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화 〉5.블루팀 턴[밝히려는 사람, 숨기려는 악귀나찰]~맹공 합류~
호석이 근심에 잠겨있을 때였다.
마치 이러한 호석의 불쾌함을, 근심을 대변해주기라도 하듯 태혁은 눈옆의 점을 씰룩이며 언성을 높여 말한다.
“야, 야. 오늘 처음 온 주제에 대체 왜 그런 건 꼬치꼬치 캐묻는 건데?”
그러자 교도관이 불쾌하다는 듯 맞받아친다.
“처음 왔으면 알 권리도 없나보지?”
“이야, 신입이 당돌하네?”
이 모습에 호석은 옅게 미소를 띄운다.
역시 태혁이 형님이야.
그러면서 호석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한다.
“이 양반아. 왜 쓸데없는 데 에너지 낭비를 해? 화 풀고 식사나 하러 갑시다.”
“에이, 진짜.”
뒤이어 두 학생도 자리에서 일어난다.
“어디서 허벌남창 냄새가…”
“헤벌레,혓바닥 내밀며 부모 앞에서 목 매달고는 찐따같이 부모 죽인 앰생한테 그런 소리 듣고싶진 않구…이 양키는 또 뭐야?”
“……?”
“……?”
아닌 게 아니라, 웬 외국인이 교도관복을 입고 멍하니 서있는 게 아닌가.
이건 또 무슨…?
한동안 외국인 교도관과 1수감실 수감자들 사이에 적막이 흐른다.
“……”
“……?안녕하다, 입니다. 나는…”
그의 말투 때문인지, 아니면 그저 외국인이란 이유때문인지는 몰라도 호석을 비롯한 1수감실의 수감자들 전부가 그를 못마땅해 하는 눈치다.
“뭐해요, 다들? 밥이나 먹으러 갑시다.”
그렇게 호석을 비롯한 1수감실 사람들은 수감실에서 나와 식당으로 향한다.
태혁이 소마를 입에물고는 힐끗, 수감실을 흘겨보며 중얼거린다.
“씹새끼…언제까지 나댈 수 있나 보자.”
그리고는 호석의 등을 두들기며 말한다.
“야, 야. 뭐 때문에 그러는지는 아는데 인상 풀어라. 나까지 짜증날라고 그러니까.”
“후우…예.”
악귀를 근본적으로 증오하고, 혐오하는 호석이 유일하게 정을 붙인 악귀가 바로 태혁이다.
강간범으로 누명을 쓰고,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그의 편에 서주었던 베프가 죽은 뒤 결국 세상으로부터 스스로 탈출한 그나, 성폭행 당한 동료를 두둔했다가 조직에서 쫓겨난 후 가족에게까지 삿대질 받고는 세상에 환멸을 느껴 자신의 뇌를 로그아웃시켜버린 그나…
공통점이 꽤나 많았기 때문이다.
“너나 나나 세상에 버림받고, 아니…가장 믿는 인간들한테 버림받고 뒈진 처지잖냐.”
“말씀 조심하십쇼. 제 친구는 끝까지 저를 믿다가 그렇게 된 거…”
“짜아식이. 뭘 꼬치꼬치 따지냐, 따지길. 어쨌든 말야. 내가 저 새끼는 마크해보도록 할 테니, 너는 네 일 봐라.”
“……감사합니다.”
그렇게 두 남정네가 식당에 도착하니, 다른 수감자들은 벌써 와 있는 상황이다.
저 멀리서 다른 악귀나찰, 제갈윤수가 식사를 하고 있는게 보인다.
둘은 정해진 시간, 정해진 장소 외에는 최대한 아는 척을 자제하기로 했기 때문에 걸어다니며 부딪히거나 하는 자연스러운 마찰이 있지 않는 이상, 서로 최대한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밥을 먹는 내내 입맛이 없다.
그가 젓가락으로 밥을 깨작깨작거리며 육두문자를 뇌까린다.
