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화 〉7.블루팀 턴[불길의 강에서 갈가마귀와 싸우다]~소유합류~
#6
호석의 호흡이 점점 가빠진다.
"헉, 헉..."
입부터 시작해 목까지, 갈라지듯 바짝바짝 타오른다.
부르튼 입술을 혀로 적시며 연신 마른 침을 꼴깍, 꼴깍 삼킨다.
괜스레 콧잔등이 시큰해진다.
눈물이 핑, 돈다.
이승에서의 삶도 그닥 평탄치 못했는데, 어찌 가는 길 마저 이리 힘들단 말인가.
아까 그 괴물의 말이 머릿속에 은은하게맴돈다.
아무도 믿지 말라고?
대체 누구를 믿지 말라는거지?
당장 떠오르는 건 다름 아닌, 그의 옆에 있는 뱃사공이다.
그런데 이 양반은 나를 구해주기까지 했는데?
이를 까득, 악문다.
너무 신경쓰지 마. 그 작자가 거짓말을 했을 수도 있잖아.
그런데 진짜면?
이렇게 생각하다보면 끝도 없…
그때였다.
뱃사공이 어딘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한다.
"저, 저기로 가보지."
"예, 예?"
그가 뱃사공의 말에 정신줄을 붙잡고, 그가 가리키는 곳을 쳐다본다.
그런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기이한 광경이 펼쳐져 있다.
불길의 강, 즉 마그마로 이뤄진 점액 괴물이 뛰어다니질 않나, 흡사 산송장 같은 사람이 암석 위에서 그들을 응시하고 있질 않나…
그가 두 눈을동그랗게 뜨며 그에게 되묻는다.
"저, 저길 가자고요?"
"……? 뭐가 잘못됐나?"
"아니, 저 괴물들이 안 보이십니까? 무슨 액체괴물도 있고, 저 이상한 사람들도 있잖습니까!"
"저들은 우리가 맞서야 할 존재들이지, 피할 수 있는 존재들이 아닐세."
"……"
미간을 찌푸린다.
입술을 잘근잘근 씹는다.
그거야 그렇긴 한데…
뱃사공이 노를 저으며 무덤덤하게 말한다.
"내 말만 잘 듣게."
"예?"
“그 누구의 말도 믿지 말고, 내 말만 들으라고.”
“……”
이 순간, 떠오르는 누더기 골렘의 한 마디.
'그 누구도 믿지 마!'
대체 왜 아무 관련도 없는 내게 그런 말을 해줬을까?
점점, 점점 노인이 말한 암석과 가까워진다.
점점, 점점 암석 위의 괴물과 가까워진다.
그의 눈동자가 초점을 잃고방황한다.
여기에는 마그마로 이뤄진 점액 괴물이, 저기에는 좀비 비스무레한 괴물이 그들을 응시하고 있다.
마치 맹수가 사냥감을 노리는 눈빛들 같…
그의생각이 여기까지 닿을 때였다.
뱃사공이말한다.
"여기네.”
“……!”
그의심장이 미친듯 요동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두 눈이 확장된다.
눈썹을 치켜뜬다.
마그마는 변함없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다만 변한 거라면…
코앞에 괴물이 노인과 정호석을 응시하고있다는 점이랄까.
거친 숨을 몰아쉰다.
마른 침을 꿀-꺽, 삼킨다.
노인이 말을 잇는다.
“내가 녀석을 물리치면, 자네는 저 암석에 올라가게.”
“그럼…끝입니까?”
“……그때부터 시작이라고 봐야겠지.”
이건 또 무슨 소리야? 그때부터 시작이라니?
노인은 불안에 떠는 정호석을 뒤로 하고, 암석에 올라간다.
#7
그녀가 암석에 올라가자, 좀비가 어눌한 말투로 그녀를 맞이한다.
“……뭐…냐?”
그녀가 정호석을 가리키며 말한다.
“……정화를 조금 하고싶은데요.”
“……조…거…니…이…따…”
“뭡니까?”
“갈가…마귀의 둥…지에…서 내…아들을……구해…”
갈가마귀의 둥지에서 아들을 구해달라고?
