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화 〉3.블루팀 턴[어둑시니 쫓다가 빙의요괴를 얻다] (9/87)



〈 9화 〉3.블루팀 턴[어둑시니 쫓다가 빙의요괴를 얻다]

#8

이장이 자신의 아들내미를 붙든 거듭 강조한다.

“무조건, 무조건 두 아이를 데리고 최대한 멀리 가서 놀거라. 알았지?”
“아, 아…알았어요.”

아이의 온몸은 식은땀이 범벅이다.
두명은 그가 무서운지, 대화 내내 그의 눈을 피한다.


곁눈질로 시간을보니, 어느새 시간은 흐르고 흘러 자정이다.
째깍,째깍,째깍,째깍…

불안에 인질잡힌 심장이 미친듯 요동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손으로 머리칼을 쓸어넘긴다.
거친 호흡을 몰아쉰다.

“난장맞을…”

몰래 따라가는  맞겠지?
그렇지?

그때였다.

“저, 아…아빠.  가볼게요.”
“아, 아. 그…그래라.”

아이가 자리에서 일어날 때였다. 이장의 머릿속에서는 불길함만이 맴돈다.
어쩌면 이 순간이 아들과의마지막일  있다는.

콧잔등이 시큰해진다.
눈물이 핑, 돈다.

간신히, 간신히 울음을 삼키며 이장이 팔을 벌린다.
“……아들, 번만 안아보자.”
“에?”

“안아보자고.”
“……?”

포옥, 어른이 아들을 품에 안는다.
 누구보다 순수한 그의 아들.


입술을 질끈, 깨문다.
눈에서는 고장난 수도꼭지마냥 뚝, 뚝, 뚝…눈물이 떨어진다.

아이가 당황하며 말한다.

“아빠, 울어요?”
“……아냐.  놀다 와.”
“……네.”

그가아이를 껴안은채 묻는다.


“두명아. 아빠가 뭐라고 그랬지?”
“아…쌍둥이 데리고…”

“멀리 가서 놀라고 그랬다.”
“네!”

그렇게 아이는 늦은 시간에 바깥으로 향한다.


콰-앙!


손은 땀으로 흥건하다.
이를 까득, 간다.

아직 아이가 사람을 죽이는 모습을 직접 본 적은 없다.
만약 아이의 뒤를 따라가게 되면  지리멸렬한 광경을 두 눈으로 목격하게 될 확률이 높다.

양손으로 머리칼을 움켜쥔 채, 바닥을 빤히 쳐다본다.
“대체 왜…내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분명 뇌는, 머리는 따라가지 말라고 한다.
어차피 가봤자 그가 할 수 있는 건 없다는 걸 알기에.

하지만 가슴은, 몸은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있다.

바깥으로 나오니 사위가 어둡다.
듬성듬성 배치되어 있는 가로등만이 쓸쓸이 그를 반길 뿐.
평소라면 그렇게 짖어댔을 똥개새끼들도 유난히 조용하다.


“……”


그는 장도리를 하나 챙긴다.

그래, 그래.
그저 만일에 대비해서야. 만일에 대비해서.

***

#9


하필 새벽에?
정황상 휴대폰으로 문자 온 사람을 만나러 가는 거 같은데…

그가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묻는다.

“왜? 어디 가게?”
“아…친구 만나고 오게요.”
“저도요.”

꼬맹이들이 새벽에 무슨 친구를 만나러 가, 만나러 가긴!


그가싱긋, 웃으며 말한다.


“오, 오늘은 아저씨랑 같이 있기로 했잖아. 그러면 갈 때 아저씨도 같이 가면 안 될까?”


“흐음…싫어요!”
“안 돼요!”

이 자식들이…?
그럼 어쩔 수 없지. 몰래 따라가는 수밖에.

부용이 떠보듯 말한다.
“이장 아저씨 아들 만나러 가는 거야?”


그러자 두 아이가 얼굴에’맞아요’를 드러내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아, 아니요!”
“아녜요!”

맞구만.


현재 용의자는 네 명이다.


이 쌍둥이. 그리고 이장과 이장의 아들내미.

그는아까부터 뭔가가 마음 한 켠에 찜찜하던 걸 질문하기로 마음먹었다.


“저, 근데 얘들아.”
“네, 넵?”
“왜요?”

“이장님이 원래 그렇게 아들을 싫어해?”
“아…음…”
“……”

“솔직하게 얘기해도 돼.”


그러자 동생이 머뭇, 머뭇거리더니 이내 입을 연다.
“그게, 이장 할아버지가 그렇게까지 두명이 형을 싫어하진 않으셨는데…”


그러자 쌍둥이 형이 인상을 찌푸리며 짜증을 낸다.