“X발…”
가뜩이나 맛 없는 밥은, 유독 오늘따라 더욱더 맛이 없다.
밥알이 모래알 같다.
밥이 입구녕으로 들어가는지, 콧구녕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다.
이맛살을 찌푸리며 이를 까드드득, 간다.
수저를 꽈-악, 쥔다.
"……"
그럼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어둬야 한다.
복수를 위해서는 체력보충은필수이기 때문에.
놈의 살점을 씹을 상상을 하며, 밥알을 입에 쳐넣는다.
쓸개를 씹듯, 와그작와그작 밥알을 씹는다.
“후우…”
그렇게 호석이밥을 억지로, 어거지로 간신히 먹어치울 때였다.
저 멀리서 제갈윤수가식사를 다 마치고 오는게 보인다.
엄청 일찍 와서 드셨나보…
그때였다.
툭, 툭.
누군가가 호석의 정강이를 걷어찬다.
“……?”
뭐지?
호석이 시선을 돌리니 제갈윤수가 시선은 정면을 응시한 채, 호석의 정강이를 걷어차는 중이다.
그의 심장이 두방망이질 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동공이 확장된다.
호흡이 가빠진다.
입이 바짝바짝 마른다.
뭐, 뭐야…?
할 얘기가 있으신가?
곁눈질로 호석이 제갈윤수를 쳐다보니, 그가 입모양으로 말한다.
‘거기로’
“……!”
일순 그의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대체 뭐지? 뭐야?
들킨 건가?
***
#7
1수감실 수감자들이 식사를 하러 나갈 즈음이었다.
위습이 모습을 변형하며
&&&&&&&&&&&&&&&&&&&&&&&&&
&&&&&& ‘불을 잡아먹는 야차'님이 &&&&&
&&&&&&& [너의 행운은?] 이라며 &&&&&&
&&&& 세 개의 복주머니를 선물합니다 &&&&
&&&&&&&&&&&&&&&&&&&&&&&&&
라는 창을 띄우고, 그 창에서는 복주머니 세 개가 나온다.
그의 심장이 두방망이질 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입이 바짝바짝 마른다.
혀로 입술을 적신다.
흥건히 젖은 손 위에 놓여져 있는 세 개의 복주머니를 뚫어져라 응시한다.
“……”
거친숨을 몰아쉬며 떨리는 손으로 복주머니를 연다.
제발, 제발, 제발…
그 어떤 아이템이라도 좋으니 [D급 이하 아이템]만 나와다오.
그래야 빙의 요괴가 빙의를 할 수 있으니…
첫번째 복주머니를 개봉하니 나오는 것은 다름 아닌…
&&&&&&&&&&&&&&&&
&&&& [밤윷 1세트] &&&&
&&&&&&&&&&&&&&&&
이다.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린다.
육두문자를 뇌까린다.
제길…
연신 심호흡을 하며 두 번째 복주머니를 개봉하자 나오는 것은 다름 아닌
&&&&&&&&&&&&&&&&&&&&
&&&&&& HP 750회복 &&&&&&
&&&&& 에너지환 세 개 &&&&&
&&&&&&&&&&&&&&&&&&&&
이다.
“……!”
쓰읍, 침음을 흘린다.
미래를 생각하면 나쁘진 않은데…
지금 필요한 건 이게 아니라고.
하아…
그의 심장이 미친듯이 요동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호흡이 가빠진다.
입이 바싹바싹마른다.
“난장맞을…”
마지막 하나다.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쉰 뒤 눈을 질끈, 감고 기합을 외치며 복주머니를 개봉한다.
“히야아아압!”
그러자 나오는 것은 다름 아닌…
&&&&&&&&&&&&&&&&&&&&&&&&
&&&&& [평범한 단검] 등급:C급 &&&&&
&&&&& 속성:없음 &&&&&&&&&&&&&
&&&&& 공격력:80 &&&&&&&&&&&&&
&&&&& 내구도:80/100 &&&&&&&&&&
&&&&&&&&&&&&&&&&&&&&&&&&&
이다.
