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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화 〉7.블루팀 턴[시름의 강 수문장, 누더기골렘을 만나다]~소유합류~ (26/87)



〈 26화 〉7.블루팀 턴[시름의 강 수문장, 누더기골렘을 만나다]~소유합류~

소유의 심장이 두방망이질 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두 눈이 휘둥그래진다.
입이 쩍, 벌어진다.

이, 이게 무슨…?
일종의 주마등…이라고 봐야하나?

물줄기 속의 정호석은 대여섯살 정도 되어보이는 어린아이다.
그녀가 조심스레 묻는다.

“저때, 기억나시오?”
“……”

그가 고개를 가로젓는다.

부모가 애지중지 키운 아이는, 자라고 자라…부모가 사준 가방을 매고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그가 싱긋 웃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한다.

“저때는 희미하게 기억나는군요. 아버지께서 이런 날을 짜장면을 먹어야 한다면서…”

“……그렇군.”

아이가 초등학교에서 생활하는 장면들이 짧막, 짧막하게 지나간다.

미끄럼틀, 모래성 쌓기, 철봉 등등을 가지고 노며 유쾌하게 노는 장면들이.

그가 머리를 긁적이고, 헛기침을 하며 말한다.

“흠, 흠…이거 수치 플레이인데요.”
“다 사람 사는게 비슷한 거 아니겠나.”

여느 한국의 초등학생처럼, 고학년이 되어가며 그 또한 친구들과 노는 것보단 학원에 다니는 장면이 많아진다.

그가 이 장면을 보며 피식, 웃는다.

“참 덧없군요. 이렇게 일찍 죽을 줄 알았으면 다 집어치우고 더 노는 거였는데.”
“……누가 아니겠나.”

남자가 중학교에 입학하고, 짧막히 부모가 그에게 꽃다발을 전해주며 축하해주는 장면이 지나간다.

찰나였지만 남자의 눈시울이 붉어지고, 미소가 떠오른다.

“……”

아마 만감이 교차할 것이다.

그리고 중학생인 그는 때로는 친구들과 싸워 교무실에서 반성문을 쓰기도 하고, 때로는 상장을 받는 등…

그야말로 질풍노도의 시기가 뭔지를 똑똑히 보여주었다.

어느새 자신의 과거를 반추하는 남자의 눈에 눈물이 고여있다.
그가 쓴웃음 지으며 중얼거린다.

“참…저럴 때도 있었지.”

고등학교 들어서 야자를 째는 그, 시험 끝나고 놀러다니는 그는 그야말로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일생인데, 어쩌다가 자살을 했을까.

그녀가 그를 쳐다본다.
아직도 그의 목에는 주저흔이 있다.

대학교 들어가서 큰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대체 무엇 때문에…

그때였다.

남자의 두 눈이 충혈되고, 눈물이 고인다.
그의 울대가 출렁이고, 호흡이 가빠진다.

“……?!”

그녀가 훽, 고개를 돌려 그의 과거가 나오는 중인 물줄기를 바라보니…
비가 오는 공원에서 그가  또래 여성과 싸우는 중이다.

아무래도 여자친구 같은데…
그녀가 묻는다.

“여자친구요?”
“예.”

“보아하니…사이가 좋아보이진 않는군.”
“……”

#4

정호석이 한동안 멍하니 물줄기를 바라본다.

그의 심장이 미친듯 요동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호흡이 가빠져온다.
두 눈이 빡빡하다.

그에게 연인을 떠나보낸 후 새로운 인연을 만난, 추적추적 비가 내리던 그 날은…
운수 좋은 날이었다.

그는 사디즘 성향을 짙게 가지고 있는 에세머였다.
하지만 그의 여친은 그의 마이너한 성향을 받아들일 만큼 개방적이지 못했고, 결국 그들은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여친과 헤어진 그날, 친구들은 호석을 위로를 해주겠답시고 클럽에 데려갔다.
그곳에서 정호석은 여친과 채우지 못한 갈증을 채워줄, 한 여인을 만나게 된다.

이를 까드득, 간다.
주먹을 꽈악 쥔다.

과거로 가고 싶다.
당장 가서 과거의 나를 뜯어 말리고 싶다.

화면 너머의 정호석은 자신이 덫에 걸린 쥐라는  꿈에도 생각치 못한 채, 자신을 에세머라고 주장하는 여인과 합강플, 즉…
합의 강간 플레이를 즐기고 있다.