“야! 왜 얘기해!”
“왜? 뭐 어때서?”
“아무리 그래도…”


동생이 입을 열자 형도 눈치를슬금슬금 보다가 이내 입을 연다.
“요즘들어 자꾸 두명이 형을 가둬놓는 바람에…형이랑 못 놀고 있어요.”

부용이 미간을 찌푸린다.
고개를 갸웃거린다.


뭐, 뭐?
아들을…가둬놓는다고?


나는 그냥 장애가 있는 아들이 돌아다니는게 위험해서 그러는  알았더니…가둬놓는 거였어?
뭔가 냄새가 솔솔 나는데?

그리고 시간은 흐르고 흘러, 자정이 다가온다.


아이들은 새벽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컨디션이 하이해진다.


“히히히히!”
“야아!”

새벽닭이 울기 전까지 그슨대를 잡아야한다라…지금이 상황이면 아슬아슬한데.


그때였다.
줄곧 휴대폰을빤히 쳐다보고 있던 아이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한다.


“아저씨, 다녀올게요!”
“이,  녀석들…!”

부용은 아이들이 나서기가 무섭게 복주머니를 개봉한다.
복주머니를 열자 활과 화살 세 개가 나온다.

마른 침을 꿀-꺽, 삼킨다.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뭐…낫 배드한데.
그가 활과 화살을 챙겨 그들의 뒤를 따라 나서려  때였다.


위습을 모습을 변형하여


&&&&&&&&&&&&&&&&&&&&&&&&&
&&&& 브라흐마를 따르는 야차(님)이 &&&&
&&&&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하며 &&&&&
&&&& 복주머니 한 개를 선물합니다 &&&&&
&&&&&&&&&&&&&&&&&&&&&&&&&


라는 창을 띄움과 동시에, 개조된 복주머니를 떨어뜨린다.

“……!”

부용이 일순 인상을 찌푸린다.

하, 하필 지금?
타이밍이 너무  좋은데?


개조된 복주머니란 다름 아닌, 야차들이 자신과 직속계약하지 않은 플레이어들을 방해하기 위한 아이템 중 하나로, 다른 복주머니와는 다르게 몬스터가 나오곤 한다.
그러니 일단 챙겨놓기만 하자.


그가 주머니에 개조된 복주머니를 인벤토리에 챙기려 하자, 위습이 모습을 변형하여

&&&&&&&&&&&&&&&&&&&&&&&&&
&&&& 브라흐마를 따르는 야차(님)이 &&&&
&&& [이 사람이 주는 야차 섭하게] 라며 &&&
&&&&&&&& 서운함을 표합니다. &&&&&&
&&&&&&&&&&&&&&&&&&&&&&&&&


라는 창을 띄운다.

하아…지금은  새끼들 눈밖에 나면 여러모로 곤란한데.

그가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욕을 간신히 참으며 울며 겨자먹기로 개조된 복주머니를개봉한다.
그러자 나오는 건…

&&&&&&&&&&&&&&&&&&&&&
&&&&&&&& HP:-/- &&&&&&&&
&&&& 아이템 빙의 요괴(識) &&&&
&&&&&&&& 공격력:- &&&&&&&&
&&&&&&&& 방어력:- &&&&&&&&
&&&&&&&& 등급:D &&&&&&&&&
&&&&&&&& 속성:- &&&&&&&&&&
&&&&&&&&&&&&&&&&&&&&&&

라는 녀석이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화살 하나가 부-웅, 허공에 부유하더니 정확히 부용을 향해 날아온다.

휘-익!

“……!”


그가 온몸을 숙여 간신히, 간신히 피한다.


이를 까드드득, 간다.
문밖을 쳐다본다.


제기랄!
쌍둥이를 쫓아가야 하는데, 그냥쫓아가자니 놈이 따라올  뻔하고…

빨리 해치워버려야겠다.

토템을 박는다.
“오웨어페이 오텍트프레이, 옐드샤이 티온레이.”

놈은 부용이 방어막을 펼치거나 말거나 부용을 공략한다.

휘이익-휘익-!


“이, 이 새끼가!”


간신히, 간신히 면상에 화살을 꽂히는 일만은 피했다.
단지 뺨에 살짝 생채기가 났을 뿐.

부용이 요리조리 계속 피하자, 녀석은 재미가 없는지 이내 방어막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휘이익-퍽. 휘익. 휘이익-퍽. 휘익.

잠깐. 패턴이 있는데?

그가 심호흡을 하며 타이밍을 잰다.


하나, 둘…때리고, 뒤로 빠지고.
하나, 둘…떄리고, 뒤로 빠지고.

하나, 둘…때리고, 뒤로 빠지…


“지금이다!”

…는 대신  커브하여 부용에게 달려든다.

흠칫!