그녀가 인상을 찌푸리며 묻는다.
“갈가마귀의 둥지가 어딘데요? 아드님이 납치되셨습니까?”
놈이 고개를 가로젓고, 숨을 헐떡이며 아까 유난히도 까마귀가 많던 방향을 가리킨다.
“저…쪽…에…내 아들…ㅃ…ㅕ…”
그와 동시에녀석의 머리 위에서
&&&&&&&&&&&&&&&&&&&&&&
&&&&&&&& (!)돌발미션 &&&&&&&
&&&&& 의뢰인 아들의 유해를 &&&&&
&&&&&& 구해오시오 (0/1) &&&&&&
&&&&&&&&&&&&&&&&&&&&&&&
라는 미션창이 뜬다.
그녀가 자신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내쉰다.
“하아…”
기껏 문앞까지 왔더니, 다시 돌아가야 하는 거야?
뭐, 어쩔 수 없지.
그녀가배에 올라타자, 정호석이 묻는다.
“뭡니까?”
“빠꾸.”
“예? 왜요?”
“갈가마귀의 둥지에서 자기 아들내미의 유해를 구해오라는군.”
“……”
정호석은 뭔가 말하려다가 마는 눈치이다.
노를 젓는다.
젓고, 또 젓는다.
마그마는 여느때처럼 부글부글 끓고있다.
노를 젓는 중인 땀범벅인 양손은, 어느순간부터 감각이 없다.
호흡이 점점 얕아진다.
“허…억…헉…”
목은 타고, 눈앞에는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이를 까득, 간다.
옷소매로 흐르는 땀을 닦는다.
tlqkf, 극한직업 실화냐.
무슨 시스템이 이래? 뱃사공 버프같은 건 없는 거야?
마음 같아선 이 남자한테 잠깐 부탁하고 쉬고싶은데…
무슨 예능 촬영도 아니고, 왜 아이돌인 내가 저승에서 이러고 있어야하냐고!
그렇게 얼마나 노를 저었을까.
정호석이 말한다.
“저, 저기 아녜요? 저기!”
“……!”
그녀가 고개를 치켜들어 정호석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까마귀 떼가 날아다니고 있다.
“까-악! 깍!”
“까악! 까악!”
“까-악! 까-악!”
저기 맞나보네.
그렇게 그녀가 배의 방향을 돌리는데, 한 남성의 낮은 목소리가들려온다.
“방문객이로군.”
그와 동시에 푸드-득! 소리와 들리며, 거대한 까마귀가 날아오른다.
“……!”
“……!”
그녀의 심장이 미친듯요동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온몸이 경직된다.
호흡이 가빠져온다.
두 눈이 확장된다.
입이 턱, 벌어진다.
족히 2미터는 될 법한 크기.
금방이라도 누가 기침소리를 내었는지 꿰뚫어볼 거 같은 두 눈.
단연코 까마귀들 중 압도적이다.
갈가마귀가 혹시 저 녀석?
그러니까, 까마귀들의 왕을 뜻하는 말이었던 거야?
놈이 허공에 부유한 채 한동안 정호석과 소유를 응시하더니, 이내 입을 연다.
“무슨 볼 일이 있어 찾아왔는가.”
“……”
“……”
입술을 잘근잘근 씹는다.
마른 침을 꿀-꺽, 삼킨다.
그녀가 힐끗, 녀석의 둥지를 응시한다. 그곳에는 누가 까마귀 아니랄까봐, 갖은 반짝이는 물건들이 수놓아져 있다.
저기에 아까 그 양반 아들의 뼈가 있다, 이 말이지…?
사실 저기 둥지에만 접근할 수있으면 이 갈가마귀인지 뭔지는 굳이 상대 안 해도 되는데…
그녀가 말한다.
“……제 동, 동생을 되찾고 싶어서 왔습니다.”
갈가마귀의 눈썹이꿈틀, 거린다.
“동생?”
“예.”
“그대 동생을 왜 여기서 찾지?”
그녀가 힐끗, 고갯짓으로 놈의 둥지를 가리키며 말한다.