뱃사공이 눈앞의 상황이 이해가  되는지 그에게 묻는다.
“저게 지금 뭐하는 건가? 설마 지금 저 여자를 강…”

“생각하시는 그런 거 아니고요. 남녀가 합의해서 각자 역할을 정해 강간 플레이를 하는 겁니다.”

어처구니 없다는 듯, 뱃사공의 두 눈이 동그래진다.

“가, 가…강간 플레이?”
“그렇죠.”

그가 낯뜨거운지 헛기침을 하며 말한다.

“흠, 흠…별의 별게 다 있군.”
“……”

누가 알았을까.

저 여인이 그저 에세머를 상대로 하는 꽃뱀이었다는 것을,
그로부터 돈을 뜯어내기 위해 녹음 중이었다는 사실을.

소리가 들리지 않아 직접적으로 들리진 않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그의 기억에 생생히 남아있다.

그녀의 녹취록에는 합의 강간 플레이 때 그녀가 처절하게 내뱉던’살려주세요, 사…살려주세요. 제발, 제발…’등등의 비명들과, 그의‘닥치시고, 얼른 안 빨아? 이 걸레년아?’등등의 천박한 문장들이 담겨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영락없이 강간범이 그녀를 범하는 상황.

그리고 화면이 지나가고, 같은 학과 학생들이 그를 피해다니는 장면이 나온다.
다름 아닌, 그녀가 그를 신고하고 대학생 전용 얼굴책에 자신이 강간당했음을 올린 시점이다.

허탈함에 쓴웃음이 흘러나온다.
“참나…”

그로써는 그야말로 외통수였다.
한국에서 성소수자라고 취급조차 받지 못하는’에세머’라는 취향을 밝히느냐, 아니면 강간범이라는 낙인이 찍히느냐.

저 당시에는 에세머란 이유로 여친에게 차인 충격이 가시지 않은 터라, 더더욱 에세머란  밝히기 싫은 점도 있었다.

저때 변태 취급을 받더라도 그냥 커밍아웃을 했어야 하는 건가.
오픈리에 자신이 에세머라고 공개하고 다니는 사람들도 많다던데…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넘긴다.
“하아…”

어느새 양뺨에는 눈물이 흐른다.

그 후로 호석은 자연스레 대학에서 기피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그를 감싸며 그와 어울리는 사람은 석규가 유일했다.
지금 생각해도 모를 일이었다.

왜 그는 그렇게까지 자신을 감쌌을까.
그 xx년 말 맞따나, 선천적으로 너무 착해서였을까.

그리고 얼마 뒤, 그의 유일한 버팀목이던 석규의 자살 장면이, 아니…석규가 자살 당하는 장면이 나온다.
“……!”
식칼을 든 석규의 눈이 훼까닥, 뒤집혀 있다.
자신의 자해를, 자살을 말리는 호석을 향해 석규가 칼을 휘두른다.

그리고 기어이 자신의 몸을, 아니…강현지에게는 그저 놀잇감이었을 뿐인 석규의 몸을 찌른다.
푸-욱!

쿵, 쾅. 쿵, 쾅. 쿵, 쾅…
그의 심장이 미친듯이 요동친다.

온몸이 얼어붙는다.
고산증에 걸린 거 마냥, 호흡이 가빠진다.

식은땀이 흐른다.
현기증이 인다.

털-썩, 다리의 힘이 풀린다.

그날 석규를 말리다가 생긴 눈의 흉터를 만지작거리며…
눈물을 게워낸다.

뚝, 뚝, 뚝…

구역지기가 올라온다.
“우, 우웁…”

의식의 저 편에서 누군가가 그에게 다급히 말한다.

“……신 차리게! 저길 보라고!”
“……!”

흠칫!

그가 정신차리고 보니, 배가 웬 땅에 막혀있다.

응? 벌써 도착했나?

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뱃사공이 다급히 가리키는 곳을 보니, 그곳에는…
웬 온몸에 바늘자국이 나있는, 그야말로 메리셸리의’프랑켄슈타인'소설 속 괴물이 실사화 되면 저렇지 않을까, 싶은 조각조각 꿰매어져 있는 괴물이 가뭄에 갈라진 듯한 푸르딩딩한 땅을 밟고 서있다.

“불길의 강에 가려면 나의 시체를 밟고 가라라라라라라랅!”

#5

그녀의 심장이 미친듯 요동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호흡이 거칠어진다.
두 눈이 확장된다.