“……!”
C급이면…
아직 녀석이 빙의 못 하는데?
이를 까드득, 간다.
머리칼을 부여잡는다.
폐에서까지 분노를 끌어모아 깊은 한숨을 내쉰다.
“후우…”
언제 인생이 내 뜻대로 흘렀어?
어쩔 수 없는 거야.
그가 인상을 찌푸리고 단검을 만지작거릴 때였다.
끼이익, 3번 수감실 문이 열린다.
맹공이다.
“로터스, 내가 그냥 왔다, 입니다.”
“엥? 제가 모시러 간다니까는 굳이 왜…”
“일찍 끝나서 왔다, 입니다.”
그의 손에 단검이 들려있자, 맹공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한다.
“근데 그거 어디서 났냐, 입니다.”
“아, 이거…복주머니를 여니까 나왔네요.”
“부럽다, 입니다.”
“하하…그나저나 뭐 좀 알아내셨어요?”
그러자 그가 종이를 주섬주섬 꺼낸 후 강현지의 사진을 보여주며 말한다.
“이 여자, 중요하다, 입니다.”
“……? 이 분이 왜요?”
“벙어리다, 입니다.”
“벙어리요? 말씀을 못하세요?”
“미쳐서 벙어리 됐다, 입니다.”
이야, 이 여성분이 변수가 될 수도 있겠는데.
“연기는 아니고요?”
“그건 모르겠다, 입니다.”
“흐음…”
“그리고…”
맹공이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부용에게 보여준다.
그것은 다름 아닌 웬 사탕이다.
부용이 무의식결에 그의 손에 들린 사탕을 받아들며 묻는다.
“이게 뭐…”
“소마다, 입니다.”
소마…?
소마는 또 뭐…
그가 소마란 물건을 집음과 동시에 물건의 위에서 위습이 모습을 변형하여
&&&&&&&&&&&&&&&&&&&&
&&&&&&&& [소마] &&&&&&&&
&&& [향락 상태]를 일으키는 &&&
&&&&&& 가루사탕이다 &&&&&&
&&&&&&&&&&&&&&&&&&&&&
라는 창을 띄운다.
“……?!”
그의 심장이 미친듯이 요동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호흡이 거칠어진다.
입이 바싹바싹 마른다.
혀로 입술을 축인다.
자, 잠깐. 이거 잘하면 빙의 요괴가 여기에 빙의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는데…?
그가 곁눈질로 맹공을 쳐다본다.
맹공이든, 소유든 아직 반지의 존재를 알려서 좋을 건 하나도 없어. 이 반지의존재는 최대한 숨겨야해.
그럼 있다가 맹공씨랑 헤어진 다음에 빙의 요괴를 빙의시켜야겠다.
맹공은 이러한 부용의 생각도 모르고, 그저 헤실헤실 웃으며 말한다.
“악귀 전용 담배다, 입니다.”
아, 향락상태가 그런 거야?
근데 수용소 안에서 이런 물건을 먹는 게 가능해?
그는 일단 죄다 메모를 해놓는다.
[강현지:미쳐서 벙어리 됐음. 단, 연기일 수도 있음]
[소마:악귀 전용 담배]
맹공이 이를 보며 말한다.
“이제 여기 사람들 어떤지 말해달라, 입니다.”
그러자 부용이 깊은 한숨을 내쉬고 어깨를 으쓱이며 말한다.
“하아…아직 모르겠어요. 수감자들 사이에서 아주 돈독한 인류애가 존재하다는 것 뺴고는…”
“……? 인류애가 뭐냐, 입니다.”
“아, 아니예요. 못 들은 걸로 해주세요. 어쨌든 둘이 찢어지죠. 한 명은…음…”
부요이 미간을 찌푸린다.
