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7화 〉5.블루팀 턴[밝히려는 사람, 숨기려는 악귀나찰]~맹공 합류~ (17/87)



〈 17화 〉5.블루팀 턴[밝히려는 사람, 숨기려는 악귀나찰]~맹공 합류~

#4


맹공은 3번 수감실에 들어가기 전에 한  더  명의 사인과 사연을 훑는다.

[김원태]
[나이:25 사인:과다출혈]
[3번 수감실]
[대학 MT에서 술 마시고 돌아오던 중 퍽치기를 당해 그 자리에서 사망]
[윤회까지 남은 년도:716년]

[강현지]
[나이:23 사인:과다출혈]
[3번 수감실]
[봉사를 하다가 피봉사자가 찌른 칼에 의해 사망]
[윤회까지 남은 년도:683년]

남성은 묻지마 살인당했고, 여성은 피봉사자에게 살인당했고…

나까지 인간 혐오에 걸릴  같군.


그렇게 그는 그가 맡은  명의 사람들 중 가장 많은 인원이 있는 3번 수감실로들어가려 하는데…

끼이익.


바로 옆 2수감실 문이 열리고,혹이 인상적인 남성이 하품을 하며 나온다.

“하아암…왤케 시간이 길…응?”
“……?”


한동안 정적이 흐르고, 혹부리 남성은 범상치 않은 눈빛으로 맹공을 스캔한다.
그러다가 정적을  쪽은 다름 아닌 혹부리 남성 쪽이다.


“요즘은 교도관을 외국인으로도 뽑나보지?”
“아, 아…새로왔다, 입니다.”


“……그래, 뭐. 잘 지내보자고.”
“알았다, 입니다.”


그렇게 그가 남성과 대화를 끝낸 후 3번 수감실에 들어가니…

머리가 피투성이인 만두귀의 남성이 그를 반긴다.


그의 심장이 미친듯 요동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주춤, 주춤 뒷걸음질 친다.
입에서는 미세한 신음이 흘러나온다.

“으,으으…”

일순 눈물이 핑, 돈다.
콧잔등이 시큰해진다.


얼마나 한이 많으면, 미련이 많으면 생전에 죽을 적 모습을 그대로 하고 있단 말인가.
그러나 이러한 맹공의 반응과는 별개로, 남성은 무심하게 말한다.


“……새로 들어온 양반인가 보네.”
“저…새로 들어왔다, 입니다. 잘 부탁한다, 입니다.”

그러자 남성은 그를 흘겨보며 중얼거린다.


“씨바 꺼, 말투 한 번ㅈ같네.”
“강현지씨는 어디갔냐, 입니다.”

“소마 가지러 갔어.”
소마…?

“소마가 뭐냐, 입니다.”
“거, 말투  어떻게 할 수 없어?”


“……”
“태도가 글러먹었네. 기본 조사도 안 하고   보니. 뭐, 악귀 전용 담배라고 생각해. 이런 폐쇄된 공간에서 수백, 수천 년을 담배 하나 없이 제정신으로 버티기는 힘들잖아?”

하기야…그렇지. 그렇다고 수용소에서 담배가 허락된다고?
 희한하네.

그때였다.

끼익, 문이 열림과 동시에 배가 피범벅인 여성이 들어온다.


“……!”
“……”


그녀는 한동안 눈앞의 맹공을 보는둥, 마는둥 하며 그를훑어보더니[소마]라는 물건으로 추정되는  김원태에게 던진다.
김원태가 그걸 받아채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굿!”

그리고 김원태는 [소마]로 추정되는 물건의 봉지를 뜯어 입에 털어넣는다.


그의 입가에 푸르스름한 가루가 묻는다.

눈가가 스르르, 풀린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흐음, 역시.”

뭐, 뭐지…?
담배라기보단 마약같은데?


그때였다.

톡톡.

“……?”

그가 뒤돌아보니 강현지가 그녀의 어깨를 톡톡 치며 웬 사탕을 권유한다.

맹공은 그녀의 손에 들린 사탕은 보지 못하고 딱딱하게 굳은 목소리로 자기소개부터 한다.
“맹공이다, 입니다. 새로 들어온 교도관이다, 입니다.”


그녀가 마치 자신도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뭐, 뭐지…?


그녀의전혀 예상 밖의 반응에 맹공은 살짝 당황하며 김원태를 쳐다본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김원태가 고갯짓으로 강현지를 가리키며 검지를 관자놀이 부근에 갖다대 빙글빙글 돌리고는 입에다가 가위를 그림과 동시에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그래도 맹공이  알아먹는 눈치이자,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벙어리라고.”
“……? 무슨 말이냐, 입니다.”