미간을 찌푸리고, 가자미눈을 뜨며 미션창과 수문 앞에 서있는 괴물을 바라본다.

&&&&&&&&&&&&&&&&&&&&&&&&
&&&&& 불길의  수문장 미션 &&&&&
&&&&& 수문장 [누더기골렘]을 &&&&&
&&&&&&&& 해치우십시오 &&&&&&&
&&&&&&&&&&&&&&&&&&&&&&&&

몸 이곳저곳에 바늘자국이 남아있는, 흉측하기 짝이 없는 몸뚱아리.
놈이 연신 휘둘러대는, 사람의 목도 단숨에 댕강 썰어버릴 듯한 정육용 칼.
놈이 왼손으로 가슴을 꽝-! 꽝-! 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크흐흐, 크크…날 죽이고 가라라라라랅!”
“……”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주춤, 주춤 뒷걸음질 친다.

저, 저게 뭐야? 누더기…골렘?  그리고 손에 들린 건 또 뭐야?
칼? 칼이 뭐가 저렇게 커?

마른 침을 꿀꺽, 삼킨다.
거친 숨을 몰아쉰다.

온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린다.

윗니와 아랫니가 연신 인사를 한다.
딱, 딱, 딱, 딱, 딱…

정호석이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에게 묻는다.

“뭐, 뭡니까? 저 작자를…죽여야  수 있는 겁니까?”
“딱 보면 모르나?”

“……”

“걱정 말게. 돈값은 할 터이니.”
“그, 그럼…믿겠습니다.”

그녀가 크게 심호흡을 한다.
후, 하…후, 하…

주먹을 꽈-악, 쥔다.
이를 까득, 악물며 나지막이 중얼거린다.
“스, 스탯창.”

&&&&&&&&&&&&&&&&&&&&&&&
&&&&&&& HP:500/500 &&&&&&&
&&&&&& 소유 Main $tat &&&&&&&
&&&&& 컨디션 :70%/100% &&&&&
&&&& 근력:10 [84%/100%] &&&&&
&&& 민첩성:18 [03%/100%] &&&&&
&&&& 지식:13 [13%/100%] &&&&&
&& 방어력:10% [35%/100%] &&&&&
&&&&&&&&&&&&&&&&&&&&&&&

몸은 노인으로 바뀌었지만, 스탯창은 그대로다.

그렇다면 아마 스킬도 사용할 수 있을 터.
그녀가 배에서 내려, 녀석이 서있는 땅으로 들어서자,

&&&&&&&&&&&&&&&&&&&&&&&&&
&&&&&&&&&& Warning! &&&&&&&&
&&&&&&& 누더기골렘의 영토에 &&&&&&
&&&&& 침입하여 방어력 2% 저하! &&&&&
&&&&&&&&&&&&&&&&&&&&&&&&&

라는 상태창이 나타난다.  그녀가 어처구니 없다는 듯 상태창을 쳐다본다.

뭐, 뭐? 방어력이 2퍼센트 깎인다고?

깊은 한숨을 내쉰다.
“하아…”

별의 별 게 다 있네. 진짜.

그녀가 꽈-앙! 토템을 박은  작게 중얼거린다.
“앤도미제레이 이테메이 옵드레이.”

그러자 그녀의 손에 나타나는 건 다름 아닌, 커다란 대검이다.

&&&&&&&&&&&&&&&&&&&&&&&&&
&&&&&& [평범한 대검] 등급:C급 &&&&
&&&&&& 속성:없음 &&&&&&&&&&&&
&&&&&& 공격력:100 &&&&&&&&&&&
&&&&&& 내구도:90/100 &&&&&&&&&
&&&&&&&&&&&&&&&&&&&&&&&&&

대검을 들어본 그녀는 미간을 찌푸린다.
너, 너무 무거운데…?

이를 까드득, 간다.
눈앞의 괴물을 응시한다.

아냐, 지금은 찬 밥, 더운 밥 가릴 때가 아니라고.
불길의 강에 가고싶으면 반드시 건너야  관문이야.

 손으로 대검을 꽈악 쥔다.
어느새 양손에는 땀 범벅이다.

그녀가 입술을 잘근잘근 씹는다. 이런 무거운 무기로 장기전을 가봤자…
나만 손해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버럭, 소리를 지른다.
“덤, 덤벼라! 짭켄슈타인!”

그러자 녀석이 혀로 쓰읍, 입술을 핥더니 도축용 칼을 휘두르며 그녀를 향해 달려든다.
“크라라라라라라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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