나오는데…
-맹공씨, 하나만 부탁합시다.
-……? 지금 나한테 부탁한다는 소리냐, 입니다.
-예. 저하고 소유씨가 마도서를 찾을 게요. 그 생존자는 맹공씨가 좀 맡아줘요.
-밑도 끝도 없이 대체 왜 이 남자한테 집착…쿨럭!…하냐, 입니다.
-그…시련 때문에 그래요.
-아. 진작 말하지 그랬냐, 입니다. 노력해보겠다, 입니다.
이제 나하고 소유씨 마도서를 찾은 후 놈의 배를 가를 때까지 맹공이 생존자를 살려놓기만 하면 그 시련은 자동적으로 성공으로 처리될 터.
그렇게 부용은 소유에게계획을 말한 후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킨다.
“알았죠?”
“아, 알았다냥.”
그들이 한참을 녀석의 장을 향해 갈 떄였다.
불쾌한 걸음걸이 소리가 울려퍼진다.
철…퍽…질…퍽…철-퍽…
“ㅅ…ㅏ…려…줘…”
“사…ㄹ…려줘…”
“우어…어…억…”
괴물의 위액과 음식물, 시체 등등 갖가지 오물을 뒤집어쓴 그야말로…
끔찍한 혼종들이 그들의 앞을 가로막는다.
이럴 줄 알고 소유씨한테 녹슨 검을 받았지.
그가 이를 까득, 악문 채[地계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말한다.
“……소유씨, 제가 신호 주면 뛰어요.”
"……무슨 말이냥?저걸어떻게 따돌리려고…?"
“절 믿어요. 올케이, 빈이.”
&&&&&&&&&&&&&&&&&&&&&&&&&&
&&&&&&&&&&&& HP:- &&&&&&&&&&
&&&&&&&&&& 닉네임:빈이 &&&&&&&&
&&&& 아이템 빙의 요괴(識) 등급:D급 &&&&
&&&&&&& [녹슨 검]에 빙의 중 &&&&&&&
&&&&&&& 업그레이드 경험치:9% &&&&&
&&&&&&&&&&&&&&&&&&&&&&&&&&
&&&&&&&&&&&&&&&&&&&&&&&&&&
&&& [빈이] ‘녹슨 검’(으)로 소환성공! &&&&
&&&&&&&& 봉인까지 00:59 &&&&&&&&&
&&&&&&&&&&&&&&&&&&&&&&&&&&
그러자 녹슨 검이 허공을 부유하고, 소유의 두 눈이 휘둥그래진다.
“대, 대체 이게 무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