“미쳐서 벙어리가 됐다고!”
“그러니까 벙어리가 뭐냐, 입니다.”


그의 콧잔등이 씰룩,인다.
눈썹이 움찔거린다.


“……농아라고.”
“농아가 뭐냐? 입니다.”


이를 까드득, 갈며 버럭 소리를 지른다.

“이 씨발!  못한다고! 병신이 척하면 착, 하고 알아먹어야지!”
“왜 화를 내냐, 입니다. 나 한국말 별로 모른다, 입니다.”


그러자 김원태는 머리칼을 부여잡으며 날숨을 깊게 내쉰다.

“후우…참자, 참아. 코쟁이 상대로 뭐하자는…”
“칭챙총, 코쟁이는 외국인 비하…”

참다못한 그는 맹공의 멱살을 움켜잡는다.
“야, 너 방금은 한국말 별로 모른다며? 근데 코쟁이는 어떻게 알아듣냐? 어?”
“미, 미안하다. 입니다. 근데 버, 버어리랑, 농아…는 진짜 몰랐다, 입니다.”

“하아…후우…”
남자가 연신 육두문자를 뇌까리며 털썩, 움켜쥐었던 멱살을 내치더니 고갯짓으로 말한다.


“저거나 받아, 병신아.”
“……?”

뒤늦게서야 그녀의 조막만한 손에 들린 사탕을  그는 자신의 실수를 깨달으며 말한다.

“아, 미…미안하다, 입니다. 못봤다, 입니다.”

절레, 절레.


괜찮다는…뜻인가?

“이, 이게…소마냐, 입니다.”

끄덕, 끄덕.


“저한테 주는 거냐, 입니다.”

끄덕, 끄덕.

일순 맹공은 갈등한다.
교도관이 이런 걸 받아도 되나?

아냐, 아냐.
비상식에서 상식을 생각하지 말자.


그가 싱긋, 웃으며 소마를 받는다.
“……고맙다, 입니다.”

그와 동시에 소마 위에서 위습이 모습을 변형하여

&&&&&&&&&&&&&&&&&&&&
&&&&&&&& [소마] &&&&&&&&
&&& [향락 상태]를 일으키는 &&&
&&&&&& 가루사탕이다 &&&&&&
&&&&&&&&&&&&&&&&&&&&&

라는 창을 띄운다.

“……?!”

이것도 아이템이였어?

그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소마를 빤히 쳐다보는데, 김원태가 말한다.
“……해서 탈이라니까. 현지씨, 밥이나 먹으러 가죠.”

그렇게 둘은맹공을 혼자 덩그러니 놔두고 수감실을 나선다.
꽝-!

맹공이 둘의 뒷모습을빠-안히 쳐다보며 그녀의 한이 서린 곡소리를 떠올린다.

‘흐흙…흐흑…대체 왜 그랬어요? 뭐가 마음에 안 들었는데요? 왜, 흐흙…흐흑…그랬냐고요, 대체?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들었는데요!  뭐가? 뭐가!’

그가 미간을 찌푸리고는 소마를 만지작거린다.

미쳐서 벙어리가 됐다고 했지.

내가 곡소리를 느낄 수 있는 거 보면 적어도 죽기 전까지는 벙어리가 아니었을 확률이 높아.

그 말인 즉, 죽어서 미쳤다는 소린데…
일단 로터스에게 가서 이것부터 얘기해야겠군.

그는 3수감실에서 나와 1수감실로 향한다.

***

#5

부용이 1번 수감실 문을 열자마자 부용의 시선에 들어오는 것은 다름 아닌…

화상자국으로 얼굴 절반이 흉진 아이가 매부리코 학생의 몸에 올라타 목을 조르고 있는 광경이다.


“씹새야, 다시 한 번 주둥아리 놀려봐! 놀려보라고!”
“켁! 켁!…큭, 콜록!…큭, 큭…아니, 내가 틀린 말 했어? 틀린  했냐고?”


아니, 오자마자 대체 무슨 상황이야?

더 가관인 점은 나머지 두 명의 1번 수감자들은 그저이런 일이일상이라는  무심하게 지켜만 본다는 점이다.


부용이 콧잔등을 씰룩이며 버럭, 소리를 지른다.
“아니, 지금 뭐하는 겁니까?”

그러자 일순 네 명의 악귀들의 이목이 그에게로 쏠린다.
더불어 이태용 위에 올라타 있는 임수영 또한 험상궂은 표정으로 부용에게 시선을 돌린다.