“……당신이 제 동생의 유해를 가, 가져갔잖습니까.”
“……”
“제 동생의 유해를 돌려주십시오.”
“……”
갈가마귀와 두 사람 사이에서 적막이 흐른다.
바보가 아닌 이상, 알 수 있었다. 녀석은 유해를 돌려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렇게 얼마 동안 적막이 흘렀을까.
갈가마귀가 입을 연다.
“……그럴 순 없다.”
“어째서…?”
그가 고개를 휙, 돌려 까마귀들에게 소리 높여 묻는다.
“아이들아, 우리 까마귀들의 제1원칙이 무엇이냐?”
“줍는 까마귀가 임자다!”
“줍는 까마귀가 임자다!”
“임자다! 까마귀가! 줍는!”
“……들었으면 이만 가보도록.”
“……”
이를 까득, 악물고 주먹을꽉,쥔다.
아, 안 돼.
여기서 물러서선 절대 안 돼.
이를 까득 악문 채 주위를 둘러봤다가, 이내 둥지를 응시한다.
어떻게 해야, 최대한 녀석과 마찰을 줄이고 그 유골을…
그러나 아무리 고민하고 또 고민해도 달리 방도가 나오지 않는다.
난장맞을!
그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이를 까드득, 갈며 암석에 올라가 토템을 박는다.
꽈-앙!
“……앤도미제레이 이테메이 옵드레이.”
그러자 나오는 무기는 다름 아닌,
&&&&&&&&&&&&&&&&&&&&&&&&
&&&&&& [평범한 활] 등급:C급 &&&&&
&&&&&& 속성:없음 &&&&&&&&&&&&
&&&&&& 공격력:100 &&&&&&&&&&&
&&&&&& 내구도:80/100 &&&&&&&&&
&&&&&&&&&&&&&&&&&&&&&&&&&
활 한 자루와 화살 다섯 촉이 들어있는 화살통이다.
그래, 지난번에도 사용해봤잖아.
잘 할 수 있을 거야.
잘 할 수 있어.
아니, 잘 해야만 해.
크게 심호흡을 하며, 갈가마귀에게 활을 겨눠 화살을 메긴다.
그런데 당연하다면 당연하다고 해야할지, 녀석은 눈 하나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가 날개를 펄럭이며 묻는다.
“……그걸로 날 쏠 생각인가?”
“……”
그녀의 심장이 미친듯 요동친다.
쿵, 쾅, 쿵, 쾅, 쿵, 쾅…
호흡이 거칠어진다.
입이 바짝바짝 마른다.
마른 침을 꿀-꺽, 삼킨다.
연신 심호흡을 내뱉는다.
“쓰읍, 하…씁, 하아…”
긴장할 거 없어. 그때, 그 여자를 쏠 때처럼 하면 돼.
그때처럼, 그때처럼…
녀석이 혀를 차며 말한다.
“쯧쯧. 수지 안 맞는 장사를 하는군. 고작 동생 유골을 찾아가겠다고 목숨을 걸다니.”
“……”
“명심해라, 인간. 활 시위를 놓는 순간, 나 또한 전력을 다해서 그대를 상대할 것이니.”
“……”
입술을 질끈, 깨물며 활시위를 당긴다.
잘 하는 짓일까.
내가 이걸로 저 녀석을 맞출 수 있긴 있는 걸까.
설령 다 맞춘다 해도, 계산해보면…
놈을 죽일 수는 없는데.
“제길…”
덜덜덜, 손이 떨린다.
이를 까득, 악문 채 놈을 노려본다.
하나, 둘…
그렇게 그녀는 활시위에서 손을 뗀다.
휘식!
화살은 포물선을 그리고날아가 갈가마귀에게 생채기 하나 못 내고 떨어진다.
&&&&&&&&&&&&&&&&&&&&&&&&
&&&&&&&&& 빗나감!&&&&&&&&&&
&&&&&&&&&&&&&&&&&&&&&&&&&
&&&&&&&& HP:700/700 &&&&&&&&
&&&&&&& 갈가마귀 등급:B급 &&&&&&&
&&&&&&&&& 속성:없음 &&&&&&&&&&
&&&&&&&&&공격력:130 &&&&&&&&&
&&&&&&&&& 방어력:20% &&&&&&&&&
&&&&&&&&&&&&&&&&&&&&&&&&&&
“……!”