입술을 잘근잘근 씹는다.
양손을 깍지낀 채 이마를 양손에 갖다댄다.
깊은 한숨을 내쉰다.
“후우…”
내가만약 악귀나찰이었으면 가장 먼저 누구를 표적으로 삼을까.
일단 식당은 활동하기 힘들 거야.
적어도 상식이 있는 놈이라면, 머리가 장식이 아닌 녀석이라면 금방 들킬 수 있는 그런 미친짓은 하지 않겠지.
더구나 지금쯤이면 밥을 빨리 먹는 사람이라면 식사를 끝마쳤을 상황.
식당으로 가서 감시를 하느니 차라리 악귀나찰로 의심되는 악귀나, 악귀나찰에게 당할 확률이 높은 악귀를 감시하는 편이 효율이 높다.
그가 맹공에게 말한다.
“맹공씨, 그 종이 좀 줘봐요.”
“……? 왜 그러냐, 입니다.”
“잠깐 볼 게 있어서 그래요.”
그는 맹공에게 수감자들의 정보가 담긴 종이를 받아 총 여덟 명의 정보를 쫙 훑어본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2번 수감실의 제갈윤수씨나, 4번 수감실의 강범수, 그리고 3번 수감실의 김원태씨를 첫번째 표적으로 삼을 확률이 높지 않을까.
독방 쓰는 사람들은 목격자가 그만큼 적을 확률이 높으니 죽이기 편할 테고, 3번 수감실의 김원태씨도 약간 위험해.
강현지씨가 눈앞에서 악귀나찰의 악행을 목격한다 해도 다른 수감자들이 강현지씨의 증언을 못 믿을 테니까.
물론 강현지씨의 행동이 모두 진실이었을 경우지만.
일단 정해졌다.
2번 수감실, 4번 수감실, 3번 수감실.
이렇게 되면 한 곳은 아이템 빙의 요괴를 빙의시킨 소마를 전해주고, 나머지 두 곳은 나와 맹공씨가 마크하면 되는 상황이지.
그럼 맹공씨는 원래대로 3번 수감실을 감시하고, 나는 2번과 4번 수감실 중 하나를 택해 소마를 전해주면 되겠다.
그리고 히든미션을 위해서는 맹공씨의 도움이 필요해.
부용이 뭔가를 골몰히 생각하는 거 같자, 맹공이 묻는다.
“무슨 생각하냐, 입니다.”
“아, 아 그게…”
부용은 이러저러해서 2번, 3번, 4번 수감실을 집중적으로 감시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맹공은 수긍하며 답한다.
“일리가 있다, 입니다.”
“그렇죠? 굳이 맹공씨는 바꾸지 말고…원래대로 3번 수감실 맡는게 어때요?”
“괜찮다, 입니다.”
“그럼 저는 왔다갔다 하면서 2번, 4번 수감실을 맡을게요.”
“알겠다, 입니다. 일어나자, 입니다.”
“그리고 맹공씨. 있다가 첫 번째 악귀나찰을 죽였을 때면 수감자들이 모두 모여있겠죠? 시끄러울 테니.”
“음…아마 그럴 거 같다, 입니다.”
“그때 다음 악귀나찰은 투표로 뽑자고 말해주세요.”
“……? 그게 무슨 생뚱맞은 말이냐, 입니다.”
“……부탁드립니다.”
“……어려운 거 아니니 알겠다, 입니다.”
그 말을 끝으로 부용과 맹공은 1수감실을 나선다.
맹공이 어느정도 시야에서 멀어지자, 부용이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나지막이 중얼거린다.
“얼케이, 識 아이템 빙의요괴.”