“……”


모두들 얼굴 근육으로’네가 뭔데?’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부용은 네 명의 죄수의 기에, 악귀의 기에 압도되어 주춤, 주춤 뒷걸음질 친다.

뭐, 뭐지? 그만하는 건가?


그러다가이내 그는 부용의말은 무시하고 강하게 이태용의 목을 조른다.


“컥, 컥…”
“계속 지껄여보라니까? 어? 어!”
“그래, 따 당하는 데에는…이유가 있…컥! 컭! 이 남창새끼가!”


이, 이 씨발! 저러다가 두 번 죽는 거 아냐?
아니…왜 악귀의안위따위를 걱정해야 하는 거지?
대체 두 사람은 안 말리고 뭐하는 거야?


그가 나머지  남성에게 시선을 돌리니…
두 남성은 마치 이런 일은 일상다반사라는 듯 낄낄거리며 스포츠를 관람하듯 둘의 싸움을 구경하는 중이다.


“낄낄! 태용아! 니가 이번엔 조금 너무했어.”
“그러게. 팩트를 그렇게 꽂아버리면 어떡하냐? 가뜩이나 뒷구녕도 헐었을건데.”

지금 저게 다 무슨 소리야?
뒷구녕이라니?
설마…?

그의 심장이 미친듯이 요동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입이 바싹바싹 마른다.
미간을 찌푸린다.


욕지기와 함께 구역지기가 올라온다.


“씨이발…웁…”

이를 까드득, 간다.
마른 침을 꿀꺽, 삼킨다.


교도소 내에서 동성간 성폭행이 일어난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이건 경우가 다르잖아.

서로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끼리 대체 왜?
폐쇄된 공간에 너무 오래 갇혀있다보니 다들 맛이  건가?

참다 못한 부용은 임수영에게 버럭, 소리를 지른다.
“내 말 안 들려? 그만하라고!”

그러자 그가 힐끗, 부용을 흘겨보며 냉기서린 목소리로 맞받아친다.
“귀 안 먹었는뎁쇼, 교도관 나으리?”
“커얽…컥…컥…콜록!…”


그리고 주변에서 방관하던, 아니 간접적으로 즐기던 남정네들이 거든다.
“아따, 교도관 나으리. 어차피 죽지도 않는 몸뚱아리들인데 뭔 걱정이 그리 많어?”
“……”
“죽으면 소원이 없겠네.”


괜스레 기선제압 당한 거 같아 육두문자를 뇌까린다.
이를 까드득, 간다.


비상식적인 곳에서 상식을 바라는 내가 잘못인 건가…?

그때였다.


“어때? 오래간만에  졸리니까 좋냐? 어? 그때 그 느낌이, 오르가즘이 솔솔 느껴져?”
“킥, 키킥…크얽! 나이스한데? 그떄 그 느낌! 그 맛!”

오한이 서린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뭐야? 방금 그 말…
오랫만에  매다는 느낌  느껴보니까 좋냐, 그 말이야?
그리고 저 인간은 그걸 맞받아치는 거고?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른다.
마른 침을 꿀-꺽, 삼킨다.

명심하자.
여기서는 정상적인 상식이 통하는 곳이 아냐.


보다못한 그가 이를 까득악물고는 임수영에게 달려들어 그를 밀친다.
“그만하라고!”

퍼-억!


그와 동시에 자유가 된 이태용은 얼굴이 벌겋게 된 채 자신의 목을 부여잡고 연신 기침을 해댄다.
“콜록! 콜록! 콜록!…콜록! 씨발! 호우! 짜릿해! 콜록…새로워!”
“그만하라고 했잖아, 대체 왜…왜…”

그때였다.
줄곧 임수용을 노려보던 이태용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에게 달려든다.
“되로 받았으면 말로 돌려주는게 예의고 상도겠지? 어?”

이에 부용이 이를 악물고 그를 붙잡는다.
“차, 참아요!”
“이 씨발! 이거 안 놔? 눈앞에서 봐놓고선! 그리고 어차피  뒈진다고!”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가, 후 내뱉는다.
그리고는 이를 까득, 악물고는 그의 뒷덜미를 붙든  말을 잇는다.


“야, 참으라고.”

갑작스러운 교도관의 태도 변화에 수영은 움찔, 하며 뒤를 돌아본다.
“……?”
“존대해주니까교도관 말이 우습냐? 어? 까라면 까야할 거 아냐, 새꺄.”