“……!”
이, 이런 제길!
그때였다.
까마귀들이 일동 푸드드드드-드득! 날아오르더니, 떨어지는 화살을 향해 돌진한다.
“까악! 깍! 내꺼다!”
“까악! 비켜라! 까악!”
“저리 꺼져-라! 까악! 까악!”
아…화살촉이 빛나서 저러나?
잠깐. 저걸 이용하면뭔가 어떻게 될 거 같은데…?
그녀가 남은 화살촉 네 개와 둥지를 번갈아가며 응시한다.
여기서부터 둥지까지의 거리는 약 100미터 남짓.
마그마를 쳐다본다.
마그마에는 조그마한 슬라임들이 꾸물거리고 있다.
만약 최대한 머-얼리, 멀리 화살을 쏜다고 가정하면…
시간을 벌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서 그녀가 다시금 활시위에 화살을 메길 때였다.
우르르르르르르르-릉 쾅! 번개가 내려치는 하늘에서, 녀석은 마치 지금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 날개를 펄럭이며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아이들아, 쓸데없는 짓 하지말고 저 노인에게 본때를 보여주거라.”
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까마귀떼가 그녀에게 날아온다.
“까-악!”
“깍! 까-악!”
그녀의 심장이 미친듯 요동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온몸이 경직된다.
호흡이 가빠져온다.
까마귀들이 그녀와 정호석을 부리로 공격한다.
퍽! 퍼-억!
소유는 이를 악문채 소리를 지른다.
“이 새대가리들이!”
“저리 꺼져, 꺼지라고!”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재빨리 다시 한 번 활시위를 당긴다.
셋, 둘…하나…
“쏘세요!”
푸-드드드드드득!
“……! 까악! 까-악! 내 꺼야!”
“……! 까악! 내 꺼다! 내꺼!”
그리고 둥지를 향해 달리고 또 달린다.
숨이 턱밑까지 차올라도, 다리가 후들후들거려도…
이를 악물고 달리고, 또 달린다.
“헉…헉, 헉…”
열기로 인해, 온몸의 식은땀으로 인해 속도가 나지 않는다.
몸이, 다리가 무겁다.
앉고 싶어. 누워서 쉬고 싶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달려야한다.
달리면서 화살을 꺼내 활시위에 메기는 것도 잊지 않는다.
놈들이 순식간에 날아와 다시금 그녀를 공격하려 할 때면 마치 애완견을 놀아주듯, ‘파트라슈! 물어와!’라고 하듯 최대한 활시위를 당겨 화살을 날린다.
거의 다 왔어. 조금만 더 가면 돼. 조금만 더…조금만 더…
놈들이 다시 날아와, 그녀가 화살통에 손을 가져갈 때였다.
“……?!”
그녀의 심장이 두방망이질 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온몸이 경직된다.
호흡이 가빠져온다.
화, 화살을 벌써 다 썼어?
아, 안 돼. 거의 다 왔는데…이렇게 끝난다고?
까마귀떼가 그녀를 공격한다.
“까-악!”
“까악! 까악!”
“……노인네가 꽤 머리가 좋군. 하지만, 거기까지다.”
그녀가 뒷걸음질 친다.
입이 바짝바짝 탄다.
“……”
눈물이 핑, 돈다.
콧잔등이 시큰해진다.
정말 여기서 끝이야?
다 왔는데?
그때였다.
로터스가, 아니 부용이 그녀에게 전음을 한다.
-소유씨, 알을 공략해요! 알을!
“……?!”
아, 알이라고?
그녀가 주위를 둘러보지만…알이라고 할 만한 물체는 없다.
“전음모드 온, 로터스.”
-대체 뭐가 알…
-마그마에! 마그마!
“……?”
그녀가 마그마에 고개를 돌리니 그곳에는…
웬 슬라임들이 꾸물꾸물거리고 있다.
저, 저게 설마…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