“이,  씨발!”


심장이 두방망이질 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른다.
마른 침을 꿀꺽, 삼킨다.


 안이 바짝바짝 마른다.
마른 침을 꿀-꺽, 삼킨다.


이 새끼가 감히 훼이크를 놔?


그가 이를 까득, 악문  허공에부유해 있는 화살에 달려든다.
“이 개자식이이이이이!”

그리고 그가 간신히 화살을, 아니 빙의 요괴를 낚아챈다.

나이스 캐치!
뒈져쓰.

그가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화살을 부러뜨리는데, 뭔가가 이상하다.
“……?!”

원래 이 화살에 요괴가 빙의해 있다면 화살을 잡자마자 위습이 상태창을 띄웠을 텐데…
위습이 상태창을 띄우지 않는다는 건…?


아니나 다를까, 바닥에 굴러다니던 다른 화살 하나가 부유한다.

이를 보며 부용이 계획을 변경한다.

부용은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여전히 화살에 빙의한 채 허공을 부유하고 있는요괴를 빤히 쳐다본다.

생각해보니 저 녀석을 봉인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거 같아.

물론 D급 요괴이니만큼 빙의할  있는 물건은 많지 않겠지만…
 게임에서는 빙의 자체로도굉장한 메리트이니까.


현재 방어막 내에서 놈이 빙의할 수 있을 만한 물건은 활과 화살.
 그뿐.

화살은 놈이 빙의해있는 것까지 현재 한 개.
그가 침을 꿀꺽, 삼키며 재빨리 바닥에 뒹구고 있는 화살을 밟아 부순다.

그러자 빙의 요괴가 당황한 듯 부용을 향해 미친듯이 달려든다.


부-웅!


그러나 당황하면 당황할수록 수가 잘 읽히는 법. 녀석의 움직임이 상당히 단조로워졌다.
그저 그를 향해 맹목적으로 공격해댈 뿐, 블러핑따윈 사라진지 오래다.


이에 부용이 씨익, 입가에 승전보를 띄우며활을 집어들어 땅에 미친듯이 내려치고, 발로 지근지근 밟아댄다.


그러자 활이 부숴지고, 녀석은 한 자리를 계속맴돌며 몸으로’어쩌지? 어쩌지?’를 표현 중이다.
이에그는 한 자리를 빙글빙글 맴도는 중인 화살을 낚아채 부순다.

우지-끈!

그러자 [地계 반지]가 웅웅웅 진동을 울리고,

&&&&&&&&&&&&&&&&&&&&&&&&&
&&&&& 地계 반지[요괴지배자] Lv.1 &&&&
&&& [아이템 빙의 요괴(識)] 봉인가능! &&&
&&&&&&&&&&&&&&&&&&&&&&&&&

반지 위에서는 위습이 모습을 변형하여 라는 창을 띄운다.

그가 씨익, 입꼬리를올린다.


오케이.
봉인 주문이 아마…
‘얼세이’였지?

부용이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읊조린다.
“얼세이.”


그러자 일순 반지에서 번쩍, 빛이 나고 반지 위에서 위습이 모습을 변형하여


&&&&&&&&&&&&&&&&&&&&&&&&&
&&&&& 地계 반지[요괴지배자] Lv.1 &&&&
&&& [아이템 빙의 요괴(識)] 봉인성공! &&&
&&&&&&&&&&&&&&&&&&&&&&&&&


&&&&&&&&&&&&&&&&&&&&&
&&&&&&&& HP:-/- &&&&&&&&
&&&& 아이템 빙의 요괴(識) &&&&
&&&&&&&& 공격력:- &&&&&&&&
&&&&&&&& 방어력:- &&&&&&&&
&&&&&&&& 등급:D &&&&&&&&&
&&&&&&&& 속성:- &&&&&&&&&&
&&&&&&&&&&&&&&&&&&&&&&

라는 창을 띄운다.

빙의하는 물건마다 방어력, 공격력 등이 달라져서 그런지 공격력이며 방어력, 기본적인 HP조차 표기가 되어 있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
쌍둥이를 쫓아야해.


다행이 그들은 멀리 가진 않았는지,  멀리 아이들이 꺄르륵, 웃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미친듯이 뛰고, 또 뛴다.

정신연령이 비슷해서인지, 셋은 서로 재밌게 놀며 가는 중이다.

그가 힐끗, 시간을 본다.


지금 시간이 새벽 두 시.
하아…내가 잘못 짚은 건가.

그때였다.

저 멀리 가로등에 숨어있는, 또 한 명의 익숙한 그림자가 보인다.


누구지…?


“……!”


심장이 두방망이질 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호흡이 거칠어진다.
동공이 확장된다.


이장이잖아?
이장이 여기 왜…?
 

0