그러자 수영이 눈을 부라리며 말한다.
“싫다면 어쩔…”

그와 동시에 부용이 그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팔을 꺾은 후 발로 그의 발목을 걷어찬다.


꽈당-!

그리고는 그를 바닥에 짓누른 채, 귓가에 대고 속삭인다.
“이렇게  거다, 이 씹새야.”
“아, 아아아아악! 그, 그만! 그마아아아안!”


“놔서  지랄하면?”
“아, 안 해! 안 한다고!”

부용이 여전히 자세를 유지한 채 고개를 돌려 나머지  남정네를 향해 말한다.
“다들 잘 들어. 한 번만 더 내  어겼다간 ㅈ될 줄 알아.”

줄곧 이 상황을 흥미롭게 지켜보던 흉터를 가진 남성이 다리를 꼰 채  사탕을 입에 털어넣으며 침묵을 깬다.
“……이야, 별종이 하나 왔네?”

그리고이어서  옆에 점이 크게 있는 남성도 비꼬듯 말한다.
“아이구, 그럼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교도관 나으리?”

별종…이라고?
다른 교도관들은 이렇게 안 했단 말야?


하기야 교도관의 근본적인 존재 이유가 수감자들의 탈옥을 막고 교화를 돕는 것인데 이런 원귀들이 교화가 될  만무하고, 여기서 탈옥이 가능할 리 없으니…
사실상 여기선 교도관이란 존재가유명무실 했을 것이다.

부용이 미간을 찌푸린  눈앞의 한동안 점박이 양반을 응시한다.
이 양반은 뭐 때문에 자살했더라…?

부용은 잠시 바깥으로 나와 주머니에 넣어둔  장의 종이들 중 2번 수감자인 제갈윤수의 종이만 뺴고 3장의 종이만 슬쩍, 꺼내 확인한다.

[공태혁]
[나이:38 사인:자살]
[1수감실]
[내부고발하고 조직에서 쫓겨나 자살]
[윤회까지 남은 년도:349년]

[정호석]
[나이:29 사인:자살]
[1번 수감실]
[범죄자로 누명을  자살]
[윤회까지 남은 년도:197년]

[이태용]
[나이:17 사인:자살]
[1번 수감실]
[부모의 강압적인 통제로 인해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
[윤회까지 남은 년도:465년]


아, 맞다. 공태혁.
내부고발하고 조직에서 쫓겨난  자살한 양반이었지.


부용은 공태혁 이름 옆에다가 [점박이]라고 써놓는다.
그리고 정호석의 옆에다가는 [흉터]라고, 이태용의 옆에다가는[매부리코]라고 적는다.


점박이, 저 양반이 악귀나찰일 확률은?
흐음…가늠이 되는데.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 저 양반에 접근할 명분이 없어.
임수영  친구는 맹공씨가 감시하기로 했고.


그렇다면 일단 이태용, 저 친구한테 접근을해야겠다.
근데 어떤 식으로 물어본다?

부용이 다시금 1번 수감실에 들어간  이태용에게 다가가 앉는다.

“이봐, 물어볼  있다.”
“뭐야?”
“……최근에 교도소 내부에서 이상한일 같은 게 일어나지 않았나?”

이를 들은 이태용이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입을 연다.


“이상한 일?”
“그래.”
“글쎄, 그런 건 왜 묻는지 모르겠지만…딱히 없는데.”

흐음…잘못 짚은 건가? 숨기는 거 같진 않은데.
그럼 아직 악귀나찰이 활동 전이다, 이건가.

분명 악귀나찰이면 악귀들을 죽이고, 그들의 모습으로 변장해 활동할 확률이 높다.
들켜서는 안 되니까.

그렇게 피해자의 모습과 본모습을 오가며 오랜 시간 활동하다보면, 보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니 사람들을 속이는 데 한계가 생기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증언이 없는 걸 보면 아직은 활동 전인가본데…

#6


정호석은 오른쪽 뺨의 흉터를 어루만지고는 수감자들에게 이것저것 취조하는 중인 새내기 교도관을 노려보며 입술을 잘근잘근 씹는다.


상황이 좋지 않게 흘러가는데…


주먹을 불끈, 쥔다.
이를 까드득, 간다.


그는 자신이 악귀나찰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 순간을떠올린다.
모두가 유희거리 삼아 그에게 삿대질을 하고,  묻히기 싫어 등을 돌릴  유일하게 그의 결백함을 믿어주던 존재가 악귀로 인해 아스러져가던 순간을.

이렇게 되면 그 녀석을 죽이는 데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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