그러자 반지와 소마가 울림과 동시에 소마 위에서 위습이 모습을 변형하여
&&&&&&&&&&&&&&&&&&&&&&&&
&&&&& [아이템 빙의 요괴(識)] &&&&&
&&&&&& [소마]로 소환 성공! &&&&&&
&&&&&& 다시 봉인까지 04:59 &&&&&&
&&&&&&&&&&&&&&&&&&&&&&&&&
라는 창을 띄운다.
한쪽 입꼬리가 올라간다.
“나이스!”
그가 이를 꽉 악문 채 허공에 어퍼컷을 날리며 2번 수감실의 문을 여는데…
응? 왜 아무도 없지?
***
#8
노틸러스호에 얼마 없는, CCTV 사각지대인 축전지실에서 강호석과 제갈윤수가 접선한다.
호석이 축전지실에 도착하니 제갈윤수는 먼저 와있는 상태다.
그는 딱딱하게 굳은얼굴로 한 곳을 빙글빙글 도는 중이다.
그가 경직된 목소리로 호석을 맞이한다.
“아, 왔나.”
“예.”
그가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제갈윤수를 응시한다.
입술을 잘근잘근 씹는다.
이리저리 시선을 왔다갔다 한다.
대체 왜 부른 건지?
무슨 일때문에?
“……”
호석이 주머니에서 소마를 꺼내 제갈윤수에게 건네자 그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됐네. 지금은 이성적인 판단을 해야할 때야.”
그의 말에 호석은 꺼냈던 소마를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짜증섞인 말투로 말한다.
“불렀으면 말씀을 하십쇼.”
“계획을 좀 당김세.”
“갑자기요?”
“뭘 갑자기야. 자네도 봤을 거 아닌가? 두 신참 간수.”
“그 새끼들이랑 우리 계획을 당기는 거랑 무슨 상관입니까?”
그러자 제갈윤수가 답답하다는 듯 말한다.
“여기 교도관들치고 악귀 녀석들에게 그렇게까지 관심있던 녀석들은 없었어.”
“그건 그렇죠.”
“그런 새끼들이 시간이 흐르면 자네와 그 인간의 관계를 알지 못할까?”
“……!”
“자네가 아끼던, 아니 자네를 유일하게 믿어주던 그 친구를 그 작자가 죽였다는 걸 교도관들이 못 알아채겠냐고.”
맞는 말이다.
아까 그 교도관처럼 오지랖이 넓은 인간군상이라면 필시 나와 그 인간의 관계를 알아챌 수밖에 없다.
호석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한다.
“구구절절 옳은말씀이네요. 당장 실행합시다.”
“그래. 그럼 내가 유인을 해오겠네.”
“그런데 어떻게 하시게요? 지금은 같이 있을 텐데.”
“그건 내가 알아서 함세.”
그렇게 제갈윤수는 축전지실을 나설 때였다.
“저, 저…형님!”
“……? 왜 그러나?”
“아직 못 찾으셨죠?그…”
“아…우리 집에 불 지른 새끼?”
“……”
“찾았으면, 내가 이러고 있겠나? 다녀옴세.”
호석이 쓴웃음 짓으며 멀어져가는 그의 뒷통수를 바라본다.
심장이 미친듯이요동친다.
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
퇴근길에 콧노래를 부르며 가족을 위해 치킨을 사왔는데, 자신을 맞이한 게 가족이 아닌 화마라면 그 심정은 대체 어떤 심정이었을까.
그 화마에서 오직 자신의 가족들만 죽었다면, 가족들 중 자신만 살아남았다면…
그 심정은어땠을까.
아마 모르긴 몰라도, 내가 석규를 잃은 상실감보다 곱절로 더 고통스러웠으리라.
입꼬리가 씰룩인다.
쓰읍, 입술을 핥는다.
주먹을 불끈, 쥔다.
어느새 양손에는 식은땀이 흥건하다.
눈을 감는다.
암전 속에서 악귀의 손아귀로 인해 먼저 떠난 베프가 아른거린다.
꼭, 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꼭,꼭 숨어라.
눈깔 뽑아 버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